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은 사정없이 일깨워 주었다."가짜 남친!""그래도 친구잖아!"명원은 성이 나서 말했다."소희도 내 친구야!" 미연은 앉아서 소희에게 밥을 건네고 그 중 매운 닭발을 소희 앞으로 밀었다. 마치 그녀가 매운 거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명원은 씩씩거리더니 미연의 곁에 앉아 소희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나도 매운 닭발 먹을래!"미연은 야채 볶음 한 접시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화가 그렇게 많으니까 좀 담백한 거 먹어!"명원은 고분고분 채소 볶음 한 젓가락을 집었고, 억울해하는 모습은 마치 여린 여자 같았다.소희는 웃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조용히 밥을 먹었다.세 사람 중 두 명은 쌀쌀한 성격이라 명원은 소란을 피워도 분위기를 띄울 수 없어서 유난히 조용하게 밥을 먹었다.밥을 다 먹고 명원은 주동적으로 그릇과 젓가락을 치우고 그릇 씻으러 갔다. 보아하니 평소에 그는 이곳에서 자주 이런 일을 한 모양이었다.소희와 미연과 함께 계속해서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30분 후, 소프트웨어 수정이 완료되었고, 미연은 USB에 복사하여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이제 쓸 수 있을 거야!"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말했다."고마워요!"미연은 명랑하게 웃었다."천만에!"소희는 미리 구택에게 문자를 보냈으니 그는 차를 몰고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소희는 USB를 들고 미연과 작별인사를 하고는 떠났다.미연은 차 키를 가지러 갔다. "날도 어두운데, 내가 데려다줄게!"명원은 소파에 앉아 이 말을 듣고 미연을 바라보며 눈알을 굴리더니 새삼 웃기 시작했다.소희는 신발을 갈아 신고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데리러 오는 사람 있어요!""그럼 잘가, 일 있으면 나 찾고!""네!"소희는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갔다.미연은 문을 닫고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게임에 접속했다.명원은 신비로운 표정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미연아, 너 소희 씨 좋아하지?"미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을 돌려 명원을 바라보았다.명원은 미연의 비밀을 발견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온옥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야?"소연은 노트북을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온 총감님, 제가 자료를 찾고 싶은데, 고급 갤러리에는 총감님의 지령이 필요해서요."온옥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와!"소연은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온옥더러 지령을 입력하게 하고는 갤러리에 들어갔다.소연은 온옥이 입력할 때 일부러 천진한 웃음을 지었다."사실 저 사장님이 오신 것을 봤지만, 그와 말을 한 적이 없어서 감히 찾아가지 못하겠더라고요."온옥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이 멈칫했다."사장님이 오셨다고?""네!"소연이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오랫동안 보지 못한 거 같아요!"온옥은 이미 지령을 입력하여 잠금을 해제하고 컴퓨터를 소연에게 돌려주었다."됐어!"소연은 달콤하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감사합니다.""가봐!" 온옥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서류를 정리했다.소연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지만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맞은편 탕비실로 갔다.아니나 다를까, 3분도 지나지 않아 온옥은 자료 한 묶음을 들고 나와 진석의 사무실로 걸어갔다.탕비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소연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온옥이 문을 두드리고 진석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소희가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멈칫하더니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진석은 회색 셔츠를 입고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고 잘생기면서도 차가워 보였다. 그는 원래 소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데, 온옥을 보고 안색이 옅어졌다."무슨 일이야?"온옥은 정장을 입고 베이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몸매가 늘씬하고 기질이 도도했다. 그녀는 곧장 진준에게 다가가며 소희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사장님, 여기 사인해야 할 서류가 몇 개 있어요!"진석은 받은 뒤 책상 위에 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사인한 다음 수빈이더러 가져다주라고 할게.""예!" 온옥은 대답했지만 가만히 서 있었다.진석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또 무슨 일
소희는 보더니 그것은 주 감독의 영화 준비전의 연회인 것을 발견했다. 북극 작업실이 영화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기 때문에 초청을 받았던 것이다.연회는 이번 일요일 오후였다.진석이 말했다."나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소희가 말했다. "나 윤미 언니랑 함께 갈 수 있어요.""그래요!"진석이 말했다."아가씨는 가기만 하면 돼요!"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건 무슨 뜻이지? 그는 그녀가 가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일까?진석은 그녀를 흘겨보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아무튼 앞으로 작업실에 관한 일이라면 아가씨는 반드시 참가해야 해요. 게으름 피울 생각 하지 말고요!"소희는 한숨을 쉬었다."난 지엠의 일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진석은 싸늘하게 웃었다."