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 지나서야 소식을 전해 들은 성연희와 서인은 곧장 차를 몰고 교외의 장원으로 갔다.차에서 내린 성연희는 두 다리가 나른해져 하마터면 땅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는 그녀를 서인이 신속히 부축했다.성연희는 얼굴색이 창백해진 채 천천히 몸을 곧게 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괜찮아."하인이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했고, 방에 들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 소희를 보자마자 성연희는 울음을 터뜨렸다.계속 걱정하고 있던 서인이 그녀의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녀의 울음소리에서 그녀가 진짜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소희는 어젯밤에 이미 깨어났다. 다만 움직이지도 못하고 혼미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성연희의 울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눈을 뜨고 입구 쪽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나 죽지도 않았는데, 왜 울어?"목소리가 쉬어 있었다.소녀의 초점을 잃은 두 눈을 보며 성연희는 마음이 아파 아무 말도 못하고 오로지 울기만 했다. 마치 어린애 같았다."서인아, 너도 거기 있어? 네가 좀 말려줘."소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얘 울음소리에 머리가 아파."적의 손에서도 살아 남은 소희는 성연희의 울음소리에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성연희가 듣더니 애써 슬픔을 숨기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소희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흐느끼며 말했다."서인한테 부탁해도 소용없어. 서인은 오는 길 내내 얼굴색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고. 서인을 어떻게 위로할지나 생각해 봐."소희는 서인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을 드리우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인아, 앞으로 우리 모두 발 뻗고 살 수 있을 거야."서인은 갑자기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굳게 오므린 채 말을 하지 않았다."너희 둘이 이야기해, 나 나가 있을게."남자는 한마디만 하고 돌아섰다.성연희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일부러 콧방귀를 뀌었다."봐, 내가 서인이 무조건 화를 낼 거라고 말했잖아
그러다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며 신속히 눈가를 닦았다.시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요 몇 년 동안 난 줄곧 서희를 삼각주에 관한 일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고, 불곰을 찾아가 복수하는 것도 제지했지만 서희는 항상 내 쪽 사람의 눈을 피해 불곰을 죽어라 물고 놓지 않았지. 이번에 만약 내 쪽 사람이 서희의 수하가 서희에게 보낸 메시지를 알아내지 못했다면, 서희는 이미 불곰과 함께 죽었을 거야."서인이 듣더니 자조하듯 웃었다."서희가 만약 이대로 백양 만나러 갔다면, 저도 따라갔을 겁니다. 마침 다 같이 모일 수도 있고."그의 말에 시언이 그를 노려보았다."너희들은 정말 같은 고집불통이야."서인이 입꼬리를 헤벌리며 말했다."어쩔 수 없죠. 같은 상사의 손에서 나온 병사이니 성격도 같아진 거겠죠."시언이 웃으며 서인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그 당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백양과 홍복 그들이 목숨으로 바꿔줬기 때문이야. 그러니 열심히 살아. 서희의 눈은 내가 반드시 치료해 낼 거야."서인은 눈빛이 순간 굳건해져 대답했다."그럴 겁니다."그러다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했다."서희와 임구택이 헤어졌습니다.""알아."시언은 얼굴색이 어두워져서 말했다."서희와 임구택 사이의 일은 아마 서희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있을 거야.”예전에 소희가 갑자기 임구택에게 시집가겠다고 했을 때 그는 수상쩍어 몰래 임구택을 조사했었다. 그리고 그제야 모든 걸 눈치챈 그는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별로 막지도 않았다."밀수 사건, 임구택도 참여했다죠?"서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람은 그가 들여보낸 게 맞지만, 그도 포위된 사람이 서희라는 걸 몰랐어."시언이 대답했다.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임구택이 진심으로 소희를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었다. 그러니 설사 두 사람이 이미 헤어졌다 하더라도 임구택이 그렇게 모질게 소희를 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임구택이 자신이 하마터면 소희를 죽일 뻔했다는 걸 알게
