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먹을 수가 없잖아요, 내가 이따가 주문 취소할 테니까 그만 가요!" 그 사람은 우산을 쓰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로 걸어갔다.청아는 한순간 멍하니 있다가 도시락을 든 손을 거두고 자신의 얼굴에 있는 빗물을 닦은 뒤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앞으로 걸어가다 바람이 불어오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져 몸을 비틀거리며 곧바로 땅에 쓰러졌다.바닥에 고인 물이 튀면서 배달 상자가 땅에 구르며 차가운 비 속에 흩어졌다.배달을 시킨 사람은 아직 복도 문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청아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바삐 달려가 경계하며 소리쳤다."이봐요, 배달 하나 가지고 날 이렇게까지 협박할 필요가 없잖아요?""이봐요!"그는 몇 번 불러도 청아가 깨어나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고 급히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불렀다.청아는 깨어났을 때 이미 병원에 있었는데, 사방이 온통 새하얀 벽이었고, 백열등은 사람의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밝게 비추었다."깨어났어요?"간호사가 들어와서 그녀를 위해 링거를 바꿨다."어때요?"청아는 목소리가 쉬었다."괜찮아요, 감기에 걸렸나요?""아가씨는 왜 고생을 그렇게 하는 거예요? 비가 오는데도 배달하러 가다니, 하마터면 뱃속의 아이가 유산될 뻔한 거 알아요? 앞으로 이러면 안 돼요!" 간호사는 링거를 바꾸면서 당부했다.청아는 눈을 드리우고 듣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네? 뱃속의 아이라뇨?"간호사는 경악하여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자신이 임신한 거 몰라요?"청아는 제자리에 굳어지며 간호사를 바라보았는데 경악은 점차 당황과 공포로 변했다.간호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몰았어요? 설마 아직 미혼이에요?"청아는 어렴풋이 고개를 저었다.간호사는 곧 안색이 어두워졌다."젊은 아가씨들도 참! 결혼하지 않았는데도 피임을 하지 않다니! 지금 이러는 거 보니, 아가씨도 아가씨 남자친구도 이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것 같은데, 지금 장난하는 거예요?"청아는 당황하기만 할 뿐 도무지 말을 할 수
링거를 맞고 그녀는 돈을 내고 퇴원 수속을 했다.병원을 떠날 때, 마침 또 밤에 그녀를 돌보던 간호사를 만났다.간호사는 야근으로 퇴근해서 이제 집에 돌아가려는데. 청아가 혼자인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 혼자 가세요? 남자친구분은 안 왔어요?”청아는 얼굴이 초췌하고 창백하여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저었다.간호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무슨 남자친구예요. 너무 무책임하잖아요. 내가 보기에는 아이도 가지지 마요. 안그럼 자신만 다쳐요!”말을 마치고 고개를 저으면 갔다.청아는 병원을 떠나 한동안 어디로 갈지 몰랐다.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출근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그녀는 자신의 임대주택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순간 가족이 매우 그리웠다. 그녀는 고민하다 차를 타고 오빠에게로 갔다.도착한 후 집에는 사람도 없고 문도 잠겨서 청아는 허홍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잠시 울린 후에야 연결되었는데 우강남이 받았다. 전화가 매우 난잡하게 들리자,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청아야 무슨 일이야?"청녕은 문에 기대어 물었다. "오빠 엄마랑 어디 갔어. 왜 집에 없어?"우강남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새집 이쪽에 있어. 엄마도 여기 있고. 이리로 와!" “엉 곧 갈게."청아는 전화를 끊고 또 우강남의 새집으로 달려갔다.멀지 않은 곳에 차를 타고 10여 분이면 도착했다. 청아는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문이 열려 있고 그 속에는 한창 수력발전 장식을 고치고 있었다.우강남은 청아를 보고 멍해졌다. “청아야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얼굴색도 안 좋고.”청아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며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너 원래 말랐는데 무슨 다이어트를 해!” 우강남은 웃으며 화를 냈다.허홍연은 소리를 듣고 와서 청아를 보고 멍했다.허홍연은 웃으며 말했다. "청아야 네가 웬일이야?”청아가 말했다. "오늘 주말인데 엄마 보러 갔지. 근데 전화하니까 오빠가 여