하영 씨도 나도 아가씨를 너무 봐줬어요!"소희는 마음이 찔린 듯 눈알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열심히 보았다. 그녀는 두 개만 보고는 좀 초조해하며 서류 한 묶음을 진석에게 던졌다."나 여기에 너무 오래 있을 수 없으니까 나가볼게요!"진석은 말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선배가 나더러 조수로 작업실에 오라고 했잖아요. 이건 내 탓 아니에요!"말을 마치고 소희는 진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갔다.진석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화가 나도 그녀를 어쩔 수 없었다.소희는 복도에서 온옥의 조수를 만났다. 그녀는 아래층 인사부에 가서 소희의 일을 조사했고 소희가 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고개를 살짝 돌려 못 본 척했다.소희는 원래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조수가 온옥의 사무실에 들어가자 갑자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 "총감님, 저 돌아왔어요!"온옥은 고개를 들었다."인사부에서 뭐래?"조수가 말했다."인사부는 강성대의 원장이 우리 작업실에 소희 씨를 추천했다고
소희는 일어나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윤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사람이 어느 고수인지 말해줘요? 방금 썼는데, 너무 좋아요!""그녀도 디자인 전공인가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아니요, 컴퓨터 공학 전공이에요!""화소의 포용도도 전보다 두 배 이상 좋아졌고,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도 많아졌어요. 너무 좋다니까요!"윤미의 눈에는 흥분과 경이로움이 가득했다."그녀는 아마추어로서 어떻게 이걸 해냈죠?"영미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흥분한 거야?"윤미는 곧장 말했다."소희 씨 친구가 우리가 쓰는 소프트웨어를 다시 보완하고 갱신했어. 아주 대단해. 너도 써볼래? 소희 씨가 도와서 설치해 줄 수 있는데."영미는 웃는 듯 마는 듯 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난 또 무슨 일인가 했네. 소프트웨어를 갱신한게 뭐 그리 놀라운 일이라고! 고마워, 내 건 괜찮아서 네 조수 귀찮게 할 필요 없어!"윤미는 영미가 소희를 깔본다는 것을 알고 있엇다. 그녀뿐만 아니라, 몇 분 전의 자신도 소희의 친구가 이렇게 강력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알았어!"영미는 탕비실에 가서 슬기를 불러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윤미는 더욱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 나 대신 친구분에게 고맙다고 전해줘요. 점심에 내가 밥 살게요!""천만에요!"소희가 가볍게 웃었다.윤미는 즐겁게 웃었다."소희 씨가 온 후에 나도 아직 밥을 산 적이 없잖아요. 오늘 내가 살게요. 마침 고맙다고 인사할 겸요!"소희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나 방금 맞은편 중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그럼 같이 가요!""그래요,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윤미는 웃으며 사무실로 돌아가 자신의 가방을 가지러 갔다.윤비를 기다릴 때, 소희는 미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 상사가 소프트웨어가 아주 좋다고 말했어요, 언니한테 고맙다고 전해주래
강남은 또 어찌 이대로 가겠는가. 그는 또 대리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대리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서 잘리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돌아와!"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남은 휴대전화를 보면서 화가 났지만 장설에게 분풀이를 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 울분을 삼켰다.장설은 강경한 태도로 그와 상의하지 않으려 했다.잠시 쇼핑하다 장설은 힘들다며 두 사람은 커피숍에 들어갔고, 이때 그녀는 입을 열었다."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당신네는 방금 집을 샀으니 돈도 별로 없을 거 같아 예단은 받지 않겠데요. 단 5천만 원 준비하면 돼요!"장설은 임신고 집 인테리어는 아직 다 마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일단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강남은 멍해졌다."5천만 원? 만약 당신의 집안에 5천만 원 주면 우리 집은 장식할 돈이 없었을 텐데!"장설은 눈썹을 찌푸렸다."누가 그 5천만 원 쓰래요? 그것은 내가 찾은 돈이지 당신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결혼할 돈은 당신이 가서 당신 엄마한테 달라고 해요!"강남은 바로 안달이 났다."우리는 옛집까지 팔았는데 우리 엄마한테 또 무슨 돈이 있겠어?”"그럼 난 몰라요, 어차피 내 돈은 쓸 수 없으니, 당신들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봐요!" 장설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우리 집은 친척이 비교적 많아서 강성에 와서 결혼식에 참가하고 왕복하는 비행기 표값과 호텔에 묵는 돈도 모두 당신네가 내요!"장설은 민성 아래의 시골 출신이었고, 강성에서 대학을 다녔다.강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원했다."이것은 당연한 하지, 우리는 그 돈을 낼 수 있지만, 예단의 돈은 좀 줄일 수 없을까?""우강남!" 장설은 테이블을 치고는 눈을 치켜떴다."지금 내가 임신했다고 만만해 보이는 거예요? 예단 돈을 내고 싶지 않는 거냐고요?""아니야!" 강남은 황급히 설명했다."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집을 살 때, 우리 엄마는 모든 돈을 다 내놓았고, 심지어 청아에게 조금도 나누지 않
