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아침을 시켰고 소희는 몇 가지 담백한 채소를 골라 청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건네주며 약을 먹으라고 했다.청아는 속으로 매우 미안했다. 그녀는 아픈 적이 거의 없었지만 열 한 번 났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더러 그녀를 신경 쓰게 하다니.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소희야, 나 괜찮아. 너도 얼른 가서 일봐!"소희가 말했다."구택 씨는 출근했으니까 내가 너랑 같이 있어줄게. 어차피 나도 낮엔 할 일 없으니까."청아는 약을 먹은 뒤 상태가 좀 나아진 것 같아 출근하려 했지만 소희가 그녀를 막았다."시원 오빠가 나한테 부탁했어. 네가 완전히 다 나을 때까지 지켜보라고. 그래야 너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가게 할 수 있어."시원을 언급하자 청아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뻘쭘하게 말했다."난 괜찮아, 정말이야,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소희는 응하지 않았다."어쨌든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 해. 너 방금 약 먹었으니 일단 좀 자!"청아는 어쩔 수 없이 누웠고 고운 한 쌍의 눈은 웃음을 머금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고마워, 소희야!""얼른 자!" 소희가 벽에 있는 전자 스크린을 누르자 커튼이 닫혔고 방안은 점점 어두워지며 머리 위의 천장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변했다.청아는 여전히 머리가 좀 무거워서 자고 싶었지만 잠이 안 왔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시원은 자신의 개인 비행기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밤새 별로 자지 못한 그는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점점 졸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눈을 끔뻑하기 시작할 때,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그는 문자를 확인했는데, 청아가 보낸 것이었다. [시원 오빠, 어젯밤 아픈 나를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시원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답장했다. [천만에요, 푹 쉬어요]……며칠 뒤, 소찬호는 카카오톡에서 소희한테 사진 한 장을 찍어 보냈다.[소희 누나, 소연 누나가 우리 누나한테 준 King의 사인이에요.
서인의 사람들은 화가 나서 늘 시비를 걸었고 그들은 여러 번 싸웠다.이 관리자는 명원에게 서인의 사람들이 너무 파렴치해서 그들의 앞에서 자꾸 알짱 거린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명원은 싸늘하게 웃었다."이게 뭐라고? 공격할 수 없으면 이간질하면 되지."관리자는 머리를 굴리며 바로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이날 서인 그들은 물건을 지키는 주문을 받고 하룻밤 동안 물건을 본 뒤, 엄청난 보수를 받았고 그의 부하인 조철은 양고기 샤부샤부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서인은 의견이 없었기에 부하 20명을 데리고 가게에 가서 양고기 샤부샤부를 먹었다.그들은 밤 10시까지 술을 마셨고 몸을 비틀거리며 창고로 돌아가서 잠을 자려 했다.돌아가는 길에 서인은 문득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느꼈고 자신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줄 알고 이문의 어깨를 걸치며 앞으로 걸어갔다.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에워싸며 다짜고짜 손에 든 막대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서인의 사람들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맞섰다.혼란 속에서 조철은 서인을 끌고 옆으로 피신했고, 서인은 그를 밀어냈다."뭘 피하는 거야, 모두 임 씨네 개일뿐인데!"말하면서 그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일어나서 바로 돌진했다.그러나 그는 막대기를 휘두르던 찰나 힘을 쓰지 못했고, 평소처럼 날렵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허리에 걷어찼다.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풍부한 싸움 경험을 바탕으로 막대기 만으로도 기세등등하게 싸웠다.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혼란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사람을 감싸면서 상대방의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이때, 상대방 사람들의 뒤에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지만 동작이 날렵하고 깔끔하여 인차 서인의 사람들을 쓰러뜨렸다.서인은 막대기를 휘두르며 앞으로 다가갔고 그 사람은 그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발을 들어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서인은 몸을 돌려 피했고 바로 그의 팔
모두들 멍해졌다. 명원도 다소 놀라며 맞은편 사람을 바라보았다.상대는 한 소년으로 보였다. “소년”은 몸매가 야위었고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으며 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소년" 은 차갑게 명원을 바라보다가 서인을 데리고 후퇴하며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서인보다 키가 작았지만 한 손으로 서인을 안을 때, 조금도 힘이 들지 않은 것 같았다.길목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소년”은 서인을 뒷좌석에 올려놓은 뒤, 자신은 운전석에 앉으며 이곳을 빠져나갔다!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조철이었다. 그는 무척 당황했다."그를 이대로 가게 하면 안 돼요. 그가 돌아오면 나는 죽는다고요!"명원은 차갑게 그를 힐끗 보았다."그럼 당신이 가서 그를 잡아오든가!"조철은 인차 입을 다물었다."병신!" 명원은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팔은 살짝 아팠다. 방금 그 “소년”에게 차인 그 팔이었다.그 “소년”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명원은 드디어 강한 상대를 만나서 무척 흥분했다. 그는 정말 그 “소년”과 한 판 뜨고 싶었다!