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원은 이미 가고 없었다. 청아 한 사람만이 우두커니 제 자리에 서 있었다.청아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맑은 두 눈동자에는 쓸쓸함이 어렸다. 순간, 그녀는 뭔가를 깨달았다. 사실은 그녀가 장시원한테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장시원의 태도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상품어정에서의 그날, 두 사람은 이미 완전히 끝난 사이였다. 하지만 청아는 계속 장시원을 잊지 못하고 고민으로 뒤척이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에게서 허연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었다. 장시원과 만나다가 헤어진 여자들의 그림자 말이다. 장시원은 이미 옛 정은 잊고 새 애인을 만나 새출발을 하려는데 청아는 여전히 지난날을 되돌리는데에 급급했다.청아는 항상 자신이 다른 여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장시원의 눈에는 그저 우스갯소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청아는 오랫동안 혼자 서서 차츰 모든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슴은 갈기갈기 미어지는 것 같았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빠르게 화장실로 걸어가 세면대 앞에 서서 헛구역질을 했다. 그런 그녀의 입 안은 온통 시고 쓴 맛으로 가득 차 있었고, 뱃속은 여전히 울렁거리며 괴로웠다. 어찌나 고통스러웠는지 마치 심장을 토해낼 것만 같았다.주르륵.눈물이 두 볼을 타고 미끄러졌다. 그녀는 억지로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으려고 애썼다.한편, 룸에서는 오진수를 포함한 몇 명의 사람들은 장시원과 백야에게 러브샷을 권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이런 장난에 익숙한 장시원은 술잔에 술을 따라 백야에게 건넸다. 그의 눈빛은 부드럽고 다정했다.“한 잔만 마시면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난리를 피울 거예요.”백야는 수줍은 얼굴로 한 손으로 장시원의 목덜미를 감싸고 가볍게 술을 마셨다.장시원은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있는 청아를 보고 장시원은 통쾌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통쾌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시적
청아는 급히 말하였다."나는 도망가는것이 아니야. 전에 우리 교수가 나를 위해 시카고대학에 교환생으로 지원해줬어, 당시 나는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좀 더 생각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난 생각이 확실해졌어.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이는 어떻게 할거야?""아이 일도 난 잘 생각해 봤어. 나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와 함께 M나라에 가서 공부할 생각이야. 그곳에서 그가 태어나서 아빠가 없어도 아무도 그를 비난하고 차별하지 않을 거 같아." 청아의 눈빛은 맑아졌고 미소 지을 때 보조개를 드러냈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돌렸다, 여태껏 없었던 홀가분한 느낌이였다. "그래, 나는 결정했어!"소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혼자서 임신과 출산에, 이국 타향 이라 가족도 없고, 심지어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수도 있는데, 다 생각해 봤어?""돌아오는 길에 전부 생각해 봤어,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청아의 말투는 확고했다.그는 소희의 손을 잡았다."소희야, 앞으로 내가 무엇을 겪었든, 가령 내가 매우 낭패하게 살더라도 시원씨 한데 내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이것이 청아의 마지막 존엄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럼 나는 이제 걱정할 것이 없어."청아는 느긋하게 웃었다."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와 내가 모두 잘 살수 있도록 노력할거야.""그럴리라 믿어!" 소희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 순간 소희는 마치 이전의 청아를 본 것 같았다. 강인하고 용감하며 낙관적인 그녀.이번에 한 번 겪고나서 청아는 모든것을 극복하고 더 좋게 변할 것이라고 그녀는 믿는다!밤중욕실 안의 불은 켜지지 않았고, 달빛이 반쯤 덮인 커튼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와 몽롱한 물기를 부드러운 빛으로 물들였다.구택은 소희의 손을 가볍게 벽에 누르며, 열 손가락은 맞잡고 몸을 숙여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소희는 눈을 반쯤 떴다가 갑자기 입