청아는 긴장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봉투를 열고 그 안의 감정결과를 꺼내 보다가 최종 결과라는 글자에 멈추었다.그녀는 가슴이 쿵쾅 뛰더니 갑자기 답답하고 아팠다. 자신의 오빠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감정 결과, 장설의 아이는 강남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얇은 종이는 마치 수천 킬로의 무게가 있는 것 같았다. 청아는 꽉 쥐고 손끝이 하얗게 질려 마음이 매우 아프면서도 장설이 미웠다!장설!그녀는 어떻게 자신의 오빠한테 이럴 수 있는 것일까!그녀의 어머니는 어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일단 결혼식부터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미 장설의 가족과 연락하여 예단과 결혼식에 관한 일을 상의했고 장설의 가족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가능한 한 만족시키려고 했다.비록 추석에 불쾌하게 헤어졌지만 청아는 그녀의 어머니가 무척 기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경 경사가 둘이었고 그녀는 심지어 아이가 확실히 오빠의 것이라면 그 일도 추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차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시원은 여전히 청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요 며칠 사람 찾아 장설을 조사해 봤어요. 그녀는 청아 씨 오빠와 연애하기 전부터 사생활이 비교적 혼란스러웠고요. 학교에 있을 때 유부남을 꼬신 적 있고 심지어 청아 씨 오빠와 사귈 때도 몇 명의 남자 동료와의 관계가 수상했어요. 그녀의 아이는 그녀 회사 동료의 것일 수 있고요."청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 장설은 완전히 그녀의 오빠를 호구로 생각했던 것이다!시원은 나지막이 말했다."사실, 미리 알아도 나쁘진 않아요. 만약 청아 씨 오빠가 그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야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에게는 더욱 잔인하죠."청아는 목이 메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정신을 차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시원이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장설과 결혼하지 않는 것은 청아 씨 집안에게는 좋은 일이에요."청아는 시원이 그녀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난감하여 울먹이며 쓴웃음을 참
마지막 결과를 본 그는 얼굴이 이미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충격에 강남은 마음이 비통해지며 눈앞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었다!그는 문득 오늘 병원에 가서 한 검사를 떠올리더니 모든 것을 깨달았다!장설의 아이는 그의 아이가 아니었다!그녀는 그를 배신했고 또 그를 속였다!그의 보고서를 쥔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속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청아는 즉시 따라가서 강남을 붙잡았다."오빠, 흥분하지 마요! 그녀는 지금 임신해서 때리면 안 돼요!""내 아이가 아니잖아!" 강남은 노호하며 청아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청아는 계속 그의 팔을 잡고 성급하게 말했다."오빠 지금 엄청 화나고 엄청 슬프다는 거 알아요. 근데 만약 지금 그녀를 때려서 그녀의 뱃속의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오빠는 고의 상해죄로 감옥에 가야 한다고요!""그녀 때문에 감옥에 가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강남은 표정이 험상궂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난 그녀를 위해 고객까지 잃었고 내 여동생한테 미안한 일을 가득 했어. 나는 심지어 양심까지 버렸는데, 그녀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청아는 그를 껴안고 똑같이 슬프게 울었다."오빠, 오빠!"차 안의 시원은 함께 안고 통곡하는 두 사람을 보고 차에서 내리지도, 막지도 않았다. 이때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강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었다!이런 일은 어떤 남자에게 있어 큰 굴욕과 타격이며, 그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었다!얼마나 울었는지 강남은 마침내 냉정해졌지만 안색은 여전히 보기 좋지 않았고 목이 쉬었다."나 올라갈게. 걱정 마. 그녀 안 때릴 테니까. 난 그녀와 똑똑히 얘기해 볼 거야!”청아는 휴지를 들고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고 눈에는 여전히 눈물을 머금은 채 신신당부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오빠 반드시 침착해야 해요. 오빠의 미래와 엄마를 위해서라도
청아는 즉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강남이 먼저 나왔는데, 그는 손에 트렁크 하나를 들고 힘껏 아래로 던졌다.장설은 훌쩍거리며 끊임없이 강남에게 매달리면서 심지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려 했다.강남은 단호하여 트렁크를 던진 다음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보아하니 강남은 그녀를 때리지도, 마음이 약하지도 않아 청아는 안심했다.장설은 땅에 엎드려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면서 위층의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게 했다.그녀는 한참 울다가 강남이 정말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을 보고서야 트렁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울면서 걸었고 나무 밑에 세워진 롤스로이스를 눈치채지 못하고 곧 동네를 나와 택시를 탔다.시원이 물었다."올라가서 청아 씨 오빠 살펴볼래요?"청아는 한 번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우리 오빠는 지금 혼자 있고 싶어할 거예요.”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집으로 데려다줄게요!"도중에 두 사람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장설이 쫓겨난 것을 보고 청아는 속이 매우 후련했지만 여전히 오빠가 불쌍했다.시원의 핸드폰은 끊임없이 전화가 왔는데, 그는 받지도 않고 바로 끊었다.청아가 말했다."길가에 내려줘요, 나 혼자 택시 타고 돌아가면 되니까요. 얼른 가서 일봐요!"시원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괜찮아요, 이럴 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없어요!"30분 후, 차가 청아 집 아래에 멈추자 시원은 고개를 돌려 온아하게 입을 열었다."돌아간 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 오늘은 매듭짓는 거니까 앞으로 모든 일이 좋아질 거예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시원 씨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이 말은 오해하기 쉬웠고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많은 신세를 졌으니 말로 표현해도 너무 성의가 없을 거 같았다.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우리 집에 있어 이것 또한 행운이죠. 시원 오빠 말처럼 다 좋아질 거예요!""응!" 시원은 옅게 웃었다.
