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신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은서를 찾아갔다."은서 언니, 소희 씨 왔는데, 지금 이정남이라는 그 스태프하고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어디를 가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다니.”은서는 손에 든 커피를 내려놓고 대본을 가져와 대사를 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이것도 능력이지.""확실히 능력이죠!" 이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은서의 곁으로 몸을 움직였다."그러나 그녀를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있죠!”은서는 눈가를 치켜세우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연은 웃으며 말했다."하인영!"구은서는 하인영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연기가 일반일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지 않은 외모만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천천히 말했다."그녀들 아는 사이야?»"아니요, 하지만 내가 하인영에게 귀띔만 해준다면 그녀는 반드시 소희를 촬영팀에서 쫓아낼 거예요!"이연은 확신했다.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하인영한테 이렇게 큰 능력이 있다고?"그녀는 잠시 멈추다 계속 말했다."렌더가 홍보해 달라고 나를 찾아 왔는데, 난 아직 고려 중이야. 근데 이연이 네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따 렌더 매니저에게 너 추천할게!"이연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고마워요, 은서 언니!"은서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열심히 노력해, 앞으로 잘 될 거야!"이연은 자연히 구은서의 뜻을 알고 즉시 흥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앞으로 은서 언니만 따를 게요. 그리고 언니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게요.»은서는 가볍게 웃었다."가서 일 봐!""응, 언니 두고 봐요!" 이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구은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하인영은 제작진더러 그녀에게 다른 분장실 하나를 마련하고 했는데 지금 화장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아프게 해서 그녀는 바로 발을 들어 메이크업의 다리를 걷어찼다."너 왜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거야? 할 줄 모르면 꺼져! 멍청한 년!
이연은 그제야 천천히 말했다."좀 됐어. 내가 감독님하고 넘버 나인에서 심명 도련님하고 같이 밥 먹었거든. 도련님은 소희 씨를 데리고 갔고. 근데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어. 도련님은 심지어 진씨네 디저트 가게를 소희 씨에게 주었다니까. 그녀가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말이야.»인영은 문득 그날 디저트 가게에서 본 그 여자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실눈을 뜨고 물었다."화전 디저트?"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인영은 순식간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소희를 매우 미워했지만 또 개의치 않는 척하며 냉소하였다."그때 난 아직 심명 오빠와 사귀지 않았어! 그녀가 오빠와 사귀었다고 해도 오빠가 버린 여자일 뿐.”이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때 도련님도 그녀에게 아주 잘했는데, 아무리 좋아도 옛날의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응." 인영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따 우리 둘의 신이 있으니까 난 먼저 준비하러 갈게. 너도 빨리 옷 갈아입어." 이연은 일어섰다. "나 먼저 갈게!"이연이 떠난후에야 인영은 안색이 가라앉더니 자신의 조수를 불러 물었다."어느 게 소희야?»조수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옷을 정리하고 있는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람이요!"인연은 소희의 옆모습을 보면서 점차 눈이 익었고, 그녀가 바로 그날 화전 디저트에서 본 여자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여기에서 무슨 일 하지?""복장 디자이너 조수예요."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분부했다. "조감독님 좀 불러와.""네!" 조수는 대답하며 얼른 갔다.인영의 스폰서가 심명이기 때문에 조감독은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즉시 달려와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시죠?"인영이 물었다."곧 촬영 들어갈 텐데, 내 옷은?"양 조감독은 고개를 돌려 소희를 불렀다."소희야, 너 하인영 씨를 도와 오후에 촬영할 옷 좀 골라봐."소희는 응답한 뒤 재빨리 옷 한 벌을 가져왔다."이건 하인영 씨의 사이즈예요."인영은 줄곧 소희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감독은 여전히 비위를 맞추며 웃으며 말했다."그럼 소희에게 물어볼게요."그는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며칠 만이라도 하인영 배우님의 조수가 되는 건 어때."소희는 목소리가 냉담했다."죄송하지만, 난 디자이너로서의 일이 있어서 도울 수가 없네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섰다.인영은 눈을 부릅뜨고 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냉소했다."지금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소희는 연예인 조수를 한 적이 없어서 규칙도 모르고, 고집도 세서 하 배우님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제가 다른 조수 몇 명을 골라올 테니까 좋아하는 사람 하나 골라요."인영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다른 사람은 안 돼. 난 소희가 내 조수가 되길 원한다고. 