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는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노부인과 함께 밥을 먹으며 노부인의 안색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또 임가네 셰프가 만든 음식도 전보다 맛있어졌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유민은 그들이 얘기를 나눌 때, 구택에게 문자를 보냈다."둘째 삼촌, 소희 샘 데려다주러 갔어요?"구택은 곧 답장을 했다.[응, 무슨 일이야?]유민은 눈살을 찌푸렸다.[은서 이모 좋아는 거 아니었어요? 이제 소희 샘 좋아하는 거예요?]구택은 아직도 운전을 하고 있었기에 핸드폰을 들고 소희에게 보여주며 얇은 입술을 가볍게 구부렸다."역시,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숨길 수 없다니까요!"소희는 얼굴이 살짝 빨개지더니 그의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답장을 보냈다. [쓸데없는 생각. 그냥 가는 길에 네 선생님 바래다주는 거야.]유민, [흥!]구택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무슨 말 했어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왜 구택 씨가 날 데려다주는지?""또 가는 길에 데려다주는 거라고 했어요?" 구택은 핸드폰을 보더니 미간을 가볍게 치켜세웠다."난 이 핑계를 몇 번이나 썼는지 몰라요. 그들은 의심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우리 그냥 공개해요. 기껏해야 소희 씨가 유민이의 과외 샘 그만하면 되니까요. 내가 다시 하나 찾아주면 되죠.”소희는 눈썹을 찌푸렸다."임 대표님은 지금 나를 위해 자신의 조카를 버리는 거예요?”구택은 가볍게 웃었다."너희 두 사람 모두 다 나를 둘째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누가 누구를 버렸다는 거예요. 그리고 나도 그에게 새로운 과외 샘 청해준다고 했잖아요! 나름 잘 대해주는 거라고요!"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유리에 비친 그녀의 정교한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임가네.유민은 구택의 답장에 자신의 의심을 단념하지 않았다. 필경 매번 이렇게 공교롭게도 그의 둘째 삼촌이 "가는 길에" 소희를 데려다주었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은서를 보며 마음속으로 이미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나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네 아버지는 주말에도 바빠서 집에 돌아오지 못했으니 또 어떻게 시간을 내서 소희를 만나러 갈 수 있겠어? 게다가 그도 그런 사람이 아니고!"유민은 엄숙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노부인은 마음이 좀 놓였다."내가 너무 많이 예민했군.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은서는 단순히 소희를 칭찬했을 지도 모르지.”유민은 입을 벌리고 어수룩하게 웃었다.노부인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손을 흔들었다."그래 너도 놀러 가거라, 난 계속 드라마를 볼 거야!"유민은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고 계단을 걷다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탄식을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줄곧 아버지가 아이큐가 높지만 이큐는 무척 낮아 세상 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이제야 자신의 아버지가 누굴 물려받았는지 알게 되었다.......백림은 몇 번이나 청아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를 보러 가겠다고 했지만 청아는 모두 거절해서 그는 하는 수없이 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원아, 청아 씨 지금 어디에 사는지 알아? 내가 보양식 좀 샀는데 그녀에게 줄 겸 보러 가고 싶어서!"시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백림, 청아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더 이상 그녀를 건드리지 마!"백림은 정중하게 말했다."나 이번에 정말 진지하다고. 청아 씨가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심쿵 하는 거야.”시원은 눈썹을 찡그렸다."정말이야?""그럼!"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시원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내 어정에 있는 집에 살고 있어. 있다가 내가 주소를 보내줄게. 오해하지 마. 구택이 전에 소희 씨의 친구가 내 집 좀 쓰겠다고 해서 빌려준 건데, 나도 나중에야 그 사람이 청아 씨라는 거 알았고."백림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마워 시원아!"전화를 끊자 시원은 바로 백림에게 주소를 보내지 않고 잠시 생각하
소희는 하는 수없이 그의 키스에 응답했고 숨을 쉴 수 없을 때에야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임구택 씨, 그만 좀 해요!”구택은 멈추며 그녀의 이마에 대고 호흡을 정리했다.소희는 그의 몸이 경직된 것을 느끼고 구택이 다시 달려들까 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구택은 그녀의 코끝에 뽀뽀를 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시원이 이따가 오는데, 우리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래요.”소희는 그의 품에서 기지개를 쭉 켰다."그럼 빨리 일어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내가 소희 씨 안고 샤워하러 갈게요." 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두 손으로 남자를 밀더니 바로 일어났고 동시에 잠옷을 입었다. 그녀는 재빨리 욕실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려 정색했다."난 혼자 씻을 거니까 구택 씨는 들어오지 말고 그냥 작은방에 가서 씻어요!"같이 씻는다고?그럼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텐데 언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구택은 그녀의 얍삽한 동작을 보고 이마를 짚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그가 그렇게 무섭단 말인가?그녀 자신도 엄청 좋아하면서!