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 없어요!" 시원은 양복 외투를 팔에 걸치고 비싼 셔츠는 그의 고귀한 기질을 자아내며 딱 봐도 그런 뼛속까지 존귀해 보였다.장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의 회사에도 집에 돈이 있는 재벌 2세가 있었지만 시원과 같은 진정한 상류의 귀공자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너무나도 선명했다.그녀는 시원이 나갈 때 그를 배웅하려고 문 앞에 서 있었다.이때 백림이 갑자기 안에서 나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시원아, 같이 가자!"시원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장설은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켜주며 두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지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청아하고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에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설아!"장설은 고개를 돌렸다."어? 왜 그래요?"허홍연은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너희들 아침 일찍 왔으니 밥은 먹었어? 내가 아침에 산 거 좀 남았는데."장설은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웃었다."먹었어요, 어머님 고마워요!"그녀는 방에 들어가서 정성스럽게 청아에게 물을 따라주며 과일을 가져왔다."청아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화장실에 가면 내가 도와줄게!"청아는 장설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태도가 부드러운 모습을 보며 약간 감동을 받았다. 지난번 이사한 일은 자신이 너무 많이 생각했다고 느꼈다.......오후에 소희는 수업을 마치고 청아를 보러 왔고 장설은 친절하게 그녀와 인사를 하며 얼른 물을 따라주었다.소희는 청아에게 귤을 까주며 그녀에게 먹여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너 새언니 괜찮은 사람인 거 같은데!""응!" 오후에 청아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우리 엄마가 어제 나 하룻밤 돌봐서 집에 돌아가서 쉬라고 했어. 우리 새언니는 오빠보고 출근하라고 했는데 자기는 기어코 남겠다는 거야. 전에 아마도 내가 그녀를 오해한 거 같아.”"결국 가족이잖아!" 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말할 때 누가 문을 두드렸고 장설은 문을 열러
은서는 상냥하게 말했다."청아 씨, 오해하지 마요. 우리 이모는 유진이 대신 사정하러 온 게 아니에요. 단지 자신이 딸 교육 잘 하지 못해서 청아 씨 상처를 입혔다는 일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단순히 청아 씨 보러 오며 사과하려고 그러는 거예요."청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눈을 떨구고 말을 하지 않았다.은서는 계속 말렸다."우리 이모도 어젯밤 한숨 못 주무셨어요. 청아 씨한테 별일 없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안심했고요. 유진은 그런 일을 저질렀지만 우리 이모는 정말 청아 씨를 걱정하고 있다고요."소희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어젯밤 청아는 줄곧 악몽을 꿔서 의사 선생님은 그녀더러 푹 쉬라고 했으니 며칠 더 기다렸다가 다시 오는 게 좋겠네요."은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웃었다."소희 씨 말이 맞네요. 내가 생각이 짧았네요. 그럼 며칠 후 청아 씨 몸이 좋아지면 내가 우리 이모를 데리고 올게요."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이건 우리 이모가 주신 건데, 입원비를 포함해서 퇴원 후 보양 비용도 들어있어요."장설은 눈빛을 반짝이며 손을 뻗어 그 카드를 받으려 했다."괜히 돈 쓰게 했네요!"그러나 소희는 오히려 그전에 카드를 가로채더니 은서에게 물었다."이 안에 얼마 들어있죠?"은서가 말했다."잘 모르겠어요. 우리 이모가 준 거라서 단지 이걸로 청아 씨 입원비 하라고 말씀했어요."소희는 맑은 눈동자로 카드를 은서에게 돌려주었다."입원비용과 사후 배상에 관해서 나중에 협의서가 있을 테니, 이 안에 얼마가 있는지 잘 모르는 이상 받을 수 없어요.”장설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소희를 흘겨보았다.은서는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오해하지 마요. 이것은 단지 우리 이모가 청아 씨에게 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일 뿐이에요."소희는 끝까지 버텼다."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네요. 규정에 따라 배상해야 하니까요."은서는 소희를 보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럼 카드 먼저 가져갈게요."몇 사람은 또 얘기를
