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는 차에 시동을 걸며 담담하게 웃었다."근데 너한테 정말 잘해주는걸!”소희는 할 말이 없었다. 비록 심명이 다른 목적으로 자신을 접근했어도 그는 확실히 그녀를 도와주었고 그녀를 대신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소희는 가끔 화가 나서 그를 때리고 싶었어도 억지로 참았다.소희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녀와 구택의 관계도 완전히 끝난 셈이었다.그리고 그 디저트 가게도 문제였다. 술자리에서 그들은 비록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디저트 가게를 줬지만, 상장된 체인점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공연히 다른 사람의 가게를 받으니 그녀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연희는 그녀의 생각을 꿰뚫은 듯 담담하게 웃었다."디저트 가게는 비록 가치가 있지만, 진 씨네 집안에게 있어 별거 아니야. 게다가 디저트 가게 하나로 진 씨네 회사의 명성을 바꿨으니 그들도 손해 볼 거 없고. 너도 일단 편하게 받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소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지금도 그냥 이럴 수밖에 없었다.연희는 원래 소희를 데리고 놀러 나왔지만 이런 소란이 생겨서 소희는 배가 아픈 데다가 지금은 시간이 또 무척 늦었기 때문에 연희는 그녀를 어정으로 데려다주었다.호텔 이쪽에서. 심명이 떠날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차창을 두드렸다.심명은 뒤에 앉아 있었고, 차창을 내리며 잘생긴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서이연 씨였군요. 무슨 일이죠?”이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일 정말 고마웠어요!”심명은 가볍게 웃었다."천만에요. 우리 소희 씨가 마음이 약해서 당신이 덕 본 거죠.”“그렇죠, 나도 당연히 소희 씨한테 고마워해야 하는걸요!"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순수한 모습으로 말했다."전에 소희 씨와 임 대표님이 함께 있을 때부터 나와 소희 씨의 사이가 좋았어요. 이번에 그녀가 이렇게 나를 도와줬으니 나도 반드시 보답해야죠.”심명은 이 여자가 그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간질하러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소희와 구택의 일을 모르는 줄 알고 일부
소희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이문 등 사람을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담담하게 물었다."뭐 하러 가는 거예요?”이문은 소희를 보더니 멈칫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소식을 전한 그 사람을 매섭게 노려본 후 소희에게 씩 웃었다."소희 아가씨 오셨어요!”“이게 다 뭐예요?" 소희는 그들의 손에 있는 몽둥이를 바라보았다.“네?" 이문은 멍하니 소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깜박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아가씨, 혹시 폴 댄스 보고 싶지 않으세요?”소희, "…...”건장한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등에 문신이 가득한 채로 함께 폴 댄스를 추다니, 그 화면은 상상만 해도 약간 징그러웠다.“다음에요!" 소희가 말했다.“넵!" 이문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소희는 방 안을 들여다보며 안쪽으로 걸어갔다."이문 씨, 안에서 얘기 좀 해요.”“예!"이문은 손에 든 쇠 파이프를 다른 사람한테 던지고는 또 전에 소식을 전한 사람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그 사람은 머리를 만지며 억울해했다. "그 여자 임 씨네 사람 아니었어요?”“네가 뭘 알아!"이문은 그를 향해 침을 뱉으며 급히 방에 들어갔다.방에 들어간 후 소희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이문만 바라보았다.이문은 어리둥절해지며 인차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예쁜 소녀가 자신을 뚫어져라 본 적이 없었다.소희는 그가 서서히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당신이 바로 이문이에요? 서인이 당신을 찾으면 된다고 해서요. 내가 지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이문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형님이 분부하신 이상, 우린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요!”“그래요?" 소희는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사람을 죽인 다음 불을 지르는 일은요?”이문은 그 자리에 몸이 굳어졌다.30분 뒤, 소희는 대력 운반 회사를 떠났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방 안으로 몰려들어 이문에게 물었다."그 여자가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형님과 관련이 있는 거야?"“형님은
푸른 독수리는 즉지 답장했다."얼마든지 말씀하세요.”하얀 독수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우와, 보스, 드디어 나타나셨군요! 전에 미션에 관한 일이에요?”소희가 대답했다."맞아요,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어요!”하얀 독수리가 말했다."나도 참가할래요. 나 지금 강성에 있는데 보스 도와줄 수 있나요?”그가 말을 마치자 맞은편 두 사람은 무려 5분 동안이나 침묵했고 프로필 사진이 떠있지 않았다면 그는 그들이 모두 로그아웃한 줄 알았다.한참 후, 소희가 말했다."아니에요, 푸른 독수리 혼자면 충분해요!”하얀 독수리는 약간 실망했다."두 사람 혹시 나 몰래 서로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죠?”소희는 푸른 독수리에게 말했다."내가 개인 문자 보낼게요." “그래요!" 푸른 독수리는 쿨하게 대답했다.하얀 독수리는 곧 핸드폰의 알림을 받았고, 그는 이미 앱에서 강제로 로그아웃 당해서 하루 동안 로그인할 수 없었다! ......저녁 10시쯤은 케이슬이 하루 중 가장 떠들썩할 때였다.