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의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그윽하게 물었다.“너 묵언이랑 연애 해?”간미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근데 왜 맨날 만나?”장명원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져 있다.그런 그를 간미연은 가볍게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거절했어. 우리가 따로 만난건 어플을 만들려고 상의할게 있어서 만난거야. 그리고 밤에 만난건 그 사람 낮에 출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래.”나는 그를 거절했다. 그 후 나간 것은 우리가 함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낮에는 출근해야 하고 밤에만 시간이 있다."“그래도 안 돼, 난 네가 그 사람이랑 둘이 만나는 게 싫어!”“왜 싫어?”장명원의 숨결은 소녀의 귓불을 스치고 짙은 술기운을 띠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왜냐하면......넌 내꺼잖아!”그의 말에 간미연이 몸이 약간 굳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명원! 내일 술이 깨고 나면 넌 분명 네가 한말을 후회할거야!”장명원은 팔을 벽에 받치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간미연의 눈을 쳐다보며 서서히 눈빛이 몽롱해졌다.“미연아.”“응.”간미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키스하고 싶어.”장명원은 그녀의 입술을 응시하면서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해도 돼?”간미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장명원은 그녀의 턱을 잡고 뒤로 약간 젖히며 천천히 다가갔다.간미연은 그가 닿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지 마!”“응, 안 물어!”장명원은 얼버무리며 그녀의 입가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키스했다.마치 어린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얻은 것처럼 장명원은 눈을 감고 달콤한 키스에 빠졌다. 한손으로는 벽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간미연의 허리를 껴안았는데 점점 거칠어지는 숨과 불타오르는 몸은 그의 공허함을 메울 수 없었다.숨막히게 열정적인 남자의 키스에 간미연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 고개를돌렸지만 곧 그에게 잡혀 다시 깊은 키스를 하게 된다.온 몸이
임유민은 하루 동안 기말고사를 보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그는 완전히 해방되었다.소희는 더 이상 주말에도 임유민에게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성적이 내려오던 그날 우정숙은 소희한테 전화가 왔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동시에명절에 선물이라도 보내주려고 물었었다.전화를 끊은 후 소희는 우정숙으로부터 장려금을 받았다.소희는 액수를 보고 경악했고 너무 많이 줬다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우정숙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선물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요......부담 가지지 말고갖고 싶은거 가서 사세요.”소희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우정숙은 그냥 받으라고 당부했다. 하여 소희는 그저 감사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우정숙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소희는 또 집사로부터 온 돈을 받게 되었는데 오정숙의3배나 되는 액수였다.소희는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번정도 울리더니 전화가 연결되었다. 곧 임구택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소희야.” “너무 많이 줘라고 시킨거 아니에요? 방금 사모님한테서도 받았어요. 이건 돌려줄게요!”임구택은 가볍게 웃었다.“형수꺼는 받으면서 내 꺼는 안 받는다 이거에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억지 부리지 마세요!”평소에도 그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주고 있다. 의식주는 기본으로 그가 책임지고 있는데 때론 구은서의 말대로 정말로 비단꽃이 된 기분이 든다.“받아요! 억지를 부리든 아니든 그건 제 마음이에요.”남자의 웃음 섞인 말투에는 횡포가 배어 있다.소희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아니요, 이제 막 회의 끝냈고 입맛도 없어요.”임구택은 갑자기 멈칫거리더니 웃으며 이어 말했다.“이쪽으로 와요. 같이 밥 먹어요.”그는 소희가 오늘 쉬는 것을 안다.그러자 소희는 시원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살게요.”원래는 해준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마 그는 그녀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임구택은 전화에서 낮은 소리로 웃
