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이 말을 이어갔다.“소연이도 원래는 좋은 아이었어요, 모든건 소희가 이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어요. 둘은 친자매가 아니기에 각종 원인으로 인해 둘 사이는 여전히 대치상태에 있어, 소희가 있으면 소연이는 없을거고 소연이가 있으면 소희는 존재하면 안돼요.”소정인은 진원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진원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그래서 당신은 소연이를 선택한거야? 소희를 버리고?”진원이는 손수건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이런 상황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난 소연이를 선택할거야, 소희가 억울하다는건 알고있지만 소연이한테 들인 정력과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난 소희한테 선물해줄 자원이 없어요.”“소희의 양부모가 일찍 돌아가신걸 탓해야지 어떡하겠어, 그 후로 소희를 입양한 사람들은 소희를 너무 평범하게 키웠어. 우리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야.”“우리 집 사정이 점점 안 좋아 지는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 어머니 아버지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재산 분배할텐데 소연이가 자리를 잘 잡아야 우리한테도 득이 되지 않겠어요?”소정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진원의 선택이 큰 실수일지도 모른다, 소희한테는 그들이 모르고 있는 비밀이 많기 때문이다.임구택과 소희의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소희가 임씨 가문에 시집간다면 오늘 선택은 큰 실수가 될것이다.소정인은 이 사실을 진원에게 알리기로 했다.진원은 머리를 저었다.“소희는 그저 임씨 가문에서 가정교사를 맡고 있는것 뿐이에요 재벌집에서 가정교사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걸 본적 있어요? 소희가 임씨 가문에 시집가는 허망한 생각보다 소연이한테 기대를 갖는것이 어때요?”필경 대외에서는 소연이야말로 능력있고 돈 많은 재벌집 아가씨였다.소연은 문밖에서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소연은 방안을 흘낏 쳐다보고는 밖을 빠져나왔다.…….식사를 마친 소희 일행은 호텔에서 나왔다.소희는 돈봉투를 꺼내 임유민에게 건넸다.“유민이 용돈 해, 새해 복 많이 받아!”소희는 임유민이 결코 돈 아쉬워하는 애가 아니라는걸 알고
12시가 되어서야 임구택은 소희의 머리를 씻겨주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고는 로션까지 발라주었다.소희는 침대에 누워 끔뻑거렸다.임구택은 소희의 등을 주물러주었다. 소희는 워낙 피부가 애기처럼 부드럽고 하얬기에 임구택이 자국을 남길때면 아주 선명했다.임구택이 안마를 해주었다.소희는 갸우뚱하며 물었다.“임구택,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 어떡해?”임구택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야, 날 떠나면 하루도 살수 없는거.”소희는 이불에 머리를 박고 웃었다.임구택의 손이 소희의 머릿결을 스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많이 길었네.”임구택이 소희를 처음 봤을땐 머리가 어깨까지만 왔었는데 이젠 퍽이나 길었다.소희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자를때가 된거 같아.”“자르지 마.”임구택이 머리를 숙여 소희의 머리에 입을 대였다.“마음에 들어.”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구택이 말을 이어갔다.“내 동의 없이는 자르지 마. 내가 정성들여 기른거니까 내 지분이 있기도 해.”소희는 임구택의 목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그래.”“착해라.”임구택이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소희는 임구택이 더 나아갈가봐 물러섰다.“나 너무 졸려, 자자.”임구택은 침대에 눕더니 소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소희야, 보고싶을거야.”소희는 너무 졸린 탓에 머리만 끄덕였다.“나도 보고싶을거야.”임구택이 갑자기 말했다.“너의 집에 같이 갈까?”소희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장난이지?”“안돼!”소희가 머리를 저었다.“나랑 같이 집에 가면 아버님이 날 찾으러 오실거야.”임씨 가문은 워낙 대가족인지라 많은 술자리에 직접 참석해야 했다. 강성을 떠날수 없다는 소리다.임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지금 당장 우리 연인사이라고 말하고 싶어.”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내가 졸업할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약속했잖아!”임구택은 아무 말도 없이 소희를 꼭 끌어안았다.소희도 임구택을 토닥이며 말했다.“중학교 3학년
