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가볍게 웃었다."괜찮아요!"은서는 부드럽게 웃었다."나는 주 감독과 오랜 친구고 또 제작진 사람들과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 일 있으면 나 찾아요.""네, 다들 좋은 분들이세요!""나 다음 신 찍으러 가야 하니까 시간이 있으면 다시 이야기해요!"은서는 웃으며 소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몸을 돌려 떠났다.정오가 다 되어갈 때, 줄곧 서이연을 추구하던 설정원이 와서 그녀를 방문하러 왔고, 또 바비큐 같은 음식을 가지고 왔다.주 감독은 사람들더러 쉬게 했고, 서이연은 자신의 조수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달라고 했고, 한동안 모든 사람들이 이연을 칭찬했다.소희는 가지 않고 그냥 주 감독에게 혼자 점심 먹으러 나간다고 말했다.영화성 이곳은 마침 서인의 샤브샤브 가게가 있었다.은서의 조수는 케이크와 과일 샐러드를 가져왔는데, 하찮다는 듯 말했다."이딴 음식 가지고 사람들을 매수하다니, 서이연 그 득의양양한 모습 좀 봐요!"은서는 등나무 의자에 앉아 몸에 큰 목도리를 걸치고 손에 대본을 들고 보고 있었다. "자기만 잘 하면 돼. 다른 사람을 상관하지 마!"조수는 "네" 하고 대답한 뒤 옆에 앉아 밥을 먹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연이 다가와 손에 연어를 들고 달콤하게 웃었다."은서 언니, 밥 먹었어요? 내가 특별히 언니에게 남겨준 건데!"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연어를 내려놓고 꽃처럼 웃었다. "먹어요!""고마워!" 은서가 웃었다."사양하지 마세요!" 이연은 더 달콤하게 웃었다.......소희가 대력 샤브샤브 가게에 도착했을 때, 안에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소희는 가까스로 자리를 찾아 앉았고, 앞치마를 입은 소녀가 와서 부드럽게 물었다."뭐 드실래요?"소희는 멈칫하다 고개를 돌려 보았다."유림이?"유림도 소희를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소희, 네가 어떻게 여기에?"소희는 유림이 이곳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이곳에서 알바하는 거야?»유림은 소희
서인은 주방에서 두부를 썰다 눈살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이문에게 물었다."목소리가 왜 이렇게 커?"이문은 요리사의 모자를 쓰고 방긋 웃었다."젊은 사람이니까 활기가 넘치죠!"서인이 막 말을 하려고 하자, 커튼이 갑자기 열리더니 유림의 웃는 고운 얼굴이 나타났다."사장님, 내 친구 건데요. 빨리요!""알았어!" 서인은 나른하게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가 주문한 음식이 다 됐고, 유림은 솥을 들고 서인은 뒤를 따라 고기와 요리를 들고 있었다.앞으로 걸어가자 유림은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소개해줄게. 이쪽은 우리 서 사장님이야!"소희와 서인은 눈을 마주쳤고, 서인은 뜻밖인 듯 눈썹을 들었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서 사장님 안녕하세요!"서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기를 탁자 위에 놓고 건달 같이 말했다."유림이 친구야? 그럼 밥값은 두 배로 받을 게!"유림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왜요? 내 친구가 왔는데 할인을 해주지 않고 왜 가격을 올리는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왜 가격을 올려주는 거예요?"서인은 목소리가 허스키했다."내가 사장님이니까! 그러나 이 아가씨는 돈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남아서 사모님 해!"유림은 갑자기 화가 났다."지금 우리 소희가 예쁜 것을 보고 앙심을 품은 거예요? 사장님이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사모님 되라 하다니, 아주 신이 났어요!""피식!" 소희는 참지 못하고 바로 웃었다.서인도 웃었다."사모님이든 뭐든 다 돼. 나야 좋지!"유림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사장님, 미쳤어요?"소희는 얼른 말했다."서인아, 그만해, 유림이 화날 거야!"서인은 유림을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어떻게 컸는지 모르겠다.""어떻게 된 일이야?" 유림은 눈을 크게 뜨고 멍한 표정으로 소희를 가리키고 또 서인을 가리켰다."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소희는 웃으며 말했다."나와 서인인 친구야. 일찍부터 알고 지냈어!"유림은 눈을
