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그제야 천천히 말했다."좀 됐어. 내가 감독님하고 넘버 나인에서 심명 도련님하고 같이 밥 먹었거든. 도련님은 소희 씨를 데리고 갔고. 근데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어. 도련님은 심지어 진씨네 디저트 가게를 소희 씨에게 주었다니까. 그녀가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말이야.»인영은 문득 그날 디저트 가게에서 본 그 여자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실눈을 뜨고 물었다."화전 디저트?"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인영은 순식간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소희를 매우 미워했지만 또 개의치 않는 척하며 냉소하였다."그때 난 아직 심명 오빠와 사귀지 않았어! 그녀가 오빠와 사귀었다고 해도 오빠가 버린 여자일 뿐.”이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때 도련님도 그녀에게 아주 잘했는데, 아무리 좋아도 옛날의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응." 인영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따 우리 둘의 신이 있으니까 난 먼저 준비하러 갈게. 너도 빨리 옷 갈아입어." 이연은 일어섰다. "나 먼저 갈게!"이연이 떠난후에야 인영은 안색이 가라앉더니 자신의 조수를 불러 물었다."어느 게 소희야?»조수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옷을 정리하고 있는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이요!"인연은 소희의 옆모습을 보면서 점차 눈이 익었고, 그녀가 바로 그날 화전 디저트에서 본 여자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여기에서 무슨 일 하지?""복장 디자이너 조수예요."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분부했다. "조감독님 좀 불러와.""네!" 조수는 대답하며 얼른 갔다.인영의 스폰서가 심명이기 때문에 조감독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즉시 달려와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시죠?"인영이 물었다."곧 촬영 들어갈 텐데, 내 옷은?"양 조감독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불렀다."소희야, 너 하인영 씨를 도와 오후에 촬영할 옷 좀 골라봐."소희는 응답한 뒤 재빨리 옷 한 벌을 가져왔다."이건 하인영 씨의 사이즈예요."인영은 줄곧 소희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감독은 여전히 비위를 맞추며 웃으며 말했다."그럼 소희에게 물어볼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며칠 만이라도 하인영 배우님의 조수가 되는 건 어때."소희는 목소리가 냉담했다."죄송하지만, 난 디자이너로서의 일이 있어서 도울 수가 없네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섰다.인영은 눈을 부릅뜨고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냉소했다."지금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소희는 연예인 조수를 한 적이 없어서 규칙도 모르고, 고집도 세서 하 배우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제가 다른 조수 몇 명을 골라올 테니까 좋아하는 사람 하나 골라요."인영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다른 사람은 안 돼. 난 소희가 내 조수가 되길 원한다고. 만약 그녀가 내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난 이 영화 찍지 않을 거야!"조감독은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계속 그녀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참을 설득했지만 인영이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또 소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소희는 자신의 벤치에 앉아 원고를 디자인하고 있었는데, 양 조감독이 오는 것을 보고 머리도 들지 않았다."난 그녀의 조수로 되지 않을 거니까 양 감독님은 나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양 조감독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소희야, 나 한 번만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전에 내가 너에게 미움을 샀다면 따지지 말고. 난 말하는 버릇이 이래서 절대로 너한테 화풀이 하는 게 아니야!"소희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일은 도울 수 있지만 이 일은 안 돼요. 내가 그녀의 조수가 된다면, 내 일은 어떡하고요?""다른 조수도 있잖아. 그 사람들 시키면 되지." 조감독은 고개를 숙여 소희에게 부탁했다."내가 비용을 지불할게, 너희 작업실에서 너에게 주는 월급 말고, 내가 매일 너에게 20만 원 더 줄게!"양 조감독은 말을 마치고 소희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애걸복걸했다."소희야, 제발,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어느새 인영의 분장실에 도착했다. 양 조감독은 소희를 데리고 들어가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하 배우님, 앞으로 소희가 배우님의 조수예요. 처음으로 연예인 조수를 하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잘 몰라요. 그녀가 만약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저에게 말씀하시고 그녀를 훈계하지 마세요. 소희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좀 봐줘요!"인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조감독을 비웃었다."양 감독님은 왜 작은 조수를 이렇게 관심하고 있는 거지?"그녀는 말투가 애매하고 의미가 불분명했다. 소희는 인영을 보고 안색이 가라앉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주 감독님이 분부한 거예요. 소희는 디자인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주 감독님은 그녀를 아주 중시하고 있죠."