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네 부모님도 집에 계신데, 왜 둘째 삼촌은 아직도 네 공부에 신경 쓰는 거야?”유민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학교에서 탁구 시합을 할 건데, 나도 신청했거든. 그래서 둘째 삼촌더러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내가 공부 잘하면 배워주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따가 샘도 칭찬 몇 마디 좀 해줘.”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네 둘째 삼촌 탁구도 할 줄 알아?”유민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물론이지, 우리 둘째 삼촌은 할 줄 모르는 게 없다니깐!”소희는 눈썹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굳이 칭찬해 줄 필요가 없어. 이 답안지만 그에게 보여주면 되잖아!”유민은 헤벌쭉 웃었다."내가 우승하면 밥 사줄게!”소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먼저 고맙다는 말 할게!”그녀는 답안지에 점수를 매긴 다음 유민더러 예습하라 하고는 스스로 답안지를 들고 위층에 가서 구택을 찾았다.그녀는 먼저 그의 서재로 가서 문을 두 번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하인이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다."소희 선생님, 둘째 도련님은 서재에 안 계시고 안방에 계십니다. 위층에 올라가셔서 바로 들어가면 됩니다.”“그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인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소희는 그의 침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그녀가 두드리자 바로 문이 닫기지 않는 것을 발견했지만 선뜻 들어가지 않고 남자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들어와요!"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희는 답안지를 든 손에 힘을 주더니 문을 밀고 들어갔다.남자의 침실은 엄청 컸고 안에는 연결된 작은 서재가 있었다. 서재 맞은편은 휴식 구역이었고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었다. 침실 침대도 무척 컸는데 차분한 색조였고 안으로 들어가면 드레스룸이었으며 궤짝을 제외하고는 다른 장식이 없었다.베란다는 매우 커서 뜨거운 햇빛이 하얀 카펫을 비추며 부드러우면서도 방 안의 서늘함을 부드럽게 녹였다.소희는 들어가자마자 남자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냉천향을 맡았고
소희는 눈을 들어 남자의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분명 자신을 놀리고 있었다.소희는 눈을 떨구며 침착한 척했다."관심해 줘서 고맙지만 난 안 더워요.”“그럼 얼굴은 왜 빨개진 거죠?" 남자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쳤고 소희는 약간 화가 나서 구택의 손에서 답안지를 가져가더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구택은 그녀가 화난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화가 나든 부끄러워하든, 나한테 감정만 있으면 돼.’소희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유민의 방 앞에 이르러서야 점차 평온해졌다. 아침에는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임구택은, 그녀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문에 들어서자 유민은 즉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우리 둘째 삼촌 뭐라셔?”‘그가 뭐라고 했냐고?’소희는 귀가 아직 빨갰지만 표정은 담담했다."그는, 네가 잘했으니 오후에 널 데리고 연습하러 가겠다고 말했어.”“나이스!" 유민은 손에 든 책을 위로 던졌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이미 우승을 따낸 것과도 같았다.11시에 소희는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 거실에서 구택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데이비드는 그의 발 옆에 누워있었다.그는 이미 가정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얀 면마 티셔츠, 베이지색 긴 바지는 평소 그의 존귀하고 우아한 기질을 나타냈다.소희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그의 침실에 있는 장면이었고 입이 바싹 말라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현관으로 걸어갔다.“소희 선생님!" 구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희는 멈춰 섰다.구택이 말했다."이따 난 외출해야 해서 유민과 함께 점심 먹어요. 그는 혼자 있어서 아침도 먹지 않았거든요.”유민은 계단에 서서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둘째 삼촌, 지금 나가시게요? 그럼 오후에 공 안 치는 거예요?”구택이 말했다."밥 다 먹고 일단 한 시간 정도 쉬면 기사가 와서 너와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었다. 옅은 회색의 운동복을 입은 그는 훤칠하고 깔끔하며 귀티가 넘쳤다.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구택은 다가와서 유민에게 말했다."너 먼저 가서 코치하고 연습해. 난 좀 있다가 너랑 칠게.”유민은 통쾌하게 대답하고는 코치를 따라 탁구 테이블로 향했다.구택은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공 좀 칠래요?”소희가 말했다."난 배드민턴만 칠 줄 아는데 잘 치는 편은 아니에요.”그녀는 강성에서 고3을 다닐 때 배웠다.구택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난 소희 씨가 할 줄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요!”