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야!”허홍연은 처량하고 슬프게 울기만 했다.청아는 몸을 돌아 밖으로 나가 문밖에 이르렀을 때 우강남이 걸어 나와 물었다. “청아야 가려고?”허홍연은 즉시 고개를 돌려 우강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눈물을 닦았다.청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없이 문을 열어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우강남은 놀라게 문을 바라보며 허홍연을 쳐다보았다. “엄마 청아 왜 저래요? 쟤 울었어요?” “청아,”허홍연은 흐느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청아 그 아이 떠났다!”…………청아는 줄곧 아래층까지 내려와서야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렸다.그는 아파트단지를 나와 무뚝뚝하게 길가에 서 있었다.가슴은 마치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비었고 바람이 불어 들어가 혈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한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천천히 거리를 따라 걸어 나갔다.머릿속은 아프고 어지러웠다.그녀는 가족을 잃고 50만 원의 빚을 지고 배 속에 아이까지 하나 더 생겼다……그녀의 인생은 마치 궁지에 몰린 것 같았다.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그녀는 막막했다.이전의 견지, 노력, 기대가 이 한순간에 모두 와해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이고 고생했는지, 이 모든 게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몰랐다.그리고 배 속에 있는 이 아이는 어떡해야 할까?그녀는 어떡해야 할까!…………눈 깜짝할 사이에 12월 초순이 되었다. 주 감독의 영화 여주 인공 2는 이미 선발되었다. 갓 졸업한 신인인데 아주 청순하고 발랄하게 생겼다. 면접을 볼 때 주 감독에게 한눈에 찍어 제작진에 들어왔다.이전에 시간을 좀 지체했기 때문에 촬영의 진행이 빨라졌고 때로는 일을 서둘러서 한밤중까지 야근해야 했다.소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점심 휴식 시간 때만 기회를 틈타 뒤뜰에 숨어 임유민과 잠시 게임을 했다.임유민은 이미 기말복습단계에 들어섰으며 기말에 전교 1등을 노리고 있었다.게임을 할 때 소희와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 둘째 삼촌이 내가 전교
“내가 너 찾으러 갈게. 너의 오빠 집 주소를 나에게 보내줘.”청아는 조금 조급해했다. “아니야 오지 마. 나 오빠 집에 없어.” “집에 없다고? 너 오빠 집에서 너희 어머니 돌보고 있었잖아?”소희는 점점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 “빨리 말해 안 그럼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할 거야”청아는 망설이다가 주소를 소희에게 알려줬다.소희는 직접 차를 몰고 청아가 사는 곳으로 갔다.시내에서부터 그녀는 차를 몰고 거의 한 시간을 운전하여 교외의 허름한 동네에 가까이 왔다. 이전에 청아와 고장미가 세낸 그 동네보다 더 낡았다.좁고 지저분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소희는 한참을 노크하고서야 청아가 와서 문을 열었다.소희는 청아를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예전과 비교해 많이 말랐다. 얼굴색이 노랗고 초췌하여 몰골이 아니었다. 소희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중에 눈을 돌렸다.방에 들어서자, 방은 10 여평 크기의 일인용 아파트인데 침실 한 칸 주방 한 칸밖에 없고 양지바른 창문이 없어 방안이 습하고 음행했다.소희는 청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부축하여 침대에 앉히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어디 아파?”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그녀는 병이 없었다. 다만 임신 중 반응일 뿐이다. 그녀는 이미 10여 일 동안 토했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인한 피로까지 더해 더욱 허약해 보였다. “내가 물 좀 따라줄게.”소희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는 흰 밥 한 그릇, 김치 두 봉지, 찬장에도 라면밖에 없었다.소희는 뜨거운 물을 끓여 컵에 부어 청아에 주었다. “너 나한테는 혼자서 몸 잘 챙기라고 얘기하고 너는 맨날 이런 음식들만 먹는 거야? 청아야 너희 어머니 병이 아주 엄중해서 돈이 많이 필요한 거야?”그렇지 않으면 청아가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해?겨우 한 달여 만에 그녀는 이렇게 변했다.청아의 얼굴은 무섭게 창백했다. 그녀는 컵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엄마의 병은 괜찮아. 우리 오빠가 실내장식