소희는 저녁 무렵까지 병원에 있다가 허홍연이 자신이 만든 저녁을 가지고 병원에 왔을 때에야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구택도 돌아왔다.구택은 청아의 상황을 물었고, 소희는 은서가 병원에 간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구택이 말했다."청아 씨더러 받지 말라고 하는 게 맞아요. 앞으로 다른 일이 생길 수 있었으니까요. 근데 나중에 그들 가족은 아마 소희 씨 탓할 거예요!"소희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난 청아 새언니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던데.”"그 새언니라는 사람 말이에요."구택은 눈살을 찌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청아 씨더러 좀 조심하라고 해요.”소희는 검은 눈동자가 무척 맑았다."오늘 병원에서 보니까 청아한테 꽤 잘 해주던데요."구택은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히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키스했고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사람은 겉만 볼 순 없죠."소희는 그에게 입이 막혀서 점차 어지러워지더니 더 이상 이 화제를 계속하지 않고 눈을 감고 그의 입맞춤에 응답했다.구택은 그녀의 턱을 쥐고 키스했고 그 사이에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욕망이 점차 나타나고 있었다.......이튿날, 청아는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녀의 상처는 모두 찰과상이었고 손바닥의 상처가 좀 심할 뿐, 계속 병원에 누워 있을 필요가 없었다.허홍연은 한참 동안 말렸지만 청아는 듣지 않아 강남더러 퇴원 수속을 밟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청아는 퇴원할 때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그들 몇 사람은 택시를 타고 어정의 집으로 돌아왔다.들어간 후, 장설은 눈을 크게 뜨며 강남을 한쪽으로 불러 낮은 소리로 물었다."당신 엄마가 집 파는 돈을 청아에게 주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청아가 어떻게 이렇게 좋은 집을 세낼 돈이 있는 거죠? 한 달에 거의 200만 원 정도 할 텐데?""내가 어떻게 알아? 게다가 우리 엄마가 청아에게 돈을 줘도 그건 당연한 일이야. 그 집은 원래 그녀의 몫이 있었으니까.
허홍연은 즉시 말했다."아니야, 너희들은 모두 일이 있으니까 내가 남아서 청아 돌보면 돼!""어머님, 이러시면 섭섭해요. 저를 식구로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장설은 환하게 웃었다."마침 제가 연차를 내면 며칠 더 쉴 수 있으니까 어머님도 일이 있잖아요. 다들 출근하고 할 일 해요. 제가 청아를 돌볼게요!""이건."허홍연은 좀 쑥스러웠다. 비록 장설은 강남과 동거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으니 지금 남더러 자신의 딸을 돌보라고 하는 것은 좀 미안했다."정말 괜찮아요. 저는 청아의 새언니니까 그녀를 돌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럼 이렇게 정한 거예요!" 장설은 웃으며 몸을 돌려 음식을 만들었다.식사할 때 장설은 자기가 남아서 청아를 돌보는 일을 말했다.청아와 강남은 모두 의외를 느꼈다. 강남이 놀란 것은 장설이 확실히 연차를 내서 두 사람 여행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장설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지 몰랐다.그러나 마침 잘 됐다. 그는 휴가를 낼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그도 회사에 휴가를 낼 필요가 없었다.청아는 장설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이유를 몰랐다.장가의 태도는 단호하고 또 열정적이어서 청아는 거절하기 어려웠고 이 일은 이렇게 결정되었다.오후에 강남은 돌아가서 장설의 옷을 가지러 갔고 허홍연도 자기가 세낸 집으로 돌아갔다.이 틈을 타서 청아는 장설이 지낼 곳을 안배하며 그녀에게 안방과 서재는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되고 다른 곳은 모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설은 무심코 묻는 척했다."이 집은 그 장시원 씨 거잖아, 그럼 그는 자주 오는 거야?"청아는 그녀가 자신과 시원의 관계를 의심한다고 생각하고 얼른 말했다."시원 오빠는 평소에 안 와요.”"음!" 장설은 실망을 느끼며 청아에게 말했다."피곤할 테니까 얼른 침대에 누워. 일 있으면 나 부르고.”청아가 방에 들어가서 휴식하자 장설은 그제야 거리낌 없이 방에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녀는 술장에 각종 술이 가득 진