관리자는 다친 사람들을 병원에 보내라고 한 뒤 명원을 따라갔다."고맙군, 명원아. 나를 위해 아주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어."명원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표정이 싸늘해진 채 고개를 돌려 관리자에게 물었다."난 당신을 도와 서인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신은 왜 조철 시켜서 서인에게 약을 탔지?"관리자는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 서인은 솜씨가 훌륭하고 너무 세서, 나는 네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난 명 사장님한테 혼날 거야!"그는 명원의 신분을 모르지만, 그가 명빈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줄곧 친절하게 명원을 대했다.명원은 콧방귀를 뀌었다."명빈 형은 당신의 이런 추잡한 수단을 알고 있고?"관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 자리에 굳어졌다.명원은 고개를 돌려 성큼성큼 이곳을 떠났다.......강성 제일병원시간은
구택은 인차 답장했고 그녀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알려주었다.한 시간 뒤, 수술이 끝나자 간호사는 서인을 밀고 나왔고 소희는 즉시 일어나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의사는 피곤했지만 웃으며 말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에요. 주의만 잘 하면 앞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자."고마워요, 의사 선생님!""천만에요."소희는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돌아오며 바삐 돌아쳤고 날이 밝아지자, 소희는 그제야 침대 옆에 엎드려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서인이 깨어났을 때 날은 금방 밝아졌다.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 그는 방 안을 훑어보더니 시선은 침대 옆에 엎드려 있는 소녀에게 떨어졌다.그들은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때 임무 실패한 후, 보스 진언은 대외적으로 그들 일곱 사람이 모두 그 폐기 공장에서 죽었다고 공언했다. 그 후 그와 그녀는 조직에서 나왔고 그때부터 주옥과 서희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3년 만에 만났는데, 그녀는 키도 많이 컸고 얼굴도 더 예뻐졌다!그러나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몇 년이 지나든, 그는 항상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들 일곱 사람 중 서희는 유일한 여자였다. 그녀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아 항상 혼자였다. 또 서희가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 몇 사람은 그녀를 각별히 아꼈다.그들은 5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하는 가족이었다.그러나 표용 그들이 죽은 날, 그녀는 그들의 시체를 보고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돌아서서 바로 자리를 떠났다. 마치 죽은 사람들은 그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그는 그때 무척 비통했고 이 모든 것이 서희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녀의 그토록 담담하고 싸늘했던 태도를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미워했다. 두 사람이 갈라진 그날부터 그는 그녀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서인의 눈빛은 다시 소희에게 떨어졌고, 차가운 눈
서인은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우연은 무슨. 그녀가 한밤중에 그렇게 분장하고 부두에 간다고?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의사는 출근한 후 회진하러 오며 소희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고 소희는 열심히 들으며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겼다.서인은 의사와 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문득 그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그녀는 전혀 의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의사가 가자마자 서인은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그는 방광이 터져도 소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그를 힐끗 보더니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돌아올 때 그녀는 한 남자 간병인을 데리고 왔고 그녀는 그 간병인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다시 병실에서 나갔다.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으니, 서로의 표정만 봐도 전부 알 수 있었다.남자 간병인은 서인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도와줬고, 또 그의 몸을 닦아 주었다.소희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아침밥을 들고 있었다."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직접 말해. 남자 간병인 찾았으니까, 언제든지 올 수 있어."서인은 건달처럼 웃으며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고 했다."남자 간병인을 고용해서 뭐 하게? 날 돌보겠다면서? 네가 다 하면 되잖아!"소희는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내가 못할 것 같아?"서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뒤, 의사가 와서 서인에게 링거를 놓아줄 때 구택이 소희에게 전화를 하며 집에 무슨 일 생겼냐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소희는 나가서 전화를 받으며 그저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려서 자신이 보고 싶다고, 별일 없다고 말했고 며칠 후 강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구택은 또 몇 마디 당부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소희는 병실로 돌아갔고 의사는 이미 떠났다. 서인은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고 소희는 옆의 의자에 앉아 게임을 했다. 두 사람은 누구도 서로를 상대하지 않았다.한 시간 간격으로 소희는 서인에게 물을 먹였다. 서인은 자신이 어