그의 말은 인영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주 감독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너무 지나친 일을 하지 말라고.인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양 조감독은 또 소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인영의 곁에는 다른 두 명의 조수가 있었는데, 그녀를 도와 옷을 갈아입으며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인영은 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거기서 계속 서 있지 말고, 나 목 마르니까 얼른 가서 물 좀 따라줘."소희는 인영의 컵을 가지고 나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르고 돌아온 후 빨대를 넣은 다음 탁자 위에 놓았다.인영은 가져와서 한 모금 마시고 또 인차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았다."너무 뜨거워, 얼음물 마실래."소희는 나갔다가 곧 돌아와서 손에 얼음 한 그릇을 들고 인영의 컵에 넣었다.인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갑자기 위가 아프네. 얼음물 마실 수 없으니까 다시 가서 뜨거운 물로 바꿔!"다른 두 조수는 모두 인영이 일부러 소희를 들볶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소하다고 생각하며 옆에서 지켜볼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소희는 다른 말 하지 않고 얼음물을 들고 나갔다가 곧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랐다.인영은 한 모금
"가봐, 일 있으면 부를 거야." 인영은 귀찮게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몸을 돌려 떠나 뒤에 가서 도시락을 받았다. 그곳에 도착하니 도시락은 이미 없었다.그녀는 스테이크를 사러 갔으니, 돌아올 때 점심시간은 거의 지나갔고, 서인의 가게에 가기도 너무 늦었기에 아예 먹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그림을 그렸고, 정남이 와서 그녀에게 도시락 하나를 건네주었다."네 거 하나 남겨뒀어, 방금 데웠으니까 빨리 먹어!"소희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고마워요!"정남은 그녀의 곁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하인영과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근데 왜 그녀의 조수까지 됐어?""그녀는 나를 그녀의 조수로 지정했어요." 소희는 천천히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모두들 그녀가 일부러 너 괴롭히는 거 알고 있어. 그 여자 정신 나간 거 아니야?"정남은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사이코패스야!""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뛰어다니거나 물을 좀 따라줄 뿐."소희는 줄곧 인영에게 협조했다. 그녀가 인영의 조수로 되겠다고 했으니 이런 일들도 원래 조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인영이 너무 지나치지 않는 한,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오후, 인영은 촬영을 마치고 휴식할 때 고의로 인영의 앞에서 소희를 분부했다."나 명금의 디저트 먹고 싶으니까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좀 사와! 배달 시키지 말고. 난 배달하는 그 남자들이 내 물건을 만지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직접 가서 사!"명금 디저트는 체인점이라, 가장 가까운 가게는 영화성 동남쪽 맞은편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성 서북쪽에 있어서 걸어가면 적어도 30분이 걸렸다.양 조감독은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소희에게 눈짓을 하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소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응한 다음 돌아섰다.소희가 멀리 가자 이연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인영아, 너 정말 대단한 걸!"인영은 독기를 품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조수는 원래 심부름꾼이지. 이런 사람조차 상대할 수 없다면 앞으로
구택, [뭐 하고 있어요?]소희는 천천히 답장을 했다. [디저트 가게에 갔다가 막 돌아왔어요.][출근하는데도 디저트 먹는 거예요?][다른 사람 대신해서요.] 소희는 설명을 많이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안 바빠요?][방금 회의를 마쳐서 잠시 쉬고 있어요.]그리고 바로 두 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보고 싶어요!][한가해지면 자기가 보고 싶어요!]소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정남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남자친구야?"소희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네!""너 그 사람 많이 좋아하지?" 정남은 약간 질투해하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소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구택은 또 문자를 보냈다. [많이 바빠요? 먼저 일해요. 나도 일하러 갈게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그는 그녀에게 차를 사주었지만 그녀는 거의 운전하지 않았기에 그는 아예 시간이 있으면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소희는 답장을 한 다음 핸드폰을 내려놓고 정남에게 말했다."돌아가요!"그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 하인영에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청아는 이틀 휴가를 내고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는데 일이 무더기로 쌓여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머릿속에는 줄곧 허연의 말을 되새겼다.그녀가 시원을 어떻게 호텔로 데리고 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후에 팀장님이 갑자기 와서 그들이 업무 임무를 앞당겨 완수했기 때문에 저녁에 장 사장님이 부서 사람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선포했다. 그는 이미 넘버 나인의 룸을 예약했다.다른 동료들은 환호했지만 청아는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이 그녀를 도와주는 건가, 아니면 그녀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는 건가?오후 내내 청아는 정신을 딴 데에 팔고 있었다. 퇴근할 때가 되자 정수진이 다가와서 그녀에게 자료 한 무더기를 건네주었다."청아야, 저녁에 가는 거야? 안 가면 이 자료들 좀 정리해줘.""네?" 청아는 한순간 멍해졌고,