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통일된 복장을 한 종업원이 왔다갔다 하며 술에 취한 손님도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6616호에서 주문을 하자 소희는 술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룸에는 여전히 성 사장만 있었고 그는 몸이 약간 뚱뚱하고 검은색 테두리의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한 쌍의 두 눈은 무척 음울하고 어두웠다.평소에 그는 두 여자 호스티스를 불러 자신과 함께 했지만, 오늘 자연이라고 부르는 호스티스는 휴식이라 오지 않았기 때문에 룸 안에는 비비안 혼자만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비비안은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양 갈래로 빗었으며 짙은 화장을 하고는 말할 때 혀 짧은 소리를 내며 귀여운 척했다.두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소파에 딱 달라붙은 채 앉아 있었다. 성 사장은 비비안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금을 보며 무슨 말을 했는지 비비안은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거대한 스크린에는 90년대의 노래가 틀려 있었고, 룸 안에는 불빛이 깜박거렸다.소희가 술
소녀가 고개를 돌리자 맑은 눈동자는 날카롭고 매서웠다."내가 뭘 찍을 것 같죠?”남자는 소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넌 비비안이 아니었어!”소녀의 얼굴은 싸늘했다."당연한 말씀을!”“너 평소에 술 가져다주는 종업원이잖아?”남자는 눈빛이 음산해지며 일어나서 소녀를 향해 걸어왔다."누가 당신을 보냈지? 그 몰래카메라 나한테 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비참하게 죽을 거야!”“거기 서지 못해요, 움직이지 마요!" 소희는 손에 무언가를 들며 남자를 가리켰다."양심을 저버린 일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자신이 신분을 바꾸기만 한다면 이렇게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오늘 난 당신의 목숨을 가지러 왔어요!”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소녀의 손에 있는 물건은 총 같았지만 또 아닌 것 같았다. 이는 일반적인 총보다 훨씬 작았고 안에는 가늘고 긴 은침이 음산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는 이 특수한 무기를 어디서 본 것 같았고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순식간에 안색이 크게 변하여 믿을 수 없단 듯이 소희를 바라보았다."당, 당신은…….”소희의 아름다운 얼굴은 싸늘했고,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끝날 때가 됐죠!”말이 끝나자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고 은관에서는 총알 대신 소털처럼 가는 은침이 발사되며 정확하게 남자의 심장에 꽂혔다.남자는 가슴을 감싸고 뒤로 물러섰다가 그제야 반응하며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문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바로 죽지 않았고 그저 말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소희는 태연하게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갔다. 나가기 전 그녀는 손으로 성냥을 하나를 던졌고 성냥은 그녀가 전에 쏟은 술 위에 떨어지며 불길이 순식간에 카펫에 만연되었다.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로 불길이 조금씩 자신을 향해 타는 것을 보았고 놀라서 입을 벌렸지만 절망적인 오열 소리만 낼 수밖에 없었다.소희는 침착하게 문을 나선 뒤 문을
구택은 머릿속이 하얘졌고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몸을 돌려 아직 불이 나고 있는 6616호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임 대표님, 거기로 가시면 안 돼요!" 미선은 즉시 그를 따라갔다.6616호는 자욱한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구택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바로 안으로 뛰어들어가려 했다.소방관은 즉시 그를 막았다."이봐요, 안의 불이 아직 다 꺼지지 않아서 지금 들어갈 수 없습니다!”“저리 비켜!" 구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방관을 밀어냈다.“이봐요, 안 돼요!”소방관 몇 명이 동시에 구택을 꽉 붙잡았다."들어갈 수 없습니다!”“당장 떠나세요!”구택은 활활 타오르는 큰불만 쳐다보며 종래로 당황한 적이 없었던 그는 두려움에 빠지며 공포는 그로 하여금 냉정하게 사고할 수 없게 만들다. 그는 반드시 들어가서 그녀가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임구택 씨!”맑은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구택은 멈칫하다 즉시 고개를 돌렸고 소희의 놀란 눈빛을 보고 숨이 멎은 것만 같았다.소희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으며 구택을 잡고 연기가 적은 곳으로 갔다. 두 사람은 계단 모퉁이의 구석에서 멈춰 섰고 소희는 수건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괜찮아요!”구택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힘껏 안았다.5분이 넘도록 구택은 말을 하지 못했다.소희는 그의 옷을 잡은 채 한동안 가슴이 설레며 역시 목이 메어 말을 할 수 없었다.이 큰불은 그녀의 마음속의 모든 얼음과 눈을 녹였다.“나 괜찮아요." 소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때 시원과 백림 등 사람들은 마침 계단에서 비집고 내려왔고 그들도 원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려 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정지되어 그들은 하는 수없이 계단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 비집고 내려오다 하마터면 뼈가 모두 끊어질 뻔했다.시원은 함께 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우아하게 웃으며 낮은 소리로 백림에게 말했다."평소에 연기 엄청
