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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가 GK 여름 신상을 입고 건물에서 나왔다. 청색과 흰색 세로 줄무늬가 진 셔츠 원피스는 심플하고도 대범한 스타일이었지만 소희의 앳된 얼굴 때문이었는지 다소 깜찍 발랄해 보였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에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젓살이 남아 있었던 볼이 줄어들고 두 눈이 더욱 밝고 커진 것과 이목구비도 더욱 뚜렷해진 거 빼고는.

소희가 차에 올라 엷게 웃으며 말했다.

"가요!"

그런데 진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진석은 단번에 화면에 뜬 이름을 보았다.

심명이었다.

소희가 전화를 받아 참을성 있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영화 미팅에 참가하러."

"돌아올 필요 없어. 선배랑 같이 갈 거니까."

"그래. 볼 일 계속 봐. 급히 돌아오지 않아도 되니까."

진석이 천천히 차에 시동을 걸다 소희가 전화를 끊은 걸 보고 바로 물었다.

"심명이랑 만나고 있는 거예요?"

심명이 전에 소희의 생명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또 소희의 제일 암흑했던 시기를 함께 보내 주었다. 심지어 지난 2년 동안은 가문의 업무도 뒷전으로 하고 소희를 데리고 온 세상을 돌아다녔으니 두 사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이 생겼고, 소희가 심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딱히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아니요."

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친구예요."

진석이 앞을 보며 덤덤하게 웃었다.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느 남자가 친구 곁에 그렇게 주구창창 붙어 있겠어요?"

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지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처음 심명을 알게 되었을 떄 그녀는 심명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 같은 바람둥이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으니까.

하지만 2년 전 밀수에서 돌아온 이후로도 여전히 심명이 자신과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건 정말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았다.

그들 두 사람은 이미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소희는 심명에게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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