청아는 핸드폰을 보면서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답장했다."오늘 밤, 넘버 나인. 가서 준비해."[오늘 밤? 좋아, 내가 바로 준비하러 갈게, 문자로 계속 연락하고, 이따가 내가 방 번호 보내줄게!]허연의 문자에는 설렘과 흥분이 배어 있었다.청아는 휴대전화를 끄고 결연한 눈빛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택시를 타고 넘버 나인에 갔는데,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런 곳에 왔는데, 이곳은 오락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부자들이 즐기고 노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로비에 잠시 머물다 방 번호를 정확히 물어본 뒤 웨이터를 따라 동료들이 회식하는 룸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룸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보았고, 청아는 단번에 시원을 보았다.그날 밤 그가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한 이후, 그들은 요 며칠 동안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또 마치 한 세기라도 지난 것처럼 무척 길었다.남자는 예전과 다름없이 준수했고, 명실상부한 귀공자였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동자 깊은 곳에 또 약간의 어두움이 더해져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정서를 숨기고 있었다.순간, 청아는 즉시 눈길을 돌리고 눈을 드리우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좀 늦었죠!""청아야, 이쪽에 자리 있어." 평소에 그녀와 잘 지내던 한 남자 동료가 열정적으로 소리쳤다.시원은 청아가 그녀를 부르는 남자 동료에게 걸어가는 것을 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난 이미 늦게 왔는데, 넌 나보다 더 늦게 오다니!"팀장님은 시원이 청아를 탓하는 줄 알고 급히 입을 열어 그녀를 대신해 설명했다."청아는 이틀 동안 아파서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았어요. 그래서 야근을 한 거예요."시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거의 티 내지 않게 눈썹을 찡그렸다."아파? 무슨 병인데?"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팀장님은 얼른 말했다."청아야, 사장님
시원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청아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긴장해서 손이 떨렸다."사, 사장님!"시원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 불편해요?"청아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시원은 그녀의 손에 있는 술을 받고 그녀를 응시했다."불편하면 술 마시지 마요. 이건 내가 마실 테니까 나한테 술을 올린 셈으로 할 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시원 오빠,"청아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손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그녀의 팔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원이 술 한잔을 모두 마시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시원은 그녀의 잔에 있는 술을 마시고 또 자신의 술을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만 들리는 소리로 낮게 말했다."뭐 좀 먹어요. 내가 이따 집에 데려다 줄게요."청아는 눈동자를 드리우고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울고 싶어서 감히 그를 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앉은 후 청아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 그 약은 허연이 준 거라서 그녀는 약효가 언제 발작하는지, 발작 후 시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몰랐다.그녀는 안절부절못하자 옆에 있던 동료들조차도 그녀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친절하게 물었다."청아야, 너 왜 그래?""아무 것도 아니에요!"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곁눈질로 시원이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고,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착각인지 시원의 눈빛은 이미 방금처럼 맑지 않았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말했다. "나 좀 나갔다 올게요!""응, 조심하고." 동료는 걱정하며 당부했다.청아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룸에서 나온 다음 그녀는 벽에 기대었다. 그녀의 가슴은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리고 있었다.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걱정했고, 초조함,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느낌이 솟구쳤다.누군가가 술을 올리러 오자 그는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멈추자 청아는 시원을 데리고 사치스럽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한 방문 앞에서 멈춰 카드로 방문을 열었다.들어간 후, 방문이 닫히자마자 시원은 청아를 현관의 벽에 누르고 머리를 숙여 미친듯이 키스했다.남자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청아는 고개를 들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꺼내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는 냉정해졌다."