소희는 말문이 막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럼 배드민턴 치러 가요." 구택은 배드민턴 구역으로 걸어갔다.소희는 미처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지 못했지만 남자가 거기로 가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따라갔다. ......유민을 가르치는 코치는 잠시 쉴 때 옆에 있던 배드민턴장을 보며 바로 눈을 떼지 못하며 배드민턴이 두 사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서 유민에게 물었다."네 과외 선생님은 전문적인 운동선수야?”“아니요!" 유민은 물 한 모금 마시더니 그의 둘째 삼촌과 소희가 공을 치는 것을 보았다. 10분이 지났지만 공은 줄곧 떨어진 적이 없었다.“이 수준이면 정말 대단한걸!" 코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유민은 흥미진진하게 달려가서 관전했다."둘째 삼촌 화이팅, 소희 샘 화이팅!”코치는 웃으며 말했다."도대체 누구를 응원하는 거야?”유민이 대답했다."누구 편도 아니에요. 두 사람 다 화이팅!” 코치는 농담으로 말했다."그럼 응원하든 말든 차이가 없잖아.”구택도 맞은편에 있는 소녀를 보며 다소 놀랐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말한 잘 치지 못하는 편이란 말인가?소희는 머리를 높게 묶었고 흰 티셔츠에 회색 캐주얼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뛰어올라 동작은 깔끔하면서도 날렵했다.구택은 치면 칠수록 빠져들었다. 이때의 소희는 생기가 넘쳐 사람을 너무나도
구택과 유민은 탁구를 칠 때, 소희는 옆에서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는데 구택이 수시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소희는 유민이 눈치챌까 봐 더는 관전하지 않고 휴식 구역으로 가서 앉았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시작을 확인했다. 시간이 아직 이른 것을 보고 그녀는 혼자서 잠시 스도쿠를 했다.늦여름의 햇빛은 더 이상 뜨겁지 않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몸에 떨어지자 여전히 따가웠다.구택은 공을 치면서 눈빛은 늘 무심결에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빛이 소녀의 몸에 떨어지며 그녀를 밝은 햇빛에 감쌌다.그는 거의 그녀의 귀밑머리가 가볍게 날리는 볼 수 있었고 그녀의 길고 검은 속눈썹을 보았으며, 그녀의 윤기가 흐르는 얼굴이 하얗고 조금의 흠도 없는 것을 보았다.그 빛이 그녀의 몸을 비추자 그의 마음속에 반사되며 모든 불쾌감을 쓸어버렸다.소희는 스도쿠를 두 판 하고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유민은 방금 코치와 한 시간 연습한데다 또 구택과 30분 넘게 공을 쳤으니 얼굴이 땀투성이가 될 정도로 힘들어하며 휴식 구역으로 달려가 물을 마셨다.구택은 다가와서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괜찮네, 진보가 있어!”유민이 말했다."아무튼 나 우승할 거예요!”구택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모처럼 그를 응원했다."그래야지!”이때, 옆에 있는 핸드폰에 갑자기 문자가 들어왔고 구택은 힐끗 바라보았다. 그것은 소희의 핸드폰이었는데 그녀는 화장실에 전 핸드폰을 끄지 않아서 화면은 켜져 있었고 카카오톡 문자가 튀어나왔다.서인: [저녁에 올 거야?]구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주시하면서 안색은 조금씩 가라앉았다.‘서인?’ ......소희가 돌아왔을 때, 구택과 유민은 여전히 공을 치고 있었고 유민은 우승을 하려고 힘들지도 않은 듯 줄곧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소희는 핸드폰을 들고 서인이 보낸 문자를 보고 문득 구택이 오늘 저녁에 얘기하자고 한 말이 생각나 눈빛은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저녁에 일이 있어서, 너 혼자 밥 먹어.]청아
구택은 돌핀 호텔의 꼭대기 층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야경을 보며 눈빛에도 마치 어둠이 스며든 것 같았다.“대표님!" 우행이 다가왔다."설 대표의 아들이 왔습니다!”구택이 몸을 돌리자 모두 그를 따라 룸으로 돌아갔다. 오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람은 금빈 실업의 대표 설준서로서 그는 특별히 자신의 아들 설정원을 데리고 구택을 만나러 왔다.정원이 문에 들어서자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구택을 보며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그 여자는 바로 서이연이었다.정원은 이연의 팬이었고 지금 그녀를 추구하고 있었다. 낮에는 촬영팀에 가서 만나보고 밤에는 야식을 배달해 주며 전 촬영팀은 지금 설 씨네 도련님이 이연를 무척 총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연의 태도는 줄곧 애매모호했다. 그녀는 설가네 집안이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감히 정원의 미움을 사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또 좀 달갑지 않았다. 필경 정원은 구택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같은 차원에 있지 않았다.그리고 그녀가 직접 거절하지 않았던 것도 여자의 허영심 때문이었다. 돈을 아끼지 않고 또 그나마 잘생긴 재벌 집 도련님이 하루 종일 그녀가 좋다고 따라다녔으니 그녀는 체면이 섰던 것이다.그녀의 이 미적지근한 태도 때문인지 정원은 오히려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었다.오늘 정원이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이연은 그다지 거절하지 않고 따라왔는데, 뜻밖에도 구택을 만날 줄이야.정원은 이연이 임 씨 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구택이 버는 앞에서 이연의 체면을 세워주며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에게 무슨 술을 마시냐고 물었다.이연은 구택의 안색을 살피며 그저 테이블 밑으로 숨고 싶었다.하필이면 정원은 또 고의로 사람들 앞에서 애정을 과시하며 이연을 무척 챙겨줬으니 이연은 더욱 불안해했고 정원의 아첨을 이토록 싫은 적이 없었다.동행한 사람은 또 다른 두 회사의 대표님이 있었는데 그들은 구택에게 한바탕 아첨하고 아부하며 술을 권했다.구택은 연속 몇