구 부인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구성봉을 밀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그의 곁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성봉 씨, 다 도착했어요. 다들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었어요.""회장님!"그룹의 몇몇 원로들이 구성봉의 모습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구성봉은 말을 할 수가 없어 충성심이 지극한 그룹 원로들을 복잡하고 또 처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몇몇 원로들은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기도한 채 그의 뜻에 따라 다시 앉았다.구은서가 구성봉 앞에 가서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아빠, 제가 그룹을 인수한 후에 반드시 그룹을 더 크고 강대하게 만들 겁니다. 절대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니까 아빠는 엄마와 함께 집에서 만년을 누리세요."구성봉은 눈빛이 혼탁하고 흐리멍덩해진 채 구은서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구은서는 구 부인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일어서서 함께 온 변호사에게 말했다."아빠의 지분 이양 협의서를 읽어주세요. 아빠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면 서명하신 걸로 하죠."구성봉은 서명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고개만 끄덕이면 동의한 셈 치고 다른 사람이 그의 손을 들고 협의서에 서명할 수 있었다.변호사는 큰 소리로 협의서를 한 번 읽은 후 구성봉에게 물었다."구 선생님, 이 협의서는 선생님께서 깨어나 있고, 자주적인 사고를 할 수있는 상황하에서 작성된 거 맞으신가요?”구성봉은 여전히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주주와 그룹 고위직 직원들은 이미 소곤소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눈살을 찌푸린 채 구성봉을 쳐다보고 있는 그들은 구성봉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하에서 강요당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구은서가 구 부인에게 눈짓을 했다.구 부인이 즉시 허리를 굽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성봉 씨, 어서 고개를 끄덕여요. 집에서 이미 상의가 다 끝난 일이잖아요."그러고는 또 목소리를 낮추어 남자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했다.구성봉은 그제야
서인의 출현은 구씨 모녀의 계획을 완전히 망쳐 놓았다. 지분 이양 협의도 그 자리에서 폐기되었다.회의가 끝난 후 서인은 구성봉을 밀고 떠났다. 그러다 구은서의 곁을 지날 때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입을 열었다."알아? 사실 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 만약 네가 조용하게 살았다면, 가문을 너에게 준다해도 난 상관없었거든. 하지만 소희만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구은서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서인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뭐야, 알고 보니 네가 돌아온 게 아버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희를 위해서였네?"서인의 눈빛이 차가웠다."아버지는 너희 모녀를 선택하고 내 어머니를 포기했을 때 이미 오늘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했어야 했어. 모든게 그 자신의 선택인데 내가 왜 그를 동정해야 하지?"구성봉도 그의 말을 듣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서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구성봉을 밀고 성큼성큼 떠났다.구은서의 상기된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주먹을 너무 꽉 쥐는 바람에 방금 한 네일이 손바닥 살을 파고 찔러들었다.구 부인이 놀라서 구은서에게 물었다."구운정이 한 말이 무슨 뜻이야? 소희는 또 누구고?""엄마는 알 필요없어!"마음속의 원한이 극에 달한 구은서는 차갑게 한마디 내던지고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떠났다.*이틀 뒤면 강성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문영화제가 열리게 된다.구은서는 전에 찍은 한 편의 영화로 상대 배우들을 제치고 최여우주연상을 받게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무대에 올라 상을 받고 막 수상 소감을 발표하려던 찰나, 갑자기 일렬로 늘어선 경호원들이 몰려들어 통로를 전부 봉쇄했다.객석에 앉은 배우들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야?""저 사람들은 누구야?""장내 경비원들은?"......다들 수군거리고 있을 때, 성연희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붉은색 긴 치마를 입은 그녀는 차가우면서도 요염한 기풍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 걸음 한