김슬아는 좌우를 둘러보았다.“조용히 해! 소비서 듣겠어!”“밥먹으러 나가던데!”칼리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냥 비서인데 연애까지 간섭하는 건 좀 아니잖아!”김슬아는 그녀보고 앉으라고 했다.“대표님이 나보고 음식 주문하라고 했는데 특별히 디저트도 시키셨어! 소희씨한테 주려고 그런거겠지?”“당연하지!”칼리는 남들 연애에 매우 흥분했다.“들어가보고 싶어!”“나도!”두 사람은 도란도란 속삭이며 당장이라도 벽을 뚫고 들어가서 볼 기세였다.사무실 안에서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그녀를 다리에 안히고 이마에 뽀뽀를 했다.“추워요?”“아니요. 운전하고 왔어요.”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임구택은 그녀를 안고 일어섰다.“먼저 밥부터 먹어요.”“배 안 고파요. 먼저 일부터 보세요.”소희는 그의 목덜미를 안았다.“소희씨가 내 눈앞에 있는데 일이 눈에 들어가겠어요?”임구택은 웃으며 그녀를 안고 소파로 갔다.“나보고 비서해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 누구였더라?”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비서로 남으면 일 하나도 안 할겁니까?”“소희씨가 비서로 도와준다면 난 24시간동안 출근할 수 있어요.”임구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의 몸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탁자에 있는 음식을 보면서 화제를 돌렸다.“뭐가 맛있어요?”......밥을 다 먹고 칼리가 들어와서 도시락을 치우고 겸사겸사 소희에게 밀크티 한 잔을 가져다 주면서 친절하게 웃었다.“필요한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네, 고마워!”소희는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웃었다.“별 말씀이세요.”칼리는 웃으며 나갔다.화장실에서 나온 임구택은 소희에게 가볍게 뽀뽀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피곤하면 저기 가서 쉬고 있어요. 일 다 보고 나면 집으로 데려다 줄게요.”“아니에요. 가서 일 보세요. 저도 디자인 초고 좀 그리려고요.”소희는 말하면서 가방을 두드렸다.“그래요!”임구택은 그녀와 한참 동
임구택의 다리에 걸터앉은 소희는 문이 열리는 순간 눈을 번쩍 뜨고 손목으로 책상의 가장자리를 누르며 힘을 주어 신속하게 의자를 반 바퀴를 돌렸다.소설아가 들어왔을 때 마침 의자가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거대한 남목책상이 소희의 다리를 막았다. 소설아는 임구택의 뒷모습만 보았는데 목적에 달성하지 못하자 그녀는 방안을 훑어보며 소희의 그림자를 찾으려 했다.그러나 소희의 가방과 스케치만 덩그러니 남은 채 소희는 없었다.‘없네?’‘어디 갔지?’소희는 임구택의 허리를 안고 그의 가슴에 엎드려 있다. 임구택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띠었고 소희는 그를 노려보았다.임구택이 입을 열었다.“무슨 일인가요?”소설아는 어리둥절했다. 남자는 그녀를 등지고 아주 나지막한 섹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만으로도 그녀를 매료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대......대표님, 소희씨는요?”“소희씨는 왜 찾습니까?”임구택은 목소리가 점점 차가워지면서 품안에 있는 소희를 바라보며 그녀의 허리를 꼬집았다.그는 그녀의 몸을 그녀보다도 잘 알고 있다. 하여 일부러 놀리는데 소희는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소설아가 대답했다.“영화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다른 일도 있나요?”임구택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소설아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멋쩍게 말했다.“없습니다.”“그럼, 그만 나가요!”임구택의 목소리는 더없이 냉담했다.“들어오기전에 노크는 기본이 아닌가요? 이런 저급한 실수를 범하다니!”임구택과 근 1년동안 함께 일하면서 소설아는 평소에도 그에게 신임을 받아 왔었다.근데 오늘 갑자기 꾸지람을 듣게 되니 그녀는 얼굴색이 붉어지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할게요.”말을 마치고는 나가려고 했는데 탁자 위의 물건을 보면서 뭔가 찝찝했다.문이 닫히자마자 임구택은 두손으로 소희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녀의 눈동자를 보면서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는데 곧 터지기 일보 직전 이었다. 하여 그는
장시원은 조백림을 바라보자 조백림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즉시 말했다.“그럼, 우리도 한정 호텔에 갈까? 킹크랩 맜있다던데...... .”장시원은 웃으며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어때? 생선이 별로면 킹크랩은 어때?”임구택은 표정이 평소와 같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장시원은 갑자기 웃음이 터지면서 조백림한테 말했다.“어서 제일 크고 신선한 킹크랩 준비하라고 전화해.”조백림도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알았어!”그들은 카드놀이를 한 참을 더 했는데 장명원이 와서 조백림 대신 놀았다. 그리고 한정 호텔에 간다는 말을 드고 그는 베란다에 가서 구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모처럼 임구택이 소희 없이 모임에 참석한 날인데 그는 오늘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늦게 와서 전의 대화를 듣지 못해 소희도 한정 호텔에 있다는것을 몰랐다.날이 어두워졌고 그들은 한정 호텔로 출발했다.한정 호텔 문 밖에서 마침 차에서 내린 구은서를 만나자 장시원은 그녀도 회식에 참석하러 온 줄 알고 웃으며 물었다.“왜 혼자 왔어?”구은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은 임구택만 향하고 있었다.“시원이가 나보고 오라고 그랬는데. 왜? 나 그냥 가?”장시원은 다소 의외였지만 웃으며 말했다.