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는 차에 시동을 걸며 담담하게 웃었다."근데 너한테 정말 잘해주는걸!”소희는 할 말이 없었다. 비록 심명이 다른 목적으로 자신을 접근했어도 그는 확실히 그녀를 도와주었고 그녀를 대신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소희는 가끔 화가 나서 그를 때리고 싶었어도 억지로 참았다.소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녀와 구택의 관계도 완전히 끝난 셈이었다.그리고 그 디저트 가게도 문제였다. 술자리에서 그들은 비록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디저트 가게를 줬지만, 상장된 체인점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공연히 다른 사람의 가게를 받으니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연희는 그녀의 생각을 꿰뚫은 듯 담담하게 웃었다."디저트 가게는 비록 가치가 있지만, 진 씨네 집안에게 있어 별거 아니야. 게다가 디저트 가게 하나로 진 씨네 회사의 명성을 바꿨으니 그들도 손해 볼 거 없고. 너도 일단 편하게 받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소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금도 그냥 이럴 수밖에 없었다.연희는 원래 소희를 데리고 놀러 나왔지만 이런 소란이 생겨서 소희는 배가 아픈 데다가 지금은 시간이 또 무척 늦었기 때문에 연희는 그녀를 어정으로 데려다주었다.호텔 이쪽에서. 심명이 떠날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차창을 두드렸다.심명은 뒤에 앉아 있었고, 차창을 내리며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서이연 씨였군요. 무슨 일이죠?”이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일 정말 고마웠어요!”심명은 가볍게 웃었다."천만에요. 우리 소희 씨가 마음이 약해서 당신이 덕 본 거죠.”“그렇죠, 나도 당연히 소희 씨한테 고마워해야 하는걸요!"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순수한 모습으로 말했다."전에 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함께 있을 때부터 나와 소희 씨의 사이가 좋았어요. 이번에 그녀가 이렇게 나를 도와줬으니 나도 반드시 보답해야죠.”심명은 이 여자가 그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간질하러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소희와 구택의 일을 모르는 줄 알고 일부
소희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문 등 사람을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뭐 하러 가는 거예요?”이문은 소희를 보더니 멈칫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소식을 전한 그 사람을 매섭게 노려본 후 소희에게 씩 웃었다."소희 아가씨 오셨어요!”“이게 다 뭐예요?" 소희는 그들의 손에 있는 몽둥이를 바라보았다.“네?" 이문은 멍하니 소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깜박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아가씨, 혹시 폴 댄스 보고 싶지 않으세요?”소희, "…...”건장한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등에 문신이 가득한 채로 함께 폴 댄스를 추다니, 그 화면은 상상만 해도 약간 징그러웠다.“다음에요!" 소희가 말했다.“넵!" 이문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소희는 방 안을 들여다보며 안쪽으로 걸어갔다."이문 씨, 안에서 얘기 좀 해요.”“예!"이문은 손에 든 쇠 파이프를 다른 사람한테 던지고는 또 전에 소식을 전한 사람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그 사람은 머리를 만지며 억울해했다. "그 여자 임 씨네 사람 아니었어요?”“네가 뭘 알아!"이문은 그를 향해 침을 뱉으며 급히 방에 들어갔다.방에 들어간 후 소희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이문만 바라보았다.이문은 어리둥절해지며 인차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예쁜 소녀가 자신을 뚫어져라 본 적이 없었다.소희는 그가 서서히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당신이 바로 이문이에요? 서인이 당신을 찾으면 된다고 해서요. 내가 지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이문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형님이 분부하신 이상, 우린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요!”“그래요?" 소희는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사람을 죽인 다음 불을 지르는 일은요?”이문은 그 자리에 몸이 굳어졌다.30분 뒤, 소희는 대력 운반 회사를 떠났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방 안으로 몰려들어 이문에게 물었다."그 여자가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형님과 관련이 있는 거야?"“형님은