"아!" 유림은 진지하게 말했다."소희야, 너는 학교에서 성적이 그렇게 좋은데 더 좋은 일 찾아야 하지 않겠어? 자꾸 이런 아르바이트를 찾지 마."소희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별로 설명하지 않았다.유림은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손님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을 보고 또 바삐 돌아쳤다.소희는 밥을 먹고 주방에 가서 서인과 작별인사를 했고 또 당부했다."유림이는 단순해서, 처음으로 일하러 나왔으니 너도 신경 좀 써.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도록!”서인은 그녀에게 사과를 건네며 물었다."그녀와 사이가 좋아?""응, 맞아!"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무튼 그녀가 여기에 있으니, 나 대신 그녀를 잘 봐줘.""그래, 안심해!" 서인은 통쾌하게 대답했다."그럼 갈게!"소희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잠깐만!" 서인은 그녀를 불렀다."너 이쪽에서 일하니? 제작진의 밥이 맛없으면 매일 여기 와서 밥 먹어. 샤브샤브 질리면 이문더러 다른 거 만들어 주라고 할게!""응!" 소희는 대답하며 사과를 들고 갔다.그녀는 사과를 먹으며 천천히 촬영하는 곳으로 갔다. 사과를 다 먹자 그녀도 마침 도착했다.그녀는 자신의 의자를 찾아 찾았고, 앉자마자 한 남자가 와서 물었다."소희야, 너 점심에 어디 갔었어? 내가 너 점심밥 남겨줬는데."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요. 난 이미 먹었어요!"남자는 피부가 희고 눈이 좀 작지만 아주 잘생겼다. 그는 털썩하고 소희의 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난 촬영팀 사람인데 이정남이라고 해,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 찾으면 돼!”"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정남은 성격이 좋아서 소희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이곳은 처음이지? 학생처럼 보이는데, 갓 졸업했어?""아직이요, 대학교 4학년이에요!""어쩐지!"정남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앞으로 내가 너 책임질게!""고마워요.""촬영팀도 사실 아주 재미있어. 매일 새로운 일이 있거든. 예를 들면 우리가 지난번에 촬영했을 때,"정남
그는 구택이 귀국한 후 어떻게 임 씨 그룹의 다른 경영진들을 신복시켰는지, 어떻게 짧은 시간내에 적을 물리치고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는지, 그 수단은 또 어떻게 맹렬하고 신속한지를 말했다.소희도 그런 일들을 몰랐기에 간식을 먹으며 정남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한참 뒤, 정남은 말하느라 입이 바싹 말랐지만 소희가 조금도 구택을 숭배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이야, 당신을 그 여자들과 정말 다르네!""뭐가 달라요?" 소희가 물었다.정남은 가볍게 웃었다."다른 여자들은 임구택의 이름만 들어도 그에게 달려들고 싶은데, 사모하는 감정을 아주 다 드러냈지."소희는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그건 과찬이에요. 나도 그를 엄청 좋아하거든요!"정남, "…..."그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넌 그녀들과 달라!"소희는 정남에게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고, 그녀도 구택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몰랐다. ......은서는 구택이 왔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더러 먼저 찍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뒤쪽 사무실에 가서 구택을 찾으러 갔다.문에 들어서자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얼른 소리쳤다."구택아!"그녀는 베이지색의 치파오에 하얀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를 뒤로 감아 온화하고 대범할 뿐만 아니라 소녀의 청아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냈다.구택은 뒤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촬영은 잘 돼가?""응, 주 감독님이 내가 찾는 느낌이 좋다고 했어!"은서가 부드럽게 웃었다."은서는 한국 사람이지만 그 시절 민국 대갓집 규수의 그런 기질이 타고났다니깐요.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주 감독도 기세를 몰아 은서를 몇 마디 칭찬했다.몇 사람이 말을 할 때, 바깥 로비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외쳤다."북극 작업실 사람은? 얼른 그 여자 불러와!"구택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곧, 소희와 정남이 같이 걸어왔다."회색 운동복을 입은 여자가 손에 치파오를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남은 문득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나 생각났어요! 이건 윤 배우님이 직접 가져온 치파오예요!"윤결은 베테랑 배우지만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녀는 데뷔하자마자 전성기에 들어섰고 서른이 될 때 오히려 인기가 줄어들었다. 