45층은 모두 스위트룸이라서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우며 복도의 두꺼운 카펫도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나지 않고 무척 고요했다.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야식이 도착하자 도시락을 들고나가며 45층을 담당하는 웨이터를 찾아가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 어느 방에 있는지 알아요? 내가 야식을 가져다주려고 왔는데, 샤워하고 있는지 내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웨이터가 말했다."4501은 임 대표님의 전용 스위트룸입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아니에요, 나 혼자 가면 돼요!" 이연은 웃으며 4501호 룸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입구에 서서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문이 열리자 구택은 다소 의외를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이연은 야식을 들고 눈을 깜빡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저녁에 별로 드시지 않은 거 같아서 내가 특별히 야식을 주문했어요!”“필요 없어요!" 구택은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대표님!" 이연은 손으로 문을 막고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대표님께서 나 좀 도와줬으면 해서요. 설정원 씨가 지금 나를 따르고 있는데 자꾸 촬영팀에 가서 매달리고 있거든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왔지만 그는 지금도 아래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이때 내가 내려간다면, 그는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책상 위에 있는 전화를 들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고 프런트는 그에게 정원이 확실히 아직 로비에 앉아 있다고 알려주었다.그는 전화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겁낼 필요 없어요, 내가 지금 바로 설 대표한테 전화하죠!”“하지 마요!" 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께서 전화를 하시면 설 대표님은 대표님이 두려워서 틀림없이 설정원 씨한테 뭐라 할 거예요. 그는 오늘 떠나도 속으로 원한을 품을 수 있고요. 그럼 나는 더 이상 촬영팀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대표님도 계속 나를 보호할 수 없잖아요. 나는 여전히 촬영을 잘 하고 싶기 때문에 제발 그에게
이연은 인차 전화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 아는 그 소희라는 것을 깨달았다.지난번 넘버 나인에서 구택이 소희에 대한 태도가 미적지근해서 그녀는 두 사람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핸드폰에 저장한 이름이 뜻밖에도 이렇게 애정이 넘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가볍게 수신 버튼을 눌려 일부러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그쪽은 멈칫하다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임구택 씨 찾으려고요.”이연은 간드러진 말투로 말했다."대표님은 샤워하러 갔어요!”그쪽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마워요"라고 말하고는 인차 전화를 끊었다.이연은 처음에는 다소 득의양양했지만 바로 불안해지며 통화기록을 삭제하고는 핸드폰을 조심스럽게 원래대로 놓았다.구택은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와서야 핸드폰을 밖에 뒀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는 특별히 벗은 옷을 다시 입은 다음 문을 열고 나갔다.“대, 대표님!"이연은 일어서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었다."그, 내가 방금 매니저한테 전화를 했는데, 설정원 씨가 아직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가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니까 나도 대표님 방해하지 않을게요. 난 이미 매니저더러 호텔에 방 하나 예약하라고 했으니까 먼저 거기로 갈게요.”구택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무덤덤하게 "음"하고 대답했다."나갈 때 문 잘 닫고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갔다.이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땀이 났고 남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서야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자신이 예약한 방으로 돌아오자 매니저는 즉시 다가오며 놀란 말투로 물었다."왜 돌아왔어? 너란 대표님…….”이연은 좀 당황했고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몸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그녀는 오늘 밤 원래 구택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했지만, 소희의 전화를 받은 후, 그녀는 유난히 겁이 났고, 게다가 구택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냉담할 뿐만 아니라 전혀 그런 방면의 의향이