푸른 독수리는 즉지 답장했다."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얀 독수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우와, 보스, 드디어 나타나셨군요! 전에 미션에 관한 일이에요?”소희가 대답했다."맞아요,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어요!”하얀 독수리가 말했다."나도 참가할래요. 나 지금 강성에 있는데 보스 도와줄 수 있나요?”그가 말을 마치자 맞은편 두 사람은 무려 5분 동안이나 침묵했고 프로필 사진이 떠있지 않았다면 그는 그들이 모두 로그아웃한 줄 알았다.한참 후, 소희가 말했다."아니에요, 푸른 독수리 혼자면 충분해요!”하얀 독수리는 약간 실망했다."두 사람 혹시 나 몰래 서로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죠?”소희는 푸른 독수리에게 말했다."내가 개인 문자 보낼게요." “그래요!" 푸른 독수리는 쿨하게 대답했다.하얀 독수리는 곧 핸드폰의 알림을 받았고, 그는 이미 앱에서 강제로 로그아웃 당해서 하루 동안 로그인할 수 없었다! ......저녁 10시쯤은 케이슬이 하루 중 가장 떠들썩할 때였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통일된 복장을 한 종업원이 왔다갔다 하며 술에 취한 손님도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6616호에서 주문을 하자 소희는 술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룸에는 여전히 성 사장만 있었고 그는 몸이 약간 뚱뚱하고 검은색 테두리의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한 쌍의 두 눈은 무척 음울하고 어두웠다.평소에 그는 두 여자 호스티스를 불러 자신과 함께 했지만, 오늘 자연이라고 부르는 호스티스는 휴식이라 오지 않았기 때문에 룸 안에는 비비안 혼자만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비비안은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양 갈래로 빗었으며 짙은 화장을 하고는 말할 때 혀 짧은 소리를 내며 귀여운 척했다.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소파에 딱 달라붙은 채 앉아 있었다. 성 사장은 비비안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금을 보며 무슨 말을 했는지 비비안은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거대한 스크린에는 90년대의 노래가 틀려 있었고, 룸 안에는 불빛이 깜박거렸다.소희가 술
소녀가 고개를 돌리자 맑은 눈동자는 날카롭고 매서웠다."내가 뭘 찍을 것 같죠?”남자는 소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넌 비비안이 아니었어!”소녀의 얼굴은 싸늘했다."당연한 말씀을!”“너 평소에 술 가져다주는 종업원이잖아?”남자는 눈빛이 음산해지며 일어나서 소녀를 향해 걸어왔다."누가 당신을 보냈지? 그 몰래카메라 나한테 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비참하게 죽을 거야!”“거기 서지 못해요, 움직이지 마요!" 소희는 손에 무언가를 들며 남자를 가리켰다."양심을 저버린 일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자신이 신분을 바꾸기만 한다면 이렇게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오늘 난 당신의 목숨을 가지러 왔어요!”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소녀의 손에 있는 물건은 총 같았지만 또 아닌 것 같았다. 이는 일반적인 총보다 훨씬 작았고 안에는 가늘고 긴 은침이 음산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는 이 특수한 무기를 어디서 본 것 같았고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순식간에 안색이 크게 변하여 믿을 수 없단 듯이 소희를 바라보았다."당, 당신은…….”소희의 아름다운 얼굴은 싸늘했고,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끝날 때가 됐죠!”말이 끝나자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고 은관에서는 총알 대신 소털처럼 가는 은침이 발사되며 정확하게 남자의 심장에 꽂혔다.남자는 가슴을 감싸고 뒤로 물러섰다가 그제야 반응하며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문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바로 죽지 않았고 그저 말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소희는 태연하게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갔다. 나가기 전 그녀는 손으로 성냥을 하나를 던졌고 성냥은 그녀가 전에 쏟은 술 위에 떨어지며 불길이 순식간에 카펫에 만연되었다.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로 불길이 조금씩 자신을 향해 타는 것을 보았고 놀라서 입을 벌렸지만 절망적인 오열 소리만 낼 수밖에 없었다.소희는 침착하게 문을 나선 뒤 문을