시원의 새로운 감정은 오래가지 못하였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빨리 끝나버렸다.원인은 시원이 자기 회사 산하의 호텔에서 백야과 그의 어린 남자친구가 바람 피는 것을 잡았기 때문이다.시원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갔을 때 방안의 상황은 사람들을 놀랍게 했다. 백야가 이전에 수줍어하던 천금의 모습은 전혀 없었고.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은 그의 단순한 외모와 차이가 아주 컸다.시원은 침대 위의 남녀를 보면서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눈에도 습관적인 듯이 무관심 이였다. 마치 여자의 행동이 이미 그의 예상에 있었던 것 같았다.그의 조수는 사진을 찍고, 시원은 사진을 받아 만족스럽게 보더니 바닥에 던졌다, 목소리는 평범할 정도로 냉담했다."이것을 너의 부모에게 가져다 주고, 다음 달의 약혼식은 네가 먼저 취소하라."침대 위의 두 사람은 이미 놀라서 멍해졌다. 남자는 시원을 알고 있는 듯 매우 빠른 속도로 침대 아래로 피했다. 시트 밑에 얼굴을 숨기고 반쪽 몸만 드러내고 벌벌 떠는 모습은 낭패하고 익살스러웠다!백야도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가렸고 얼굴은 당황했다. 그는 달려들어 시원을 만류하려 했다."장 도련님, 나는 파혼하지 않을레요. 단지 과거와 작별했을 뿐이예요. 이번이 정말마지막이고 지금부터 그와 관계가 없을것을 약속합니다!"시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랭소 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백야은 미련스럽게 남자를 보면서 달갑지 않았다."너도 이전에 많은 여자를 놀아본 적이 있는데, 왜 너는 그럴수 있고, 나는 안돼지?"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은 냉담하고 무자비했다."나는 여자를 공명정대하게 놀았고 너처럼 이렇게 힘든 척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모든 여자 친구에게 매우 '충성' 하다!"적어도 그는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충성했다!백야는 시원이라는 이 우수한 주식을 포기하는것이 아까웠다. 그는 그의 다리를 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다시는 이렇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장담할게. 나는 시원씨 너를 사랑해, 정말
소희는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는 오늘 정말 네 덕을 보았구나!"두 사람이 앉자 청아는 소희에게 와인을 한 잔 따라주었고, 자기도 한 잔을 따르더니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나는 조금만 마실게. 문제 없을 거야. ""고맙다고 할 거면 하지 마." 소희는 말을 끊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는 서로 인거야. 내가 도와주고 너도 나를 많이 챙겨주니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마."청아의 눈에는 눈물을 머금고 입가에는 웃었다."그래, 그럼 하지 말자, 모두 말은 술에 들었으니."그녀는 고개를 들고 술을 마셨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좀 적게 마셔.""안심해!" 청아는 술잔을 내려놓고 소희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네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매운 게조림 이다, 요 며칠간 많이 먹고 싶었지, 많이 먹어.”소희는 물었다."그쪽에 가면 살 데나 있어?""응!"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내 동창은 나에게 저쪽에 있는 선배를 소개해줘 이미 그녀와 련락했다. 그는 사람이 아주 좋아. 주동적으로 나를 도와 살 곳을 마련해주었어.”"일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해라. 절대 혼자서 억지로 버티지 말고. 너의 뱃속에 아직 작은 생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알았어!" 청아는 실눈을 뜨고 웃었다."나는 자신을 돌보지 않아도 그를 잘 보호할 것이야."두 사람은 웃고 떠들었지만 누구도 시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래의 나날에 대해 청아는 두려워하지 않고 이미 준비가 되여 있었다. 모든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됐다.개선오늘 대절 칸에는 시원과 구택 두 사람만 있었다. 상우에는 술 몇병이 놓여있었다. 시원은 술 두잔을 따르고 구택 앞에 한잔을 밀면서 농담했다."갑자기 너를 불러냈는데, 너희 집 자기야는 의견이 없겠지?”"마침 그녀도 일이 있었어." 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시원은 그를 한 번 노려보았다."그 말은 만약 소희에게 일이 없다면 너는 나와 줄수 없다는 거야?"구택은 소파에 기대어 등을 돌리고 준수한 얼굴에는 나른하고 당연