소희는 얼굴색이 차가워졌다. “정말 장시원 아이야? 장시원은 알고 있어? 장시원이 어떻게 널 속였길래?” “시원 오빠랑 상관없어!”청아는 급히 해석했다. “소희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된 건데?”청아는 침대에 기대어 일어나 일의 모든 경과를 일일이 소희에게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허연은 그녀를 위협했다. 그녀가 장시원에게 약을 먹이고 자신을 임신시켰고 뒤에 가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허연과 함께 그녀를 속인 것을 발견했다.자신이 임신한 지 보름이 넘었다는 것을 알고도 배 속 아이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두 번이나 아이를 유산 시키려고 마음먹고 병원 앞까지 갔지만 결국엔 움츠러들었다.그녀는 모질게 마음을 먹지 못했고 아이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소희는 그의 이 두 달간의 경력을 들으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소희는 허홍연을 만난 적이 있었다. 아주 친절하고 자상한 한 어머니가 뜻밖에도 이렇게 자신의 딸을 속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말하면 장시원도 확실히 무고했다.소희는 물었다. “이제 너 어떡하려고?“ “모르겠어!”청아의 눈앞은 온통 막막할 뿐이였다.소희는 그녀의 처지를 마음 아파 하며 침울하게 말했다. “장시원에게 말해주자. 어디까지나 아이의 아빠잖아. 장시원도 이 아이의 존재를 알 권리가 있어.” “아니, 난 그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청아는 무의식적으로 피했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청아야 너 장시원 좋아해?”청아는 멍하니 눈을 떨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스며들어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소희야 나도 그 사람 좋아하고 싶지 않아. 근데 너무 어려워. 그를 안 좋아하는 게.”장사원이란 사람. 설령 바람기가 있고 찌질하다는 것을 알아도. 그가 그렇게 부드럽게 대해줄 때 아무도 그에게 마음을 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그녀가 가장 어려울 때 나타나서 그녀를 따뜻하게 해주고, 그녀에게 우산이
“이래야 맞지!”청아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소희를 바라봤다. “소희야 널 만난게 내 이 한평생 최대의 행운이야!”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친구는 서로인 거야.”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임구택은 또다시 전화를 걸어 소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청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 “빨리 가봐. 둘째 삼촌 걱정하시겠다.”소희는 전화를 끊고 청아를 도와 간병인을 찾아 당부했다. “너 몸 아직 허약하니까 며칠은 더 입원해야 해. 몸 잘 챙기고. 내일 수업 마치고 다시 보러 올게.” “응. 걱정마.”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몸을 일으켜 먼저 청아의 입원비용을 보충 납부하고서야 차를 몰고 떠났다.…………밤이다.장시원은 접대가 있어서 10시에 넘버나인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면서 전화했다.그가 나올 때 허연은 복도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허연은 베이지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옅은 화장을 했다. 평소보다 수수하고 초췌해 보였다. 그녀는 장시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맞이했다. “시원 오빠”장시원은 냉혹하고 증오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 또 나한테 매달리면 사람 불러서 너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를 먹이게 할 거야. ”말을 마치고 장시원은 몸을 돌려 갔다.허연은 쫓아왔다. “시원 오빠. 나 임신했어요!”장시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허연은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데요. 오늘 방금 검사했어요!"장시원의 마음속에는 강렬한 혐오감이 솟아났다. 그는 아주 잘 놀았으나 종래로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날은 유일한 날이었다. 다 우청아의 계산 때 문이였다.허연을 보니 그는 우청아를 떠올리게 되였다. 허연이 그의 아이를 배자 장시원은 우청아에 대한 원망은 더해갔다. "시원 오빠 저 진짜 아기 생겼어요!" 허연이 다가가 말했다. "오빠랑 같이 있고 난 뒤에 다른 남자만난 적 한 번도 없었어요. 이건 우리 둘의 아이라고요!"장시원은 냉소