도우미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도경수에게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양재아 아가씨가 방금 전화해서,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지 않겠다고 하셨어요.”재아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으며, 회사에서 야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네.”그 순간, 이반스가 옆문으로 들어와 밝은 목소리로 강시언과 강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연한 파란색 폴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모습이었다.아심이 물었다.“이반스 씨, 강성에서 생활은 어떠세요? 잘 적응하고 계시죠?”이반스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음식도 잘 맞고, 생활도 편해요. 그리고 도경수 선생님께서 소장하고 계신 골동품과 서화들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제가 C국에 대해 얼마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을 정도죠.”도경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 되면 강씨 저택에 가봐. 거긴 정말 더 대단해. 그 집에 가야 진짜 놀랄 거야.”이반스는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정말요?”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강재석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오게나.”“꼭 한번 방문할게요.”다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으며, 분위기는 편안하고 유쾌했다.식사 중에 도도희가 아심에게 물었다.“오후에 일정 있니?”“아니요, 오늘은 쉬는 날이예요.”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앞으로는 계속 집에서 지낼게요.”도도희와 도경수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눈빛이 반짝였고, 도경수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래야지! 우리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 그녀가 자기 말을 듣고 순순히 집으로 돌아온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그러나 시언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 집에 머물기로 결심했을까?시언은 입가
강재석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 서로를 안 지가 몇 년인데. 서로 성격도 잘 알고 있으니 진짜로 화낼 일은 없어.”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사실, 이 몇 년 사이에 도경수의 성격이 아주 좋아졌어. 예전처럼 고집만 부리는 건 아니야. 특히 과거에 너랑 재희의 아버지를 갈라놓은 일을 후회하고 있어.”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요 며칠 보니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어요.”강재석은 깊은 뜻을 담아 말했다.“너희 부녀가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 사람 인생에서 20년이 몇 번이나 있겠어. 지금은 시간을 많이 함께 보내야 해.”그 말에 도도희는 감동하며 말했다.“그럴게요. 아저씨, 그동안 우리 아버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강재석은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몇십 년 된 친구 사이인데, 고맙다는 말은 너무 멀게 들려.”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우리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강재석은 약간 화난 듯이 말했다.“그 양반, 아심이 시언을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그 속을 모를 줄 알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릴 뻔하며 고개를 돌렸다.한편.도경수는 아심과 시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연신 그녀를 걱정하며 물었다.“길 더웠지? 괜찮아?”“왜 그렇게 자주 야근해? 아직 젊으니까 건강도 챙겨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건강 잘 챙길게요.”그녀가 처음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도경수는 순간 멈칫하며 표정이 굳었다. 이내 눈물이 차오르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래!”20년 전, 어린 아심이 도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는 이 장면을 그리워하며 꿈속에서 수없이 그려왔다. 그리고 양재아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는 단지 친근한 느낌이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아심이 그렇게
