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원의 말에 간미연은 순간 고개를 돌려 눈을 가렸고, 소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몇 사람이서 요요를 에워싸고 한창 놀고 있는데 심명이 이미 천위 호텔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걸려왔다.장시원이 시간을 한 번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도 마침 가야 하는데. 내가 가서 백림에게 인사만 하고 올테니, 같이 가요.""네."소희가 요요를 안고 장시원을 기다렸다.조백림은 소희가 떠난다는 걸 듣고 약혼녀와 함께 그녀를 배웅하러 나왔다.호텔 문밖으로 나오니 심명이 자신의 차에 기대어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보더니 바로 전화를 끊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심 아빠!"요요가 심명을 보자마자 작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안기려 했다.심명은 즉시 요요를 품에 안고 아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소희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집에 가자.""응."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뒤에 있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요요가 ‘심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에 장시원은 마음속에 순간 이상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느낌보다 임구택의 반응이 더욱 궁금했다.전에 심명이 소희를 한 번만 힐끗해도 임구택이 참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소희가 심명의 여인으로 되었으니.심명이 한 손으로 요요를 안고 한 손으로 소희를 잡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다들 마음이 복잡해 나는 느낌이 들어 임구택의 반응을 몰래 살폈다.임구택은 멀지 않은 천위 호텔 문앞 큰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서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얼굴의 표정은 똑똑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주위의 분위기는 초여름인데도 겨울에 처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심명은 고의로 임구택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웃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차문앞에 서서 직접 차문을 열어 소희가 차에 타기를 기다렸다. 동작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자상했다.소희가 차에 오른 후 심명은 요요를 그녀에게 맡기고 운전석에 올랐다.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훈훈하여 마치 한 가족 같
"전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요요가 청아의 아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어. 설령 안다 하더라도 자신의 아이일 줄은 생각지도 못할 거야."그래서 그녀는 안심하고 장시원에게 요요를 맡겼던 것이다. 설령 옆에서 무심코 요요와 그가 닮았다고 농담하더라도 장시원은 절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심명이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재밋네."소희가 듣더니 농담하듯 말했다."내가 너라면 나도 밖에 사생아가 있지 않을까하고 먼저 생각할 것 같은데."심명의 웃음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바로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렇게 자신이 없어?"소희가 계속 놀리듯 물었다.심명이 눈부시도록 이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튼 절대 그럴 리는 없으니까, 걱정마."심명의 대답에 소희는 눈썹만 한 번 올리고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오늘 청아가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날이라 소희가 요요와 함께 자야 했다. 처음엔 요요가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집으로 가는 도중에 깊이 잠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차에서 내릴 때 심명이 담요로 요요를 감싸고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혔다. 다행히도 요요가 한 번도 깨지 않았다.보아하니 오늘 밖에서 노느라 많이 지친 듯 했다.소희는 요요의 신발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후 수건으로 요요의 얼굴과 손발도 닦아줬지만 요요는 여전히 달콤하게 잠들어 있었다.그 모습에 소희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에서 나오니 심명이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나온 걸 보고 즉시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가 남아줄까?"이에 소희가 그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자꾸 그런 농담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내가 잘못했어!"심명이 즉시 그녀의 말허리를 끊고 일어섰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넌 나와 선을 그을 수도 없고,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걸 막을 수도 없어."소희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심명, 진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 너에게
소희가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탄식했다."확실히 나의 잘못이긴 하지. 나만 아니었으면 너와 노명성은 진작에 아이를 낳았겠는데.”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성연희가 노명성과 헤어졌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 소희와 함께 떠나고 싶어서.소희 때문에 그들은 결혼식을 취소했고, 지금까지도 거행하지 않았다."왜 또 그 얘길 꺼내?"성연희가 시큰둥하게 소희를 흘겨보았다.그러면서 요요를 안고 다가가 소희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표정이 왠지 복잡해 보였다."소희야, 그냥 솔직히 말할게. 나와 노명성 사이에 정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소희가 바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슨 뜻이야? 설마 또 회사 연예인이 그를 꼬시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어?""아니! 아마 너무 오래 함께 있어서 이젠 상대방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소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상대방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이야?""