소희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우리 두 사람도 그날 표용 그들과 함께 죽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우리는 죽지 않았으니 이것은 네 트라우마가 되었고 죄책감이 되었지, 그래서 넌 인생을 낭비하며 살아갔던 것이고. 그래야 표용 그들에게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 테니까!"서인은 눈빛에 핏발이 서더니 표정은 싸늘해진 채 이를 악물었다."그럼 안 되는 거야? 우리 일곱 사람은 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들 다섯 명이 죽은 이상,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염치나 있는 거야?""넌 내가 너무 잘 살고 있는 게 미운 거지? 죽은 사람은 표용 그들이 아닌 나였어야 하니까!" 소희는 목이 멨다.서인은 고개를 돌렸다."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아니, 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소희는 책상 위의 과일 칼을 그의 이불 위에 던졌다. "나 죽여. 나를 죽여서 표용 그들의 원수를 갚으라고. 그리고 넌 자살하고. 그러면 우리 일곱 사람은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서인은 고개를 돌려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도발했다."나를 죽이라고, 네가 줄곧 원하던 것처럼!"서인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말했지, 그런 거 아니라고!""그럼 뭔데?" 소희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넌 그냥 멍청이야!"서인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너 지금 뭐라고?""네가 멍청하다고!" 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찮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표용 그들은 죽고 싶어서 죽은 거야? 만약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러나 넌 살아남았지만, 열심히 살지 않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남겨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너," 서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소희를 노려보았다."나 뭐!" 소희는 갑자기 일어나서 옆에 있는 물컵을 들고 그의 얼굴에 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멍청한 것을 알면 하늘에 있는 표용 그들도 네가 그들의 형제라는 것 자체
화요일 저녁, 시원이 외국에서 돌아오자 백림 등은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려고 미리 천위에서 룸 하나 예약했다.시원의 현임 여자친구 이유진도 특별히 친구 몇 명을 데리고 함께 놀러 왔다.오후에 날이 어두워지기도 전에 그들은 천위에 도착했다. 백림 등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 유진과 그녀의 친구들은 벌써 도착해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유진은 섹시한 탱크톱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영롱한 몸매를 자랑했다. 귀에 있는 긴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그녀가 말할 때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백림을 보자 유진은 바로 일어나 흥분해하며 말했다."시원 오빠 왔어요?"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시원인 형수님과 함께 있는 거 아니었나요?"유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원래 나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임시로 또 일이 생겼다고 해서요. 난 오빠가 백림 오빠랑 같이 오는 줄 알았죠!"백린이 말했다."그럼 곧 오겠죠!"옆에 있던 진혜라는 그녀의 친구가 농담하며 말했다."우리 이유진 아가씨는 며칠 동안 도련님을 만나지 못해서 이미 견딜 수가 없나 봐요!""저리 가, 이 계집애야. 내가 방금 너한테 한정된 가방 사줬는데,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유진은 그녀의 친구들과 서로 농담을 하며 방 안은 떠들썩해졌다.백림 등 사람들은 룸 안의 다실에 가서 차를 마시며 함께 시원을 기다렸다.잠시 후, 또 어떤 사람이 도착했는데, 그중 오진수라는 사람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고, 그의 여자 친구도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와서 같이 놀았다.유진 몇 사람은 그들을 쳐다보았고 진혜는 힐끔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허연 아니야?"허연이 시원의 전 여자친구라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유진은 싸늘하게 웃었다."오빠가 그녀를 찼는데도 이렇게 뻔뻔스럽게 치근덕거리다니, 정말 어이없어!"진혜는 맞장구를 쳤다."허연은 집에 작은 장사를 하는데 가까스로 시원 도련님과 같은 사람과 사귀게 되었으니 어찌 쉽게 손을 놓을 수 있겠어?"다른 한 여자도 비아냥
"나 지금 백림 그들과 할 말이 있어서. 선물은 저녁에 줄게!"시원은 가볍게 웃었다."가서 먼저 놀고 있어.""응!" 유진은 요염하게 시원을 힐끗 쳐다보며 몸을 곧게 폈고 허연을 힐끗 보더니 무척 득의양양했다.시원과 백림 그들은 다방에 가서 얘기를 나눴고, 유진은 진혜 그녀들을 찾으러 갔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녀의 말소리가 많이 커졌다.얼굴이 창백해진 허연은 머리를 숙인 채 손톱으로 소파의 가죽을 할퀴며 억울하면서도 내키지 않았다.진수의 여자친구는 낮은 목소리로 충고했다."시원 도련님 정말 유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만 포기하지 그래?"시원은 들어온 후 허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이미 허연에게 정이 없다는 것을 설명해 줬다."그럴 리가 없어!"허연은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시원 오빠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그는 지금 나 보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진수의 여자친구는 전에 그나마 허연을 동정했지만 지금은 그냥 허연이 정말 미련하다고 생각했다.