만약 그녀가 내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난 이 영화 찍지 않을 거야!"조감독은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계속 그녀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참을 설득했지만 인영이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또 소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소희는 자신의 벤치에 앉아 원고를 디자인하고 있었는데, 양 조감독이 오는 것을 보고 머리도 들지 않았다."난 그녀의 조수로 되지 않을 거니까 양 감독님은 나 설득할 필요가 없어요."양 조감독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소희야, 나 한 번만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전에 내가 너에게 미움을 샀다면 따지지 말고. 난 말하는 버릇이 이래서 절대로 너한테 화풀이 하는 게 아니야!"소희는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일은 도울 수 있지만 이 일은 안 돼요. 내가 그녀의 조수가 된다면, 내 일은 어떡하고요?""다른 조수도 있잖아. 그 사람들 시키면 되지." 조감독은 고개를 숙여 소희에게 부탁했다."내가 비용을 지불할게, 너희 작업실에서 너에게 주는 월급 말고, 내가 매일 너에게 20만 원 더 줄게!"양 조감독은 말을 마치고 소희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애걸복걸했다."소희야, 제발,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 어느새 인영의 분장실에 도착했다. 양 조감독은 소희를 데리고 들어가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하 배우님, 앞으로 소희가 배우님의 조수예요. 처음으로 연예인 조수를 하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잘 몰라요. 그녀가 만약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저에게 말씀하시고 그녀를 훈계하지 마세요. 소희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좀 봐줘요!"인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조감독을 비웃었다."양 감독님은 왜 작은 조수를 이렇게 관심하고 있는 거지?"그녀는 말투가 애매하고 의미가 불분명했다. 소희는 인영을 보고 안색이 가라앉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양 조감독은 즉시 말했다."주 감독님이 분부한 거예요. 소희는 디자인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 주 감독님은 그녀를 아주 중시하고 있죠."그의 말은 인영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주 감독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너무 지나친 일을 하지 말라고.인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양 조감독은 또 소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야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인영의 곁에는 다른 두 명의 조수가 있었는데, 그녀를 도와 옷을 갈아입으며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인영은 소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거기서 계속 서 있지 말고, 나 목 마르니까 얼른 가서 물 좀 따라줘."소희는 인영의 컵을 가지고 나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르고 돌아온 후 빨대를 넣은 다음 탁자 위에 놓았다.인영은 가져와서 한 모금 마시고 또 인차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았다."너무 뜨거워, 얼음물 마실래."소희는 나갔다가 곧 돌아와서 손에 얼음 한 그릇을 들고 인영의 컵에 넣었다.인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갑자기 위가 아프네. 얼음물 마실 수 없으니까 다시 가서 뜨거운 물로 바꿔!"다른 두 조수는 모두 인영이 일부러 소희를 들볶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소하다고 생각하며 옆에서 지켜볼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소희는 다른 말 하지 않고 얼음물을 들고 나갔다가 곧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랐다.인영은 한 모금
"가봐, 일 있으면 부를 거야." 인영은 귀찮게 손을 흔들었다.소희는 몸을 돌려 떠나 뒤에 가서 도시락을 받았다. 그곳에 도착하니 도시락은 이미 없었다.그녀는 스테이크를 사러 갔으니, 돌아올 때 점심시간은 거의 지나갔고, 서인의 가게에 가기도 너무 늦었기에 아예 먹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그림을 그렸고, 정남이 와서 그녀에게 도시락 하나를 건네주었다."네 거 하나 남겨뒀어, 방금 데웠으니까 빨리 먹어!"소희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고마워요!"정남은 그녀의 곁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 하인영과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근데 왜 그녀의 조수까지 됐어?""그녀는 나를 그녀의 조수로 지정했어요." 소희는 천천히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모두들 그녀가 일부러 너 괴롭히는 거 알고 있어. 그 여자 정신 나간 거 아니야?"정남은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사이코패스야!""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뛰어다니거나 물을 좀 따라줄 뿐."소희는 줄곧 인영에게 협조했다. 그녀가 인영의 조수로 되겠다고 했으니 이런 일들도 원래 조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인영이 너무 지나치지 않는 한, 그녀는 참을 수 있었다.*오후, 인영은 촬영을 마치고 휴식할 때 고의로 인영의 앞에서 소희를 분부했다."나 명금의 디저트 먹고 싶으니까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 가서 좀 사와! 배달 시키지 말고. 난 배달하는 그 남자들이 내 물건을 만지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네가 직접 가서 사!"명금 디저트는 체인점이라, 가장 가까운 가게는 영화성 동남쪽 맞은편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영화성 서북쪽에 있어서 걸어가면 적어도 30분이 걸렸다.양 조감독은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소희에게 눈짓을 하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소희는 그의 표정을 보고 응한 다음 돌아섰다.소희가 멀리 가자 이연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인영아, 너 정말 대단한 걸!"인영은 독기를 품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조수는 원래 심부름꾼이지. 이런 사람조차 상대할 수 없다면 앞으로