“집에 가서 열어봐.”임구택이 신신당부하며 소희의 얼굴에 뽀뽀했다.“매일 내 생각 해야 돼.”옆에 기사 아저씨와 가드들이 보고있었는지라 소희는 얼굴이 빨개졌다.“갈게.”“초 사흗날 내가 데리러 갈게.”“알겠어.”소희는 임구택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해피 뉴 예어!”임구택은 머리를 들어 소희를 바라보았다.비행기가 구름에 가리워 보이지 않아서야 임구택은 자리를 떠났다.임구택은 차창으로 번화한 도시를 바라보며 공허감을 느꼈다.소희가 운성에 도착하자 성연희가 비행기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연희는 소희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이쁜이, 이리 와, 안아보자.”소희는 자신의 가방을 성연희한테 던지고는 조수석으로 걸어갔다.성연희는 소희의 가방을 받아쥐고는 운전석에 탔다.소희가 차에 오르자 임구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희는 성연희의 차에 올라탔다고 말했다.둘은 한참동안이나 꽁냥거리더니 전화를 끊었다.성연희는 운전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사랑에 빠진 사람들이구만.”소희가 성연희를 흘기며 말했다.“노명성이 너랑 안 놀아줘?”“진짜야.”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너 더 예뻐졌어, 여자인 내가 봐도 설레.”소희는 흩날리는 머리결을 넘기며 물었다.“집에는 언제 갈거야?”성연희는 운성에 일 처리 하러 건너왔다. 소희가 운성에 온다고 하자 하루 더 기다려 함께 강 어르신 뵈러 가기로 약속했다.“난 여기에 남아서 설 보내고 싶어.”“그건 절대 안돼.”소희가 단칼에 거절했다.성씨 가문이 내버려둔다 해도 노명성이 성연희를 운성에 남는걸 허락할리가 없었다.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나랑 노명성 내년에 결혼해.”소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날자 잡힌거야?”“응, 설 연후에 우리 집이랑 그쪽 집에서 결혼 날자를 잡을거야, 아마 4월쯤에 결혼식을 올리게 될거야, 날씨가 따뜻해야 드레스를 입지 않겠어?”성연희는 무조건 제일 아름다운 신부가 되려 할것이다.“축하해!”소희가 진심을 다해 축복했다.“너랑
강 어르신과 성연희가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소희는 짐을 풀었다.갖고온 옷들을 옷장에 걸었다. 갑자기 임구택이 건네던 선물이 생각났다. 소희는 코트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냈다.상자안에는 열쇠가 들어있었다.카드도 들어있었는데 운수거리 22호 별장이라고 적혀있었다.임구택의 새해선물은 별장이었다.소희는 강산에서 두채의 집이 있었기에 운수거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강성에 있는 고급주택이었는데 한 채가 몇백억을 넘었다.소희는 멈칫했다. 이어 핸드폰을 들어 임구택에게 문자를 보냈다.“새해 선물이 너무 귀중한거 아니야?”임구택이 답장을 해왔다.“집을 사고 싶어 했잖아, 이 집 꽤 괜찮아, 너가 원한다면 할아버지 모셔와도 돼.”소희는 갑자기 예전에 임구택이 자신을 접근한 목적이 뭐냐고 물었을때 자신이 집 한채를 가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소희가 그때 가지고 싶었던건 청원 별장이었다.소희가 답장이 없다 임구택이 다급하게 말했다.[신경쓸 필요 없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것 다 네꺼야.]소희는 피씩 웃었다.[둘째 삼촌, 선물 고마워.][내 생각 했어?]임구택이 물었다.소희는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내가 당신이랑 문자하면서 다른 사람 생각 하겠어?][난 다른 사람이랑 문자 해도 네 생각만 해.]저녁이 되자 가족들이 모여 샤브샤브를 먹었다. 그 외에도 성연희가 좋아하는 백숙이랑 보쌈, 족발, 죽순 등을 준비했다.운성 산에는 특유의 향을 풍기고 있는 죽순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먹을수 없는 특산물이었다. 성연희는 올때마다 죽순들을 챙겨갔다.운성 겨울에는 두달동안 기온이 낮은 편인데 강 어르신은 워낙 추위를 많이 타셔서 매개 방에 다 보일러를 설치해 두었다. 방안이 워낙 따뜻한데다가 샤브샤브의 열기까지 더해져 성연희는 땀을 뻘뻘 흘렸다. 성연희는 셔츠를 벗고 반팔로 옷을 바꿔 입었다.오 어르신이 삶은 킹크랩을 꺼내놓았다. 강 어르신이 킹크랩을 보고 말했다.“요놈 참 괜찮네.”오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임씨 가문에서 보
그녀는 한 손에는 통조림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성연희를 끌고 방으로 돌아갔다.성연희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통조림을 먹고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역시 사람이 좋아. 비록 날지는 못하지만 통조림은 먹을 수 있잖아!”소희가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고 말했다.“그렇게 많이 마실 수 없으면 마시지 마!”“안 취했어!”티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소희가 가져와 보니 노명성이 영상통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소희는 휴대전화를 성연희에게 건넸다.전화를 받은 성연희는 기뻐하며 말했다.“명성, 방금 뭘 봤어?”영상으로 노명성은 성연희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뭘 봤냐고?”“날 수 있는 새 한 마리!”성연희는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둘이 대화를 나누게 하고는 혼자 방으로 돌아갔다.샤워하고 침대에 누운 그녀는 임구택이 문자를 보냈다는 걸 발견했다.【뭐해?】【방금 샤워를 마치고 자려던 중.】한참 후에야 임구택이 답장했다.【만나러 갈게.】소희가 곧 답장했다.【안 돼, 성연희가 우리 집에 있어서 한밤중에 나갈 수 없어.】임구택은 바로 영상 요청을 보냈고 소희는 거절했다.【연희가 집에 있다니깐.】영상 통화 요청을 중단한 그는 전화를 걸어왔다.“소희야!”“응.”소희는 전화기 너머로 조금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내가 찾아갈 테니 넌 나올 필요 없어. 내가 집 밖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게.”임구택이 속삭였다.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다음엔? 날이 밝으면 다시 강성으로 돌아갈 거야? 장난 치지 마!”“장난 아니야, 오늘 밤은 분명 잠을 못 잘 거야.”“어딘데?”“케이슬,장시원이랑 카드놀이 중이야.”“그럼 가서 카드놀이 해.”“재미없어!”그는 잠시 주춤하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소희야, 사랑한다고 말해줘.”소희는 잠시 침묵했다. 남자의 낮고 느린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문을 두드