청아는 황급한 마음에 물었다.“그럼,엄마 치료는 어떡하려고요? 엄마가 그 전문가가 곧 귀국한다고 얘기했잖아요? 지금 이 돈으로 집을 장식하면 엄마는 뭘가지고 병을 치료할 거냐고요?”허홍연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엄마는 괜찮아 시간 좀 지나서 치료해도 돼.” “안돼 벌써 이렇게 오래 기다렸는데!”청아는 몸을 돌려 우강남을 찼았다. “내가 가서 오빠한테 말할 거야.” “청아야 가지 마!”허홍연은 달려가 청아를 막으며 급히 소리쳤다. “청아야 말하지 마.” “인테리어는 기다릴 수 있어 근데 엄마 병은 기다릴 수 없다고 오빠가 알면 이 돈 절대로 안 쓸 거야.” “청아야!”허홍연은 필사적으로 청아를 막으며 급히 소리쳤다. “청아야 내가 다 솔직하게 얘기할 게 나 병 없어 내가 거짓말로 널 속였어”청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멍해졌다. “뭐라고? 엄마 거짓말이지? 엄마 내가 오빠한테 말 못하게하려고 일부러 나 속이는거지?”허홍연은 울었다. “청아야 내가 한 말 다 사실이야 그 검사보고서 가짜야 전에 그 개인병원에서도 허연이 의사를 매수해서 그냥 널 놀라게 하려고 거짓말한 거야.”청아는 바보같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청아야 엄마가 너한테 미안해. 너의 오빠가 장설이랑 헤어진 후 계속 의기소침했잖아 그래서 너의 오빠한테 여자친구 하나 더 소개해 주고 싶었어. 근데 그 집안 사람들이 우리 집이 인테리어도 안 했다는 거 듣자마자 소개팅도 동의하지 않더라. 그래서 너의 외삼촌에게 돈을 빌리러 갔는데 허연이 자기 한 번만 도와주면 돈을 빌려줄 수 있데.”허홍연은 눈을 가리며 울었다. “어쩔수없었어 내가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허연의 말대로 같이 널 속였어.”청아는 두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믿을 수 없이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만 내 엄마 맞아? 어릴 때부터 나를 그렇게 아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청아야!”허홍연은 흐느끼며 울었다. “날 탓하지 마라. 너의 아버지가 빚 한 덩어리 지고
“청아야!”허홍연은 처량하고 슬프게 울기만 했다.청아는 몸을 돌아 밖으로 나가 문밖에 이르렀을 때 우강남이 걸어 나와 물었다. “청아야 가려고?”허홍연은 즉시 고개를 돌려 우강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눈물을 닦았다.청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없이 문을 열어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우강남은 놀라게 문을 바라보며 허홍연을 쳐다보았다. “엄마 청아 왜 저래요? 쟤 울었어요?” “청아,”허홍연은 흐느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청아 그 아이 떠났다!”…………청아는 줄곧 아래층까지 내려와서야 눈물이 또다시 흘러내렸다.그는 아파트단지를 나와 무뚝뚝하게 길가에 서 있었다.가슴은 마치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텅 비었고 바람이 불어 들어가 혈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한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천천히 거리를 따라 걸어 나갔다.머릿속은 아프고 어지러웠다.그녀는 가족을 잃고 50만 원의 빚을 지고 배 속에 아이까지 하나 더 생겼다……그녀의 인생은 마치 궁지에 몰린 것 같았다.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그녀는 막막했다.이전의 견지, 노력, 기대가 이 한순간에 모두 와해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이고 고생했는지, 이 모든 게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몰랐다.그리고 배 속에 있는 이 아이는 어떡해야 할까?그녀는 어떡해야 할까!…………눈 깜짝할 사이에 12월 초순이 되었다. 주 감독의 영화 여주 인공 2는 이미 선발되었다. 갓 졸업한 신인인데 아주 청순하고 발랄하게 생겼다. 면접을 볼 때 주 감독에게 한눈에 찍어 제작진에 들어왔다.이전에 시간을 좀 지체했기 때문에 촬영의 진행이 빨라졌고 때로는 일을 서둘러서 한밤중까지 야근해야 했다.소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점심 휴식 시간 때만 기회를 틈타 뒤뜰에 숨어 임유민과 잠시 게임을 했다.임유민은 이미 기말복습단계에 들어섰으며 기말에 전교 1등을 노리고 있었다.게임을 할 때 소희와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 둘째 삼촌이 내가 전교