구택, [뭐 하고 있어요?]소희는 천천히 답장을 했다. [디저트 가게에 갔다가 막 돌아왔어요.][출근하는데도 디저트 먹는 거예요?][다른 사람 대신해서요.] 소희는 설명을 많이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안 바빠요?][방금 회의를 마쳐서 잠시 쉬고 있어요.]그리고 바로 두 번째 문자가 들어왔다. [보고 싶어요!][한가해지면 자기가 보고 싶어요!]소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정남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남자친구야?"소희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네!""너 그 사람 많이 좋아하지?" 정남은 약간 질투해하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소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구택은 또 문자를 보냈다. [많이 바빠요? 먼저 일해요. 나도 일하러 갈게요. 저녁에 데리러 갈게요.]그는 그녀에게 차를 사주었지만 그녀는 거의 운전하지 않았기에 그는 아예 시간이 있으면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소희는 답장을 한 다음 핸드폰을 내려놓고 정남에게 말했다."돌아가요!"그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 하인영에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청아는 이틀 휴가를 내고 오늘 처음으로 출근했는데 일이 무더기로 쌓여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머릿속에는 줄곧 허연의 말을 되새겼다.그녀가 시원을 어떻게 호텔로 데리고 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후에 팀장님이 갑자기 와서 그들이 업무 임무를 앞당겨 완수했기 때문에 저녁에 장 사장님이 부서 사람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선포했다. 그는 이미 넘버 나인의 룸을 예약했다.다른 동료들은 환호했지만 청아는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이 그녀를 도와주는 건가, 아니면 그녀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는 건가?오후 내내 청아는 정신을 딴 데에 팔고 있었다. 퇴근할 때가 되자 정수진이 다가와서 그녀에게 자료 한 무더기를 건네주었다."청아야, 저녁에 가는 거야? 안 가면 이 자료들 좀 정리해줘.""네?" 청아는 한순간 멍해졌고,
청아는 핸드폰을 보면서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답장했다."오늘 밤, 넘버 나인. 가서 준비해."[오늘 밤? 좋아, 내가 바로 준비하러 갈게, 문자로 계속 연락하고, 이따가 내가 방 번호 보내줄게!]허연의 문자에는 설렘과 흥분이 배어 있었다.청아는 휴대전화를 끄고 결연한 눈빛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택시를 타고 넘버 나인에 갔는데,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런 곳에 왔는데, 이곳은 오락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부자들이 즐기고 노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로비에 잠시 머물다 방 번호를 정확히 물어본 뒤 웨이터를 따라 동료들이 회식하는 룸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룸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보았고, 청아는 단번에 시원을 보았다.그날 밤 그가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한 이후, 그들은 요 며칠 동안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또 마치 한 세기라도 지난 것처럼 무척 길었다.남자는 예전과 다름없이 준수했고, 명실상부한 귀공자였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동자 깊은 곳에 또 약간의 어두움이 더해져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정서를 숨기고 있었다.순간, 청아는 즉시 눈길을 돌리고 눈을 드리우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좀 늦었죠!""청아야, 이쪽에 자리 있어." 평소에 그녀와 잘 지내던 한 남자 동료가 열정적으로 소리쳤다.시원은 청아가 그녀를 부르는 남자 동료에게 걸어가는 것을 보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난 이미 늦게 왔는데, 넌 나보다 더 늦게 오다니!"팀장님은 시원이 청아를 탓하는 줄 알고 급히 입을 열어 그녀를 대신해 설명했다."청아는 이틀 동안 아파서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았어요. 그래서 야근을 한 거예요."시원은 그녀를 바라보며 거의 티 내지 않게 눈썹을 찡그렸다."아파? 무슨 병인데?"청아는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팀장님은 얼른 말했다."청아야, 사장님
