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하는 수없이 그의 키스에 응답했고 숨을 쉴 수 없을 때에야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임구택 씨, 그만 좀 해요!”구택은 멈추며 그녀의 이마에 대고 호흡을 정리했다.소희는 그의 몸이 경직된 것을 느끼고 구택이 다시 달려들까 봐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구택은 그녀의 코끝에 뽀뽀를 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시원이 이따가 오는데, 우리보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래요.”소희는 그의 품에서 기지개를 쭉 켰다."그럼 빨리 일어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내가 소희 씨 안고 샤워하러 갈게요." 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희는 두 손으로 남자를 밀더니 바로 일어났고 동시에 잠옷을 입었다. 그녀는 재빨리 욕실로 걸어가며 고개를 돌려 정색했다."난 혼자 씻을 거니까 구택 씨는 들어오지 말고 그냥 작은방에 가서 씻어요!"같이 씻는다고?그럼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텐데 언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구택은 그녀의 얍삽한 동작을 보고 이마를 짚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그가 그렇게 무섭단 말인가?그녀 자신도 엄청 좋아하면서!튕기긴!20분 후, 소희는 구택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시원도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왔다.그는 손에 보양식 몇 박스를 들고 있었고, 또 특별히 디저트까지 샀다.두 사람을 본 시원은 구택을 향해 야유하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고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볼 때 다시 평소의 존귀함으로 돌아왔다."소희 씨, 청아 씨와 소희 씨한테 디저트 좀 샀어요.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몰라 몇 가지 샀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소희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고마워요, 시원 오빠!"그녀는 디저트를 들고 문을 두드리러 갔고, 시원은 뒤에서 구택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보양식 사러 갔을 때, 특별히 점원더러 특급 녹용 한 박스 추가하라고 했어. 몸보신에 그렇게 좋다고 하니까 이따가 너한테 삶아 줄게."구택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그를 흘겨보았다."점원한테 물어볼 필요 있을까? 네가
그는 들어온 후 시원 소희 등이 사람들이 모두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너희들은 언제 왔지?”시원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보다 5분 일찍 도착했어!"청아는 탁자 위에 가득한 보양식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백림 오빠, 이건 너무 귀중해요. 나 지금 상처도 거의 다 나았으니까 이런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요. 이따 모두 가지고 돌아가요. 마음만 받을게요.”백림은 또 큰 꽃다발을 하나 사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가져온 물건을 또 가져가라고? 장난해요?"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그녀는 이미 나를 한 번 거절했어!"청아는 더욱 난감해지며 꽃을 받았다."백림 오빠, 앉아요!"백림은 집 안을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모두 어정에 집 하나 사둔 거 알았다면, 나도 구택한테 한 채 달라고 했을 텐데. 이렇게 하면 우리 모이기도 편할 거고!"시원은 웃으며 말했다."난 거의 오지 않아서. 그리고 네가 와도 구택은 널 상대할 시간이 없을걸!"백림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바로 시원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는 구택이 그냥 소희와 노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구택은 정말 마음이 움직인 것 같았다.몇 사람이 담소를 나눌 때,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도 도착했다.시원은 한 5성급 호텔에서 요리를 주문했고, 호텔에서는 8명이 와서 배달했는데, 요리마다 모두 단독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포장을 열고 식탁에 놓으니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다름없었다.호텔 사람들은 심지어 도자기 그릇 한 세트까지 가지고 와서 모두 차례대로 놓아준 후에야 떠났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청아 씨에게 따로 보신탕을 주문했어요. 우리는 술 마시고 청아 씨는 스스로 보신탕 마셔요!"청아는 시원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했다."고마워요 시원 오빠!”“고맙긴, 먼저들 앉아. 난 술 가지러 갈게!”시원은 술장에 가서 술을 가지러 갔고, 소희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특별히 마시기 좀 부드러운 와인으로 골랐다. 그는 손에 들 때, 무게가 틀렸다고 느끼며 자세히 보니 술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장설은 시원에게 술잔을 가져다주는 틈타 그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또 얼른 설명했다."여기가 주방과 가까우니까 난 여기에 앉을 게요. 너희들 필요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가지러 갈게요."다른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백림만이 한 마디 대답했다."형수님은 정말 현모양처네요!"그는 형수님이라고 불렀고, 일부러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장설은 즉시 화난 척 애교를 부렸다."왜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나도 올해 겨우 스물다섯인데,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고요!"