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안전감이 없이."성연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아무래도 사람 마음이라는게 항상 변하잖아!"성연희의 말에 소희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사람 마음이 변한다라......그녀보다 이 말에 더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소희가 성연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세상 사람들이 다 헤어지더라도 너희 둘은 헤어져서는 안 돼.""감정에 있어서 누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겠어."성연희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너희가 헤어지면 난 죄인이 될 거야.""그렇게 무슨 잘못이든 전부 다 네 자신한테 돌리려 하지마."성연희가 소희의 어깨를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어차피 변할 사랑이라면 결혼해도 소용이 없어. 더 번거로울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 얘기는 그만하고, 날씨도 좋은데 우리 요요를 데리고 놀러 가자!""나 사부님 뵈러 가고 싶어."소희는 돌아온 지 며칠이 되었지만 한 번도 사부님을 보러 가지 못했다. 갔다가 욕만 먹을까 봐 두려워서. 그런데 마침 오늘 성연희도 있으니, 함께 사부님의 화에 마주하면 딱 좋을 것
옆에 있던 성연희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도 할아버지, 진장하시고요. 이 아이는 소희의 아이가 아니라 저희 친구의 아이입니다. 지금은 친구가 일이 있어 저와 소희가 며칠 동안 데리고 있는 거고요.""정말이야? 날 속이는 거 아니지?"도 어르신이 유심히 요요를 쳐다보았다.확실히 임구택을 닮지 않은 것 같았다.요요는 눈 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속으로는 왠 할아버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냐고 의아해 하고 있을 법 했다."정말이에요."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앞으로 다시는 거짓말 안 할게요."도 어르신이 듣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요요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아가 참 이쁘구나. 이름이 뭐니?""요요라고 해요."소희가 재빨리 요요를 대신해 대답했다."너한테 물었어?"도 어르신은 순간 웃음을 굳히고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예전의 일이 쉽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성연희가 미소를 지으며 어르신의 팔을 잡고 어르신을 의자에 앉혔다."일단 화를 가라앉히시고요. 할아버지께서 계속 소희를 혼냈다간 소희가 앞으로 다시는 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오늘에도 저를 데리고 왔잖아요."도 어르신이 냉소하며 말했다."쟤가 감히 못할 일도 있어? 내가 보기엔 하늘도 날아올라갈 것 같은데?""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는데, 할아버지가 걱정된다고 해서 다시 돌아온 겁니다."성연희가 소희를 위해 좋은 말을 하면서 도 어르신의 어깨를 두드렸다.도 어르신이 듣더니 마음이 시큰시큰해 나면서 분노도 덩달아 많이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며 걱정되어 물었다."몸의 상처는 다 나았어?”"네!"소희가 얌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눈은?”"눈도 괜찮아졌습니다!"성연희가 히죽거리며 물었다."이제 화 풀리셨죠?""이번만 봐준다."도 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성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앞으로 임씨 가문과 멀리 떨어져 있어. 너 만약 임구택과 다시 만나게 되면 난 더는 너의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장시원이 그래도 많이 조용해졌어. 더 이상 공개적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지도 않았고. 우민율이 계속 그를 쫓아다녔지만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잖아."성연희가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소희는 순간 조백림의 약혼식에 참석했던 그 여인이 떠올랐다. 성연희가 말한 우민율이 그 여인인 게 분명한 것 같았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비웃음부터 나왔다.장시원은 이름 난 바람둥이라 공개된 여자친구는 없다 하더라도 섹파는 절대 적지 않을 거니까.정원에서 한창 놀고 있는데 점심 밥상을 다 차렸다는 하인의 말에 그들은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그런데 이때, 진석이 갑자기 나타났다.소희를 본 그의 눈에는 의아한 빛이 번쩍였지만 곧 다정한 웃음으로 바뀌었다."돌아왔으면서 왜 연락도 하지 않았어요? 만약 내가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언제까지 피하려고 했는데요?"소희가 억울하다는듯 대답했다."저 돌아온 요 며칠 엄청 바빴거든요.""바빴다고요?"진석이 냉소하며 물었다."뭐하느라 바빴는데요?""아이를 보느라고요."소희가 요요를 가리켰다.진석은 소희의 대답에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 한 어린아이가 입을 삐죽 내밀고 큰 눈으로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진석이 순간 놀랐다."몰래 아이까지 낳은 겁니까?"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안은 온통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점심을 먹고 있는 동안 도 어르신은 계속 진석더러 빨리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했다. 아이를 돌보는 게 이토록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으니까.이에 진석은 오늘 괜히 왔다며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그러다 밥을 반쯤 먹은 진석이 소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마침 아가씨가 돌아와서 하는 얘긴데요, 한 영화 제작팀에서 아가씨에게 영화 복장 디자인을 맡기고 싶다고 이미 나한테 세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어요.”주 감독의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높은 시청률을 획득하였고 평판도 엄청 좋았다. 특히 영화 속의 치파오는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낼 정도로 이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가 GK 여름 신상을 입고 건물에서 나왔다. 청색과 흰색 세로 줄무늬가 진 셔츠 원피스는 심플하고도 대범한 스타일이었지만 소희의 앳된 얼굴 때문이었는지 다소 깜찍 발랄해 보였다.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에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젓살이 남아 있었던 볼이 줄어들고 두 눈이 더욱 밝고 커진 것과 이목구비도 더욱 뚜렷해진 거 빼고는.소희가 차에 올라 엷게 웃으며 말했다."가요!"그런데 진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진석은 단번에 화면에 뜬 이름을 보았다.심명이었다.