튕기긴!20분 후, 소희는 구택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시원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그는 손에 보양식 몇 박스를 들고 있었고, 또 특별히 디저트까지 샀다.두 사람을 본 시원은 구택을 향해 야유하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고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볼 때 다시 평소의 존귀함으로 돌아왔다."소희 씨, 청아 씨와 소희 씨한테 디저트 좀 샀어요.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몰라 몇 가지 샀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소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고마워요, 시원 오빠!"그녀는 디저트를 들고 문을 두드리러 갔고, 시원은 뒤에서 구택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보양식 사러 갔을 때, 특별히 점원더러 특급 녹용 한 박스 추가하라고 했어. 몸보신에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이따가 너한테 삶아 줄게."구택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그를 흘겨보았다."점원한테 물어볼 필요 있을까? 네가
그는 들어온 후 시원 소희 등이 사람들이 모두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너희들은 언제 왔지?”시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보다 5분 일찍 도착했어!"청아는 탁자 위에 가득한 보양식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백림 오빠, 이건 너무 귀중해요. 나 지금 상처도 거의 다 나았으니까 이런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이따 모두 가지고 돌아가요. 마음만 받을게요.”백림은 또 큰 꽃다발을 하나 사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가져온 물건을 또 가져가라고? 장난해요?"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그녀는 이미 나를 한 번 거절했어!"청아는 더욱 난감해지며 꽃을 받았다."백림 오빠, 앉아요!"백림은 집 안을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모두 어정에 집 하나 사둔 거 알았다면, 나도 구택한테 한 채 달라고 했을 텐데. 이렇게 하면 우리 모이기도 편할 거고!"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난 거의 오지 않아서. 그리고 네가 와도 구택은 널 상대할 시간이 없을걸!"백림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바로 시원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구택이 그냥 소희와 노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구택은 정말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았다.몇 사람이 담소를 나눌 때,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도 도착했다.시원은 한 5성급 호텔에서 요리를 주문했고, 호텔에서는 8명이 와서 배달했는데, 요리마다 모두 단독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포장을 열고 식탁에 놓으니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다름없었다.호텔 사람들은 심지어 도자기 그릇 한 세트까지 가지고 와서 모두 차례대로 놓아준 후에야 떠났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청아 씨에게 따로 보신탕을 주문했어요. 우리는 술 마시고 청아 씨는 스스로 보신탕 마셔요!"청아는 시원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했다."고마워요 시원 오빠!”“고맙긴, 먼저들 앉아. 난 술 가지러 갈게!”시원은 술장에 가서 술을 가지러 갔고, 소희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특별히 마시기 좀 부드러운 와인으로 골랐다. 그는 손에 들 때, 무게가 틀렸다고 느끼며 자세히 보니 술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장설은 시원에게 술잔을 가져다주는 틈타 그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또 얼른 설명했다."여기가 주방과 가까우니까 난 여기에 앉을 게요. 너희들 필요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가지러 갈게요."다른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백림만이 한 마디 대답했다."형수님은 정말 현모양처네요!"그는 형수님이라고 불렀고, 일부러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장설은 즉시 화난 척 애교를 부렸다."왜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나도 올해 겨우 스물다섯인데,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요!"청아는 그녀의 귀여운 척하는 표정을 보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저 그녀는 원래 이런 성격이고 또 자신의 오빠와도 이렇게 말한다고 자신을 위로했다.백림은 가슴이 떨리더니 앞으로 장설이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대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구택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그저 소희를 챙겼고, 그녀더러 반 잔만 마시게 하고는 손에 든 술잔을 가져가 국을 떠주며 소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주었다.사람들이 먹으면서 얘기를 나눌 때, 장설은 방금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걸로 골라 인스타에 올렸다."주말에 밥하기 싫어서 그냥 마음대로 시켜 먹어야지!"마찬가지로 이 게시물은 우 씨네 가족들과 시원을 차단했다.그녀의 그 게시물 아래의 댓글은 곧 폭발했고 누군가는 심지어 접시에 그 호텔의 로고를 알아보고, 가격까지 계산했고 이 한 상은 적어도 600만 원 정도 했다.한 상의 5성급 호텔의 요리를 마음대로 배달을 시켰다고 했으니 또 누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겠는가?아무튼 장설의 인스타는 발칵 뒤집혔다.장설은 시원의 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대더니 술잔을 들며 지금의 자신도 상류권의 사람이라고 느꼈다.밥을 먹을 때, 청아는 자신이 거의 나았다며 내일 출근하고 싶다고 말했다!다른 사람들이 미처 말을 하지 않을 때, 장설은 가장 흥분해지더니 즉시 반대했다."너 손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출근하니?