이번에 케이슬에서 난 불은 방 한 칸을 태웠고 사람 하나를 태워 죽였다.경찰이 조사하러 왔을 때, 룸 안의 모든 것은 이미 잿더미가 되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불에 타 죽은 사람의 신분은 인차 밝혀졌다. 그는 강성 정익 식품의 사장으로서 이름은 성일표였다. 이 사람을 조사할 때 경찰은 그가 3년 전에 강성에 와서 회사를 차린 것을 발견했고 뜻밖에도 강성에 친척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계속 조사해 보니, 그들은 성일표라는 이름마저 가명이란 것을 발견했다!경찰은 성일표를 조사하는 동시 그날 밤 케이슬에 불난 원인을 조사했다. 가장 먼저 심문을 받은 사람은 케이슬의 호스티스 비비안이었다.비비안은 겁에 질려 어쩔 바를 몰랐다. 그녀는 한 편으로 자신과 매일 술 마시던 손님이 죽어서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때 만약 룸에서 나가지 않았거나 술에 취한 그 손님에게 붙잡혔다면 자신도 불에 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등골이 오싹했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비비안은 여전히 얼굴이 창백했고 당황하고 불안했다.케이슬의 룸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경찰 몇 명을 마주하며 그녀의 두 손은 더욱 떨렸다.경찰이 성일표에 대해 묻자 비비안은 즉시 당황해지며 고개를 저었다."난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그는 올 때마다 나와 자연을 찾았지만 가끔 손님을 데리고 와서 우리더러 나가라고 말하곤 했어요.”“그럼 어젯밤은요?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나요?" 경찰이 물었다.비비안은 열심히 회상하며 고개를 저었다."없었어요.”경찰은 CCTV영상을 비비안에게 보여주며 화면 속 세일러복을 입고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아가씨 맞죠?”비비안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때 왜 갑자기 나갔죠?" 경찰이 물었다.비비안은 얼른 대답했다."우리 엄마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그때 나가서 전화받은 거예요.”“통화 기록 좀 볼게요.”비비안은 즉시 통화 기록을 경찰한테 보여줬다.경찰은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10시 8분에 아
명우는 내려와서 차 문을 열며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아가씨를 모시고 떠나라고 하셨습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라탔다.케이슬에서의 조사는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성일표의 부검 보고에 따르면 그는 확실히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신체 표면이 이미 다 탔기 때문에 심장병을 일으킨 원인은 진일보로 조사해야 했다.이때 성일표를 조사하러 간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의 정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들은 강성에 있는 성일표의 식품 공장 창고에서 수십 톤의 금지품을 수색해냈다.그의 실제 신분이 특수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중단되었고 윗사람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지시는 엄청 빨리 내려왔고, 의외로 그들더러 이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었다.경찰청은 대외적으로 통고를 발부하여 성일표는 심장병이 발작해서 손에 든 담배가 바닥에 떨어져 화재를 일으켰고 그 바람에 자신을 태워 죽였다고 밝혔고, 케이슬은 방화경보가 지연돼서 인명피해를 초래했으며 그들더러 한달간 휴업해서 정돈하게 했다.사건은 이렇게 종결됐다. 얼마 후, 한 경찰이 조장과 술을 마실 때 또 이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 조장에게 성일표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조장은 문을 닫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전에는 안성이 모두 그의 구역이었는데, 후에 갑자기 그만두고 몇 년 동안이나 사라졌어. 지금 갑자기 죽은 데다 또 그렇게 많은 금지품들이 발견되었으니 위에서도 당연히 계속 조사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그가 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그는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 지금 모두 잡혔고 위법 체인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들었어.”조장은 간단하게 말했지만, 그의 수하인 경찰도 바로 알아듣고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그럼 그는 정말 사고로 죽은 거예요?”조장은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한 모금 피웠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일의 배후에는 이름도 성도 없는 영웅이 하나 있어!”수하는 멈칫하다 천
디저트 가게에서 나온 소희는 떡을 들고 작업실에 가서 진석을 찾아 그와 함께 사부님을 뵈러 가려 했다.프런트 아가씨는 그녀를 보며 친절하게 웃었다."누구 찾으시는 거죠?”소희가 말했다."진석이요.”직접 와서 그들의 대표님을 찾는 사람은 흔치 않았기에 프런트는 웃으며 물었다다."예약하셨어요?”“네, 내가 여기에 올 거라고 알고 있을 거예요.”“잠시만요, 먼저 진 대표님께 전화로 확인할게요.“프런트는 진석 사무실에 전화를 한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소희에게 말했다."진 대표님은 지금 위층 사무실에서 아가씨 기다리고 있어요. 직접 들어가시면 돼요!”소희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바로 진석의 사무실로 걸어갔다. 이때 한 디자이너 조수가 지나가면서 프런트에게 물었다."누구예요?”프런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대표님 찾아러 왔어요!”조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설마 대표님의 여자친구는 아니겠죠?”“말 함부로 하지 마요. 