“아니아니, 네가 바쁠까 봐 그러지!”구은서는 조백림과도 인사를 나누고 나중에야 임구택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걸었다.“잘 지냈어?”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럭저럭!”구은서는 온화하고 옅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장시원의 옆에 서서 함께 한정 호텔로 들어갔다.조백림은 일찍 룸을 예약했는데 마침 소희네 제작팀 옆자리다. 다들 자리에 착석하자 종업원이 들어왔다.옆방의 소희들도 도착했는데 주 감독은 오늘 꽤 통이 컸다.“킹크랩, 오스트랄리아 바우, 토마호크 스테이크......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키세요.”이현과 소희는 함께 앉아 감격에 겨워 말했다.“드디어 한정 호텔에 밥 먹으러 오다니! 여기 킹크랩이 강성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했어요!
임구택은 성기고 옅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너무 오래되서 기억안나.”“난 기억하고 있어. 우리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네가 우리 집 사위가 된다면 내가 졸업하는대로 혼수 준비 해주신대.”구은서가 장난치듯 말했다.임구택은 침묵을 유지했다.구은서는 임구택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색한듯 화제를 돌렸다.“맞다, 우리 이모네 사촌 오빠도 특전사야, 국제적 임무를 수행한다고 들었어. 몇년동안이나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이번 설에는 돌아온다고 들었는데 그때가 되면 자리 한번 잡아볼게, 두 사람 서로 아는 사이일수도 있어.”임구택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래.”“구택아.”구은서가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임구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앞으로 걸어갔다.구은서 입밖까지 튀여나오려던 말을 삼키고는 앞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뒤모습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임구택은 맞은켠에 있는 베란다로 걸어갔다. 소희가 옆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너가지 못하는 이 상황이 갑갑했다.“보고싶으면 건너가봐. 어짜피 네가 이 영화 투자자잖아, 핑계거리가 널리고 널리지 않았어?”장시원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임구택은 난간에 걸쳐서서 장시원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동료들이랑 같이 있을거야. 내가 가면 불편해할거야.”임구택은 늘 함께 있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자신만의 공간도 필요할것이라 생각했다.그녀옆에서 지켜보는것만해도 만족스러웠다.장시원이 웃으며 말했다.“좋으면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하는거야,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임구택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모를거야.”장시원이 피씩 웃으며 말했다.“나야 모르지, 네가 이렇게 푹 빠져있는 모습 누가 봤으면 소희가 너한테 약이라도 탄줄 알겠어.”임구택은 난간을 붙잡고 있던 두손을 맞잡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너뿐만 아니라 나도 의심했었어.”장시원은 못볼꼴을 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건넸다.“한 대 피워, 소희가 여긴 있긴 하지만 너 담배 태우는건 보지 못할거야, 얼마나 자극적이야?”임구택은 장시원의
임구택은 잠깐 사색에 잠기더니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난 상관 없어, 우리 둘 지금도 신혼부부랑 다를것이 없으니까. 난 소희가 기뻐하면 그걸로 충분해.”임구택은 둘 사이를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결혼식이라면 소희가 기뻐하면 그만이었다. 여자들은 결혼으로 자신에게 안전감을 준다는것을 임구택은 알고 있었다.장시원이 물었다.“소희가 너한테 결혼하자고 매달릴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말이야.”임구택이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했다.“나한테 두번 얘기했었어.”장시원은 주춤거리더니 하려던 말을 삼켰다.임구택이 손에 든 담배를 태우고 나서야 둘은 방으로 돌아갔다.이때 주 감독님의 매니저가 옆방에서 건너와 임구택한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주 감독님은 안색이 변하더니 영화를 책임진 다른 감독들과 부 감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제작진 쪽에서 초청한 사람이 워낙 많은지라 테이블 3개에 나눠 앉았다. 주 감독님이 소희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지나갈때 소희를 향해 손짓했다.“소희씨, 좀 나와볼래요?”이현은 소희를 툭 치며 말했다.“얼른 가봐, 주 감독님이 너한테 연말 보너스 챙겨주나봐.”이현은 어떤 환경에서 자란 아이인지 머리속에는 온통 돈이었다.소희는 주 감독님을 따라 나섰다. 밖으로 나온 주 감독님이 말씀하셨다.“임 대표님이 옆방에 계세요, 우리 건너가서 인사라도 올립시다.”주 감독님은 임구택과 소희의 관계에 대해 들은것이 없지만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얼마전 소희가 서이현을 출연금지 시키는 바람에 임구택이 촬영장에 빈번하게 드나들군 했다. 게다가 소희는 워낙 예뻤기에 주 감독님은 임구택이 소희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다.하여 특별히 소희를 부른것이다.소희는 의외였다.임구택이 여기 있다고?왜 말하지 않았지?그 시각 임구택이 있는 방은 시끌벅적했다.방에 있는 사람들이 진실게임을 놀기 시작했다. 장명원이 돌린 젓가락이 마침 임구택 쪽을 가리겼다.임구택은 모험을 선택했다.“말해봐, 내가 뭘 하면 되는데?”장명원이 말했다.