시원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청아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고 긴장해서 손이 떨렸다."사, 사장님!"시원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 불편해요?"청아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시원은 그녀의 손에 있는 술을 받고 그녀를 응시했다."불편하면 술 마시지 마요. 이건 내가 마실 테니까 나한테 술을 올린 셈으로 할 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시원 오빠,"청아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손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그녀의 팔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원이 술 한잔을 모두 마시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시원은 그녀의 잔에 있는 술을 마시고 또 자신의 술을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만 들리는 소리로 낮게 말했다."뭐 좀 먹어요. 내가 이따 집에 데려다 줄게요."청아는 눈동자를 드리우고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갑자기 울고 싶어서 감히 그를 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앉은 후 청아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 그 약은 허연이 준 거라서 그녀는 약효가 언제 발작하는지, 발작 후 시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몰랐다.그녀는 안절부절못하자 옆에 있던 동료들조차도 그녀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친절하게 물었다."청아야, 너 왜 그래?""아무 것도 아니에요!"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곁눈질로 시원이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고,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착각인지 시원의 눈빛은 이미 방금처럼 맑지 않았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말했다. "나 좀 나갔다 올게요!""응, 조심하고." 동료는 걱정하며 당부했다.청아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룸에서 나온 다음 그녀는 벽에 기대었다. 그녀의 가슴은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리고 있었다.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걱정했고, 초조함,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느낌이 솟구쳤다.누군가가 술을 올리러 오자 그는
목요일, 강아심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승현의 비서라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강아심 사장님, 저는 오형서라고 해요. 저희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저희 두 회사 간의 계약이 곧 만료되어 갱신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하셨어요.”아심은 승현이 바빠서 비서에게 일을 맡겼겠다고 생각하며 계약서를 확인했다. 실제로 계약이 곧 만료될 예정이었다.“알겠어요. 새 계약에 대해 귀사에서 추가하고 싶은 조항이 있나요?”오형서는 말했다.[예, 몇 가지 추가 사항이 있어요. 사장님께서 지금 우리 회사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좋아요.”아심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11시 전에 귀사에 도착할 수 있어요.”[네, 도착하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전화를 끊은 아심은 계약서를 찾아 꼼꼼히 살핀 후, 회사로 갈 준비를 했다.출입문을 나서려던 순간, 정아현이 아심을 찾아와 부딪쳤다.“사장님, 어디 가세요?”아심은 짧게 대답했다.“신영 그룹에 계약 건 때문에 가야 해.”아현은 잠시 고민하며 말했다.“지승현 사장님 쪽인가요? 방금 창원의 사장님이 전화하셔서 사장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지금 바로 오신다고요.”아심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이미 그쪽 비서에게 11시 전에 간다고 약속했어요.”아현은 서둘러 제안했다.“그러면 제가 갈게요. 창원 회사와의 계약은 사장님이 직접 진행하셨던 일이잖아요. 그쪽 소정석 사장님이 꼭 사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아현이 신영 그룹과의 업무를 계속 맡아왔던 걸 떠올린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그녀에게 넘겼다.“그럼 아현 씨가 가요. 그들이 추가하고 싶다는 조항은 아현 씨가 판단해서 결정해요.”아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제가 결정 못 하겠다는 건 바로 전화드릴게요.”“좋아요.”아현은 계약서를 들고 나갔고, 아심은 사무실로 돌아가 창원 측의 사장 기다렸다.아현은 택시를 타고 신영 그룹 건물에 도착했다. 프런트에
강아심은 몸이 반쯤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마치 영혼마저 자신의 것이 아닌 듯했다....단독주택의 지하실. 개인 영화관의 방음 효과는 완벽했고, 그곳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며 어떠한 거리낌도 없게 했다.도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아심은 자신이 산 선물을 도경수와 가족들에게 나눠 주었다.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것도 샀네?”도경수는 자신이 받은 옷을 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내 덕 본 거지!”강재석은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자신도 누구의 덕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도희는 아심이 자신을 위해 산 선물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시언아, 고생 많았어.”시언은 짧게 아심을 힐끗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당연한 거죠.”아심은 도도희에게 다가가 손수 그녀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그러자 시언이 입을 열었다.“정말 잘 어울리네요.”도도희는 손목을 들어 팔찌를 살펴보며 말했다.“이거 혹시 네가 고른 거야?”시언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심이 직접 고른 거예요.”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이 안목은 확실히 우리 아심이 답네.”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강재석은 미소를 띤 채 도경수를 보며 말했다.“봐, 우리 시언이랑 아심이. 함께 있으니 참 잘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도경수는 아심이 멀리 운성으로 시집가면 자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쓰라려 목을 뻣뻣이 세우며 말했다.“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강재석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네 눈은 제대로 안 보이는 것 같아.”도경수는 심통이 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이틀 후, 아심은 지승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어딘가 다른 느낌이 있었다.[아심아, 할머니 혼수 문제는 해결됐어.]아심은 예상한 대로였지만,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어떻게 해결된 거야?”[오늘 우리 아