진혜 몇 사람은 저기서 일부러 큰소리로 시원 도련님이 유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떠들고 있었고, 허연은 더욱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마침 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허연은 일어나서 문을 열러 갔고 문밖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멈칫했다."너 여긴 뭐 하러 왔어?""배달하러!"청아는 엄청나게 큰 배달 가방을 메고 이 한마디만 대답하고는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허연은 눈빛을 피하며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 청아를 모르는 척했다.청아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예의 있게 물었다."누가 배달을 시켰어요?"진혜는 베란다 쪽에서 손을 흔들었다."내가 시킨 거예요, 여기로 가져다줘요!"청아는 걸어가서 진혜가 주문한 디저트와 버블티를 꺼내며 책상위에 놓았다.진혜의 곁에 앉은 여자는 청아를 힐끗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진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배달하는 사람 말이야, 허연 사촌 동생인 것 같은데."유진은 그 말을 듣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여
도도희는 필사적으로 참아왔던 눈물을 더는 막지 못하고 흘러내렸다.“시언아, 재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그 순간, 마치 재희가 사라진 직후로 되돌아간 듯했다.10대였던 강시언이 강성으로 달려왔을 때, 도도희는 목이 터지라 울며 절망 속에서 물었다.“시언아, 재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시언은 그때처럼 오늘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찾을 수 있어요.”그의 눈빛은 단호했다.“한 번 더 확인해 보면 안 될까요?”도도희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놀라며 되물었다.“뭐라고?”옆에 있던 도경수도 그 말에 희망을 얻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검사 결과가 실수일 수도 있다는 건가? 한 번 더 하면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거야?”“아니요.”시언은 고개를 돌려 아심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둠 속에서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를 도도희 앞에 세우며 말했다.“이모, 이번엔 아심이랑 친자 확인을 해보죠.”시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사람이 놀라며 굳어버렸다. 도도희와 아심은 물론이고, 재아조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재아는 얼굴이 새하얘지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저, 저와 이모가 어떻게.”아심은 당황하며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시언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강아심, 네가 겪었던 일들과 재희가 겪었던 일이 비슷해. 그리고 네 등에 있는 태어나면서 생긴 점도 그렇고.”“많은 사람이 너와 도도희 이모가 닮았다고 한 적 있잖아?”도도희는 놀란 눈빛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등에도 그런 점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있긴 하지만 문신 때문에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아심은 시언을 돌아보며 덧붙였다.“비슷한 일을 겪은 아이들은 많아요. 그 점도 단순히 우연일 뿐일 수 있어요. 괜히 이모를 또다시 상처받게 하지 마세요.”시언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단호하게 말했다.“검사를 하지 않는 게 진짜 평생 후회로 남을 수도 있어. 검사를 해보고 아니라면
“다행이네. 오늘은 혼자 왔네.”강시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강아심은 어리둥절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시언은 아심과 대화를 나눌 의도는 전혀 없는 듯,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로 향했다. 아심은 걸음을 맞추느라 바쁘면서도 물었다.“어디로 가는 건데요?”갑작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간 상황에 아심이 머릿속이 복잡했다.‘혹시 지난번에 잘못된 신호를 준 걸까? 아니면 이 일이 수익성이 높다고 생각해 다시 돈벌이하러 온 걸까?’만약 돈 문제라면, 아심도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여지는 있겠지만 말이다.시언은 그녀의 끝없는 상상을 알 리 없었다. 그는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으라고 권하며 짧게 말했다.“도도희 이모를 만나러 가는 길.”그 순간 아심의 온갖 생각이 끊겼다. 그녀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강성에 오셨어요?”“응.”시언은 단 한 마디의 추가 설명도 하지 않고 바로 차 문을 닫았다. 차에 올라탄 뒤, 아심은 다시 물었다.“이모는 어디에 계세요? 왜 미리 연락을 안 주셨지?”시언은 길을 응시하며 간단히 대답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이미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시언의 옆모습을 선명히 비췄다.날카롭게 각진 얼굴과 차가운 분위기가 묻어나 강아심은 그가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심도 더는 묻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도시 야경에 시선을 두었다.차 안은 한동안 침묵으로 가득했고, 이윽고 차는 도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 시언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내려.”아심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기가 어디예요?”“내려 보면 알아.”아심은 살짝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비밀스러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심은 차에서 내려 그를 따라 오래된 한옥의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에 가까워지자, 정원 안에서 여러 사람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도도희가 가장 앞에 있었고, 도경수와 강재석, 그리고 소희