두 사람이 집을 나설 때는 이미 거의 점심시간이었다. 길을 지나던 중, 아심은 꽃집을 발견하고 시언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도도희에게 줄 꽃다발을 샀다.차로 돌아온 아심은 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는 어떤 걸 좋아하세요? 뭐 하나 선물 드리고 싶은데요.”시언은 태연히 대답했다.“이번에는 괜찮아. 다음에 하면 돼.”아심은 그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 안은 꽃향기로 가득 찼고, 그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이제는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 적어도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다.도씨 저택.도경수는 아침부터 마음이 초조해진 듯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마당 쪽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이를 본 강재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많이 왔다 갔다 하지 마. 그러다 어지러워 쓰러지겠어. 앉아서 좀 쉬어. 도도희가 그러지 않았나? 아심이가 조금 있다가 점심 먹으러 온다고.”도경수는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네 생각엔 아심이가 정말 오긴 할까?”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 말을 그제부터 벌써 몇 번이나 물었는지 알아?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겠어. 아심이는 바빠. 걔에게도 시간을 좀 줘.”도경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내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싶어.”강재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내가 예전에 오해했던 일, 그리고 네 앞에서 아심에 대해 별로 좋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야.”그러나 강재석은 단호히 말했다.“아심이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마.”도경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래도 아직 우리랑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강재석은 그를 달래며 말했다.“아심이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거고. 아심은 착한 아이라고 믿어.”
이에 강시언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깜빡했어.”강아심은 시언의 품에서 몸을 돌리며 눈가를 살짝 치켜올렸다. 그녀의 요염한 미소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렇다면 앞으로는 매번 내가 이체할게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거든요.”시언은 반쯤 감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자기기만이 그렇게 재밌어?”아심은 시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재밌죠! 그런데 당신이 그걸 들춰내면 안 재밌어지잖아요!”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시언은 아심의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눌러두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요금을 받는 상황이라면, 내가 강아심 씨가 기꺼이 낼 수 있도록 만들어 드려야겠네.”아심은 고개를 들고 시언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가 방심한 틈을 타 몸을 뒤집어 위치를 바꾸었다.아심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언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어 시언의 입술에 깊은 키스를 남겼다.시언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누가 아심이 스폰서인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아심은 무시하고 싶었지만, 벨 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아심은 남자를 달래듯 가볍게 입술에 키스한 뒤, 몸을 기울여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누가 주말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봤을 때, 그녀의 눈이 약간 커지고 긴장으로 휴대전화를 놓칠 뻔했다.발신자는 도도희, 아심의 엄마였다. 울리는 벨 소리는 그녀를 재촉하는 듯했고, 아심은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으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들킨 듯한 느낌이었다.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주말이라 늦잠 잤니? 아침은 먹었어?]“아니요, 좀 있다가 먹으려고요.”아심은 얌전하게 대답했다.[오늘도 혹시 야근하는 건 아니지?]도도희의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 있
강시언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최근에 내가 너의 양부모와 관련된 단서를 따라갔고, 너를 납치했던 사람을 찾아냈어.”“대략 1년 전에 체포되어 지금 감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잘 돌봐주게 했지.”아심은 눈빛이 살짝 차가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언은 말을 이었다.“그리고 널 샀던 양부모도 지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은 방탕한 삶을 살고,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여자 친구랑 함께 부모를 착취하고 있지.”“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때리고 욕하는 게 다반사야. 그래서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아심은 담담히 말했다.“나는 그들에게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어차피 친부모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를 사들였다가 다시 팔아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죠.”“감정도 없으니 당연히 원망도 없어요.”“원망은 내가 해!”시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그 사람들이 너를 때리고 욕했던 걸 떠올리면, 지금 받는 벌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아심의 마음은 순간 간질거렸다. 마치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따뜻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가슴 끝까지 퍼졌다. 