성연희는 새침하게 입을 삐죽거리고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그리고 한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소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임구택씨가 이 동영상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가? 아마 엄청 샘이 나겠지~"소희도 이에 깔깔 거리며 웃었다."그럼 이왕이면 이 것도 노명성씨한테 보내줄가?""에잇~ 명성씨 그런걸로 질투 안해."성연희가 답했다. 소희는 그런 성연희를 곁눈으로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침대에 편히 주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거리고 있었다.이때 성연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내 결혹식에 너 꼭 와야돼, 알겠지? 와서 신부 들러리 해줘야 한다고!""신부 들러리? 근데 나 이미 결혼 했는걸.""얘를 좀봐, 너가 말만 하지 않으면 누구도 몰라! 그냥 와서 모른척 하면 되는거라고!"성연희는 전혀 문제가 될게 없다는듯 소희를 졸랐다."그리고 너랑 구택씨가 결혼할때도 나를 꼭 불러야돼! 나도 너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 할거야!"그녀와 임구택의 결혼식이라...소희는 잠시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였다. 이 순간 만큼은 임구택과의 결혼식이 멀게만 느껴졌다.성연희는 여전히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며 상상의 세계속에 흠뻑 빠져있었다. "구택씨도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면 완전 금상천화인데... 아쉽다, 그 신분으로는 불가능이야, 불가능!"성연희는 혼자말로 중얼거리였다. 옆에 있는 소희도 점점 피곤함이 몰려오는듯 했다.그러나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성연희가 말을 걸어와서 밤잠을 방해하는 거였다."근데 소희야, 그 서인 오빠는 어디있어? 같이 운성으로 돌아가서 새해를 맞이하려 했던거 아니였어?""음? 아... 오지 않겠대. 아마 이문씨랑 같이 있나봐.""뭐야 그럼? 이문씨도 그럼 집으로 않가고?""그러나봐.""그 것도 그리 나쁜건 아니네. 삼삼오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이나 마시며 놀면 그만인 거지."소희는 눈을 게슴츠레 떠서 성연희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쏠려오는 잠을 가까스로 밀어내고 있었다.바로 이때 탁상위에
소희도 사실 잠이 오지 않는건 매한가지 였다.그녀는 서서히 눈을 뜨더니 예전에 있던 일을 회억해 냈다."예전에 나 사실 특수한 임무 하나를 수행한 적이 있었어. 불곰이라는 사람 밑에서 잠복하는 임무였었지. 불곰은 아이스랜드 부근에 작은 섬 하나를 소유하고있었는데 글쎄 그곳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생물학 병기를 연구하는 거였어. 그렇게 3개월 잠복하고 있다 섬의 방어시스템을 장악하고 오빠랑같이 섬을 성공적으로 폭파했었어. 그렇게 모든 불곰이 진행했던 연구들은 물거품으로 되고 바다밑에 가라 앉는듯 싶었는데...""아쉽게도 당사자인 불곰은 도주한 상태였고 그뒤로 종적을 감춰버렸지 뭐야. 그래서 그냥 그러러니 했는데 어느날엔간 문뜩 나타나 오빠 밑의 사람들을 매수해서 복수를 계획했더라고.""그렇게 정작 나는 죽지 않았고 대신 백양 그들이 죽은거야."성연희는 귀담아 듣고 있었다."그래서 너랑 서인이 살아 남게 된거고?""그렇지."말하는 소희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 있었다."그뒤 나도 그렇고 서인도 그렇고 모두 조직에서 탈퇴했어.""그럼 아까 전화에서 서인씨가 한 말은 뭐야? 그래서 불곰은 여직 살아있고 새로운 복수를 꾀한다는 거야?"소희는 머리를 저었다."아니, 그런 거는 아니야. 사실 내가 되려 그를 쫓고 있는거지."그녀의 오빠를 배신한 자들은 모조리 죽은 상황에 정작 모든 일의 근원인 불곰은 살아있는게 소희는 너무 싫었다. 그래서도 친히 손으로 죽여버리리라 마음 먹었던 거다.백양의 복수를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생명 의의를 이렇게 정의했다.강성의 케이슬.임구택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소희와의 대화기록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이때 구은서가 한접시의 과일을 들고 나타났다."시원 오빠는 무슨 뉴질랜드로 간다네 스위스로 간다네 되게 바쁘게 보내고 있더라고.""그래? 바쁘군... 나도 나만의 계획이 있는데..."임구택의 말에 구은서는 잽사게 말꼬리를 잡았다."계획? 무슨 계획? 소희씨와의 계획인거에요?""응."임구택은 눈길한번 주지 않고