이쪽 허연은 강제로 수술실 침대에 눌리자, 의사는 어찌 바를 몰랐다.경호원처럼 키가 큰 두 남자는 냉숙한 표정을 지으면 말했다. “당장 수술해서 이 여자 배 속에 아이를 지워라!” “안돼, 내 아이 다치지 마. 난 싫어!”허연은 강렬하게 발악했다.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교묘하게 힘을 썼다. 허연은 경추가 저리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절망적으로 의사만 바라봤다.의사는 안색이 흉흉해지면서 무서워서 꼼짝하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먼저 환자에게 검사를 해볼게요.”의사는 허연의 옷자락을 들치고 킬러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의사는 멍하니 두 남자를 돌아보며 경악했다. “이 환자 임신 아닌데요!”허연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그 사람이 진실을 알게 된 후의 분노를 생각하면 그녀는 두려움만 남았다.남자는 허연을 놓아주고 나가서 장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장시원은 몇 번이나 허연에게 치근덕거리며 놀림을 당했는데 이번에는 철저히 화가 났다. “허 씨네 집에 3일 내로 강성에서 꺼지라고 전해. 그렇지 않으면 내 탓 하지말라고.”……허연을 본 원인으로 청아는 줄곧 마음이 불안했고 복도에도 인기척이 없었다.간병인이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와 청아에 물을 부으면서 그녀와 잡담했다. "지금 이 여자애들은 정말 터무니없다니까.” “무슨 일 일어났어요?”청아는 즉시 간병인 언니를 쳐다보았다.간병인이 말했다. "방금 어떤 여자애가 강제로 유산시키려고 보내왔는데 수술대에 올라가니 임신이 아닌 거 있지! 이 여자애가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좋은 일은 아닐거야. 배속에 정말 아이가 있어도 어떻게 온게 뻔 하지. 지금 애들은 참 어떻게 이렇게 자애하지 않는건지.”그녀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바쁘게 청아에게 미안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그 여자 말했지. 아가씨 얘기 한게 아이에요!”청아는 그녀가 오해했다고 생각할 마음이 없었고 머리속에는 모두 허연의
진석의 집은 예전에 서인이 살았었다. 그가 떠난 후로 깨끗하게 비워진 집은 아무도 살지 않았다.비슷한 집 구조와 주방과 화장실 시설 모두 완벽했으니 청아는 몸만 들어오면 되었다."선배가 청소 업체에 연락해서 이틀에 한 번씩 청소하러 오니깐, 너는 손가락 하나도 꼼짝 안 해도 돼. 몸만 잘 챙겨.""그래도 난 작은 안방에서 묵을래."청아가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서 사는 건데 큰방을 차지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소희는 별말 없이 그녀를 도와 짐을 작은 안방으로 옮겼다.그럴 것이 작은 방이라고 해도 방 크기가 큰 편이었으며 베란다와 화장실도 따로 있었다.소희가 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배달 일은 그만뒀어?""그만뒀지!"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회사 일밖에 없어. 내일이면 출근.""몸이 제일 중요해. 어디 불편한 곳 있으면 참지 말고 말해."소희는 청아가 입덧이 심한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괜찮아. 지금 일은 그렇게 많지도 않은걸."따지고 보면 저번 술자리에서 장시원이 한 말 덕분에 정수진도 풀이 많이 꺾여 일부러 그녀에게 퇴근 시간에 맞춰 일을 시키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그녀는 매일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었다."아이 일 말이야, 잘 생각해봤어?"소회의 물음에 청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청아의 눈빛은 단호했다."그래도 그 사람한테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소희는 청아의 결정을 존중했다."아이는 낳을 거지?"청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직 잘 모르겠어."그녀는 아이를 낳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천번 백번 이해가 되지만 아이를 지운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아 지금껏 미루고 미뤘다.청아는 장시원에게 이 아이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아 했다. 소희는 그녀가 아이를 지키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방금 막 졸업한 청아가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앞으로 수만가지 어려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그러나 소희는 청아의 결정을 따르기로