말을 하던 주 감독님이 멈칫했다. 주 감독님은 구은서도 그 자리에 있을줄 몰랐기 때문이다.때마침 구은서가 임구택 옆에 앉아있었고 임구택이 물고있는 담배에 불을 부쳐부고 있었다. 그들이 보았을때 둘은 아주 가까운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주 감독님은 무의식적으로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임구택은 사람들속에서 소희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임구택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것 같았다. 임구택은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다른 손에 쥐었다.구은서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주 감독님, 왕 피디님, 여기에서 식사하셨나 봐요?”주 감독님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은서 씨와 임 대표님이 여기서 식사하신다고 들어 이렇게 인사하러 건너왔어요.”주 감독님은 임구택 술잔에 술을 부으며 말했다.“임 대표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한 잔 올릴게요.”임구택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아요.”주 감독님은 장시원과 조백림 한테도 한잔 부었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서로 술을 부으며 인사치레를 할 동안 임구택은 소희만 바라보았다. 조그만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임구택은 갑자기 짜증이 났다. 소희가 건너오기 전까지 아무일도 없었는데 하필 소희한테 그런 광경을 보였다. 마치 소희 몰래 흡연하는것마냥 느낌이 이상했다. 게다가 거기에 구은서도 동참했다.주 감독님은 옆에 서있는 소희를 보며 말했다.“소희 씨, 임 대표님이 소희 씨 많이 도와드렸잖아요, 소희 씨도 임 대표님께 한 잔 권하시는게 어때요?”소희는 머리를 끄덕이며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 눈치 빠른 조백림이 술잔을 건넸다.소희는 술병을 들어 자신의 잔을 채우며 말했다.“임 대표님, 제가 한 잔 권할게요.”임구택은 소희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으려 했지만 질투나 기분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소희가 술을 마시려던 찰나 임구택의 소희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술잔을 가로채더니 웃으며 말했다.“도수가 꽤 높은 술이야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
사람들이 끌려가고, 바닥에는 피가 얼룩진 채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도로가 깨끗이 정리되자, 두 사람은 차를 길가로 옮겨 도로를 비워주었다. 서인은 차를 출발시켜,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갔다.임유진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몇 분 후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서인은 휴지를 꺼내 몸을 기울여 유진의 옆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놀랐어?”서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이제야 깨달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어. 멀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에도 이렇게 살아왔어요?”서인의 손등 위로 유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그러자 서인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래.”유진은 서인을 깊이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사장님이 싸울 수 있는 걸 존경하지 않을래요. 대신, 네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길 바랄 거예요.”오늘 유진은 분명 충격을 받았다. 저 칼은 진짜였고, 사람을 향해 휘두르면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저 무거운 곤봉이 내려치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서인은 강했다. 하지만 결국 서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다친다면...서인은 유진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맞닿았다.“어떤 일들은 피할 수 없어.”유진은 즉시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내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사장님이 싸우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무섭다고?”유진의 눈빛이 깊어졌다.“사장님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서인은 갑자기 손을 내리며 비웃듯 말했다.“구제 불능이군.”