파란색 벤틀리 뮬산에서 명우는 전화 한 통을 받고는 구택에게 말했다."대표님, 방금 호텔 밖에서 기자가 있었는데, 아마도 대표님과 서이연 씨가 함께 호텔에서 나온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구택은 담담한 눈빛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눈 밑은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서이연은 3류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명성이 자자해졌지만, 기자가 몰래 따라다니며 그녀를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일은 아마 모두 그녀의 자작극일 것이다.이 바닥에 들어서면 아무리 순수한 사람이라도 점점 더 교활해졌다!굳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항상 이런 걸 가르치는 사람이 있었다. 명우는 구택의 대답을 듣지 못해서 또 한 번 물었다."대표님, 사진을 없애 버릴까요?”구택은 그러라고 말하려다 갑자기 눈빛이 깊어지더니 생각을 바꾸며 낮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냥 둬.”명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잠시 멈칫하고서야 대답했다."예!” ......한 시간 뒤, 장 감독의 영화 주인공인 서이연과 임 씨 그룹 대표님이 이른 아침에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는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구택이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칼리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그는 물었다."뭘 보고 있지?".칼리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구택은 손을 내밀었다."한 번 줘봐!” 칼리는 구택에게 핸드폰을 건넬 수밖에 없었고 어색하게 웃었다."대표님, 이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이 기자들은 소문을 퍼뜨리려고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뿐입니다.”구택은 빠르게 뉴스를 읽더니 사진 속의 그가 서이연과 함께 돌핀 호텔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 이연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보기에 정말 그럴듯했다.기자도 임 씨 그룹에서 책임을 따질까 봐 구택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설아는 힐끗 쳐다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칼리를 질책했다.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
“잠이 안 온다면, 다른 걸 해도 괜찮아.”강시언이 말하자, 강아심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 대단한 진언님께서 굳이 소파에서 자는 걸 선택하시다니, 대체 왜요?”시언은 차가운 눈을 반쯤 내리며 담담히 대답했다.“비가 와서 못 가.”아심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시언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넌 뭐라고 생각했는데?”“저는...”아심은 손을 들어 시언의 셔츠 앞자락을 잡으며, 긴 속눈썹을 떨었다. 그의 어깨를 스치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남으신 이유가, 내일 아침 제가 만든 샌드위치를 드시고 싶어서인 줄 알았어요.”“그 샌드위치, 꽤 맛있더라고.”“그러면 내일도 만들어 드릴게요.”“좋아.”아심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저 이제 피곤해요. 잘게요. 방해하지 마세요.”“자.”시언은 아심을 품 안으로 더 끌어당겼다.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었다.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했고, 천둥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이 꼭 껴안고 평온한 잠에 들었다.아심은 곧 잠들었지만, 시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래 잠들기 전부터 그녀에게 자극받은 상태였고, 지금 아심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품 안에 있으니 더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얇은 실크 슬립 드레스 하나만 입은 아심은 곡선이 우아하고 매혹적이며, 피부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그랬기에 시언은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제야 약간의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막 잠들려는 순간, 아심이 시언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 아심의 손이 시언의 풀어진 셔츠 단추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시언은 즉시 정신이 번쩍 들며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강아심!”하지만 아심은 깊이 잠든 상태라 대답이 없었다.시언은 깊은숨을 내쉬며 아심의 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아심은 무의식적으로 몸부