시원은 담배 피우는 동작을 멈추며 표정은 평범하게 물었다."어디로 가는지?""M국에 간다.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야." 구택이 말했다.시원은 가슴이 켕기였다. 빨아들인 연기는 목구멍에 막히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솔직히 청아에 대해 좀 감정이 있지 않았니?" 구택이 물었다.시원은 담배연기를 한 모금 뱉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마 조금은 있었을 거야.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순정한 소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남자가 그녀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마음은 불편했어.“너와 소희가 그렇게 풀처럼 붙어 다니는것을 보니 나도 정말 부럽구나. 내가 만약 여기서 끝을 내 이후로 잘못을 승인하고 바른 길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그녀가 나를 다르게 볼것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심지어 자신에게 목표를 정했지, 3개월 안에 여자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녀를 추구할 것이라고.”“참 안타깝구나."시원의 입가는 냉소를 띠었다."역시 나 혼자의 짝사랑 이였어,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한것 같아!""그 일 말이야," 구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중에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 ""나는 그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아." 시원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번쩍이며 본능적으로 거절했다.구택은 잠시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인연을 안배할 거야. 그러나 좌절을 견뎌낼수 없다면 하번 놓치고 나면 더 이상 없을 거야!"시원은 잔에 든 술을 한 번에 다 마시고 자조하며 냉소했다."나 같은 사람은 이런 정다운 게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감정을 바칠 필요가 없이 신장만 필요한 그런것이 나에게 더 적합하다."구택도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청아는 내일 오전 10시 비행기야, 잘 생각해 봐라.""더 말할 것도 없고, 술이나 마셔!" 시원은 서로에게 술을 따르고 얼굴색은 옅어졌다.......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 시원은 술을 많이 마셨지만 머리는 줄곧 맑았다. 심지어 구택이 소희에게 전화를 걸
"받아둬라!" 구택은입을 열었다."시원도 이 아이에게 책임이 있으니. 이것은 내가 그를 대신해 보상한 셈이다.”시원에 대해 언급하자 청아의 얼굴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소희는 카드를 그녀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거절할 필요 없어. 너는 그곳에 간 후에 돈이 드는 곳이 많을 거야. 나는 둘째 삼촌과 약속했어. 아기가 태어난 후에 우리는 아기의 의모 의부가 되고 싶어. 그래서 이것도 우리가 주어야 할 것이야."청아는 울억이며 팔을 뻗어 소희를 껴안고 목이 메어 말했다."소희야, 너와 둘째 삼촌은 잘 지내야 한다. 너희들이 결혼하면 나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우리 자주 연락하자."소희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가서 잘 지내, 시간이 있으면 나와 둘째 삼촌이 너를 보러 갈 거야.""그래, 나도 자신을 잘 돌볼게, 너도 잘 지내라!" 청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지막에 헤어질 때 다시 울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한걸음 물러서서 아쉽게 소희를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가라!"청아는 목이 메여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끊임없이 소희와 손을 흔들었고 마지막에 또 그가 20년간 생활해온 이 도시,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 마음속에 숨어있던 그 사람과 묵묵히 작별했다.청아가 안전검사구에 들어서서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소희는 몸을 돌렸다.구택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우리 집으로 돌아가자!""응!" 소희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구택과 함께 떠났다.*시원은 3분 늦었다. 그가 도착했을 때 착지창을 통해 비행기가 천천히 하늘로 날아가는 것만 보였다.그는 그곳에 멍하니 서서 비행기가 멀리 날아가는 것을 계속 바라보며 마음이 텅 비었다.그는 대합실 로비에 이렇게 멍하니 앉아 청아와 처음 만났을 때, 후에 함께 지낸 모든 세부 사항을 회상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그녀에 대해 좋아하는 것이 조금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그녀가 웃는 모습을 좋아했고, 그의