여보세요?"허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우청아, 시원 오빠는? 왜 아직 안 왔어, 너 나 놀리는 건 아니겠지?""그는 지금 나한테 있어, 약도 이미 마셨으니 넌 먼저 돈을 나한테 보내. 돈을 보내면, 난 즉시 그를 데리고 갈 거야."허연의 목소리는 날카로워졌다."우청아,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맞아! 왜 너만 나를 협박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당연히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청아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들어 벽에 바짝 기댄 채 핸드폰을 들고 허연과 얘기하고 있었고, 시원이 그녀의 옷을 벗도록 내버려 두었다."좋아, 내가 지금 입금 해줄게. 그 다음 난 반드시 시원 오빠를 봐야 해!"허연은 화가 나서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응!" 청아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상의가 떨어지자 청아는 머리를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고, 1억이 이미 입금되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끄고 카펫 위에 던졌다.시원은 그녀를 안고 침대로 걸어갔다.청아는 두 팔로 남자를 꼭 껴안고 서툴지만 망설이지 않고 그의 키스에 응답했다.그녀는 종래로 시원을 허연에게 넘겨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허연의 요구에 승낙한 그날, 그녀는 오늘의 계획을 이미 생각했다.그녀는 그를 배신했고, 그들 사이의 우정을 배신했다.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많은 빚을 졌지만 앞으로 갚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 유일하게 그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밤 자신을 그에게 주는 것이었다.오늘 넘버 나인에 왔을 때, 그녀는 프런트에서 방을 예약했고, 허연을 속였다. 그
아심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는 아름다움과 매혹으로 가득 찼다.“정말 참 시원시원하시네요!”시언은 아심의 농담에 대꾸하지 않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곧 네 회사 도착해. 아래에서 기다릴게.]아심은 약간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금방 갈게요.”전화를 끊고, 아심은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했다.아현이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아심이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고 놀라며 물었다.“사장님,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하세요?”아심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럼, 퇴근 시간이잖아요.”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다른 사람들이 정시에 퇴근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사장님이 야근 안 하고 일찍 퇴근하는 건 엄청난 일인데요. 꼭 연애라도 시작하신 것 같아요!”아심은 서류를 정리하며 가볍게 말했다.“아현 씨 연애는 어때요? 요즘 남자 친구 얘기를 잘 안 하던데?”예전엔 아현이 틈만 나면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었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아현은 환하게 웃던 얼굴이 시무룩해지며 말했다.“별로 좋지 않아요. 우리 막 사귀었는데, 남자 친구가 곧 F 국으로 2년간 발령을 받아요. 그래서 요즘 헤어질지 고민 중이에요.”“헤어지려고?”아심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네, 헤어질지 생각 중이에요.”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막 시작했는데 곧 떠난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서 제 일이 얼마나 우선순위가 낮은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장거리 연애는 못 받아들이겠어요.”“너무 힘들잖아요. 1년에 한 번 얼굴도 못 보고, 서로의 상황도 모르고, 무슨 일이 생겨도 곁에 있어 줄 수 없는걸요.”아심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말했다.“맞아, 그런 건 정말 힘들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괜히 마음에 벽이 생기면, 나중에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좀 아쉽긴 해요.”아현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지아윤은 분을 참지 못하고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정아현은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강아심을 찾아왔고, 마침 아심과 상담하던 고객은 막 떠난 상태였다. 아현은 아심의 사무실로 들어가 신영 그룹에서 있었던 일과 지승현이 했던 말을 모두 전했다.아심은 대략 누가 자신을 겨냥했는지 짐작하며 물었다.“몸싸움은 없었죠?”“없었어요. 저를 때리려고 했지만 제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겁먹고 도망갔어요!”아현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아심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잘했어요. 혼자 밖에 있을 때는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예요.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그래요. 괜히 무리하지 마요.”“하지만 그들이 도망간 건 정말 아쉬워요!”아현은 분한 듯 말했다. 그러나 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들을 잡아도 어차피 뻔한 변명만 할 텐데, 무슨 소용이겠어요? 단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할 방법도 없잖아요.”그녀는 아현을 달래듯 말했다.“자, 이제 그만 화내고,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오늘 고생 많았으니 좀 쉬어야죠.”“저는 괜찮아요. 