"성연희, 너 미쳤구나. 여기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있는데 감히 날 때려? 나 네 가산이 바닥나도록 고소할 거야!"대중 앞에서 뺨을 맞은 구은서는 화가 나서 더는 평소의 단정함과 온아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성연희가 냉소하며 기자와 영화제에 참가한 모든 스타 배우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구은서 씨는 매번 여 배우분과 합작할 때면 무조건 실검을 사서 애매한 사진과 자신의 외모, 연기가 상대 여 배우분보다 못하다는 등의 글들을 올리군 하죠. 그럼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속은 그녀의 팬들은 경력이 그녀보다 못한 상대 여배우가 군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실검을 사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여기고 블로그에 가서 상대 여 배우를 공격하여 그 여 배우로 하여금 더 많은 욕을 먹거나 심지어 매장당하게 만들죠. 그러다 상대 여 배우가 공격을 실컷 받고나면 구은서 씨가 나서서 듣기 좋은 말들만 골라해 팬들은 또 구은서 씨가 정말 너그럽다고 칭찬하고, 다른 대중들도 그녀의 행동에 호감을 가지게 되고요."배우석에서 한 바탕 소동과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항상 구은서한테서만 그런 뉴스가 난다했더니. 전에는 그녀가 너무 핫해 상대 배우가 그녀 덕을 좀 보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그런데 전부 구은서의 자작극이었다니.그녀에게 이용당했던 그 신인 배우들이 순간 비참해보였다.죽을 때까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구은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성연희, 너 허튼소리 하지 마. 그건 전부 다 사실무근의 모함이라고. 나 너를 고소할 거야. 반드시 고소할 거야!"그러자 기세등등한 성연희가 말했다."계속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오늘 제대로 보내줄게."그러면서 그녀는 핸드폰에서 동영상 하나를 찾아 대형 스크린에 전송했다.영상속에는 마스크와 안경을 쓴 남자가 손에 사원증을 든 채 입을 열었다."저는 베유 엔터테인먼트의 기자입니다. 이건 저의 사원증이고요. 전에 은서 배우님의 매니저가 저를 찾아와 저더러 통고를 쓰서 서씨 성을 가진 배우님과 이씨 성을 가진 배우님을 칭찬하라
그러나 불가피하게 구은서의 평판은 곤두박질쳤다. 광고를 여러개나 잃어버린 건 말할 것도 없고, 전에 그녀와 합작하려고 했던 감독들도 잇달아 그녀와 손절했다.주 감독님의 영화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피해를 받을까 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소식을 알아보고 있었다.......밤, 케이슬에서,조백림 등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고 임구택은 혼자 옆 홀에서 당구를 치고 있었다.그는 허리를 굽혀 스틱을 따라 다음에 칠 녹색 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날 고무밭에서 본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다.진언은 일찍 그곳을 떠나 그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Maduro는 명경에게 고문을 받았지만, 불곰이 그에게 돈을 주고 임구택을 찾아오라고만 했다고 토했다.불곰 쪽 살아남은 자들은 전부 진언에게 끌려가 명경 쪽 사람이 숲에 도착했을 땐, 입을 열 수 있는 산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게다가 포위 공격을 당한 자의 신분을 포함하여 다른 소식들은 전부 진언에 의해 봉쇄되어 그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장시원이 들어와 비스듬히 문틀에 기대어 생각에 잠긴 임구택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너 밀수에서 돌아온 이후로 이상해. 대체 밀수에 가서 뭐 했어?"임구택은 어두운 얼굴로 공만 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시원은 그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눈치채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고는 "은서의 일은 이미 조용하게 끝났어. 성연희가 그 정도로 모질 줄은 몰랐는데. 아마도 소희를 위해 복수하려고 그런 걸 거 같은데."라고 덧붙였다."그 여인이랑 무슨 상관인데?"임구택은 긴 눈동자를 드리우고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이미 소희의 일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성연희와 소희가 친구잖아. 그러니 분명 네가 구은서 때문에 소희와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래서 고의로 운서에게 복수한 걸 거고."장시원이 추측했다.임구택은 계속 열심히 공을 쳤다. 손놀림은 정확하고