"시원 오빠, 언제 왔어요?" 장설은 달콤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시원은 장설을 힐끗 쳐다보며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마침 지나가던 길에 청아 씨 보러 왔어요."장설은 몸을 내밀어 시원에게 물을 따라주며 자신의 가슴을 모두 시원에게 보여주며 매혹적인 말투로 말했다."청아는 아침에 시원 오빠가 언제 올지 말했는데, 뜻밖에도 바로 오셨네요."청아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좀 난처해했다. 그녀는 언제 아침에 시원을 언급했는가?시원은 물을 받으며 온화하게 웃었다."아마도 마음이 통했겠죠!"청아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시원 앞에서 설명을 할 수도 없었다.시원은 확실히 잠깐 여기에 들른 거라 다른 일이 있어서 몇 마디 하고는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장설은 주동적으로 배웅하러 나갔고 밖에서 시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녀는 머리를 가볍게 넘기더니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시원 오빠, 우리 카카오톡 친구 추가해요. 앞으로 청아 이쪽에 무슨 일 있으면 나도 언제든지 시원 오빠 찾을 수 있고요.""그래요!"시원은 휴대전화를 꺼내 장설을 추가했다.장설은 마음속의 흥분을 참으며 엘리베이터가 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여운 척하며 시원과 손을 흔들었다."시원 오빠, 잘 가요!"시원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갔고 앞에 있는 여자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시원은 미소가 사라지더니 피식하고 비웃었다.저녁에 시원이 술자리에 갔을 때, 장설의 문자를 받았는데, 그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자는 손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자신의 얼굴에 붙이며 엄청난 필터로 키스하는 표정을 지었다.[시원 오빠, 이거 오빠 술이죠? 술 한 잔 사주시면 안 될까요?]시원은 핸드폰을 한쪽에 던지며 대답하지 않았다.장설은 시원의 답장을 받지 못하자 좀 괴로웠다. 그녀는 청아가 이미 잠든 것을 보고 스스로 주방에 가서 술잔을 찾아 술을 반 잔 따랐고 거실에 가서 술
그녀는 야유하며 소희를 바라보았다."그럼 소희 씨도 구택을 둘째 삼촌이라 불러야겠네요. 우리보다 엄청 어리잖아요!"소희는 가볍게 웃었다."그러네요!"이때 구택은 데이비드와 함께 유리 문으로 들어왔다."무슨 얘기를 하길래 이렇게 기쁜 거죠!"소희는 데이비드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은서는 일어나서 재빨리 데이비드를 향해 걸어가 몸을 웅크리고 그의 목을 안았다!구택은 소희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몸을 숙여 데이비드의 머리를 두드렸다."나가서 놀자!"데이비드는 바로 몸을 돌려 도망쳤고, 은서는 살짝 화가 났다."왜 데이비드 내보냈어? 난 데이비드와 좀 더 놀고 싶었는데!""그럼 나가서 놀든가!" 구택이 말했다.은서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 노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구택 좀 봐요. 또 나 괴롭히잖아요!"노부인은 웃으며 말했다."그는 내 말 안 들으니까 앞으로 너에게 맡기마!"방 안의 몇 사람들은 모두 노부인의 말을 잘 알고 있었다. 은서는 얼굴을 붉히더니 구택을 힐끗 쳐다보며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귀찮아서 싫어요!"구택은 바로 소희를 바라보았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소희는 재빨리 눈길을 돌려 노부인을 바라보았다."할머님과 은서 씨는 계속 얘기들 나눠요. 난 올라가서 유민이 수업 시작할게요!”"그래, 이따 내가 먹을 거 보내줄게." 노부인은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요, 할머님!"소희는 자신의 가방을 메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갔다.은서는 소희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난 줄곧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했지만 소희 씨와 비교해 보니 또 자신이 늙은 거 같네요!”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구택을 바라보았다."구택아, 그렇지 않니? 우리 정말 소희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것 같아!"구택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니!""분명 한 세대 차이가 나는데!"은서는 계속 강조했다."사람들은 3살이면 한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그럼 구택 넌 소희 씨와 세 세대나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일찍 돌아가야 해요.""그래요, 그럼 나도 이만 가볼게요!" 은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문을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는 유민의 수업을 끝냈고 1층에서 노부인만 보았기에 그녀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소희 씨!"은서는 문을 열고 쫓아와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잠깐만요. 내가 할 말이 있어서요.""그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밖으로 나갔고, 은서는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청아 씨는 어때요?""손바닥 상처 말고 다른 부위는 딱지가 앉았어요." 소희가 말했다.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은 아직 경찰서에 갇혀 있고 우리 이모부도 영향을 받았어요. 