이번에 주 감독은 그녀를 남자주인공의 누나로 뽑았는데, 주로 그녀의 개인적인 기질과 캐릭터가 일치해서 그녀를 자신의 영화에 초대한 것이었다.윤결은 주 감독의 초청을 받아서 우월감을 가졌고, 메이크업 팀 뿐만 아니라 코디 팀도 자신의 사람을 썼다.정남은 냉소하며 말했다."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윤 배우님에게 물어봐요!"그는 말을 마치고 중얼거렸다."아마 전의 옷이었는데, 지금은 살이 쪄서 입을 수 없었는지도!"조수는 안색이 보기 흉해졌지만 주 감독 앞에서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윤 배우님에게 물어보러 갈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뒤에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조수는 고개를 돌리자 구택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이대로 간다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이유 없이 남을 욕하다니, 그녀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겠는가?"은서는 눈을 굴리더니 얼른 맞장구를 쳤다."만약 아직 소희 씨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사람 시켜서 윤 배우님 불러오라고 할게!"주 감독은 즉시 사람을 시켜 윤결을 찾아오게 했다.윤결은 재빨리 왔고, 그 치파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직접 가져온 건데, 무슨 일이야?"그 조수는 임시로 윤결에게 안배한 것이라 그녀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조수는 또 자신이 거물급 배우님을 따랐다고 생각하고 날뛰기 시작해서 오전 내내 많은 사람들을 훈계했고 이번에 마침내 큰 코 다쳤다."일이 밝혀지면 됐어!"은서는 입을 열더니 그 조수를 바라보았다."빨리 소희 씨에게 사과해야지!"조수는 좀 내키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멋쩍게 말했다."미안해, 내가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어.""성의가
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죄책감 같은 거 없어요. 그녀 자신이 덤볐으니 해고된 것도 그녀 자신 때문이죠!"소희는 단지 구택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틀림없이 그녀를 위해 특별히 여기로 달려왔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이렇게 잘 보호하고 있었으니 만약 어느 날 그가 그녀의 곁에 없다면, 그녀는 적응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정남은 계속 옆에서 재잘거렸다."솔직히 말하면 촬영팀도 나름 기형적인 사회야. 권세에 빌붙어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 오늘 임 대표님한테 딱 걸렸으니 너 대신 불평을 품고 화풀이 했지, 만약 그가 없었다면 그녀가 너를 욕해도 아무도 대신해서 나서지 않을걸?""응!" 소희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네요!""에이!"정남이 농담으로 말했다."임 대표님이 무슨 보고 싶다면 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근데 방금 정말 패기가 넘치긴 했어. 마음도 그렇게 착하고.”소희는 정남의 말을 듣다가 핸드폰에 갑자기 문자가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확인해보니 역시 구택의 문자였다."앞으로 또 다른 사람이 자기 건드리면 그냥 때려요. 내가 있잖아요!”소희는 눈을 드리우고 가볍게 웃었다."네, 알았어요! 그리고 고마워요!""우리 사이에 고맙긴요!"소희는 귀여운 소녀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이것은 전에 청아가 그녀에게 보낸 것인데, 그녀는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저장했다.구택은 잠시 후에야 문자를 보냈다."나 갈게요.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 그리고 이정남이라는 사람하고 거리 좀 둬요. 눈에 거슬리니까요."소희는 옆에서 구택을 칭찬하고 있는 정남을 힐끗 쳐다보며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둘째 삼촌! 나 일하고 있잖아요. 일할 때 이성과 접촉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의 팬이에요.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면 슬퍼할 걸요.""몰라요, 아무튼 나 마음이 불편해요."소희는 남자의 도도하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표정을 상상