소희와 강솔은 도도희를 부축해 방으로 옮겼고, 그녀를 잠시 눕게 한 뒤 임구택이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사는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아래층에서는 도경수가 도도희가 갑자기 쓰러진 일로 크게 놀라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강재석이 곁에서 그를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게 도왔다....위층에서는 이반스가 침대 옆에 서서 깊은 주름이 잡힌 이마로 걱정을 드러냈다.“도도희, 이러지 마. 내가 당신 딸을 꼭 찾아줄게. 반드시 찾을게.”도도희는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먼저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소희는 이반스와 다른 사람들을 방 밖으로 내보낸 뒤, 물 한 잔을 따라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죄송해요.”도도희는 겉으로는 재아에 대해 무관심한 듯 행동했지만, 딸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그 감정을 감히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아마도 과거에도 재아 같은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친자 확인 전에는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 감정을 키웠지만, 이번처럼 결과가 확인되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도도희는 천천히 눈을 뜨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그걸 왜 탓하겠어?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책임을 추궁받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차가워질 거야.”도도희는 몇 마디를 하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난 듯 물었다.“그 물 나를 위해 떠온거야?”소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얼른 물컵을 건네주었다.“네, 여기요.”도도희는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 하자 소희가 급히 말했다.“아직 누워 계세요. 제가 물을 드릴게요!”“아니야, 방금은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 이제는 괜찮아졌어.”도도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이윽고 시선이 천천히 방 안을 돌아다니더니, 이내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예전에 재희와 내가 이 방에서 함께 지냈었어. 발코니에는 재희가 가장 좋아하던 목마가 있었지. 그 목마에 올라타면 얼마나 웃었던지.”도도희는 책장 옆의 빈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경수가 말했다.“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했어. 너를 위해 한 모든 일의 출발점이 결국 네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지. 하지만 뒤돌아보면, 너는 과연 정말 행복했을까?”“그날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이 맞았어. 나는 항상 독단적이었고, 자기중심적이었어.그러니 앞으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네가 행복하다면, 나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도도희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 갑작스레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돌렸다....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네 시간은 결국 금방 지나갔다. 강시언은 미리 차를 몰고 친자 확인 기관으로 향했다.결과를 받아 든 그는 가장 먼저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도도희에게 전송했다. 결과는 도도희와 재아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왔다. 둘은 모녀 사이가 아니었다.결과를 정리한 뒤, 시언은 차를 몰고 도씨 저택으로 돌아갔다.도씨 저택에서 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재아는 긴장한 나머지 손을 멈출 수 없이 떨었다.재아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도씨 집안의 사람이냐 아니냐는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였다.도도희는 시언이 보낸 결과 사진을 확인하고, 눈길을 잠시 멈춘 뒤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었다.“양재아는 내 딸이 아니야.”“뭐라고요?”재아는 그 순간 얼굴에서 피가 모두 사라진 듯 창백해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제 모든 조건에 다 들어맞는데요! 이 결과가 정말 정확한 건가요? 혹시 오류가 있지는 않나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도경수 역시 크게 실망한 듯 갑자기 십 년은 늙어 보였고, 눈에는 믿기지 않는 감정만 가득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재희가 아닐 수 있어?”강재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어두워졌고, 소희는 마음이 더 무거웠다.재아는 소희가 데려온 아이였다.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희망을 준 뒤에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결국 소희는 스승에게 가장 큰 상처를