시원이는 자책감 때문에 그의 변호사 팀을 보내 청아 씨를 위해 소송을 걸며 반드시 유진이를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시원이가 좀 예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청아는 이미 괜찮아졌으니 이제 유진이도 기소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그녀는 소희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또 덧붙였다."난 유진을 대신해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이모는 요 며칠 매일 눈물을 흘리며 하루 종일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유진 대신해서 사정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우리 엄마도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유진이 일 때문에 상태가 더 나빠져서 나도 정말 어쩔 수 없이 소희 씨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난 청아 씨가 소희 씨 말 잘 듣는다는 거 알아요. 청아 씨가 합의서에 사인하고 유진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이모는 청아 씨에게 그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있다고 말했고, 돈도 우가네 집안에서 마음대로 부르라고 하셨어요."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들은 범죄를 저질렀기에 이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은서가 말했다."알아요, 그런데 유진은 이미 잘못을 뉘우쳤어요. 요 며칠 그녀는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그날 그녀도 술을 마셔서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거
"네, 그건 이해해요. 하지만 청아를 설득하는 건 도와줄 수 없어요."소희가 담담하게 말했다.구택은 백미러를 통해 소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차창 밖을 보며 옆모습은 정교했고,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 귓가에 흩어져 햇빛을 비추며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녹였다.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뒤돌아보며 말했다."앞에 앉아요." 소희는 그를 한 번 보더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조수석에 앉았다.그녀는 차에 올라타자 고개를 돌려 안전벨트를 맸고 이때 남자가 갑자기 몸을 숙여 한 손으로 의자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얼굴을 들며 다짜고짜 그녀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포악하고 강렬한 기운에 소희는 눈을 크게 떴고 또 남자가 집중해하며 하는 키스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이 아스팔트 길은 별장 전용으로 차량이 거의 지나가지 않았다. 양쪽에는 높고 큰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지금은 이미 늦가을이라 단풍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였으며 화려한 색깔과 햇빛이 함께 차 안에 비추며 소희의 부드러운 미간 사이에 떨어져 부드러운 정취가 맴돌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구택은 소녀의 입술에서 벗어나 그윽하고 집중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는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눈을 떴고 눈빛은 점점 맑아졌다."구은서 씨는 평소에도 장시원 씨나 장명원 씨의 집에 가나요?”구택은 부드러운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설명했다."우리 집과 구가네의 사이가 좀 더 좋아요. 은서는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와 친했고요."그는 잠시 멈추었다."기회 있으면 나도 그녀와 분명히 얘기할게요."소희는 입술을 오므렸다."만약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녀를 기대하게 하지 말아요."구택은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그녀를 키스했고 차가운 입술은 그녀의 턱과 목 사이를 가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오후에 다른 일 있어요?"소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없어요.""그럼 우리 집에 가요." 구택은 목소리가 살짝 경직되며 그녀의