청아는 그녀의 귀여운 척하는 표정을 보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저 그녀는 원래 이런 성격이고 또 자신의 오빠와도 이렇게 말한다고 자신을 위로했다.백림은 가슴이 떨리더니 앞으로 장설이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대답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구택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그저 소희를 챙겼고, 그녀더러 반 잔만 마시게 하고는 손에 든 술잔을 가져가 국을 떠주며 소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주었다.사람들이 먹으면서 얘기를 나눌 때, 장설은 방금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걸로 골라 인스타에 올렸다."주말에 밥하기 싫어서 그냥 마음대로 시켜 먹어야지!"마찬가지로 이 게시물은 우 씨네 가족들과 시원을 차단했다.그녀의 그 게시물 아래의 댓글은 곧 폭발했고 누군가는 심지어 접시에 그 호텔의 로고를 알아보고, 가격까지 계산했고 이 한 상은 적어도 600만 원 정도 했다.한 상의 5성급 호텔의 요리를 마음대로 배달을 시켰다고 했으니 또 누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겠는가?아무튼 장설의 인스타는 발칵 뒤집혔다.장설은 시원의 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대더니 술잔을 들며 지금의 자신도 상류권의 사람이라고 느꼈다.밥을 먹을 때, 청아는 자신이 거의 나았다며 내일 출근하고 싶다고 말했다!다른 사람들이 미처 말을 하지 않을 때, 장설은 가장 흥분해지더니 즉시 반대했다."너 손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출근하니?
시원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아니에요, 먼저 나가요!"그가 말을 마치자 밖에 있는 사람은 떠난 것 같았다.그는 화장실에서 나갈 때에야 장설이 전혀 떠나지 않고 안방의 소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장설은 즉시 일어나 부드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시원 오빠, 내가 특별히 오빠에게 준비한 요구르트요!"시원은 안색이 냉담했다."청아 씨가 말 안 했어요?"장설은 멈칫했다."네?""별일 없으면 안방과 서재에 들어오지 말고, 당장 꺼져!"시원은 낮은 소리로 천천히 말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포악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그는 이런 여자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고, 청아를 봐서 화를 내지 않았지만, 그도 줄곧 자신을 구역질 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정이 많은 남자더라도 여자를 가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장설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줄곧 시원의 성격이 좋다고 느꼈다. 웃음을 머금은 두 눈은 다정하고도 부드러워서 지금처럼 어두운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손이 떨리더니 하마터면 요구르트를 쏟을 뻔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난감함과 분노를 참으며 억울하게 울먹였다."난 단지 오빠에게 요구르트를 전해주러 왔을 뿐, 다른 뜻은 없었어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울먹이더니 요구르트를 들고 문을 나섰다.시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었고 여자의 몸에서 나는 역겨운 향수 냄새를 환기시킨 다음 담배를 꺼내 피웠다.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에야 시원은 나갔다.모두들 배불리 먹었고, 장설은 식탁을 치우고 있었는데, 시원이 나오는 것을 보고 힐끗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은 소희도 가서 도와주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그냥 놔둬요. 이따가 호텔 사람들이 와서 치울 거예요!"장설은 접시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돌아가 손을 씻은 뒤 작은방으로 들어갔고 더는 나오지 않았다.청아 등 사람들은 모두 영문을 몰랐다. 그들은 장설이 왜 갑자기 짜증을 내는지 몰랐고 시원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장설은 시원의 답장을 받지 못하자 분노와 억울함이 밀려오더니 휴대전화를 내던졌다.청아는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다시 와서 문을 두드렸다."새언니, 왜 그러세요?""문 좀 열어봐요!"몇 초 뒤, 문이 열렸고, 방 안에는 장설이 눈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청아는 깜짝 놀랐다. "새언니, 왜 그래요?"장설은 울기만 했고,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 같았다.청아는 좀 당황했다."울지 마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가 우리 오빠한테 전화해서 지금 오라고 할게요!""하지 마!" 장설은 청아를 가로막았다."네 오빠와 상관없는 일이야!""그럼 대체 무슨 일인데요?" 청아는 영문을 몰랐다.장설은 거실로 가서 쓰레기통에 있는 그 술병을 주웠다."이것 좀 봐!"청아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게 왜요?"장설은 술병을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으며 화가 나서 말했다."내가 어제 너에게 국 끓여 분다고 이 술 반 병을 썼는데, 너한테 말한다는 거 깜박했지 뭐야. 근데 오늘 장시원 씨가 글쎄 남은 이 반 병의 술을 버린 거야! 그 사람 지금 무슨 뜻이냐고?"청아는 멈칫하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몰래 시원 오빠 술을 썼어요? 만약 이 술이 엄청 비싸다면 어쩌려고요!"장설은 눈물을 훔치며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이 술이 그의 술인지 어떻게 알고? 나 지금 특별히 휴가를 내서 고생스럽게 널 돌보고 있는데, 이 반 병의 술보다 못하다는 이거야? 그래, 그는 부자라서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내가 그의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너조차도 그의 편에 서서 나한테 화를 내다니, 그럼 내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더 있겠어? 나 지금 바로 집에 갈래!"말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물건도 치우지 않고 일어나서 화가 난 채로 문밖으로 뛰어나갔다.청아는 즉시 그녀를 막았다."새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 만약 이 술이 내 거라면, 새언니는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이 직접 가져가도 되
