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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문을 지키는 직원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연회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늘은 주로 영화 제작팀과 투자측의 미팅이라 한껏 차려 입은 남성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이쁘게 꾸민 여인들이 그들 사이를 오가며 연회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진석이 한 번 둘러보고는 감독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소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자리가 싫으면 조용한 구석을 찾아 쉬고 있어요. 내가 가서 감독과 이야기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언젠가는 적응해야죠."

소희가 그의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웃었다.

그러다 문득 매서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를 본 순간 살짝 멍해졌다. 임구택이 몇 명의 상업계 명사들과 함께 서서 담소하고 있었다.

점잖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임구택은 심플한 흰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지만, 오직 그만이 단조로운 흰색을 고귀하고 우아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임구택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뿐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소희는 그냥 일시적인 착각으로 여기고 다시 시선을 거두어 들였다.

이태명 감독은 진석과 소희를 보자마자 열정적으로 맞이 했고, 다시 한 번 소희의 합류에 환영을 표했다.

소희가 담담하게 두 마디 인사말을 하고는 무심코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노명성을 보았던 것이다.

노씨 가문도 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고 있는 가문이라 이번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노명성의 팔짱을 끼고 있는 건 등을 드러내는 밝은 은색 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인이었다. 이쁘장하게 생긴 여인은 노명성에게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소희의 마음속에는 한기가 돌았다.

‘평소라면 노명성은 항상 연희를 데리고 이런 장소에 참석했는데. 오늘따라 전혀 꺼리지도 않고 다른 파트너를 데리고 오다니. 어쩐지 이틀 전에 연희가 그런 말을 한다 했네.’

여인의 직감은 역시 틀린 적이 없었다.

소희는 노명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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