그녀는 눈가가 살짝 물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나를 팔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시언은 팔을 들어 아심의 어깨를 감싸며 눈을 마주쳤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동자는 점점 더 차갑고도 또렷해졌다.“그날 도경수 할아버지가 네 몸에 있는 태어나는 반점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않았잖아. 네 생각엔 뭐라고 답해야 할까?”시언은 끝음을 살짝 끌며, 자기 목소리에 특유의 저음과 자극적인 울림을 더했다. 빗소리에 묻힌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강렬히 두드렸다.이에 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있는 그대로 대답하세요. 근데, 그럴 용기 있어요?”“내가 무서워서 못 한다고 생각해?”시언은 낮고 짧게 대꾸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아심의 정교한 턱을 잡아들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그래.”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못 걸을 것 같아요.”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
영상 속의 셰프는 유창하게 자국어를 구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당신은 미스터 강의 여자 친구인가요? 참고로 지금 종료해도 보수는 환불되지 않아요.]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좋아요. 그러면 이만!]셰프의 말을 끝으로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강시언에게 물었다.“닭 날개를 굽고 싶으신 거예요?”“너 할 줄 알아?”“이미 양념까지 다 해두셨으니, 오븐에 넣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면 끝이예요.”시언은 접시에 담아둔 닭 날개를 그녀에게 건네자, 아심은 돌아서서 접시를 오븐에 넣으며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요리를 배우고 싶으셨던 거예요?”시언은 다른 재료를 고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상을 느껴보라고.”그 말에 아심은 순간 멈칫하며 오븐을 멍하니 바라봤다. 몇 초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타이머를 설정했다. 아심은 돌아서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뭐 도와줄까요?”시언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내가 부른 셰프를 쫓아냈잖아. 네가 안 도우면 생닭을 먹겠다는 뜻인가?”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으며 도마 위에 놓인 토마토를 보며 물었다.“이건 뭐 만들려고요?”“약간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볶음.”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 걷는 법도 배우지 않았는데 벌써 달리려는 거예요?”시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지?”아심은 대답 대신 말했다.“그 요리는 오래 걸려요. 배가 고프니까 그냥 토마토는 생으로 먹어요.”시언은 물었다.“생으로? 그냥 먹으라고?”“상쾌하고 맛있어요.”아심은 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뒤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시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한번 먹어보고 생토마토 맛이 어떤지 확인해 보세요.”아심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눈가가 붉어진 채 가늘게 올라간 눈꼬리와 흐르는 듯한 시선으로 무의식적인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시언은
아심은 연희가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기절하지 마, 그러다 네 남편이 걱정하실라.”[아심아, 내가 도경수 할아버지를 몇 년 동안 알아 왔는지 너 알아?]연희는 감탄하며 말했다.[우리가 친구였는데, 이제 넌 도경수 할아버지의 친손녀가 됐잖아!]아심은 연희의 목소리에서 그녀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나도 정말 많이 놀랐어.”[그렇지만 정말 축하할 일이야!]연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정말 깜짝 놀랄 만 하면서도 기쁜 소식이야!]연희는 평소 양재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재아가 도경수의 손녀가 아니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그런데, 아심이 도경수의 손녀라는 사실을 들었을 땐 말 그대로 두 배의 기쁨이었다.어젯밤, 연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노명성을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명성은 그녀가 임신이라도 한 줄 알고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고마워.”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연희야, 나도 네가 내 친구라는 게 너무 행복해.”[이제는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이기도 하잖아!]연희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주말에 도경수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갈게. 축하도 드릴 겸.]“언제든지 환영해.”두 사람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오후에 정아현이 다시 업무 보고를 하러 왔을 때는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저,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그저 사장님이 걱정돼서 그랬던 건데, 앞으로는 다시는 미스터 강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을게요!”아심은 담담히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요. 남자 친구 생겼다면서요? 데이트하러 가요.”이에 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감사드려요, 사장님. 다시는 실수하지 않을게요!”...아심이 퇴근할 때쯤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회사를 나설 땐 직원들마저 모두 퇴근해 그녀 혼자 남아 있었다.점심으로 받은 음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