새로 들어온 배우는 이현이라고 했다. 막 졸업한 그녀의 연기는 구은서에 비하면 미성숙한 티가 났고 가끔은 몰입에 실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큰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다. 소희는 자주 이현이 구석에 한 자리를 잡고 대사를 외우며 표정 연기를 연습하는 걸 보았었다.그러다 어느 날 구경하러 온 기자가 몇 장의 촬영 장면을 찍었는데 그 기사는 금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기사는 이현의 아름다운 미모와 성실한 품성을 칭찬하는 내용이었으며 이러한 내용과 함께 이현과 구은서 두 사람의 투 샷도 함께 등재되었다. 그러나 사진 속 구은서의 얼굴은 흐릿하다 못해 이목구비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인기 검색어에 오르자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의 물결이 일었고 대체로 이현을 비난했다."어디 듣보 연예인이 우리 은서 이용해서 뜨려고 난리야!""우리 은서 너무 불쌍해, 모두 은서를 이용해서 떠보려고 정말 꼴사나워!""연예계에 들어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마케팅이나 하고 말이야. 주 감독 영화만 아니면 이현 따위 확 사라졌으면 좋겠어!""연예계에서 물러나! 우리 은서 옆에서 떨어져!"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현의 SNS까지 건너와 댓글로 무차별 욕설을 퍼부었고 이현의 매니저는 그녀를 대신해 댓글을 잠시 닫았다.이현은 팬이 없으니 그녀를 위해 말해주는 이가 없었고 모든 언론은 한쪽으로 치우쳐버렸다.수많은 댓글 속 한두 명은 다른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이 수법 어딘가 좀 익숙하지 않아? 구은서와 작품 하는 연예인은 꼭 이런 기사가 나는 것 같은데? 그리고 팬들이 우르르 몰려와 욕설이나 퍼붓고 이건 좀 아닌 듯."그러나 이러한 댓글들도 수많은 공격 세례에 지워지고 말았다.오후, 소희는 자신의 작은 뒷마당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때 이정남이 다가와 구은서와 이현 사이의 가십거리에 대해 말을 꺼냈다."이현이 욕받이가 되어서 촬영 그만둘지도 모르겠네."소희 역시 이 일에 있어 수상쩍은 냄새를 맡지 않은 게 아니었다."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일반인이 상상하지도 못할 압
소희의 말 덕분이었던지 다음날부터 이현은 소희와 부쩍 친해졌다. 이현의 매니저가 소희를 위해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물도 따라주고 이현은 촬영신이 없을 땐 소희를 찾아와 이야기도 나눴다.그러나 두어번의 대화 끝에 이현은 소희가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를 채고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소희가 그림을 그리면 이현은 옆에 앉아 대본을 보고 외웠다.이현은 확실히 노력파였다. 그녀는 자신의 대사뿐만 아니라 상대의 대사까지 외워 맡은 배역에 완벽히 이입하고 더욱 리얼한 연기를 하기 위해 많은 품을 들였다.이정남도 가끔 함께였는데 그 결과 이정남과 이현이 부쩍 친해졌다.소희는 대부분 점심시간을 촬영팀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거나 아주 가끔은 서인을 찾아가 샤부샤부를 먹기도 했다. 그때면 이현과 이정남이 떼를 쓰며 쫓아와 서로 계산하겠노라고 투닥거렸다.이정남과 소희 두 사람은 이현이 솔직하고 의리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뒤 그들은 이현이 세상에 둘도 없는 짠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이현은 아주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이며 또 먹성이 아주 좋았다. 그녀는 자주 간식을 사 들고 촬영팀을 찾아갔는데 소희 역시 간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후로는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찾은 것처럼 좋아했다.......오늘의 촬영도 순리롭게 마무리되어 이른 저녁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이현이 소희를 찾아갔다."소희씨, 저랑 영화 보러 가요. 제가 살게요!"소희가 무덤덤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그러지 말고 가요, 네?"이현이 소현의 팔을 흔들거리며 졸랐다."저녁 약속도 없으면 영다 백화점에 같이 가요. 거기 영화관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어요. 다른 어딜 가도 그 맛이 안 난다니깐요!"그 말에 소희가 마음이 흔들렸다.생각해보니 최근에 영화관을 방문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마침 임구택도 저녁에 술자리가 있다며 그녀더러 청아와 밥을 먹으라고 했었다. 그녀는 조금 고민하다가 물었다."그러면, 친구 한 명 함께 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