“내가 너 찾으러 갈게. 너의 오빠 집 주소를 나에게 보내줘.”청아는 조금 조급해했다. “아니야 오지 마. 나 오빠 집에 없어.” “집에 없다고? 너 오빠 집에서 너희 어머니 돌보고 있었잖아?”소희는 점점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 “빨리 말해 안 그럼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할 거야”청아는 망설이다가 주소를 소희에게 알려줬다.소희는 직접 차를 몰고 청아가 사는 곳으로 갔다.시내에서부터 그녀는 차를 몰고 거의 한 시간을 운전하여 교외의 허름한 동네에 가까이 왔다. 이전에 청아와 고장미가 세낸 그 동네보다 더 낡았다.좁고 지저분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소희는 한참을 노크하고서야 청아가 와서 문을 열었다.소희는 청아를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예전과 비교해 많이 말랐다. 얼굴색이 노랗고 초췌하여 몰골이 아니었다. 소희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중에 눈을 돌렸다.방에 들어서자, 방은 10 여평 크기의 일인용 아파트인데 침실 한 칸 주방 한 칸밖에 없고 양지바른 창문이 없어 방안이 습하고 음행했다.소희는 청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부축하여 침대에 앉히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어디 아파?”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그녀는 병이 없었다. 다만 임신 중 반응일 뿐이다. 그녀는 이미 10여 일 동안 토했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인한 피로까지 더해 더욱 허약해 보였다. “내가 물 좀 따라줄게.”소희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안에는 흰 밥 한 그릇, 김치 두 봉지, 찬장에도 라면밖에 없었다.소희는 뜨거운 물을 끓여 컵에 부어 청아에 주었다. “너 나한테는 혼자서 몸 잘 챙기라고 얘기하고 너는 맨날 이런 음식들만 먹는 거야? 청아야 너희 어머니 병이 아주 엄중해서 돈이 많이 필요한 거야?”그렇지 않으면 청아가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해?겨우 한 달여 만에 그녀는 이렇게 변했다.청아의 얼굴은 무섭게 창백했다. 그녀는 컵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엄마의 병은 괜찮아. 우리 오빠가 실내장식
소희는 얼굴색이 차가워졌다. “정말 장시원 아이야? 장시원은 알고 있어? 장시원이 어떻게 널 속였길래?” “시원 오빠랑 상관없어!”청아는 급히 해석했다. “소희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된 건데?”청아는 침대에 기대어 일어나 일의 모든 경과를 일일이 소희에게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허연은 그녀를 위협했다. 그녀가 장시원에게 약을 먹이고 자신을 임신시켰고 뒤에 가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허연과 함께 그녀를 속인 것을 발견했다.자신이 임신한 지 보름이 넘었다는 것을 알고도 배 속 아이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두 번이나 아이를 유산 시키려고 마음먹고 병원 앞까지 갔지만 결국엔 움츠러들었다.그녀는 모질게 마음을 먹지 못했고 아이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소희는 그의 이 두 달간의 경력을 들으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소희는 허홍연을 만난 적이 있었다. 아주 친절하고 자상한 한 어머니가 뜻밖에도 이렇게 자신의 딸을 속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렇게 말하면 장시원도 확실히 무고했다.소희는 물었다. “이제 너 어떡하려고?“ “모르겠어!”청아의 눈앞은 온통 막막할 뿐이였다.소희는 그녀의 처지를 마음 아파 하며 침울하게 말했다. “장시원에게 말해주자. 어디까지나 아이의 아빠잖아. 장시원도 이 아이의 존재를 알 권리가 있어.” “아니, 난 그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청아는 무의식적으로 피했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청아야 너 장시원 좋아해?”청아는 멍하니 눈을 떨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스며들어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소희야 나도 그 사람 좋아하고 싶지 않아. 근데 너무 어려워. 그를 안 좋아하는 게.”장사원이란 사람. 설령 바람기가 있고 찌질하다는 것을 알아도. 그가 그렇게 부드럽게 대해줄 때 아무도 그에게 마음을 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그녀가 가장 어려울 때 나타나서 그녀를 따뜻하게 해주고, 그녀에게 우산이