몇 번째인지 모를 천둥소리가 울리고 난 후, 아심은 시언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시언의 눈동자는 어둠보다 더 깊고 짙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아심의 옆얼굴에 뜨거운 입맞춤을 남겼다.아심은 허리띠를 푸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한 번 깜빡였고, 그러더니 시언의 품에서 일어나 뒤돌아보며 나른하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심은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며 문을 닫고 잠갔다.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 후, 아심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는 문에 기대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은 뒤에야 셔츠를 정리하며 욕실로 향했다.거실.시언은 굳게 닫힌 방의 문을 바라보았다. 항상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얼굴에 희미한 냉소와 무력감이 떠올랐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 그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시언은 화면을 확인한 뒤, 희미한 조명 속에서 그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아심이 또다시 시언에게 계좌이체를 한 것이었다.그러자 시언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메시지를 보내며 물었다.[그게 그렇게 만족스러웠어?]잠시 후, 아심이 답장을 보냈다.[부디 돈을 받아줘요. 거래가 끝났으니, 다음번에도 잘 협력할 수 있겠죠?]아심은 막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가를 살짝 올렸다. 그러나 시언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아심은 그가 화가 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열고 직접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 아심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동안 기획서를 읽고, 도도희와 통화를 한 뒤, 피곤함에 이끌려 잠이 들었다.천둥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아심은 매우 깊이 잠들었다.한밤중.어느덧 새벽 두 시가 되었다.천둥소리에 잠이 깬 아심은 시간을 확인한 뒤 잠시 고민하다가, 이불을 챙겨 침대에서 내
[그럼 내가 방해하지 않을게. 일이 끝나면 꼭 집에 오렴.]도경수가 따뜻한 목소리로 당부하자 아심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아심은 도경수의 번호를 저장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일에 몰두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도경수가 했던 한 글자가 맴돌았다.집, 아심에게도 이제 집이 생겼다.잠시 후, 도씨 집안에서 보낸 점심이 도착했다. 5단으로 된 보온 도시락에는 네 가지 반찬과 한 가지 국이 담겨 있었다.모두 어제 아심이 식사 중에 유독 많이 먹었던 요리들이었다. 도경수는 아심의 입맛을 기억한 것이다. 아심은 마음속 깊이 따뜻함이 밀려들었고,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가깝게 느껴졌다.오후에는 도도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저녁에 비가 올 테니 우산을 준비하고, 약속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난 뒤, 아심은 휴대전화를 쥐고 갑자기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 8시쯤, 아심은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었고, 강시언이 소파에 앉아 책을 들고 느긋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이에 아심은 그에게 다가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남의 집에 들어오실 때는 원래 이렇게 허락도 안 구하시나요?”“남의 집?”시언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차갑게 내리는 비가 어우러진 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맑은 옥처럼 울렸다. 아심은 시언의 맞은편 테이블 위에 앉았다.따뜻한 조명 아래, 아심의 아름다운 이목구비에는 약간의 나른함과 여유가 섞여 있었다.“저는 이제 당신의 넘버 세븐이 아니예요.”시언은 손을 들어 아심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살짝 당기며 자기 무릎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내 넘버 세븐이 아니더라도, 넌 내 재희야.”이에 아심은 매혹적인 눈빛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왜 재희가 당신의 것이죠?”시언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도도희가 말했다.“집으로 가져올 짐이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챙길게.”강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제가 혼자 해도 돼요. 짐이 많지 않거든요.”도경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일이 끝나면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외할아버지가 너랑 상의할 일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러자 양재아가 말을 받으며 웃었다.“아심이 집에 오면 내 옆방에서 지내면 어때? 우리 같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도도희는 잔잔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내가 이미 내 옆방을 정리해 두었어요. 재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거든요.”그 말에 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것도 괜찮네요.”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강시언은 아심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고, 도경수는 끝까지 마당 문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재아는 도씨 집안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도경수가 시언의 차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차가운 기운이 들었다.‘역시 친자식은 다르구나.’ 재아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몇 달 동안 도씨 집안에서 도경수를 모셨는데도, 강아심이 하루 있는 것만 못하네.’