구택은 머릿속이 하얘졌고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몸을 돌려 아직 불이 나고 있는 6616호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임 대표님, 거기로 가시면 안 돼요!" 미선은 즉시 그를 따라갔다.6616호는 자욱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구택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가려 했다.소방관은 즉시 그를 막았다."이봐요, 안의 불이 아직 다 꺼지지 않아서 지금 들어갈 수 없습니다!”“저리 비켜!" 구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방관을 밀어냈다.“이봐요, 안 돼요!”소방관 몇 명이 동시에 구택을 꽉 붙잡았다."들어갈 수 없습니다!”“당장 떠나세요!”구택은 활활 타오르는 큰불만 쳐다보며 종래로 당황한 적이 없었던 그는 두려움에 빠지며 공포는 그로 하여금 냉정하게 사고할 수 없게 만들다. 그는 반드시 들어가서 그녀가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임구택 씨!”맑은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구택은 멈칫하다 즉시 고개를 돌렸고 소희의 놀란 눈빛을 보고 숨이 멎은 것만 같았다.소희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구택을 잡고 연기가 적은 곳으로 갔다. 두 사람은 계단 모퉁이의 구석에서 멈춰 섰고 소희는 수건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괜찮아요!”구택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힘껏 안았다.5분이 넘도록 구택은 말을 하지 못했다.소희는 그의 옷을 잡은 채 한동안 가슴이 설레며 역시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다.이 큰불은 그녀의 마음속의 모든 얼음과 눈을 녹였다.“나 괜찮아요." 소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때 시원과 백림 등 사람들은 마침 계단에서 비집고 내려왔고 그들도 원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려 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정지되어 그들은 하는 수없이 계단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 비집고 내려오다 하마터면 뼈가 모두 끊어질 뻔했다.시원은 함께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우아하게 웃으며 낮은 소리로 백림에게 말했다."평소에 연기 엄청
이번에 케이슬에서 난 불은 방 한 칸을 태웠고 사람 하나를 태워 죽였다.경찰이 조사하러 왔을 때, 룸 안의 모든 것은 이미 잿더미가 되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불에 타 죽은 사람의 신분은 인차 밝혀졌다. 그는 강성 정익 식품의 사장으로서 이름은 성일표였다. 이 사람을 조사할 때 경찰은 그가 3년 전에 강성에 와서 회사를 차린 것을 발견했고 뜻밖에도 강성에 친척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계속 조사해 보니, 그들은 성일표라는 이름마저 가명이란 것을 발견했다!경찰은 성일표를 조사하는 동시 그날 밤 케이슬에 불난 원인을 조사했다. 가장 먼저 심문을 받은 사람은 케이슬의 호스티스 비비안이었다.비비안은 겁에 질려 어쩔 바를 몰랐다. 그녀는 한 편으로 자신과 매일 술 마시던 손님이 죽어서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때 만약 룸에서 나가지 않았거나 술에 취한 그 손님에게 붙잡혔다면 자신도 불에 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등골이 오싹했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비비안은 여전히 얼굴이 창백했고 당황하고 불안했다.케이슬의 룸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경찰 몇 명을 마주하며 그녀의 두 손은 더욱 떨렸다.경찰이 성일표에 대해 묻자 비비안은 즉시 당황해지며 고개를 저었다."난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그는 올 때마다 나와 자연을 찾았지만 가끔 손님을 데리고 와서 우리더러 나가라고 말하곤 했어요.”“그럼 어젯밤은요?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나요?" 경찰이 물었다.비비안은 열심히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없었어요.”경찰은 CCTV영상을 비비안에게 보여주며 화면 속 세일러복을 입고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아가씨 맞죠?”비비안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때 왜 갑자기 나갔죠?" 경찰이 물었다.비비안은 얼른 대답했다."우리 엄마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그때 나가서 전화받은 거예요.”“통화 기록 좀 볼게요.”비비안은 즉시 통화 기록을 경찰한테 보여줬다.경찰은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10시 8분에 아
명우는 내려와서 차 문을 열며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아가씨를 모시고 떠나라고 하셨습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케이슬에서의 조사는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성일표의 부검 보고에 따르면 그는 확실히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신체 표면이 이미 다 탔기 때문에 심장병을 일으킨 원인은 진일보로 조사해야 했다.이때 성일표를 조사하러 간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의 정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들은 강성에 있는 성일표의 식품 공장 창고에서 수십 톤의 금지품을 수색해냈다.그의 실제 신분이 특수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중단되었고 윗사람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지시는 엄청 빨리 내려왔고, 의외로 그들더러 이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었다.