청아가 떠난후 소희의 생활은 더욱 간단해졌다. 매일 제작진이나 작업실에 갔다가 후에 어정으로 돌아가는 반복되는 나날을 보냈다.생활은 단조롭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적어도 그녀 자신은 즐거워하고 있었다.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곧 양력설이 다가오는데 제작진에도 명절을 보내는 분위기였다. 례를 들면 매일 도시락에 사람들마다 닭다리 하나를 더 추가해 주었다.소희와 이현 정남 두 사람도 갈수록 친해졌다. 이현이 촬영을 하지 않을 때 대부분 그들과 함께 있었다. 점심에 도시락을 먹고 싶지 않으면 세 사람은 서인의 샤브샤브집에 가서 함께 샤브샤브를 먹었다.양 감독은 그들이 몰래 나가는 것을 발경하고 자주 따라와 얻어먹군 했다. 제작진에서의 네 사람의 관계는 모두가 알고 있는것 처럼 조화로웠다.이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점점 영화 배역에 빠져 들어갔고, 연기도 점점 좋아졌다. 가끔 주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그녀는 기뻐서 하루 종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주 감독의 영화 때문에 이현도 약간 핫해졌고, 게다가 경제 회사의 마케팅으로 이미 브랜드가 그녀를 자기네 대변인으로 되기를 원했다.그의 매니저는 그녀에게 화장품 대변인을 하나 골라 주었다. 비록 작은 브랜드이지만 평판이 좋아 이현을 위해 국민의 호감을 살 수 있었다.이현은 매니저의 전화를 받고 대변할 일이 기본적으로 확정되였다고 하며 기뻐서 즉시 소희를 찾아와 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이것은 그녀의 첫 번째 대변이며, 그녀가 이미 명성이 있고, 열기가 있으며, 사업이 새로운 출발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대표했다.흥분된 마음을 풀 곳이 없어서 그녀는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뛰였다.정남는 이 기회를 틈타 그녀에게 화전 디저트를 한 끼 청하게 했다.세 사람은 거의 20만을 썼고, 이현은 가슴이 아팠다.이현의 부모는 모두 대학교수로서 가정형편이 부유하다고 할수 없어도 살만하는 정도 라고 할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의 이 인색한 성격을 길러냈는지 몰랐다. 몸에 있는 옷은 종래로 4만원을 초과한적이 없다.
"천위 호텔에서, 그때 내가 너에게 방 번호를 알려줄게.""응!" 소희는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말했다. "밤에 보자!""예쁘게 입고 와!"유민이는 어른스러운 말투로 당부했다."알았어!"소희는 손을 흔들며 문을 열고 갔다.어정에 돌아오자 소희는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민이랑 저녁에 밥을 먹기로 약속했으니 자기는 일에 바삐 집중해 오후에 급하게 오지 않아도 돼요.”구택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그가 내 친조카인 것을 봐서 그에게 양보해야지요"소희는 눈썹을 골랐다."내가 일항을 대신해서 둘째 삼촌에게 고맙다고 할게요!"구택은 웃었다. 목소리는 낮고 자성이 있었다."밥은 어디서 먹는지? 명좌에게 데려다 주라고 할게요. 먹고 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요.""그래요!"소희가 대답하다.두 사람은 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엇다.그뒤 소희는 음식을 조금 먹고 서재에 가서 설계도를 그렸다.오후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소희는 기지개를 켜고 시간을 보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그녀는 머리를 빗고 카멜색 스웨터 치마를 입었다. 겉은 하얀색에 무릎까지 오는 외투였다. 유민이가 좀 예쁘게 나오라는 생각을 하고 그녀는 이례적으로 또 옅은 화장도 했다.준비가 다 된 후에 명좌의 차도 도착했다.임유민이 모이는 곳은 천위 호텔 이였는데 명좌는 천위 호텔가에 전문적으로 연회용으로 사용하는 산해원 정원에 차를 세웠다.소희는 차에서 내려 명좌에게 감사를 드린 후 걸어서 안으로 들어갔다.로비에 들어갔는데 등록하는 인원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희는 비웃었다. 임유민이 참가한 이것이 어떤 회식활동인지, 꽤 제대로 되여 있었다.접대원은 즉시 와서 열정적으로 물었다."동창입니까?"소희는 생각해보니 동창 가족이고 동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따라오세요!" 접대원은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갔다가 연회장 중 하나인 옥란청으로 향했다.복도의 두껍고 촘촘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