“가요, 늦겠어요.”재아는 시선을 거두며 운전사에게 말했다....시언은 앞을 응시한 채 운전하며 물었다.“저녁에 정말 약속이 있는 거야?”아심은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부드러운 햇빛이 그녀의 옆얼굴에 떨어져 따뜻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이예요.”그러자 시언은 그녀를 힐끔 보며 말없이 운전했고, 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녁에 제가 운전해서 갈 테니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그래.” 시언은 담담히 대답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심은 가벼운 질문을 하였다.“강재석 할아버지랑 언제 강성으로 돌아가세요?”시언이 물었다.“왜 그러는데?”“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아심은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강재석 할아버지가 제 일
“‘강’ 씨 성이면 어때? 아심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야.”강재석이 논리적으로 반박했다.“그건 아심이 예전에 도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제 돌아왔으니 성은 반드시 바꿔야 해요.”도경수는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재희로?”도경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재희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도도희는 계속 다퉜어. 얼마 후 도도희는 재희를 데리고 강성을 떠났고, 그저 재희라는 예비 이름만 붙여줬어.”“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재희로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지만, 나와 도도희의 의견이 매번 엇갈려 결국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강재석은 기뻐하며 말했다.“그 말은 재희의 운명적인 이름이 이미 강아심이라는 뜻이니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거야!”도경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건 절대 불가능해. 내일 바로 도도희와 상의해서 재희를 우리 도씨 가문의 호적에 올릴 거야.”“그 문제는 아심의 의견을 물어봐야지.”강재석이 말했다.“네 멋대로 결정하면 아심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어.”그 말을 듣고 도경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말했다.“물론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그는 위층을 올려다보며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도도희와 아심이가 한방에서 지내고 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모녀가 이미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그만큼 거리감도 줄었겠지.”“맞아!” 도경수가 감탄하며 말했다.“볼수록 아심은 우리 도씨 가문의 사람처럼 보여.”강재석이 비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사람 깎아내릴 때는 아니었나 봐?”도경수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그때는...”“그때는 뭐? 양재아의 한마디에 휘둘려, 본 적도 없는 아가씨를 편견으로 대했잖아.”강재석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 아심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게 당연하지.”도경수는 주름이 가득 한 얼굴로 당황하며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야!”“잘못을 인정한다니 다행이네!”그 말에 도경수는 찡그리며 말했다.“지금까지 재희가 날 외할
소희는 손을 뒤로 돌려 임구택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이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볼 수 있겠네.”구택의 긴 눈매가 부드럽게 변했다.“가고 싶은 곳 있어?”그 말에 소희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사실, 아직 양재아가 조금 걱정돼.”“걱정하지 마. 형님이 있으니까.” 구택이 웃으며 말했다.“형님은 절대 아무도 아심을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그건 그렇지!” 소희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돌아왔을 때, 오빠랑 아심이 사귀고 있었으면 좋겠어.”“그럴 거야.”...그날 밤, 도도희는 아심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오늘 밤은 한방에서 지내자. 아직 너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도우미들이 아심을 위해 새 세면도구와 잠옷을 준비해 놓았다. 아심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도도희는 침대에 앉아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손짓했다.“침대로 와.”아심은 신발을 벗고 도희 옆에 앉았다. 방 안은 냉방이 세게 틀어져 있었고, 도도희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다리에 덮어주며 말했다.“젊은 사람들이 너무 차게 하면 안 돼. 특히 너는 위가 안 좋잖아.”아심은 스스로 이불을 위로 끌어올리며 웃었다.“이제 알았어요. 제가 위가 안 좋은 건, 알고 보니 유전 때문이었네요.”이에 도도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드디어 원인을 찾았구나!”아심은 사진첩을 넘기다가 자신이 세 살이 되기 직전의 사진을 보고 중얼거렸다.“양부모님 댁에서도 제 어릴 적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진 속 모습과 거의 비슷했어요.”도도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들이 널 자주 때렸니?”