강아심은 통화 중 묻었다.“무슨 일이야?”이에 지승현은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식사 끝난 후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말해도 돼.]그는 잠시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할머니 유언과 관련된 건데, 월요일에 시간이 된다면 공증소에 같이 가자.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배분하려고 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승현은 이어서 말했다.[그러면 먼저 식사해. 끝나고 만나서 세부적인 건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시언의 차갑고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아직도 지씨 집안 일에 끼어드는 거야?”아심은 지승현이 부탁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승현인 자신의 아버지와 친척이 할머니께서 평생 모은 혼수를 망쳐버리는 걸 막고 싶어 했어요.”“그래서 제가 유산을 물려받은 다음 적당한 가격으로 되팔기로 했고요.”그건 승현이 제안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심은 이미 도움을 주기 시작한 이상 끝까지 돕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다.“그러고 나서 뭐? 그가 고마워하면서 또 한 끼를 사주겠지? 이후에 지씨 집안에서 또 문제가 생기면, 넌 또 도와주겠다고 나설 거고.”아심은 천천히 눈을 들어 약간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미 시작했는데, 그러면 당신이 가르쳐줘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시언의 검은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내가 해결할게.”갑작스러운 말에 아심은 깜짝 놀라 물었다.“당신이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넌 신경 쓰지 마. 대신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마.”시언의 단호한 태도에 아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차에 탔다. 시언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다음엔 어디로 갈까?”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러면 영화 보러 갈래요?”시언은 지난번 영화관에서의 시끄러운 환경을 떠올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강시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손을 떨며 휴대폰을 건넸다. 시언이 휴대폰을 받으면서 화면은 남자에 의해 곧바로 잠금이 해제되었다.이 광경을 보고 남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자신의 휴대폰 잠금은 보통 사용하지 않는 약지의 지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방금 그는 시언의 앞에서 잠금을 해제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언은 정확히 그의 손가락을 알아내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 속도와 정확성은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시언은 휴대폰을 열어 빠르게 앨범을 뒤졌고, 거기서 남자가 찍은 자신과 강아심의 사진을 찾아냈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어졌다.“누가 시켰어?”검은 티셔츠 남자는 시언을 바라보며 침묵했다.고객을 배신한다면 자신의 직업적 경력이 끝장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고, 스스로를 직업윤리가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시언은 더 말하지 않고 어깨를 거칠게 잡아들었다. 그리고 그를 유리 난간 쪽으로 끌고 가더니, 한 손으로 그를 난간 밖으로 내던졌다.남자의 몸은 8층 높이의 공중에 매달렸고, 시언은 한 손으로 그를 붙들고 있었다.“셋까지 센다.” 시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지만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느끼면서도 소리 내어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시언을 자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람을 죽이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해요.”“하나.” 시언이 이미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시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단단한 눈빛에는 예리함이 담겨 있었고, 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실제로 남자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었다.검은 티셔츠 남자는 급히 외쳤다.“말할게요! 말할게요! 저와 접촉한 사람은 지씨 집안 사람이예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몰라요.”“그 사람은 매우 신중해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시언은 눈을 좁히며 남자를 위로