우정숙은 조용히 진구 옆에서 유진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진구 혼자서 여씨그룹을 끌어 나가는 거, 정말 대단해요. 다시 보게 되네요.”그러자 여사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얘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정말 커요. 근데 유진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유진이가 없었으면 우리 진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요.”우정숙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진이는 전엔 좀 아이 같았는데, 진구 옆에서 많이 성숙해졌어요. 둘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맞아요, 제가 하고 싶던 말이 그거예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서선영이 말을 끼어들었고, 정숙에게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는 진짜 공주님처럼 예쁘고 단정하네요. 여진구 사장이랑 함께 있으니까 꼭 천생연분 같아요!”서선영은 직감적으로, 유진과 은정 사이에 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유진이 여씨 집안에 시집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 말은 여신학 회장 부인의 마음을 정통으로 건드렸다.“우리 진구는 유진이한테 비할 수가 없어요. 나한텐 유진이 같은 딸 하나만 있으면, 아들은 없어도 돼요!”서선영은 바로 웃으며 덧붙였다.“그럼 유진 씨를 진구 씨에게 시집보내세요. 그러면 따님도 생기고 아들도 그대로잖아요!”뒤쪽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대화 중이던 은정은 수다를 흘끗 들으며 점점 표정을 굳혔다. 회장 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그대로 꽂혔다.“그거 정말 좋죠!”회장 부인이 즐거워하며 말했다.“문제는 우정숙 여사님이 과연 유진이를 쉽게 내보내주시겠느냐는 거예요.”우정숙도 은정의 존재를 의식해서인지, 애써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진이가 좋다고 하면, 저희는 언제든 응원할 거예요.”“들었죠?”서선영이 바로 말했다.“이제 여사님께서 청혼하러 가셔야겠네요!”은정은 뒤에서 듣고 있다가, 유진과 진구가 웃으며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그럼 나 가요, 또 봐요!”연하는 손을 흔들며 동료들 쪽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리고...”진구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번 주 일요일 우리 할아버지 생신 파티인데, 놀러 올래? 유진도 올 거야.”“좋죠! 꼭 갈게요!”연하는 밝게 웃었고, 진구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내일 초대장 보내줄게.”연하는 농담처럼 말했다.“감사해요, 사장님의 특별한 배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연하는 손가락으로 멀리 다가오는 차량을 가리켰다.“차 온 거 같은데요? 얼른 타세요.”진구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태워줄까?”“아뇨, 괜찮아요. 대리 불렀어요.”진구는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로 향했고, 연하는 손을 흔들며 그의 차량이 다른 차들과 섞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일요일, 유진은 가족들과 함께 여씨 집안이 파티를 여는 호텔로 향했다. 소희는 임신 중이라 임구택은 그녀가 피곤할까 봐 걱정되어, 아예 청원에 남아 함께 시간을 보내고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노정순은 곧장 귀빈 구역으로 안내받았고, 우정숙은 지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유진은 얌전하게 우정숙 곁을 지키며 함께 다녔다.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인 여신학 회장이 호텔에 도착하자, 우정숙은 유진을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임시호와 노정순이 상석에 앉아 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신학은 개량한복 차림으로, 머리는 반쯤 백발이었지만 기운 넘치고 눈빛도 선명했다. 우정숙과 임유진이 도착하자, 여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따뜻하게 맞이했다.“여사님, 유진 씨도 왔네요!”유진은 예의 바르고 자연스럽게 여신학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고, 이후 각 어른에게도 차례로 인사를 드렸다.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진구는 장난기 섞인 미소로 말했다.“오늘 옷 정말 예쁘다. 안목이 좋은데?”유진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우리 엄마 칭찬이죠. 오늘 스타일링 도와주셨으니까.”진구는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