“네.”간미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먼저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간미연은 밖을 내다보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 형형색색의 등불이 비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적막해 보였다.그녀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간미연은 자신의 아버지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그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아 한동안 슬픔에 휩싸였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가족은 남 부러울 것 없이 화목했고 그녀도 자기 아버지가 엄마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아버지가 바깥에서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을 때, 그 부드럽고 자상함은 그녀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간미연은 차마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아 오랫동안 혼자 속으로 괴로워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녀는 그 불륜녀를 쫓아내고 가족의 평화를 다시 찾으려고 시도했다. 간미연은 몰래 두 사람을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증거를 남겼다.모든 증거를 수집해 그녀의 아버지와 당당히 맞섰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침착하게 그녀의 엄마는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었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 또한 밖에 숨겨둔 애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간미연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아버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같이 차를 타고 그녀의 어머니를 미행하자 그녀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다정하게 별장으로 들어갔다가 밤새 나오지 않는 것을 목격한 후, 간미연은 더 깊은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알고 보니 화목하고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는 건 모두 허상이고 거짓말이었다.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두 사람은 감정이 없는 정략결혼을 했고, 결혼하기 전에 모두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결혼은 하되, 각자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 봤다고 했다. 간미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아 서로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혼도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간미연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
사람들이 끌려가고, 바닥에는 피가 얼룩진 채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도로가 깨끗이 정리되자, 두 사람은 차를 길가로 옮겨 도로를 비워주었다. 서인은 차를 출발시켜,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갔다.임유진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몇 분 후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서인은 휴지를 꺼내 몸을 기울여 유진의 옆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놀랐어?”서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이제야 깨달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어. 멀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에도 이렇게 살아왔어요?”서인의 손등 위로 유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그러자 서인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래.”유진은 서인을 깊이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사장님이 싸울 수 있는 걸 존경하지 않을래요. 대신, 네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길 바랄 거예요.”오늘 유진은 분명 충격을 받았다. 저 칼은 진짜였고, 사람을 향해 휘두르면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저 무거운 곤봉이 내려치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서인은 강했다. 하지만 결국 서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다친다면...서인은 유진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맞닿았다.“어떤 일들은 피할 수 없어.”유진은 즉시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내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사장님이 싸우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무섭다고?”유진의 눈빛이 깊어졌다.“사장님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서인은 갑자기 손을 내리며 비웃듯 말했다.“구제 불능이군.”