시원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니에요, 먼저 나가요!"그가 말을 마치자 밖에 있는 사람은 떠난 것 같았다.그는 화장실에서 나갈 때에야 장설이 전혀 떠나지 않고 안방의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장설은 즉시 일어나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시원 오빠, 내가 특별히 오빠에게 준비한 요구르트요!"시원은 안색이 냉담했다."청아 씨가 말 안 했어요?"장설은 멈칫했다."네?""별일 없으면 안방과 서재에 들어오지 말고, 당장 꺼져!"시원은 낮은 소리로 천천히 말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포악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그는 이런 여자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고, 청아를 봐서 화를 내지 않았지만, 그도 줄곧 자신을 구역질 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정이 많은 남자더라도 여자를 가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장설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줄곧 시원의 성격이 좋다고 느꼈다. 웃음을 머금은 두 눈은 다정하고도 부드러워서 지금처럼 어두운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손이 떨리더니 하마터면 요구르트를 쏟을 뻔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난감함과 분노를 참으며 억울하게 울먹였다."난 단지 오빠에게 요구르트를 전해주러 왔을 뿐, 다른 뜻은 없었어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울먹이더니 요구르트를 들고 문을 나섰다.시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었고 여자의 몸에서 나는 역겨운 향수 냄새를 환기시킨 다음 담배를 꺼내 피웠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에야 시원은 나갔다.모두들 배불리 먹었고, 장설은 식탁을 치우고 있었는데, 시원이 나오는 것을 보고 힐끗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은 소희도 가서 도와주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그냥 놔둬요. 이따가 호텔 사람들이 와서 치울 거예요!"장설은 접시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돌아가 손을 씻은 뒤 작은방으로 들어갔고 더는 나오지 않았다.청아 등 사람들은 모두 영문을 몰랐다. 그들은 장설이 왜 갑자기 짜증을 내는지 몰랐고 시원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장설은 시원의 답장을 받지 못하자 분노와 억울함이 밀려오더니 휴대전화를 내던졌다.청아는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와서 문을 두드렸다."새언니, 왜 그러세요?""문 좀 열어봐요!"몇 초 뒤, 문이 열렸고, 방 안에는 장설이 눈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청아는 깜짝 놀랐다. "새언니, 왜 그래요?"장설은 울기만 했고,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 같았다.청아는 좀 당황했다."울지 마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가 우리 오빠한테 전화해서 지금 오라고 할게요!""하지 마!" 장설은 청아를 가로막았다."네 오빠와 상관없는 일이야!""그럼 대체 무슨 일인데요?" 청아는 영문을 몰랐다.장설은 거실로 가서 쓰레기통에 있는 그 술병을 주웠다."이것 좀 봐!"청아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게 왜요?"장설은 술병을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으며 화가 나서 말했다."내가 어제 너에게 국 끓여 분다고 이 술 반 병을 썼는데, 너한테 말한다는 거 깜박했지 뭐야. 근데 오늘 장시원 씨가 글쎄 남은 이 반 병의 술을 버린 거야! 그 사람 지금 무슨 뜻이냐고?"청아는 멈칫하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몰래 시원 오빠 술을 썼어요? 만약 이 술이 엄청 비싸다면 어쩌려고요!"장설은 눈물을 훔치며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이 술이 그의 술인지 어떻게 알고? 나 지금 특별히 휴가를 내서 고생스럽게 널 돌보고 있는데, 이 반 병의 술보다 못하다는 이거야? 그래, 그는 부자라서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내가 그의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너조차도 그의 편에 서서 나한테 화를 내다니, 그럼 내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더 있겠어? 나 지금 바로 집에 갈래!"말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물건도 치우지 않고 일어나서 화가 난 채로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청아는 즉시 그녀를 막았다."새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 만약 이 술이 내 거라면, 새언니는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이 직접 가져가도 되
시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청아 씨 새언니가 뭐라고 했어요?"청아는 눈을 떨구고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기사더러 어정으로 돌아가라고 분부한 뒤 즉시 청아에게 말했다." 10분 뒤에 아래층에 도착할 테니까, 혼자 내려와요. 우리 마주 보고 말해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청아는 핸드폰을 보며 문득 후회했다. 그녀는 너무 충동적이어서 일을 점점 더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몇 분 후,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며 장설을 깨우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아래층에서 1분 정도 기다리다 시원의 차가 눈앞에 세워지며 시원은 뒤에 앉아 차 창을 내리며 청아를 바라보았다."타요!"청아는 다른 쪽으로 돌아서 문을 열고 올라갔다.시원은 안색이 담담했다."장설 씨가 무슨 말을 했죠?"청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우리가 잘못했어요. 시원 오빠 동의 없이 그 술을 마셨으니까요!"시원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녀 혹시 내가 그녀를 무시한다고, 당신들이 싫어서 그 술을 버렸다고 했나요?"청아는 좀 난처했다."아무튼 이 일은 우리가 잘못했으니 내가 배상할게요.”시원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청아 씨, 우리도 알고 지낸지 꽤 됐죠. 근데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예요? 내가 술 한 병에 신경 쓸 거 같아요?"청아는 인차 말했다."아니에요,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시원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카카오톡을 열어 장설이 그에게 보낸 문자를 청아에게 보여주었다."그저께, 어제, 그녀는 줄곧 나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한 번 봐요!"청아는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채팅 기록을 뒤져보았고 안색이 조금씩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심지어 장설이 그런 말을 했다는 자체를 믿지 못했다.정말 뻔뻔스러웠다!시원이 말했다."사실 난 장설 씨를 불러서 청아 씨가 직접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볼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역겹거든요. 난 나 자신을 역겹게 하고 싶지 않고 또 청아 씨를 그런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