은정이 집에 돌아왔을 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청첩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손에 들고 내용을 한 번 훑어본 뒤, 그대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는 임유진이 애옹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캔 사료를 으깨 고양이 사료 위에 얹고, 거기에 직접 만든 토마토 소스를 뿌려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영락없는 악마의 요리처럼 보였다.손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애옹이는 옆에서 계속 장난을 치며 방해했고, 주방은 온통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은정은 그 엉망진창의 풍경을 지켜보며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혼잣말처럼, 은정은 그 순간 유진이 얼마나 귀엽고 생기 넘치는 사람인지 새삼 느꼈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던 은정은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내가 할게.”유진은 은정이 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언제 왔어요?”“방금.”은정의 몸에서는 은은한 술 향이 났고, 목소리도 낮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는 휴지를 들어 유진의 손끝에 묻은 토마토 소스를 닦아주었다.유진은 은정이 잡고 있던 손목을 얼른 빼며 말했다.“괜찮아요, 씻으면 돼요!”유진은 서둘러 싱크대로 가 손을 씻으며, 자연스럽게 그가 주는 긴장감을 피했다.“앞으로 내가 늦게 들어오면, 아주머니 오시게 하든가. 아니면, 너는 애옹이랑 놀고 있어. 고양이 밥은 내가 만들어줄게.”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멈칫했다. 쏟아지는 수돗물 소리 아래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이제는 손에 익어서 나름 익숙해졌거든요.”진지하게 말하는 유진을 보며 은정은 아까 주방에서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떠올렸고, 웃음이 절로 나올 뻔했다.은정은 그릇에 담은 고양이 밥을 애옹이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이번 주말, 너 여씨그룹 회장님 생신파티 간다고 했지?”유진은 은정이 초대장을 본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원래도 회장님 알고 있었고, 선배가 청첩장 안 줬어도 가족이랑 같이 갈 생각이었거든요.”잠시 뜸을
오후가 되자, 정현준은 진소혜를 불러 사무실 문을 닫은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내가 알아봤는데, 구씨그룹 담당자가 갑자기 바뀐 건 최이석이 해고됐기 때문이래요.”진소혜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그게 말이 돼요?”‘그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잘릴 수 있단 말인가?’“내부 정보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최이석이 뭔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아요.”현준은 미간을 찌푸렸고, 진소혜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당장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 더 답답했다. 정보가 너무 제한된 탓에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현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이 점 이상하지 않아요?”“무슨 점이요?”“우린 다들 최이석한테 잘 보이려고 아첨하느라 정신없는데, 팀장은 아예 최이석을 배제해 버렸잖아요.”소혜는 숨을 들이마시며 놀란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설마 그럴 리 없어요. 팀장이 그 정도 능력이 있다고요? 최이석 해고는 그냥 우연이겠죠!”현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필 지금 같은 시점에 해고됐는데, 그걸 정말 우연이라 믿는 거예요?”소혜는 끝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럴 능력을 유진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현준은 무거운 목소리로 이어갔다.“최이석이 왜 잘렸는지 계속 알아볼게요. 그리고, 당분간 팀장과 괜히 엮이지 마세요.”“다음 달에 팀 인사이동 예정이라, 더 이상 소혜 씨 편 들어주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현준은 소혜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를 향한 감정을 버릴 수 없었다. 그저 소혜가 조금만이라도 자신을 봐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설마요. 팀장이 나한테 뭘 할 수 있겠어요?”현준은 끝까지 인내하며 설득하려 했다.“전에 회식 자리에서 팀장한테 꽤 무례했지만, 팀장은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 근데 이번 일처럼 회사 이익이 걸리면 절대 물러서지 않더라고요.”“그게 그 사람의 그릇이