경찰청은 대외적으로 통고를 발부하여 성일표는 심장병이 발작해서 손에 든 담배가 바닥에 떨어져 화재를 일으켰고 그 바람에 자신을 태워 죽였다고 밝혔고, 케이슬은 방화경보가 지연돼서 인명피해를 초래했으며 그들더러 한달간 휴업해서 정돈하게 했다.사건은 이렇게 종결됐다. 얼마 후, 한 경찰이 조장과 술을 마실 때 또 이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 조장에게 성일표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조장은 문을 닫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전에는 안성이 모두 그의 구역이었는데, 후에 갑자기 그만두고 몇 년 동안이나 사라졌어. 지금 갑자기 죽은 데다 또 그렇게 많은 금지품들이 발견되었으니 위에서도 당연히 계속 조사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그가 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그는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 지금 모두 잡혔고 위법 체인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들었어.”조장은 간단하게 말했지만, 그의 수하인 경찰도 바로 알아듣고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그럼 그는 정말 사고로 죽은 거예요?”조장은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한 모금 피웠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일의 배후에는 이름도 성도 없는 영웅이 하나 있어!”수하는 멈칫하다 천
디저트 가게에서 나온 소희는 떡을 들고 작업실에 가서 진석을 찾아 그와 함께 사부님을 뵈러 가려 했다.프런트 아가씨는 그녀를 보며 친절하게 웃었다."누구 찾으시는 거죠?”소희가 말했다."진석이요.”직접 와서 그들의 대표님을 찾는 사람은 흔치 않았기에 프런트는 웃으며 물었다다."예약하셨어요?”“네, 내가 여기에 올 거라고 알고 있을 거예요.”“잠시만요, 먼저 진 대표님께 전화로 확인할게요.“프런트는 진석 사무실에 전화를 한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소희에게 말했다."진 대표님은 지금 위층 사무실에서 아가씨 기다리고 있어요. 직접 들어가시면 돼요!”소희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바로 진석의 사무실로 걸어갔다. 이때 한 디자이너 조수가 지나가면서 프런트에게 물었다."누구예요?”프런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대표님 찾아러 왔어요!”조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설마 대표님의 여자친구는 아니겠죠?”“말 함부로 하지 마요. 그러다 대표님께서 화낼지도 몰라요.”소희는 위층으로 올라가며 바로 진석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 전화로 얘기를 나누었다.전화를 끊은 후에야 진석은 담담하게 웃었다."아가씨 알아본 사람 없어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요, 강솔과 하영도 여기에 없고. 모두 낯선 얼굴이네요.”진석은 탁자 위의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1분만 기다려요, 정리 좀 하고요!”작업실에서 소연은 윤미를 도와 디자인도를 복사하고 돌아왔을 때 다른 조수로부터 대표님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소연은 갑자기 가슴이 설레더니 디자인도를 내려놓은 후 컵을 들고 탕비실에 가는 척하며 한 바퀴 돌아서 진석의 사무실 밖을 향했다.그녀가 갔을 때 사무실 문은 닫히고 있었고 고개를 들자 진석이 옅은 남색의 캐주얼 운동복을 입은 소녀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두 사람의 뒷모습만 보았고 그들은 이미 문을 나섰다.그녀의 주의력은 모두 진석에게 있었고
식사 중에 강시언이 물었다.“저녁에 또 약속 있어?”아심은 반쯤 내려간 눈길로 잠시 깜빡이며,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요즘 정말 바빠요.”“응.” 시언은 짧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지만 각자 차를 타고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아심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정말 바빴다.정아현이 업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을 때, 아현은 무심코 아심에게 말했다.“내일 토요일인데, 권수영 여사님께서 댁에서 생일 파티를 연대요. 성대한 파티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꽤 많은 사람을 초대한 것 같아요.”“지승현 사장님도 아마 어머니 생일을 위해 집에 남아 있을 거고요. 어쩌면 권 여사님께서 그 자리에서 며느리를 정하려고 할지도 몰라요.”아현은 슬쩍 아심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일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하는지 제가 알아볼까요?”아심은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약간 피곤한 듯 말했다.“아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와 지승현은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도 절대 다시 이어질 일은 없으니까, 지씨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마요.”“그리고 지승현 앞에서 내 얘기를 일부러 꺼내지도 마세요.”