소희가 전화를 받아 참을성 있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영화 미팅에 참가하러.""돌아올 필요 없어. 선배랑 같이 갈 거니까.""그래. 볼 일 계속 봐. 급히 돌아오지 않아도 되니까."진석이 천천히 차에 시동을 걸다 소희가 전화를 끊은 걸 보고 바로 물었다."심명이랑 만나고 있는 거예요?"심명이 전에 소희의 생명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또 소희의 제일 암흑했던 시기를 함께 보내 주었다. 심지어 지난 2년 동안은 가문의 업무도 뒷전으로 하고 소희를 데리고 온 세상을 돌아다녔으니 두 사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이 생겼고, 소희가 심명을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딱히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아니요."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냥 친구예요."진석이 앞을 보며 덤덤하게 웃었다."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느 남자가 친구 곁에 그렇게 주구창창 붙어 있겠어요?"소희의 눈동자가 약간 어두워지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기색이 드러났다.처음 심명을 알게 되었을 떄 그녀는 심명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 같은 바람둥이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었으니까.하지만 2년 전 밀수에서 돌아온 이후로도 여전히 심명이 자신과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건 정말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았다.그들 두 사람은 이미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소희는 심명에게 자신이
문을 지키는 직원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화려하고 웅장한 연회장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오늘은 주로 영화 제작팀과 투자측의 미팅이라 한껏 차려 입은 남성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이쁘게 꾸민 여인들이 그들 사이를 오가며 연회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진석이 한 번 둘러보고는 감독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소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자리가 싫으면 조용한 구석을 찾아 쉬고 있어요. 내가 가서 감독과 이야기하면 되니까.""괜찮아요, 언젠가는 적응해야죠."소희가 그의 팔짱을 낀 채 다정하게 웃었다.그러다 문득 매서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 그림자를 본 순간 살짝 멍해졌다. 임구택이 몇 명의 상업계 명사들과 함께 서서 담소하고 있었다.점잖고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임구택은 심플한 흰 셔츠 한 장만 입고 있었지만, 오직 그만이 단조로운 흰색을 고귀하고 우아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임구택은 담소를 나누고 있을 뿐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소희는 그냥 일시적인 착각으로 여기고 다시 시선을 거두어 들였다.이태명 감독은 진석과 소희를 보자마자 열정적으로 맞이 했고, 다시 한 번 소희의 합류에 환영을 표했다.소희가 담담하게 두 마디 인사말을 하고는 무심코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노명성을 보았던 것이다.노씨 가문도 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고 있는 가문이라 이번의 영화 제작에 참여한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노명성의 팔짱을 끼고 있는 건 등을 드러내는 밝은 은색 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인이었다. 이쁘장하게 생긴 여인은 노명성에게 바짝 붙어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소희의 마음속에는 한기가 돌았다. ‘평소라면 노명성은 항상 연희를 데리고 이런 장소에 참석했는데. 오늘따라 전혀 꺼리지도 않고 다른 파트너를 데리고 오다니. 어쩐지 이틀 전에 연희가 그런 말을 한다 했네.’여인의 직감은 역시 틀린 적이 없었다.소희는 노명성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소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임구택은 앞으로 몸을 기울여 소희를 주시하면서 소리를 내지말라는 동작을 했다.소희는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그러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아직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바람을 피웠다는 걸 잡더라도 실질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여인을 안은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여인을 품에 안고 키스를 했다.두 사람이 키스하면서 격렬하게 삼키는 소리는 어둡고 고요한 복도에서 매우 뚜렷하게 퍼졌다.소희의 빠른 심장 박동에는 자기도 모르게 다른 뜻이 더해졌다. 특히 남자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은은하고 차가운 향기가 코를 따라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더욱 그랬다. 너무 익숙한 냄새는 늘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반응을 불러일으키곤 했다.임구택이 그녀에게 가져다 주는 이상한 느낌을 억누르고 소희는 밖에 있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러자 마음속의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노명성이 어떻게 연희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지!임구택이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가린 손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곳이 너무 좁은 탓에 딱히 손을 내려놓을 곳이 없어 소희의 허리 쪽에 놓았고, 또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고 자기 품속으로 당겼다.그러자 소희가 바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이에 임구택이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제일 예민한 귓바퀴를 스치면서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휩쓸었다. 애써 소홀하고 있었던 짜릿함이 빠르게 다시 용솟음쳤다.그러던 중 어렴풋이 임구택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소희는 고개를 돌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임구택을 밖의 온천으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게.분재 쪽의 남자는 이미 많이 조급해 하는 것 같았고, 여인의 요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여기서는 안 돼."남자는 전혀 듣지 않고 여인의 목덜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