다만 그들이 허튼소리를 해서 너무 화가 나요. 사장님을 모함하려고 심지어 영상을 찍기까지 했다고요!”아현은 여전히 분노를 표했고,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고마워요. 이제 돌아가 봐요.”“지승현 사장님이 이 일을 조사해서 반드시 배후를 밝혀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사장님도 조심하세요.”아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알겠어요.”아현이 떠난 후, 아심은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신영 그룹의 비서 오형서였다.[강아심 사장님, 이번 일 정말 죄송해요. 우리 회사의 두 고객이 중식 중에 술을 좀 마셨는데, 술김에 실수를 한 거예요.][그래서 저희는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어요. 이번 일로 강아심 사장님과 정아현 비서님께 피해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려요.”형서의 목소리는 매우 진지하고 정중했으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회사로 돌아가는 길, 정아현은 오늘 신영 그룹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릴수록 화가 치밀어 지승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했다.그러자 승현은 놀라며 말했다.[전 강아심을 찾으라고 한 적 없어요!]그러나 정아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누군가 우리 사장님을 일부러 함정에 빠뜨리려 한 거네요?”“다행히 오늘 사장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갔지, 안 그랬으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됐을 거예요!”승현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확실히 조사해서 아심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줄게요.]그는 덧붙여 말했다.[아심에게 조심하라고 전해줘요. 내가 따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직접 전화를 걸 테니, 어떤 비서를 통해서도 연락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요.]“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승현은 바로 어머니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지금 어디세요?”권수영은 카드 게임 중이었고, 오늘 돈을 따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사모님들이랑 카드 치고 있어. 왜?]승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누가 강아심을 모욕하도록 사주한 건 엄마가 시킨 거예요?”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아니야, 내가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잖아!]“그럼 누가 그런 건데요?” 승현이 추궁하자, 권수영은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침묵했다.“엄마, 며칠 전에 회사 계좌에서 1억5천만 원 인출하셨죠. 아직 아버지에게는 말씀 안 드렸는데, 오늘 말 안 하면 바로 회계부에 확인 요청할 거예요.”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말했다.[나도 회사에 지분이 있어. 내 돈 인출하는 게 무슨 문제야?]승현은 차갑게 말했다.“두 분의 지분은 같이 묶여 있어요. 이 이야기는 직접 아버지께 가서 설명하세요.”그는 전화를 끊으려 하자 권수영이 급히 외쳤다.[지승현!]그녀는 재빨리 말을 바꾸며 말했다.[알았어, 내가 말할게. 그거 아윤이야! 아윤이가 아심을 싫어해서 일부러 그렇게 한 거야.]승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관여한 건 아니죠?”[아니
“강아심 대표님 뭘 또 그리 발끈하세요?”이승협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어젯밤에 제게 술을 권하고, 저랑 노래 부를 때는 정말 상냥하셨잖아요!”옆에 있던 백현우는 크게 웃었다.그때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었고,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정아현은 분노로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당신들, 계속 헛소리하면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예요!”이승협은 비웃으며 말했다.“누굴 고소한다고요? 강아심 사장님, 당장 경찰에 가보세요. 어쩌면 이렇게 하면 강성에서 더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네요.”“공공연히 미모로 남자들을 유혹해 영업한다고요? 모두 그 사실을 모를 거라 생각하나요?”문밖에서 누군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지아윤에게 전송했다. 아윤은 이를 기쁘게 지승현의 어머니 권수영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직접 확인한 후 그녀의 표정은 굳어졌다....한편, 이승협과 백현우는 여전히 강아심이라고 착각한 정아현을 비난하고 있었다. 특히 이승협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말했다.“그만 연기하라고요! 어젯밤 술 마신 후, 호텔 방까지 잡아서 날 불러냈잖아요.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다행히 내가 안 갔으니 망정이지!”백현우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말했다.“저도 불렀는데요? 역시 사장님은 바쁘시네요. 밤새워 고생하셨겠어요!”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현은 그들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지금 저를 얘기하시는 건가요?”이승협은 비웃으며 말했다.“강아심 대표님, 정말 모르는 척하시네요. 본인이 한 일을 본인이 몰라요?”아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제가 누구인지 아세요?”이승협은 멈칫하며 말했다.“강아심이잖아요!”아현은 자신의 사원증과 신분증을 꺼내 들며 말했다.“제 이름을 똑바로 보세요. 제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어젯밤 저랑 술을 마셨다고요?”그 순간, 주변 사람들이 아현의 신분증과 사원증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목요일, 강아심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승현의 비서라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강아심 사장님, 저는 오형서라고 해요. 