아현은 눈을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장님, 그런데 미스터 강이 돌아와서 사장님을 찾으신 건 맞죠?”아심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아현은 머쓱해하며 대답했다.“그날 저녁, 그분이 회사로 오시는 걸 봤거든요.”아심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사장님, 그분과 다시 만나신 건가요?”아현의 질문에 아심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보고서를 읽으며 담담히 말했다.“아니야.”이에 아현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안 만나는 게 맞아요. 사장님,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이 갑자기 돌아와선 찾아오고, 또 떠나서는 연락도 없는 게 말이 돼요?”“사장님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건지, 정말 어이가 없네요.”아심의 얼굴은 갑자기
“잠이 안 온다면, 다른 걸 해도 괜찮아.”강시언이 말하자, 강아심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 대단한 진언님께서 굳이 소파에서 자는 걸 선택하시다니, 대체 왜요?”시언은 차가운 눈을 반쯤 내리며 담담히 대답했다.“비가 와서 못 가.”아심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아 그래서 그런 거구나.”시언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넌 뭐라고 생각했는데?”“저는...”아심은 손을 들어 시언의 셔츠 앞자락을 잡으며, 긴 속눈썹을 떨었다. 그의 어깨를 스치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남으신 이유가, 내일 아침 제가 만든 샌드위치를 드시고 싶어서인 줄 알았어요.”“그 샌드위치, 꽤 맛있더라고.”“그러면 내일도 만들어 드릴게요.”“좋아.”아심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저 이제 피곤해요. 잘게요. 방해하지 마세요.”“자.”시언은 아심을 품 안으로 더 끌어당겼다.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었다.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했고, 천둥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이 꼭 껴안고 평온한 잠에 들었다.아심은 곧 잠들었지만, 시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래 잠들기 전부터 그녀에게 자극받은 상태였고, 지금 아심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품 안에 있으니 더더욱 잠이 오지 않았다.얇은 실크 슬립 드레스 하나만 입은 아심은 곡선이 우아하고 매혹적이며, 피부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그랬기에 시언은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제야 약간의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막 잠들려는 순간, 아심이 시언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 아심의 손이 시언의 풀어진 셔츠 단추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시언은 즉시 정신이 번쩍 들며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강아심!”하지만 아심은 깊이 잠든 상태라 대답이 없었다.시언은 깊은숨을 내쉬며 아심의 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아심은 무의식적으로 몸부
몇 번째인지 모를 천둥소리가 울리고 난 후, 아심은 시언의 어깨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몸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시언의 눈동자는 어둠보다 더 깊고 짙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아심의 옆얼굴에 뜨거운 입맞춤을 남겼다.아심은 허리띠를 푸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한 번 깜빡였고, 그러더니 시언의 품에서 일어나 뒤돌아보며 나른하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심은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며 문을 닫고 잠갔다.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 후, 아심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는 문에 기대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은 뒤에야 셔츠를 정리하며 욕실로 향했다.거실.시언은 굳게 닫힌 방의 문을 바라보았다. 항상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의 얼굴에 희미한 냉소와 무력감이 떠올랐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손을 씻었다. 그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메시지가 도착했다.시언은 화면을 확인한 뒤, 희미한 조명 속에서 그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아심이 또다시 시언에게 계좌이체를 한 것이었다.그러자 시언은 화가 나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메시지를 보내며 물었다.[그게 그렇게 만족스러웠어?]잠시 후, 아심이 답장을 보냈다.[부디 돈을 받아줘요. 거래가 끝났으니, 다음번에도 잘 협력할 수 있겠죠?]아심은 막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가를 살짝 올렸다. 그러나 시언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아심은 그가 화가 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열고 직접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비가 점점 더 거세졌다. 아심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한동안 기획서를 읽고, 도도희와 통화를 한 뒤, 피곤함에 이끌려 잠이 들었다.천둥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아심은 매우 깊이 잠들었다.한밤중.어느덧 새벽 두 시가 되었다.천둥소리에 잠이 깬 아심은 시간을 확인한 뒤 잠시 고민하다가, 이불을 챙겨 침대에서 내