시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청아 씨 새언니가 뭐라고 했어요?"청아는 눈을 떨구고 말을 하지 않았다.시원은 잠시 침묵하다 기사더러 어정으로 돌아가라고 분부한 뒤 즉시 청아에게 말했다." 10분 뒤에 아래층에 도착할 테니까, 혼자 내려와요. 우리 마주 보고 말해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청아는 핸드폰을 보며 문득 후회했다. 그녀는 너무 충동적이어서 일을 점점 더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몇 분 후,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가며 장설을 깨우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아래층에서 1분 정도 기다리다 시원의 차가 눈앞에 세워지며 시원은 뒤에 앉아 차 창을 내리며 청아를 바라보았다."타요!"청아는 다른 쪽으로 돌아서 문을 열고 올라갔다.시원은 안색이 담담했다."장설 씨가 무슨 말을 했죠?"청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우리가 잘못했어요. 시원 오빠 동의 없이 그 술을 마셨으니까요!"시원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녀 혹시 내가 그녀를 무시한다고, 당신들이 싫어서 그 술을 버렸다고 했나요?"청아는 좀 난처했다."아무튼 이 일은 우리가 잘못했으니 내가 배상할게요.”시원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청아 씨, 우리도 알고 지낸지 꽤 됐죠. 근데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예요? 내가 술 한 병에 신경 쓸 거 같아요?"청아는 인차 말했다."아니에요,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시원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카카오톡을 열어 장설이 그에게 보낸 문자를 청아에게 보여주었다."그저께, 어제, 그녀는 줄곧 나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한 번 봐요!"청아는 휴대전화를 들고 천천히 채팅 기록을 뒤져보았고 안색이 조금씩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심지어 장설이 그런 말을 했다는 자체를 믿지 못했다.정말 뻔뻔스러웠다!시원이 말했다."사실 난 장설 씨를 불러서 청아 씨가 직접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볼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역겹거든요. 난 나 자신을 역겹게 하고 싶지 않고 또 청아 씨를 그런
청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잘 생각해 봤는데요, 내일 출근하러 갈 테니까 새언니도 이제 여기서 날 돌볼 필요 없어요. 그만 우리 오빠한테 돌아가요!"장설은 멈칫하더니 겸연쩍게 웃었다."저녁에 밥 먹을 때 말했잖아, 이틀 더 쉬어서 손의 상처가 완전히 나아진 다음 회사에 가기로!"그녀는 눈알을 굴리려 얼른 말했다."방금의 일에 대해 나도 잘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내 잘못도 있어. 앞으로 집안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게. 이러면 되지!""나 정말 출근해야 하니까 새언니의 일도 지체하지 않을 테니,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라요"청아는 끝까지 버텼다.장설은 눈썹을 찡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참, 청아야, 내가 너한테 말하는 거 깜박했네. 오늘 오후에 네 오빠한테서 전화 왔는데, 우리가 세낸 그 집 집주인이 또 임대료를 올린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세내지 않기로 결정했어. 근데 새로 산 집은 아직 인테리어가 되지 않았으니 네 오빠와 상의한 결과, 강남 씨는 회사의 숙소에 가서 지내고 나는 너랑 같이 여기서 지낼게. 어차피 이 집은 큰 데다 또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이렇게 하면 우리도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고, 가능한 한 빨리 인테리어 할 돈을 모을 수 있지 않겠어!"청아는 장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다 있을까!그녀는 바로 차가운 얼굴로 거절했다."안 돼요! 며칠 후에 나도 집을 찾아 이사할 거라서 계속 시원 오빠의 이득을 볼 수는 없어요."장설은 청아의 차갑고 딱딱한 말투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우청아,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너 지금 출근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나를 쫓아내고 싶은 거지? 그래야 혼자 이렇게 큰 집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너 장시원 씨가 나를 좋아해서 너를 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거 맞지?""찰싹!"청아는 손을 들어 여자의 뺨을 내리쳤고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장설 씨, 난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굳이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거뿐이에요. 만약 당신이