장시원이 계속 말했다."비록 소희가 화원에 앉아 있는 모습만 멀리서만 보았을 뿐 똑똑히 보지는 못했다지만, 지난번 일로 소희에 대한 인상이 너무 깊었기 때문에 잘못 보지는 않았을 거래."임구택은 큐대를 상 위에 던지고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운기 그룹과 정순 산하의 모든 회사에 통지해, 심씨 그룹과의 프로젝트를 전부 철수하라고. 그들이 만약 응하지 않는다면 임씨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알리고."그러고는 또 연달아 여러통의 전화를 걸었다.장시원이 옆에서 듣더니 비웃었다."너 지금 뭐하는 거야? 마침내 분풀이를 할 상대를 찾았다 이거야?"임구택의 긴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매서울 정도로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놀다 남은 거라 해도 그놈은 앗아갈 자격은 없어."......이틀 후,교외의 한 개인장원,심명은 주방에서 새로 끓인 약밥 한 그릇을 들고 소희 방으로 갔다.소희는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청력이 더욱 예민해졌기에 심명이 문 쪽에 접근하자마자 소리를 듣고 즉시 누워 이불을 덮고 잠든 척을 했다.심명은 그릇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자는 척하지 말고 빨리 뜨거울 때 먹어."소희는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심명은 침대옆에 앉아 몸을 숙인 채 온유한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착한 소희 씨, 빨리 먹어. 다 신체 회복에 좋은 것들이야."소희는 여전히 깨어나려 하지 않았다."계속 자는 척하면 나 너 간지러움 태울 거야."심명이 손을 뻗어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러자 소희가 즉시 눈을 뜨고 어쩔수 없다는 듯이 심명을 ‘바라보았다’."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차라리 벌을 줘, 더는 이런 것들로 나를 괴롭히지 말고.”심명이 어디에서 영양사들을 찾아왔는지, 끓인 약밥은 냄새도 고약하고 맛도 없어 한 번 먹을 때마다 인생이 암울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먼지가 한층 뒤덮인 듯한 그녀의 눈을 보며 심명은 마음이 아파났다. 하지만 아무 일도
소희는 아주 심하게 다쳤다. 잘려나간 다리의 두 힘줄은 수술 후 성공적으로 연결되었지만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래서 지금은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었다.오전 10시, 해빛이 제일 뜨거울 때 그들이 밖으로 나왔다. 문을 나서자 심명이 떠보 듯 물었다."소희야, 빛을 느낄 수 있어?"소희는 큰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심명이 즉시 말했다."괜찮아, 조급해하면 안 돼. 의사께서 그러셨거든, 너의 회복 속도가 아주 빠른 거라고."소희가 옅게 웃었다."나를 위로할 필요 없어. 이미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거든."심명은 갑자기 목구멍이 메왔다.깨어난 후 자신이 실명했다는 걸 알게 된 소희는 잠시 멍해있었을 뿐 울지도 떠들지도 않았다.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앞으로 내가 너의 눈이 될 거야."소희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연희도 내 눈이 되겠다고 그러고, 서인도 내 눈이 되겠다고 그러던데. 지금은 너마저도 똑같은 말을 하네. 내게 만약 진짜 그렇게 많은 눈이 생기면 괴물이 되는 거잖아?"심명은 그녀를 밀며 돌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히히덕거렸다."괴물이 돼도 나는 네가 좋아."소희는 단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물었다."그럼 네 여자친구는?""여자친구 아니야!"심명이 바로 말했다."그럼 섹파?"소희가 눈썹을 올리며 다시 물었다.심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인정했다."그래, 여자친구 맞아, 하지만 이미 헤어졌어!""왜?"소희가 물었다."내가 제일 사랑하는 소희한테 화를 냈으니까."심명은 몸을 굽혀 비위를 맞추 듯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소희가 바로 그의 얼굴을 밀어젖히고 말했다."나쁜 남자 냄새 나, 나한테서 떨어져."심명은 갑자기 좌절감이 들었다. 소희는 분명 볼 수 없지만 매번 그가 그녀를 기습하려고 할 때면 그녀는 항상 미리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