[그럼 내가 방해하지 않을게. 일이 끝나면 꼭 집에 오렴.]도경수가 따뜻한 목소리로 당부하자 아심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아심은 도경수의 번호를 저장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일에 몰두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도경수가 했던 한 글자가 맴돌았다.집, 아심에게도 이제 집이 생겼다.잠시 후, 도씨 집안에서 보낸 점심이 도착했다. 5단으로 된 보온 도시락에는 네 가지 반찬과 한 가지 국이 담겨 있었다.모두 어제 아심이 식사 중에 유독 많이 먹었던 요리들이었다. 도경수는 아심의 입맛을 기억한 것이다. 아심은 마음속 깊이 따뜻함이 밀려들었고, 가족이라는 존재가 점점 더 가깝게 느껴졌다.오후에는 도도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저녁에 비가 올 테니 우산을 준비하고, 약속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난 뒤, 아심은 휴대전화를 쥐고 갑자기 약간의 미안함을 느꼈다....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저녁 8시쯤, 아심은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었고, 강시언이 소파에 앉아 책을 들고 느긋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이에 아심은 그에게 다가가 약간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남의 집에 들어오실 때는 원래 이렇게 허락도 안 구하시나요?”“남의 집?”시언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차갑게 내리는 비가 어우러진 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맑은 옥처럼 울렸다. 아심은 시언의 맞은편 테이블 위에 앉았다.따뜻한 조명 아래, 아심의 아름다운 이목구비에는 약간의 나른함과 여유가 섞여 있었다.“저는 이제 당신의 넘버 세븐이 아니예요.”시언은 손을 들어 아심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살짝 당기며 자기 무릎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내 넘버 세븐이 아니더라도, 넌 내 재희야.”이에 아심은 매혹적인 눈빛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왜 재희가 당신의 것이죠?”시언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도도희가 말했다.“집으로 가져올 짐이 있으면 내가 같이 가서 챙길게.”강심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제가 혼자 해도 돼요. 짐이 많지 않거든요.”도경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일이 끝나면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외할아버지가 너랑 상의할 일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러자 양재아가 말을 받으며 웃었다.“아심이 집에 오면 내 옆방에서 지내면 어때? 우리 같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도도희는 잔잔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내가 이미 내 옆방을 정리해 두었어요. 재희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거든요.”그 말에 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그것도 괜찮네요.”아침 식사가 끝난 뒤, 강시언은 아심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고, 도경수는 끝까지 마당 문밖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재아는 도씨 집안의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도경수가 시언의 차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차가운 기운이 들었다.‘역시 친자식은 다르구나.’ 재아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몇 달 동안 도씨 집안에서 도경수를 모셨는데도, 강아심이 하루 있는 것만 못하네.’“가요, 늦겠어요.”재아는 시선을 거두며 운전사에게 말했다....시언은 앞을 응시한 채 운전하며 물었다.“저녁에 정말 약속이 있는 거야?”아심은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부드러운 햇빛이 그녀의 옆얼굴에 떨어져 따뜻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이예요.”그러자 시언은 그녀를 힐끔 보며 말없이 운전했고, 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녁에 제가 운전해서 갈 테니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요.”“그래.” 시언은 담담히 대답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아심은 가벼운 질문을 하였다.“강재석 할아버지랑 언제 강성으로 돌아가세요?”시언이 물었다.“왜 그러는데?”“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아심은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강재석 할아버지가 제 일