그러자 양재아가 웃으며 다가갔다.“아직 그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네 시간이 걸린대요.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시간이나?”도경수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며, 분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이반스는 도도희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피 뽑는 거, 아프진 않았어?”도도희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조금 아프긴 했지만, 괜찮았어.”강재석이 천천히 말했다.“이 시간에 내가 한마디 하겠네.”모두가 조용해지며 강재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결과는 두 가지 중 하나겠지. 확률은 반반이야.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고. 재아가 도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야. 더 할 말이 없겠지.”“하지만 아니라면, 도도희 너도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마라. 도경수는 이 모든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아이를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어.”“네가 이재희를 잃어버렸을 때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거의 죽을 뻔하지 않았니? 네 눈으로도 똑똑히 봤던 일이잖아.”도도희는 눈가가 약간 뜨거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씀 잘 알겠어요.”강재석은 이번엔 도경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자네도 마찬가지야. 자네 몸은 큰 기쁨이나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재아가 아니라고 해도, 준비는 해둬야 해.”도경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정원으로 향했다. 재아가 따라가려 일어서려 하자, 강재석이 말했다.“도도희, 가서 아버지랑 이야기 좀 해봐.”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뒷마당의 긴 벤치에 도경수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활짝 핀 자스민 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시선은 허공을 떠다니는 듯했다. “아버지!”도도희는 그의 옆에 앉자, 도경수는 갑자기 말했다.“차라리 결과를 보지 말자. 그냥 재아를 재희라고 생각하자, 안 되겠니?”도도희는 눈을 내리깔며 차분히 말했다.“결국 아버지께서는 단지 위로받고 싶으신 거군요. 재아가 재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
양재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멍하니 끄덕였다.“알아, 그런데도 조금은 두려워.”소희는 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가족을 잃는 게 무서운 거야, 아니면 도씨 집안의 풍족한 환경을 잃을까 봐 무서운 거야?”재아는 순간 멍해졌고, 바로 대답했다.“당연히 할아버지를 떠나기가 싫어서지. 그분께서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어. 몇 달간 지내면서 진짜 친할아버지처럼 여기게 됐고.”“스승님이 그러셨잖아. 네가 친손녀가 아니라 해도, 이전처럼 너를 돌봐주실 거라고.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재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했다.“그래도 뭔가 다를 수밖에 없잖아.”소희는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양재아, 온두리에서 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떠올려 봐. 산전수전 위험한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버텼잖아.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더 나쁘기라도 해?”재아는 소희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초심을 잃지 마!”소희는 마지막으로 재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오후에는 강솔과 진석도 도씨 집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두 시쯤, 드디어 도도희가 집에 도착했고, 이반스도 도도희와 함께 왔다.오랜만에 마당을 본 도도희는 약간의 감상에 잠겼지만, 동시에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바랐다. 집 안에 모여 있던 모두가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강시언이 일어서서 말했다.“오늘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은 사람이 갈 필요 없어요. 제가 도도희 이모와 양재아를 데리고 갈게요. 나머지는 집에서 기다리세요.”모두 이의 없이 동의했고, 시언은 도도희와 재아를 데리고 유전자 확인 기관으로 향했다.시언은 차를 부드럽고 빠르게 몰았고, 도도희와 재아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침묵으로 가득했다.시언은 원래부터 남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아우라를 풍겼고, 도도희는 무표정했다. 재아는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침묵을 깨고 먼저 말한 사람은 도도희였다. 도도희는 강아심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지승현은 냉랭하게 말했다.“아부하고 싶으면 직접 하세요. 나를 끌어들이지 말고요! 그리고 당장 사람을 불러 강아심의 차를 고치게 하세요.”“안 그러면 아심에게 신고하라고 할 거예요. 남의 재산을 훼손하는 건 엄연한 범죄예요. 지수철 감옥에 가게 하고 싶으면 그냥 놔두세요.”전화를 끝낸 승현은 바로 끊었다.권수영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집어던질 뻔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고 생각한 끝에 결국 사람을 불러 아심의 차를 고치게 했다.승현도 직접 아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동안 조심하고 운전할 때 주변 상황을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이에 아심은 알겠다며 자신이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소희와 강시언 일행이 도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어 있었다. 그러나 도도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도경수는 초조한 듯 안절부절못하며, 직접 전화를 걸지는 못하고 강재석을 재촉했다.“도도희에게 다시 전화해서 어디쯤인지 물어봐!”그러나 강재석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아침에 학생 몇 명 일을 봐주고, 이제 막 비행기를 탔다고 했잖아. 방금도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 오늘 안으로는 반드시 도착할 거야. 뭘 그리 급해 해?”그 말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착만 하면 됐어.”그러고는 다시 도우미를 불러 물었다.“방은 다 정리됐나?”도우미를 급히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평소에도 사흘에 한 번씩 정리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대청소까지 끝냈어요.”도경수는 그제야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곧 양재아는 차를 들고 도경수에게 내밀며 웃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엄마가 돌아오시면 떠나고 싶지 않으실 거예요. 제가 방에 장미꽃도 조금 꺾어놨어요.”도경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너희 모녀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질 거다. 감정도 서서히 쌓일 테니, 네 장점도 점점 알게 될 거야.”재아는 얌전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을 다 먹고 난 후, 재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