“이래야 맞지!”청아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소희를 바라봤다. “소희야 널 만난게 내 이 한평생 최대의 행운이야!”소희는 가볍게 웃었다. “친구는 서로인 거야.”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임구택은 또다시 전화를 걸어 소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청아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 “빨리 가봐. 둘째 삼촌 걱정하시겠다.”소희는 전화를 끊고 청아를 도와 간병인을 찾아 당부했다. “너 몸 아직 허약하니까 며칠은 더 입원해야 해. 몸 잘 챙기고. 내일 수업 마치고 다시 보러 올게.” “응. 걱정마.”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소희는 몸을 일으켜 먼저 청아의 입원비용을 보충 납부하고서야 차를 몰고 떠났다.…………밤이다.장시원은 접대가 있어서 10시에 넘버나인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면서 전화했다.그가 나올 때 허연은 복도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허연은 베이지색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옅은 화장을 했다. 평소보다 수수하고 초췌해 보였다. 그녀는 장시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맞이했다. “시원 오빠”장시원은 냉혹하고 증오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 또 나한테 매달리면 사람 불러서 너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를 먹이게 할 거야. ”말을 마치고 장시원은 몸을 돌려 갔다.허연은 쫓아왔다. “시원 오빠. 나 임신했어요!”장시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허연은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데요. 오늘 방금 검사했어요!"장시원의 마음속에는 강렬한 혐오감이 솟아났다. 그는 아주 잘 놀았으나 종래로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날은 유일한 날이었다. 다 우청아의 계산 때 문이였다.허연을 보니 그는 우청아를 떠올리게 되였다. 허연이 그의 아이를 배자 장시원은 우청아에 대한 원망은 더해갔다. "시원 오빠 저 진짜 아기 생겼어요!" 허연이 다가가 말했다. "오빠랑 같이 있고 난 뒤에 다른 남자만난 적 한 번도 없었어요. 이건 우리 둘의 아이라고요!"장시원은 냉소
이쪽 허연은 강제로 수술실 침대에 눌리자, 의사는 어찌 바를 몰랐다.경호원처럼 키가 큰 두 남자는 냉숙한 표정을 지으면 말했다. “당장 수술해서 이 여자 배 속에 아이를 지워라!” “안돼, 내 아이 다치지 마. 난 싫어!”허연은 강렬하게 발악했다.남자는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교묘하게 힘을 썼다. 허연은 경추가 저리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절망적으로 의사만 바라봤다.의사는 안색이 흉흉해지면서 무서워서 꼼짝하지 못했다.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먼저 환자에게 검사를 해볼게요.”의사는 허연의 옷자락을 들치고 킬러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의사는 멍하니 두 남자를 돌아보며 경악했다. “이 환자 임신 아닌데요!”허연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그 사람이 진실을 알게 된 후의 분노를 생각하면 그녀는 두려움만 남았다.남자는 허연을 놓아주고 나가서 장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장시원은 몇 번이나 허연에게 치근덕거리며 놀림을 당했는데 이번에는 철저히 화가 났다. “허 씨네 집에 3일 내로 강성에서 꺼지라고 전해. 그렇지 않으면 내 탓 하지말라고.”……허연을 본 원인으로 청아는 줄곧 마음이 불안했고 복도에도 인기척이 없었다.간병인이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와 청아에 물을 부으면서 그녀와 잡담했다. "지금 이 여자애들은 정말 터무니없다니까.” “무슨 일 일어났어요?”청아는 즉시 간병인 언니를 쳐다보았다.간병인이 말했다. "방금 어떤 여자애가 강제로 유산시키려고 보내왔는데 수술대에 올라가니 임신이 아닌 거 있지! 이 여자애가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모르지만, 틀림없이 좋은 일은 아닐거야. 배속에 정말 아이가 있어도 어떻게 온게 뻔 하지. 지금 애들은 참 어떻게 이렇게 자애하지 않는건지.”그녀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바쁘게 청아에게 미안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그 여자 말했지. 아가씨 얘기 한게 아이에요!”청아는 그녀가 오해했다고 생각할 마음이 없었고 머리속에는 모두 허연의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