“‘강’ 씨 성이면 어때? 아심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이름이야.”강재석이 논리적으로 반박했다.“그건 아심이 예전에 도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제 돌아왔으니 성은 반드시 바꿔야 해요.”도경수는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재희로?”도경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재희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도도희는 계속 다퉜어. 얼마 후 도도희는 재희를 데리고 강성을 떠났고, 그저 재희라는 예비 이름만 붙여줬어.”“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재희로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지만, 나와 도도희의 의견이 매번 엇갈려 결국 이름을 정하지 못했어.”강재석은 기뻐하며 말했다.“그 말은 재희의 운명적인 이름이 이미 강아심이라는 뜻이니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거야!”도경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건 절대 불가능해. 내일 바로 도도희와 상의해서 재희를 우리 도씨 가문의 호적에 올릴 거야.”“그 문제는 아심의 의견을 물어봐야지.”강재석이 말했다.“네 멋대로 결정하면 아심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어.”그 말을 듣고 도경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말했다.“물론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그는 위층을 올려다보며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은 도도희와 아심이가 한방에서 지내고 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모녀가 이미 서로를 알게 되었으니, 그만큼 거리감도 줄었겠지.”“맞아!” 도경수가 감탄하며 말했다.“볼수록 아심은 우리 도씨 가문의 사람처럼 보여.”강재석이 비웃으며 말했다.“예전에 사람 깎아내릴 때는 아니었나 봐?”도경수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그때는...”“그때는 뭐? 양재아의 한마디에 휘둘려, 본 적도 없는 아가씨를 편견으로 대했잖아.”강재석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니 아심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게 당연하지.”도경수는 주름이 가득 한 얼굴로 당황하며 말했다.“그건 내 잘못이야!”“잘못을 인정한다니 다행이네!”그 말에 도경수는 찡그리며 말했다.“지금까지 재희가 날 외할
소희는 손을 뒤로 돌려 임구택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이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볼 수 있겠네.”구택의 긴 눈매가 부드럽게 변했다.“가고 싶은 곳 있어?”그 말에 소희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사실, 아직 양재아가 조금 걱정돼.”“걱정하지 마. 형님이 있으니까.” 구택이 웃으며 말했다.“형님은 절대 아무도 아심을 해치지 못하게 할 거야.”“그건 그렇지!” 소희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우리가 돌아왔을 때, 오빠랑 아심이 사귀고 있었으면 좋겠어.”“그럴 거야.”...그날 밤, 도도희는 아심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오늘 밤은 한방에서 지내자. 아직 너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도우미들이 아심을 위해 새 세면도구와 잠옷을 준비해 놓았다. 아심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도도희는 침대에 앉아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손짓했다.“침대로 와.”아심은 신발을 벗고 도희 옆에 앉았다. 방 안은 냉방이 세게 틀어져 있었고, 도도희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다리에 덮어주며 말했다.“젊은 사람들이 너무 차게 하면 안 돼. 특히 너는 위가 안 좋잖아.”아심은 스스로 이불을 위로 끌어올리며 웃었다.“이제 알았어요. 제가 위가 안 좋은 건, 알고 보니 유전 때문이었네요.”이에 도도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드디어 원인을 찾았구나!”아심은 사진첩을 넘기다가 자신이 세 살이 되기 직전의 사진을 보고 중얼거렸다.“양부모님 댁에서도 제 어릴 적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진 속 모습과 거의 비슷했어요.”도도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물었다.“그 사람들이 널 자주 때렸니?”“친자식이 아니니까, 당연히 정이 없었죠.” 아심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다행히 할머니가 아주 착해서 저를 보호해 주셨어요. 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아들이 병에 걸리자 저를 팔아버렸어요.”도도희는 가슴이 아파 그녀를