임구택은 소희를 한 번 흘겨보더니 강재석에게 말했다.“저런 모습인데, 저도 서두를 수가 없네요.”구택의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가득 담긴 애정이 느껴졌기에. 강재석은 기분 좋게 크게 웃었다.그날 밤소희와 구택이 있는 정원은 여전히 축제용 등불이 걸려 있었고, 하양이는 새하얀 깃털이 오색 빛으로 변해 있었다.소희는 호두를 들고 하양이를 먹이며 말하자, 하양이는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축하해, 소희! 소희, 아들 많이 낳아!”그 말에 소희는 깜짝 놀라 구택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이걸 가르쳤지?”이에 구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 등불 아래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더욱 아름답고 선명해 보였다.“굳이 가르칠 필요 없지. 자꾸 듣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하양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며 담담히 말했다.“덕담이니, 기꺼이 받지.”소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새가 한 말을 진짜로 믿는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길고 깊은 눈빛을 던졌다.“이미 생겼을지도 모르지.”소희는 몸을 돌리며 진지하고 살짝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괜찮아.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소희의 눈썹을 쓸어내리며 소희의 분홍빛 입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이잇!”하양이는 두 날개로 눈을 가렸다.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이마를 대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 녀석이 못 보게 하자.”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구택은 그녀를 안아 방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강성정아현은 아침에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마침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였다. 강아심은 아현에게 자신의 차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에 주차장에 도착한 아현은 멍해졌다.아심의 차 타이어 네 개가 모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아현은 확인한 뒤, 누군가 일부러 바람을
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오석이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사님!”소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갔다.“저 돌아왔어요!”“그래, 잘 왔구나!”오석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며, 반가움과 기쁨으로 눈이 빛났다. 곧이어 임구택이 다가와 오석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재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소희가 왔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마당에 나온 그는 소희의 모습을 보고 먼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식사 시간, 가족들은 다시 양재아와 도도희의 친자 확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강시언이 말했다.“오늘 아침 도도희 이모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일이면 강성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소희는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도도희가 재아를 만나고 나서, 친자 확인에 훨씬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마치 서둘러 재아와 관계를 끊으려는 듯했다. 이런 점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꽤 깊은 것 같았다.“그렇구나.” 강재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도 내일 함께 가보자꾸나. 도씨 집안의 큰일인데,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시언도 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그럼 내일은 저와 소희, 구택이도 함께 강성으로 가죠.”“좋아.”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렇게 일단 내일의 일정은 정해졌다.식사가 끝난 후, 예전처럼 구택과 시언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연못가에 앉아 낚시하며 장기를 두었다.햇볕을 쬐자 소희는 졸음이 밀려왔고,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반쯤 감은 눈으로 강재석과 장기를 두었다. 그랬기에 결과는 당연히 참혹한 패배였다.“할아버지!”소희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나른하게 말했다.“오늘 밤에 저 여기서 자도 돼요?”“당연히 자고 가도 되지! 지켜야 할 전통은 남기고, 버려야 할 전통은 없어져야 하는 거야.”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엔 황선국 셰프가 내가 잡은 생선을 요리해 줄 거야!”“그럼 저도 같이 낚시할래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