방에 돌아왔을 때, 청아는 여전히 창피함을 느꼈고 심지어 자신이 허연의 시중을 들 때보다 더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배달을 할 때 손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학우들에게 보일 때도 창피하지 않았지만 오늘 시원의 면전에서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자존심이 다른 사람에게 밟혀 힘껏 깔렸다고 느꼈다.창피함 외에도 슬픔이 들어 있었고, 그것은 가난으로 인한 슬픔이었다!이 순간 그녀는 자신과 시원의 신분의 현격한 차이를 더욱 깊이 깨달았다.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집을 찾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장설을 속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시원의 집에서 계속 살 면목이 없었기에 가능한 한 빨리 이사해서 앞으로 다신 그와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다음날 아침, 장설은 아침도 먹지 않고 떠났다.청아는 출근하지 않았고, 가능한 한 빨리 집을 구한 뒤, 이사를 마친 후에 다시 회사에 갈 계획이었다.그녀가 집을 구하는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소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집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가까운 곳은 집세가 너무 비싸서 합세해도 감당할 수 없었고 멀리 있는 집은 또 너무 외딴곳에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끌고 싶지 않아 외딴곳에 있지만 임대료가 싼 집을 골랐고,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야 했다. 다행히 함께 세낸 사람도 여자였다.집을 예약하고 집세를 지불하고서야 청아는 소희에게 이사 간다고 알려주었다.소희는 무척 놀라며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청아는 그녀에게 맛있는 거 가득 만들어 주며 웃었다."랍스터, 새우볶음, 모두 네가 좋아하는 거야. 먼저 가서 손 씻어. 아직 마지막 요리가 남았어!”소희는 청아의 손에서 접시를 받으며 그녀가 방수 장갑을 두 개나 낀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끌고 식탁으로 돌아왔다."하지 마, 이미 충분해!"청아는 깨끗한 미소를 지었다."하나 더 만들게 해줘, 너 앞으로 다시 내가 만든 요리 먹고 싶어도 기회 없어!"소희는 그녀의 장갑을 벗었는데, 다행히 상처에 물이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내가 간호까지 해줬어요. 감사 인사는 필요 없고요.”구은정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러다가 그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정의 큰 키와 묵직한 분위기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이에 유진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유진아, 대체 언제까지 나 피할 거야?”은정이 묻자, 유진은 당황해서 반문했다.“내가 뭘요?”“너 어젯밤 내가 아픈 틈을 타서, 키스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맘껏 했잖아. 다 잊은 거야?”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은정은 다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날 좋아하면서 왜 인정 안 해?”유진은 등을 문에 기대고 은정을 올려다보았고, 눈빛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며 있었다.“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으면, 어젯밤 동정 따윈 하지 말 걸 그랬네요.”“동정?”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뭐겠어요, 삼촌?”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은정의 가슴을 밀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걸어 나갔다. 복도에는 유진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만 가볍게 울렸다.“아플 땐 약 꼭 챙겨 드세요. 헛소리는 고열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엘리베이터에 탄 유진은 곧장 떠났고, 은정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마를 찌푸리며, 눈매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오전 10시.강성의 어느 프라이빗 클럽.서선영은 넓은 챙이 달린 프렌치 스타일 모자를 쓰고, 스카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서선영은 한 룸의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확인하자, 모자를 벗으며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요즘 회사 안에 당신을 지켜보는 눈 많아. 그런데 이 타이밍에 날 만나면 어쩌자는 거지?”최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며칠간 이어진 불안과 압박 속에서 예전의 자신감은 사라졌고, 초췌한 인상만 남아 있었다.“내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건데?”서선영은 침착하게 말했다.“변호사 제일 좋은 사람으로 붙여줬잖아.”최이석은 비웃었다.“증거가 빼박인데? 최선이란 게 결국 내가 돈 다
“안 가요, 이불 가지러 가는 거예요.”유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달래듯 한 말투였다. 그제야 은정은 그녀를 놓아주었다.유진은 방 안에 있던 에어컨을 끄고, 은정의 침실로 향해 이불을 가지러 갔다. 유진은 처음으로 은정의 침실에 들어섰다.외부와 같은 인테리어 분위기, 차분하고 단정하지만 지나치게 냉정한 느낌이었다. 그 방처럼, 그 역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유진은 이불을 안고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불을 은정에게 덮어주고,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스탠드 조명을 끄고 조용히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 은정의 낮고 흐릿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유진아, 안 간다고 했잖아.”유진은 뒤돌아봤다. 어두운 거실 속에서 은정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그 눈빛엔 서운함과 외로움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유진은 조용히 돌아와 은정에게 말했다.“조금만 안쪽으로 가요.”은정은 곧바로 소파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유진이 옆에 눕자마자, 은정은 유진을 품에 끌어안았고, 이내 그의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지는 듯했다.유진은 눈을 감고, 몇 초 뒤엔 어색하지만 조심스레 반응을 보였다. 그 작은 반응 하나에도 은정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더 뜨겁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제어 불가능한 감정이 담긴 입맞춤이었다.유진은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려 하자, 은정의 손이 유진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어둠 속, 낮고 거칠게 갈라진 은정의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우리 침실로 갈까?”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의 품에 파묻혔다.“적당히 해요.”은정은 알았다. 지금 조금만 더 약하게 굴면, 유진은 진짜 넘어올 수도 있다는걸. 하지만 동시에 은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침대까지 가면, 진짜 더는 참지 못할 거