은서는 눈을 들더니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그럴 리가, 주 감독님이 정말 때리라고 하셨기에 나도 그 요구에 따라 했을 뿐이야."이연은 눈을 드리우며 가볍게 웃었다."은서 언니는 전의 신에서 기본적으로 한 번에 통과했는데, 하필 여기에서 실수를 하다니, 은서 언니 속도 많이 후련하겠죠?”은서는 그녀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대본을 보았다."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여기에는 카메라도, 기자도 없으니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이연은 몸을 기울여 눈썹을 들고 은서를 바라보았다."만약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면, 은서 언니는 임 대표님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거죠?”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향한 은서의 적의를 느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연회 이후의 기사도 은서의 팀이 냈을 것이다.은서는 눈을 들더니 침착하고 여유로웠다."너 너무 예민한 것 같은데!""그래요?" 이연은 비웃었다. "만약 임 대표님 때문이라면, 은서 언니는 사람 잘못 찾았어요. 진정으로 맞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고요!”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설마 아직도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좋아하는 사람은 소희라고요!" 이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은근히 불쾌함을 드러냈다.은서는 눈을 천천히 가늘게 떴다."네 추측이야?""그럴 리가요!"이연은 싸늘하게 웃었다."소희는 비록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앙큼한 사람이예요. 언니는 그녀를 친구로 여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녀는 오래전부터 대표님을 꼬셨다고요!"은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이연의 음울한 눈빛에는 질투가 배어 있었다."전에 언니가 아직 귀국하지 않았을 때, 소희와 대표님은 이미 아는 사이였어요. 당시 그녀는 뜻밖에도 나에게 자신은 대표님의 조카딸이라고 말했고요. 사실 그녀는 그저 임가네의 과외 샘이었죠. 난 너무 어리석어서 그 말을 믿었고요. 심지어 연회에서 대표님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안고 떠나는 것을 보고도 의심하지
명원은 멈칫하더니 즉시 물었다."당연하죠, 무슨 일 생겼어요?""그래!"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에게 소희 씨와 구택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말해줘!"명원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은서는 목이 메었다."너 진작에 알고 있었지? 너까지 나를 속이다니!""아니에요!" 명원은 다급하게 설명했다."택이 형은 그저 소희를 갖고 노는 것 뿐이에요. 내가 택이 형이 우리 형에게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요! 은서 누나, 너무 조급해하지 마요. 택이 형은 조만간 소희를 버리고 누나 곁으로 돌아갈 거예요."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정말 사귀고 있는 거야?"명원은 잠시 멈추다 침울하게 말했다."응.""언제 부터?""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도 누나보다 몇 달 일찍 돌아왔을 뿐인걸요. 그때 소희는 케이슬에서 종업원으로 일했고, 택이 형이 자주 놀러 갔거든요. 그때부터 나는 두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형에게 물어보니 그제야 그들이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은서는 눈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너희들 다 알고 있었고, 나 혼자만 몰랐구나!""우리도 누나가 슬퍼할까 봐 걱정해서 그래. 게다가 나는 정말 택이 형이 소희랑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도 소희를 그렇게까진 좋아하지 않거든요."명원은 걱정해하며 말했다."누나, 울지 마요. 이게 다 소희가 뻔뻔스럽게 택이 형 꼬셔서 그런 거예요. 택이 형도 그녀에게 잠시 현혹된 거뿐이라고요."은서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알겠어. 나중에 구택에게 내가 너에게 전화했다고 말하지 마.""누나, 슬퍼하지 마요. 내가 장담하는데, 택이 형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나뿐이에요. 그 소희랑은 잠깐 노는 것뿐이라고요."명원이 걱정했다."응, 알아!" 은서는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았다."가서 일봐, 끊을게!"전화를 끊고 은서는 휴지로 자신의 차가운 눈빛을 가렸다.그녀는 구택과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녀는 그를 위해 외국에서 분투해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