“친자식이 아니니까, 당연히 정이 없었죠.” 아심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다행히 할머니가 아주 착해서 저를 보호해 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아들이 병에 걸리자 저를 팔아버렸어요.”도도희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강재석이 말했다.“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면 다 지난 일이 된다. 재희가 돌아왔으니 기쁜 일이야. 너까지 이러면 재희 마음도 편하지 않을 거다.”“그렇지!” 도경수가 눈물을 닦으며 강아심을 향해 말했다.“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지난 20년의 세월을 되찾아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식사가 끝난 후, 모두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강재석이 소희에게 말했다.“너희 부부도 신혼여행을 가야 하지 않느냐? 이제 재희도 찾았으니 내일부터 떠나도록 해.”소희는 만화에서나 볼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너무 기뻐서 신혼여행이고 뭐고 갈 마음이 없어요.”그 말에 강시언이 웃으며 말했다.“임구택이 그룹 일을 전부 내려놓고 널 위해 시간을 냈는데,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 신혼여행을 미루지 마.”구택이 소희를 한 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걱정하지 마.” 시언이 잔잔히 미소 지었고, 도경수도 진석과 강솔을 향해 말했다.“너희도 나를 계속 돌보려 하지 말고 할 일 있으면 하러 가라. 여기 강재석도 있고, 나와 이야기하면 충분하다.”진석이 말했다.“그러면 강재석 할아버지께서 강성에 며칠 더 머물러 주세요.”강재석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떠날 수 없구나!”도도희가 말했다.“아저씨, 어떤 일이신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그 말에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너희 아빠에게 물어봐라!”도경수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그 일은 신경 쓰지 마라. 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 돌아가려면 얼른 돌아가!”도도희가 호기심에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언과 아심의 혼사 얘기다!”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네 아버지가 전에 재희를 찾으면 두 집안이 결혼을 통해 인연을 더 깊게 맺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약속을 취소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어.”모두가
양재아는 그 자리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정원을 응시했다. 저녁노을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자, 묘한 냉랭함이 깃들었다.‘이제 겨우 첫날인데, 강아심이 나에게 벌써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분명 나를 내쫓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재아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목이 메어,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얼굴로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재아는 두 도우미가 아심을 둘러싸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아가씨, 주방에서 진귀한 홍삼 특급 탕을 준비했는데 괜찮으신가요?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다른 탕으로 바꿔 드릴게요.”“아가씨, 요리는 찜으로 드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으로 조리해 드릴까요? 도경수 어르신께서 아가씨의 의견을 꼭 여쭙고 준비하라고 하셨어요.”“아가씨, 평소에 단맛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매운맛을 좋아하시나요?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아가씨 입맛에 맞게 요리해 드릴게요.”...그들의 말이 들려오는 순간, 재아의 가슴은 서늘하게 식어갔다. 동시에 도우미들의 태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녁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도경수는 특별히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고,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도경수는 가장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첫 잔은 시언 그리고 모두를 위해 건배하네. 너희가 없었다면 나와 도도희는 우리 아심이를 찾지 못했을 거야.”도도희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여러분께 감사의 잔을 드려요. 20년간 간절히 바라온 소원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졌어요.”“지난 20년 동안, 저는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고, 하루도 제 딸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이번 생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었는데...”도도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이제야 제 마음이 놓이네요.”도도희의 감동적인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도도희 이모, 축하드려요!”“스승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