유진은 구은정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고,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구은정 사장님, 이거 저한테 뇌물 요구하시는 건가요? 최이석의 최후, 잊으셨어요?][그렇게 쳐도 괜찮아. 너만 날 고발 안 하면 되니까.][그건 모르는 일이죠.][넌 나 고발 못 해. 내가 장담해.]유진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었고, 입술을 질끈 깨물며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진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렇게 힘들게 따낸 성과, 쉽게 놓칠 리 없잖아?]이에 유진은 푸흣 웃음을 터뜨렸다.[회사를 위해 내 몸 바쳐 희생이라도 하라는 말이에요? 사장님,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희생은 안 돼. 그런 건 나도 못 봐.]유진은 할 말을 잃었고, 이날 대화는 더 이상 이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도무지 사업가 같지 않아. 입만 열면 감정이 폭발해.’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유진은 콧소리를 흘리며 휴대폰을 옆으로 밀어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또다시 울리는 알림음. 보지 않으려 했지만,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해져 결국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그만 놀릴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난 기꺼이 한 일이야. 오늘 저녁엔 네가 좋아할 만한 요리 해둘게. 새로운 음식 하나 또 배웠거든.]이번에는 단순히 얼굴만 붉어진 게 아니라, 가슴 한가운데가 데인 듯 뜨거워졌다.다른 차 안, 진소혜와 정현준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소혜는 내내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고, 현준은 운전대를 잡은 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래도 구씨그룹 프로젝트 따낸 건 좋은 거잖아요. 소혜 씨 기획안도 인정받은 거고, 노력한 보람이 있었던 거죠.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소혜는 분노로 숨소리가 거칠어졌다.“근데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전부 임유진한테 갔잖아요!”현준은 담담히 말했다.“그건 어쩔 수 없지. 원래부터 그 사람은 팀장이니까, 성과가 나면 당연히 앞에 서게 돼요. 그리고 그 프로젝트, 소혜 씨가 먼저 팀장님한테 넘긴
백이신은 곧바로 설명했다.“최근 회사 내부 인사이동으로 제가 최이석 대신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앞으로 귀사와의 협상을 제가 담당하게 될 거예요.”유진은 전혀 놀라지 않은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저도 담당자님처럼 막 이 프로젝트를 인수한 참이라,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맞는 것 말씀이세요.”백이신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귀사에서 보내준 협업 제안서는 이미 검토해 봤어요. 전반적으로 아주 잘 준비하셨더군요.”“다만 몇 가지 조율할 부분이 있어서, 오늘 이렇게 만나 얘기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죠.”백이신은 눈앞의 여성이 젊음에도 불구하고 말투와 태도가 당당하고 매끄러워, 어쩐지 왜 이 나이에 부서를 맡고 있는지 이해되는 듯했다.게다가 구은정의 특별한 당부도 있었기에, 그는 더욱 성의 있고 공손하게 대화에 임했다. 말투에는 조심스러운 배려와, 은근한 호감이 배어 있었다.유진은 차분히 말했다.“저희 영업팀 책임자인 임혁준 본부장남과, 이번 제안서를 만든 진소혜 씨도 함께 왔어요. 그러니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소혜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이름이 언급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정신을 차렸다.“네, 담당자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시면 돼요!”한 시간이 지난 후양측은 협업 방향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를 마쳤고, 백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저희 쪽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요. 저희 사장님께 최종 승인만 받으면 바로 계약 체결 가능하고요.”소혜는 물론, 영업팀의 임혁준 본부장조차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토록 어렵게만 느껴졌던 프로젝트가, 어쩌다 이렇게 순식간에 결정된 걸까?유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저는 담당자님의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백이신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벌써 점심시간이네요. 제가 식사 자리 준비할게요. 시간 괜찮으시면 함께하시죠.”유진은 정중히 고개를 저었다.“돌아가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계약서 체결되면 제가