유진은 즉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사장님은 내 치료약이예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액셀을 밟아 차를 빠르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맞은편 무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음침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 흥성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네가 죽으면 네 여자친구는 더 비참한 꼴을 당할 거고. 선택해 봐!”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거들었다.“고작 안토니 가족 일에 네 목숨을 걸겠다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이 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한쪽 팔에 기린 문신이 새겨진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고 까불긴.”남자의 조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서인은 검은 옷을 입은 채,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서인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안토니 가족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새끼가 죽고 싶나 보네!”기린 문신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 몽둥이를 휘둘러 서인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그러나 서인은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앞으로 돌진한 그는 강하게 발차기를 날려 그 사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퍽! 문신남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이 튀어나오자, 주변의 남자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산속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싸늘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초 후,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과 몽둥이를 든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맹렬한 기세로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사장님!”유진은 잔뜩 긴장했지만, 차마 서인을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서인은 냉정하게 움직였다. 달려오는 자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린 후, 그가 떨어뜨린 칼을 순식간에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적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윽!”피가 솟구쳤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뒤쪽에서 또 다른 남자
윤석경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정말 안 되면 그냥 철거해도 괜찮아. 어차피 아들이 매달 돈을 보내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서인은 잠시 윤석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유진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댔다.“그 안주설, 정말 능청스럽게 변명하더라고요. 증거가 다 나왔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누가 들어도 우리가 철거를 막는 게 못마땅했던 게 분명한데, 뒤에서 조종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거짓말을 했잖아. 그러니 사람들이 네 말을 전적으로 믿겠어?”“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유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자, 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월세로 산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랑 결혼해도 계속 월세로 살 거라고?”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월세 살아도 괜찮아요.”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너 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철없네.”유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서인은 무심하게 말했다.“넌 돈이 없는 생활을 해 본 적 있어? 돈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유진은 서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여러 채 있어요. 결혼하든 안 하든 그건 변하지 않고요. 사장님이 월세 살고 싶다면 나도 그렇게 할게요.”“사장님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내 집에서 살면 돼요.”서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그래서, 월세 살 거예요? 아니면 내 집에서 살 거예요?”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반문했다.“누가 너랑 결혼한대?”유진은 장난스럽게 피식 웃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껏 우쭐해했다.그때, 도로 한가운데 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