유진은 은정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놀라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잘못한 거 알면 고치면 되죠. 전 일단, 예전 일은 용서할게요.”유진은 해열제를 찾아내고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할머니가 미리 약들을 챙겨두셨거든요.”노정순이 각 약의 효능과 복용량을 따로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았고, 유진은 방금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 정도면 문제없을 것이었다.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 따뜻한 물을 받아왔고, 해열제를 구은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아까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했어요. 감기몸살일 가능성이 크대요. 우선 이거 먹어요. 열이 안 내리면 병원 갈 거예요.”은정은 눈앞에 놓인 약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체온 안 재봐도 돼?”“체온? 만져보면 알죠!”유진은 다시 은정의 이마를 만지고, 곧바로 자기 이마와 비교해 봤다, 그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안 재도 돼요. 확실히 열나요.”하지만 은정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약 안 먹어도 돼. 뜨거운 물 좀 마시면 곧 나을 거야.”“안 돼요. 꼭 먹어야 해요.”유진은 단호하게 약을 내밀었으나, 은정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혹시 약 먹는 거 무서워요?”은정은 유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약을 받아 입에 털어 넣더니,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꿀꺽 삼켰다.그 급한 모습이 너무 긴장돼 보여서, 유진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진짜 약 먹는 거 무서운 거였네.’아프기도 하니까, 그냥 웃지 않기로 했다.유진은 다시 몸을 돌려 거실 테이블 위의 약상자를 정리하려고 했다. 약을 넣으려다 상자 뒷면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유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관장약? 관장이 무슨 뜻이에요?”은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확 굳어졌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목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유진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배를 쥐고 웃기 시작했다. 소파에
유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술 마신 거예요?”은정은 눈을 천천히 떴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유진아.”유진은 얼굴을 굳히며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았다.“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은정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가 곧장 유진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유진의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유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여전히 거칠고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너 볼 수 있다면, 죽어도 괜찮아.”그 말에 유진의 눈가에 눈물이 갑자기 맺혔으나, 눈이 붉게 물든 채로 말했다.“그럼 안심해요. 죽어도 나는 쳐다도 안 볼 거니까요.”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돌아서려 했지만 유진의 손목이 갑자기 꽉 붙잡혔다. 힘이 세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진은 차갑게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놓으세요.”그러자 은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나 열 나는 거 같지 않아? 만져봐.”유진은 순간 당황했다. 은정은 머리를 쿠션에 기댄 채, 유진의 손을 잡아 자기 이마 위에 올렸다.뜨겁게 달아오른 열기에 유진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손바닥 전체를 이마에 붙이며 다시 확인했다. 정말 점점 더 뜨거웠다.“아픈 거예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은정은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어디가 더 아파요?”유진이 걱정스레 물었다.“머리가 아파. 그리고...”은정은 유진의 손을 내려 가슴팍 위에 얹었다.“여기도 많이 아파.”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 거친 심장 박동. 쿵, 쿵, 쿵, 그 격한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유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유진은 놀라 손을 황급히 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구은정.”은정은 깊게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이름 그렇게 불러주는 거, 제일 좋아.”속으로는 바랐다. 언젠가 유진이 다시 자신을 사장님이라 부르는 날이 오기를.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일어서서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