저희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저희 두 회사 간의 계약이 곧 만료되어 갱신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하셨어요.”아심은 승현이 바빠서 비서에게 일을 맡겼겠다고 생각하며 계약서를 확인했다. 실제로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었다.“알겠어요. 새 계약에 대해 귀사에서 추가하고 싶은 조항이 있나요?”오형서는 말했다.[예, 몇 가지 추가 사항이 있어요. 사장님께서 지금 우리 회사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좋아요.”아심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11시 전에 귀사에 도착할 수 있어요.”[네, 도착하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전화를 끊은 아심은 계약서를 찾아 꼼꼼히 살핀 후, 회사로 갈 준비를 했다.출입문을 나서려던 순간, 정아현이 아심을 찾아와 부딪쳤다.“사장님, 어디 가세요?”아심은 짧게 대답했다.“신영 그룹에 계약 건 때문에 가야 해.”아현은 잠시 고민하며 말했다.“지승현 사장님 쪽인가요? 방금 창원의 사장님이 전화하셔서 사장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지금 바로 오신다고요.”아심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이미 그쪽 비서에게 11시 전에 간다고 약속했어요.”아현은 서둘러 제안했다.“그러면 제가 갈게요. 창원 회사와의 계약은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셨던 일이잖아요. 그쪽 소정석 사장님이 꼭 사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아현이 신영 그룹과의 업무를 계속 맡아왔던 걸 떠올린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그녀에게 넘겼다.“그럼 아현 씨가 가요. 그들이 추가하고 싶다는 조항은 아현 씨가 판단해서 결정해요.”아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제가 결정 못 하겠다는 건 바로 전화드릴게요.”“좋아요.”아현은 계약서를 들고 나갔고, 아심은 사무실로 돌아가 창원 측의 사장 기다렸다.아현은 택시를 타고 신영 그룹 건물에 도착했다. 프런트에
강아심은 몸이 반쯤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마치 영혼마저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다....단독주택의 지하실. 개인 영화관의 방음 효과는 완벽했고, 그곳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며 어떠한 거리낌도 없게 했다.도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아심은 자신이 산 선물을 도경수와 가족들에게 나눠 주었다.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것도 샀네?”도경수는 자신이 받은 옷을 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 덕 본 거지!”강재석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자신도 누구의 덕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도희는 아심이 자신을 위해 산 선물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시언아, 고생 많았어.”시언은 짧게 아심을 힐끗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당연한 거죠.”아심은 도도희에게 다가가 손수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그러자 시언이 입을 열었다.“정말 잘 어울리네요.”도도희는 손목을 들어 팔찌를 살펴보며 말했다.“이거 혹시 네가 고른 거야?”시언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심이 직접 고른 거예요.”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이 안목은 확실히 우리 아심이 답네.”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강재석은 미소를 띤 채 도경수를 보며 말했다.“봐, 우리 시언이랑 아심이. 함께 있으니 참 잘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도경수는 아심이 멀리 운성으로 시집가면 자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쓰라려 목을 뻣뻣이 세우며 말했다.“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강재석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네 눈은 제대로 안 보이는 것 같아.”도경수는 심통이 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이틀 후, 아심은 지승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딘가 다른 느낌이 있었다.[아심아, 할머니 혼수 문제는 해결됐어.]아심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어떻게 해결된 거야?”[오늘 우리 아
강아심은 통화 중 묻었다.“무슨 일이야?”이에 지승현은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식사 끝난 후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말해도 돼.]그는 잠시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할머니 유언과 관련된 건데, 월요일에 시간이 된다면 공증소에 같이 가자.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배분하려고 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승현은 이어서 말했다.[그러면 먼저 식사해. 끝나고 만나서 세부적인 건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시언의 차갑고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아직도 지씨 집안 일에 끼어드는 거야?”아심은 지승현이 부탁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승현인 자신의 아버지와 친척이 할머니께서 평생 모은 혼수를 망쳐버리는 걸 막고 싶어 했어요.”“그래서 제가 유산을 물려받은 다음 적당한 가격으로 되팔기로 했고요.”그건 승현이 제안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심은 이미 도움을 주기 시작한 이상 끝까지 돕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그러고 나서 뭐? 