아침 식사를 함께할 때, 도도희가 갑자기 강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오늘 일하러 가야 해?”시언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웃으며 말했다.“사실 어젯밤에 나랑 아심이 오늘 함께 쇼핑 하러 가기로 했었는데, 방금 일어나 보니 머리가 좀 아프네. 네가 대신 아심이랑 다녀와 줘.”아심은 숟가락을 들고 잠시 멍해졌다. 어젯밤에는 쇼핑 얘기가 전혀 없었기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계속 국을 마셨다. 시언은 아심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제야 아심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요!”시언은 짧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도경수는 도도희를 걱정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머리가 아프지? 병원에 가야 할까?”“괜찮아요. 오래된 병이예요. 조금 누워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강재석은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그럼 편히 쉬어. 시언이가 아심이랑 다녀오면 되잖아.”도도희도 웃으며 말했다.“시언에게 부탁 좀 할게요!”강재석은 한 마디 덧붙였다.“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도경수는 미묘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시언은 차를 몰고 아심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가 서서히 도로로 진입하자, 시언이 물었다.“어디로 갈까?”아심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외할아버지와 엄마를 만나고도 한 번도 선물을 못 사드렸어요. 나랑 같이 선물을 고르러 가는 건 어때요?”그러나 시언은 약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그거 너무 의식적인 행동 아니야?”아심은 단호하게 반박했다.“난 외손녀고 딸이잖아요. 선물 사는 건 예의고 효도지, 뭐가 의식적이란 거예요?”시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하자는 대로 하자.”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미소는 여유롭고 부드러웠다.쇼핑몰에 도착한 후, 아심은 의류 코너로 가서 도경수에게 줄 외투를 골랐다. 그녀는 두 벌을 골랐고, 이를 지켜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강아심은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새벽 두 시였다. 아심은 잠들지 못했고, 갑자기 베개 옆에 둔 휴대전화 화면이 깜빡였다. 그녀는 들여다봤다.강시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이런 잠 못 드는 밤에, 그의 메시지는 아심을 설레게 했다. 그녀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잠들었어?][잠들었는데, 당신이 깨웠잖아요!][그러면 계속 자.]아심은 빛이 도도희를 깨울까 봐 걱정되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메시지를 보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네가 잠들었나 궁금해서.][그러면 당신은 왜 아직 안 자는데요?][잠이 안 와서.]아심은 그의 문자를 바라보며 감정이 복받쳤다. 이불 속 어두운 빛 아래, 그녀의 눈은 촉촉했고, 오뚝한 콧날과 살짝 다문 붉은 입술은 여전히 그녀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아심은 답장을 보냈다.[나도 잠이 안 와요.][내 방으로 와.][좋아요.][진짜 올 수 있어?][내일 엄마한테 당신이 날 끌고 갔다고 말할 거니까.][그래, 네 말에 맞춰 줄게.]아심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잠이 안 오면 내가 노래 틀어줄까?][좋아요.]아심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시언이 노래를 공유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귀에서 폭발하듯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사흘 밤낮, 노래와 춤이 멈추지 않아...]시언이 일부러 고음으로 부른 부분까지. 아심은 거의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노래가 곧 멈췄고, 남자는 메시지를 보냈다.[미안, 내가 이런 거 잘 못해서. 잠깐만 기다려.]몇 분 뒤, 아심은 시언이 공유한 음악을 다시 틀었다. 이번엔 부드럽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아심은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같은 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감정이 피어났다. 아심은 몸과 마음이 풀어지고 점차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음악에 묻혀 서서히 잠이 들었다. 잔잔
양재아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저, 저희 외할아버지는 아주 보수적인 분이예요. 이 사실을 아시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권수영은 약간 당황하며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재아는 억지로 부끄러운 척하며 말했다.“사실 저도 원래 승현 씨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이 생기고 나니, 결혼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어요.”권수영은 기뻐하며 물었다.“정말이에요?”“하지만.” 재아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제 할아버지께 알리지 말아야 해요. 그리고 절대 그분을 찾아가지 마세요.”“외할아버지는 고집이 세신 분이라, 예전에 저희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는 것도 반대하셔서 엄마가 집을 떠났잖아요.”“이 일을 아시면 분명 이 결혼도 반대하실 거예요.”권수영은 도씨 집안의 과거 이야기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재아 씨 말대로 할게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저희가 먼저 결혼하고 나면, 할아버지께서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실 거예요.”그 말에 권수영은 조금 망설였다. 원래 그녀의 계획은 도씨 집안의 위세를 빌리려는 것이었는데, 결혼 때까지 도경수가 재아가 자기 손녀라는 사실을 모르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재아는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단호히 말했다.“저희가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릴 때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면 돼요. 지금으로선 이 방법밖에 없어요.”“만약 이게 싫으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죠. 저도 승현 씨를 좋아하니,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권수영은 재빨리 말했다.“알겠어요, 재아 씨 말대로 할게요. 난 재아 씨가 오늘 일을 용서해 주고, 결혼까지 승낙해 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권수영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재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지씨 집안에 들어오면, 내가 딸처럼 잘해줄게요. 나한테는 딸이 없으니, 재아 씨는 이제 내 친딸 같은 존재