유진은 즉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사장님은 내 치료약이예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액셀을 밟아 차를 빠르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맞은편 무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음침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 흥성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네가 죽으면 네 여자친구는 더 비참한 꼴을 당할 거고. 선택해 봐!”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거들었다.“고작 안토니 가족 일에 네 목숨을 걸겠다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이 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한쪽 팔에 기린 문신이 새겨진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고 까불긴.”남자의 조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서인은 검은 옷을 입은 채,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서인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안토니 가족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새끼가 죽고 싶나 보네!”기린 문신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 몽둥이를 휘둘러 서인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그러나 서인은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앞으로 돌진한 그는 강하게 발차기를 날려 그 사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퍽! 문신남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이 튀어나오자, 주변의 남자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산속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싸늘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초 후,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과 몽둥이를 든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맹렬한 기세로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사장님!”유진은 잔뜩 긴장했지만, 차마 서인을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서인은 냉정하게 움직였다. 달려오는 자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린 후, 그가 떨어뜨린 칼을 순식간에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적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윽!”피가 솟구쳤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뒤쪽에서 또 다른 남자
윤석경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정말 안 되면 그냥 철거해도 괜찮아. 어차피 아들이 매달 돈을 보내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서인은 잠시 윤석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유진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댔다.“그 안주설, 정말 능청스럽게 변명하더라고요. 증거가 다 나왔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누가 들어도 우리가 철거를 막는 게 못마땅했던 게 분명한데, 뒤에서 조종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거짓말을 했잖아. 그러니 사람들이 네 말을 전적으로 믿겠어?”“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유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자, 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월세로 산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랑 결혼해도 계속 월세로 살 거라고?”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월세 살아도 괜찮아요.”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너 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철없네.”유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서인은 무심하게 말했다.“넌 돈이 없는 생활을 해 본 적 있어? 돈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유진은 서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여러 채 있어요. 결혼하든 안 하든 그건 변하지 않고요. 사장님이 월세 살고 싶다면 나도 그렇게 할게요.”“사장님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내 집에서 살면 돼요.”서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그래서, 월세 살 거예요? 아니면 내 집에서 살 거예요?”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반문했다.“누가 너랑 결혼한대?”유진은 장난스럽게 피식 웃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껏 우쭐해했다.그때, 도로 한가운데 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