그가 고마워하면서 또 한 끼를 사주겠지? 이후에 지씨 집안에서 또 문제가 생기면, 넌 또 도와주겠다고 나설 거고.”아심은 천천히 눈을 들어 약간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미 시작했는데, 그러면 당신이 가르쳐줘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시언의 검은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내가 해결할게.”갑작스러운 말에 아심은 깜짝 놀라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넌 신경 쓰지 마. 대신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마.”시언의 단호한 태도에 아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차에 탔다. 시언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다음엔 어디로 갈까?”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러면 영화 보러 갈래요?”시언은 지난번 영화관에서의 시끄러운 환경을 떠올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강시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손을 떨며 휴대폰을 건넸다. 시언이 휴대폰을 받으면서 화면은 남자에 의해 곧바로 잠금이 해제되었다.이 광경을 보고 남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자신의 휴대폰 잠금은 보통 사용하지 않는 약지의 지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방금 그는 시언의 앞에서 잠금을 해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언은 정확히 그의 손가락을 알아내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 속도와 정확성은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시언은 휴대폰을 열어 빠르게 앨범을 뒤졌고, 거기서 남자가 찍은 자신과 강아심의 사진을 찾아냈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어졌다.“누가 시켰어?”검은 티셔츠 남자는 시언을 바라보며 침묵했다.고객을 배신한다면 자신의 직업적 경력이 끝장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고, 스스로를 직업윤리가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시언은 더 말하지 않고 어깨를 거칠게 잡아들었다. 그리고 그를 유리 난간 쪽으로 끌고 가더니, 한 손으로 그를 난간 밖으로 내던졌다.남자의 몸은 8층 높이의 공중에 매달렸고, 시언은 한 손으로 그를 붙들고 있었다.“셋까지 센다.” 시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지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느끼면서도 소리 내어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시언을 자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람을 죽이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해요.”“하나.” 시언이 이미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시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단단한 눈빛에는 예리함이 담겨 있었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실제로 남자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급히 외쳤다.“말할게요! 말할게요! 저와 접촉한 사람은 지씨 집안 사람이예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몰라요.”“그 사람은 매우 신중해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시언은 눈을 좁히며 남자를 위로
아침 식사를 함께할 때, 도도희가 갑자기 강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오늘 일하러 가야 해?”시언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웃으며 말했다.“사실 어젯밤에 나랑 아심이 오늘 함께 쇼핑 하러 가기로 했었는데, 방금 일어나 보니 머리가 좀 아프네. 네가 대신 아심이랑 다녀와 줘.”아심은 숟가락을 들고 잠시 멍해졌다. 어젯밤에는 쇼핑 얘기가 전혀 없었기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계속 국을 마셨다. 시언은 아심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제야 아심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시언은 짧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도경수는 도도희를 걱정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머리가 아프지? 병원에 가야 할까?”“괜찮아요. 오래된 병이예요. 조금 누워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강재석은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그럼 편히 쉬어. 시언이가 아심이랑 다녀오면 되잖아.”도도희도 웃으며 말했다.“시언에게 부탁 좀 할게요!”강재석은 한 마디 덧붙였다.“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도경수는 미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시언은 차를 몰고 아심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가 서서히 도로로 진입하자, 시언이 물었다.“어디로 갈까?”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외할아버지와 엄마를 만나고도 한 번도 선물을 못 사드렸어요. 나랑 같이 선물을 고르러 가는 건 어때요?”그러나 시언은 약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거 너무 의식적인 행동 아니야?”아심은 단호하게 반박했다.“난 외손녀고 딸이잖아요. 선물 사는 건 예의고 효도지, 뭐가 의식적이란 거예요?”시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하자는 대로 하자.”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미소는 여유롭고 부드러웠다.쇼핑몰에 도착한 후, 아심은 의류 코너로 가서 도경수에게 줄 외투를 골랐다. 그녀는 두 벌을 골랐고, 이를 지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