강재석이 말했다.“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면 다 지난 일이 된다. 재희가 돌아왔으니 기쁜 일이야. 너까지 이러면 재희 마음도 편하지 않을 거다.”“그렇지!” 도경수가 눈물을 닦으며 강아심을 향해 말했다.“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지난 20년의 세월을 되찾아야지!”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식사가 끝난 후, 모두 거실에 모여 대화를 나눴다. 강재석이 소희에게 말했다.“너희 부부도 신혼여행을 가야 하지 않느냐? 이제 재희도 찾았으니 내일부터 떠나도록 해.”소희는 만화에서나 볼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너무 기뻐서 신혼여행이고 뭐고 갈 마음이 없어요.”그 말에 강시언이 웃으며 말했다.“임구택이 그룹 일을 전부 내려놓고 널 위해 시간을 냈는데,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 신혼여행을 미루지 마.”구택이 소희를 한 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세요.”“걱정하지 마.” 시언이 잔잔히 미소 지었고, 도경수도 진석과 강솔을 향해 말했다.“너희도 나를 계속 돌보려 하지 말고 할 일 있으면 하러 가라. 여기 강재석도 있고, 나와 이야기하면 충분하다.”진석이 말했다.“그러면 강재석 할아버지께서 강성에 며칠 더 머물러 주세요.”강재석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떠날 수 없구나!”도도희가 말했다.“아저씨, 어떤 일이신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그 말에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그건 너희 아빠에게 물어봐라!”도경수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그 일은 신경 쓰지 마라. 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 돌아가려면 얼른 돌아가!”도도희가 호기심에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언과 아심의 혼사 얘기다!” 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네 아버지가 전에 재희를 찾으면 두 집안이 결혼을 통해 인연을 더 깊게 맺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약속을 취소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어.”모두가
양재아는 그 자리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정원을 응시했다. 저녁노을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자, 묘한 냉랭함이 깃들었다.‘이제 겨우 첫날인데, 강아심이 나에게 벌써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분명 나를 내쫓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재아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목이 메어,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차가운 얼굴로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재아는 두 도우미가 아심을 둘러싸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았다.“아가씨, 주방에서 진귀한 홍삼 특급 탕을 준비했는데 괜찮으신가요?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다른 탕으로 바꿔 드릴게요.”“아가씨, 요리는 찜으로 드시겠어요, 아니면 다른 것으로 조리해 드릴까요? 도경수 어르신께서 아가씨의 의견을 꼭 여쭙고 준비하라고 하셨어요.”“아가씨, 평소에 단맛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매운맛을 좋아하시나요? 말씀해 주시면 앞으로 아가씨 입맛에 맞게 요리해 드릴게요.”...그들의 말이 들려오는 순간, 재아의 가슴은 서늘하게 식어갔다. 동시에 도우미들의 태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녁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도경수는 특별히 풍성한 식탁을 준비했고,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웠다.도경수는 가장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늘 첫 잔은 시언 그리고 모두를 위해 건배하네. 너희가 없었다면 나와 도도희는 우리 아심이를 찾지 못했을 거야.”도도희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여러분께 감사의 잔을 드려요. 20년간 간절히 바라온 소원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졌어요.”“지난 20년 동안, 저는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고, 하루도 제 딸이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이번 생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었는데...”도도희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이제야 제 마음이 놓이네요.”도도희의 감동적인 말에 모두가 잔을 들어 올렸다.“도도희 이모, 축하드려요!”“스승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