지승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정장을 벗고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10분쯤 후, 샤워를 마치고 나왔지만 몸이 이상하게 불편했다. 온몸에 알 수 없는 뜨거움이 퍼져 견디기 힘들었고,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승현은 찡그린 얼굴로 침대로 다가가 누웠다. 그 순간, 침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여자의 몸에 승현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본능에 따라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권수영은 계속 아래층에 머물며 시간이 적당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승현의 방문에 귀를 대고 잠시 들은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1시간 후.승현이 계단을 내려오며 거실에서 기다리던 권수영을 향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태어나서 처음이네요. 자기 아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엄마를 본 건.”그러나 권수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승현아, 이건 전부 너를 위한 거야. 오늘을 위해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아?”승현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결국 나보고 양재아랑 결혼하라고요?”권수영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너희 사이가 이렇게 됐으니, 당연히 재아 씨를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니?”승현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냉소적으로 말했다.“잠깐 관계를 맺었다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나는 몇 사람한테 책임을 져야 하죠?”권수영의 얼굴에 긴장이 스치며 목소리가 단호해졌다.“승현아, 재아 씨는 밖에서 만났던 그런 여자들이랑 달라. 재아는 도씨 집안의 손녀야.”“네가 책임지지 않으면 도씨 집안을 적으로 돌리는 건데, 우리 집안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승현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럼 도씨 집안의 보복을 받으면 되겠네요. 어차피 난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이런 수작으로 날 억지로 묶으려 한다면, 엄마, 아마 그 계산은 틀리신 거예요.”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승현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권수영은, 혹시 강아심을 만나러
권수영은 지아윤에게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지아윤, 재아가 술에 취한 것 같네. 난 여기서 손을 뗄 수 없으니 네가 재아를 위층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줘.”아윤은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재아를 보고 권수영 여사의 의도를 알아챘다. 고개를 끄덕인 뒤 양재아를 부축하며 말했다.“재아, 몸이 안 좋아 보이네. 내가 널 위층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줄게.”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가고 싶어.”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너무 취했어.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는 게 좋아.”그러면서 재아를 부축해 2층으로 올라가 지승현의 방으로 데려갔다.아윤은 일부러 재아의 외투를 벗겨주며 침대에 눕혔다. 재아는 반쯤 깨어 있으면서도 마치 완전히 취한 척하며 무력하게 침대에 누웠다.문이 닫히고 아윤이 떠나자, 재아는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마지막으로 남은 옷까지 풀기 시작했다....재아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권수영은 안절부절못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섞인 얼굴로 손님들을 더 이상 응대할 수 없다는 듯 급히 만찬을 마무리했다.도우미들에게 손님들을 배웅하라고 지시한 뒤,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큰어머니, 재아는 제가 잘 데려다 놓았어요. 그런데 사촌 오빠는 재아를 거부하지 않겠죠?”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라, 난 모든 준비를 다 해놨으니까.”아윤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내일 재아가 깨어나도 제가 했다는 걸 모르게 해주세요.”권수영은 아윤의 이마를 살짝 찌르며 웃었다.“네가 해준 일이 얼만데, 내가 어찌 잊겠니?”아윤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말했다.“사촌 오빠가 곧 올 거 같으니 저는 이제 돌아가 볼게요. 두 분이 잘되길 바랄게요.”“고마워, 아윤아.”권수영은 아윤을 문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좋은 소식 생기면 바로 전화할게.”“꼭이요!”아윤을 보낸 후, 권수영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점검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