정현준은 생각에 잠기듯 말했다.“팀장님은 어디까지나 우리 여씨그룹을 대표해서 협상하러 가는 거니까, 곧 구씨그룹 도착하면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진 마요. 어느 정도 체면은 지켜줘요.”진소혜는 얼굴을 굳히며 쏘아붙였다.“뭐죠? 후배가 그렇게 안쓰러워요?”현준은 황급히 웃었다.“회사 이익과 체면을 위한 말이죠.”소혜는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걱정 마요. 나도 상황 봐가면서 행동해. 밖에서까지 창피 주진 않을 거니까요. 근데 영업팀 임혁준 본부장님이 안 봐주는 건 내 알 바 아니고요.”현준이 뭐라 말하려던 찰나, 곽시양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시양은 바로 시선을 피하며 소혜를 향해 말했다.“소혜 씨, 어제 기획안 말인데요. 몇 군데 체크할 부분 있어서 말씀 좀 드릴게요.”소혜는 오늘 기분이 좋아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게 대답했다.“좋아요. 지금 시간 돼요.”현준은 나가려는 그녀를 향해 일러두었다.“30분 후에 구씨그룹으로 출발이니까, 잊지 마요.”“알았어요!”소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한 뒤, 시양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시양은 그녀의 왼쪽 뒷편에 서 있다가, 걸음을 옮기며 살짝 고개를 돌려 현준을 한 번 바라보았다.오전 10시 30분임유진과 일행은 구씨그룹에 정시에 도착했다. 백이신 담당자의 비서가 유진을 15층 회의실로 안내하며 공손히 말했다.“팀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담당자님께서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 중입니다. 끝나는 대로 바로 오실 거예요.”유진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담당자님 일 먼저 보시라 전해주세요.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비서는 곧 차를 내오게 한 뒤 조용히 회의실을 나갔다. 소혜는 주위를 둘러보다 감탄하듯 말했다.“역시 백년 넘는 대기업은 다르긴 하네요. 분위기부터 압도적이에요!”현준은 웃으며 맞장구쳤다.“우리 여씨그룹도 뒤처지지 않죠.”소혜는 가볍게 웃기만 하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유진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앉
유진은 놀란 듯 물었다.“이렇게 빨리요?”구은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너였구나.”유진은 순간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당황했다.“오해하지 마요. 사실, 저 자신을 위한 거예요.”그 말에 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일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널 위한 거라고? 그럼 나는 뭐가 돼?”유진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그럴듯하게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작게 중얼댔다.“어떻게 생각하든 알아서 해요.”은정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곧 유진의 핸드폰에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떴고, 그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은정은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프로젝트 새 담당자 연락처야. 내일 전화해.”유진의 눈이 반짝이며 얼굴이 활짝 피었다.“고마워요, 구은정 사장님!”은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장난스럽게 말했다.“천만에요. 임유진 씨와 함께 일하게 되어, 우리 구씨그룹이 더 영광이죠.”유진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밥을 한 숟가락 크게 퍼 입에 넣자 볼이 가득 부풀어 귀엽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 더욱 도드라졌다.문득 생각난 듯 밥을 삼킨 유진이 물었다.“그, 서성이라는 사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을 잃었는데, 혹시 보복하려 들진 않을까요? 삼촌한테 괜히 시비 걸거나...”“난 임씨 집안의 외동딸을 등에 업고 있는데, 서성 따위가 뭐가 무섭겠어?”은정이 장난스럽게 대답하자, 유진은 눈빛을 빛내며 그를 흘겨보았다.원래라면 있을 때 잘 붙어 있다고 농담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런 농담을 주고받기엔 아직 어중간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진지한 척 밥만 먹었다.식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함께 수업을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은정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남자의 몸에서는 은은한 박하향과 연초의 잔향이 어우러져, 유진은 정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었다.그래서 유진은 애옹이를 끌어안아 두 사람 사이에 놓고, 얼굴을 단단히 굳힌 채 말했다.“더 가까이 오면,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