그러다 대표님께서 화낼지도 몰라요.”소희는 위층으로 올라가며 바로 진석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계속 전화로 얘기를 나누었다.전화를 끊은 후에야 진석은 담담하게 웃었다."아가씨 알아본 사람 없어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요, 강솔과 하영도 여기에 없고. 모두 낯선 얼굴이네요.”진석은 탁자 위의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1분만 기다려요, 정리 좀 하고요!”작업실에서 소연은 윤미를 도와 디자인도를 복사하고 돌아왔을 때 다른 조수로부터 대표님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소연은 갑자기 가슴이 설레더니 디자인도를 내려놓은 후 컵을 들고 탕비실에 가는 척하며 한 바퀴 돌아서 진석의 사무실 밖을 향했다.그녀가 갔을 때 사무실 문은 닫히고 있었고 고개를 들자 진석이 옅은 남색의 캐주얼 운동복을 입은 소녀와 함께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두 사람의 뒷모습만 보았고 그들은 이미 문을 나섰다.그녀의 주의력은 모두 진석에게 있었고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임유진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고, 유진이 멀어지자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구씨그룹과의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이석은 최근 구은정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더 거쳐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실 잘 알고 있었다. 최이석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상태였다.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양쪽은 암묵적으로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고 이석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석이 몰래 여씨그룹과 접촉해 유지그룹과 여씨그룹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에 따라 결국 그쪽과 손을 잡을 셈이었다.고영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자신이 최이석에게 준 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4층 버튼이 눌린 걸 확인했다.그 순간, 예약해둔 고객의 전화가 울렸다.“왜 아직 안 오셨어요?”[곧 가요.]고영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임유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구은정에게 말했다.“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어요.”음식은 이미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은정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하자.”요리는 꽤 괜찮았다. 재료는 신선했고, 요리사의 솜씨도 뛰어났지만 유진은 많이 먹지 않았다.레스토랑 내부는 품격 있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중식 스타일의 조각된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고, 그 아래에서 구은정의 이목구비는 더욱 짙어 보였다.은정은 유진을
유진이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걷고 싶다고 하자, 구은정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임유진이 중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마침 한 블록 건너편에 중식 전문점이 있어 두 사람은 걸어서 향했다.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저녁 시간대라 거리는 번화했다. 네온사인은 반짝이고, 도로 위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다.식당이 거의 다 왔을 무렵, 유진은 길 건너편에서 이벤트 중인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가게 앞에는 커다란 케이크 조명 간판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예쁘고 유혹적인 분위기였다.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삼촌이 주문해 줬던 타로 크림 롤, 여기 거예요? 맛 괜찮았어요.”은정은 곧장 눈치를 채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이에 유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요, 삼촌!”은정은 말없이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로 향했고, 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5, 6분쯤 지났을까? 은정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중이었다.키 크고 잘생긴 그는, 냉철한 분위기와 독특한 존재감으로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은정을 향해 자연스레 쏠렸다.번화하고 소란스러운 거리, 은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손에 디저트를 들고 자신에게 곧장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낯익고 익숙했다.유진은 잠깐,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꼈다. 유진의 앞으로 다가온 은정은 타로 롤케이크를 그녀에게 곧바로 건네지 않았다.“식당 가서 먹자.”그 말에 유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식당에 도착해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새로 생긴 식당인가 봐요.”“마음에 들면 자주 오자.”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머니께 한 달만 따로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시간이 거의 다 됐고요.”은정은 순간 멍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