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아침을 시켰고 소희는 몇 가지 담백한 채소를 골라 청아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건네주며 약을 먹으라고 했다.청아는 속으로 매우 미안했다. 그녀는 아픈 적이 거의 없었지만 열 한 번 났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더러 그녀를 신경 쓰게 하다니.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소희야, 나 괜찮아. 너도 얼른 가서 일봐!"소희가 말했다."구택 씨는 출근했으니까 내가 너랑 같이 있어줄게. 어차피 나도 낮엔 할 일 없으니까."청아는 약을 먹은 뒤 상태가 좀 나아진 것 같아 출근하려 했지만 소희가 그녀를 막았다."시원 오빠가 나한테 부탁했어. 네가 완전히 다 나을 때까지 지켜보라고. 그래야 너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가게 할 수 있어."시원을 언급하자 청아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뻘쭘하게 말했다."난 괜찮아, 정말이야,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소희는 응하지 않았다."어쨌든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 해. 너 방금 약 먹었으니 일단 좀 자!"청아는 어쩔 수 없이 누웠고 고운 한 쌍의 눈은 웃음을 머금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고마워, 소희야!""얼른 자!" 소희가 벽에 있는 전자 스크린을 누르자 커튼이 닫혔고 방안은 점점 어두워지며 머리 위의 천장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변했다.청아는 여전히 머리가 좀 무거워서 자고 싶었지만 잠이 안 왔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시원은 자신의 개인 비행기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밤새 별로 자지 못한 그는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점점 졸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눈을 끔뻑하기 시작할 때,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에 그는 문자를 확인했는데, 청아가 보낸 것이었다. [시원 오빠, 어젯밤 아픈 나를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시원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답장했다. [천만에요, 푹 쉬어요]……며칠 뒤, 소찬호는 카카오톡에서 소희한테 사진 한 장을 찍어 보냈다.[소희 누나, 소연 누나가 우리 누나한테 준 King의 사인이에요.
서인의 사람들은 화가 나서 늘 시비를 걸었고 그들은 여러 번 싸웠다.이 관리자는 명원에게 서인의 사람들이 너무 파렴치해서 그들의 앞에서 자꾸 알짱 거린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명원은 싸늘하게 웃었다."이게 뭐라고? 공격할 수 없으면 이간질하면 되지."관리자는 머리를 굴리며 바로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이날 서인 그들은 물건을 지키는 주문을 받고 하룻밤 동안 물건을 본 뒤, 엄청난 보수를 받았고 그의 부하인 조철은 양고기 샤부샤부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서인은 의견이 없었기에 부하 20명을 데리고 가게에 가서 양고기 샤부샤부를 먹었다.그들은 밤 10시까지 술을 마셨고 몸을 비틀거리며 창고로 돌아가서 잠을 자려 했다.돌아가는 길에 서인은 문득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느꼈고 자신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줄 알고 이문의 어깨를 걸치며 앞으로 걸어갔다.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에워싸며 다짜고짜 손에 든 막대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서인의 사람들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맞섰다.혼란 속에서 조철은 서인을 끌고 옆으로 피신했고, 서인은 그를 밀어냈다."뭘 피하는 거야, 모두 임 씨네 개일뿐인데!"말하면서 그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일어나서 바로 돌진했다.그러나 그는 막대기를 휘두르던 찰나 힘을 쓰지 못했고, 평소처럼 날렵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허리에 걷어찼다.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 자신의 풍부한 싸움 경험을 바탕으로 막대기 만으로도 기세등등하게 싸웠다.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혼란 속에서 그는 자신의 사람을 감싸면서 상대방의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이때, 상대방 사람들의 뒤에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지만 동작이 날렵하고 깔끔하여 인차 서인의 사람들을 쓰러뜨렸다.서인은 막대기를 휘두르며 앞으로 다가갔고 그 사람은 그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발을 들어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서인은 몸을 돌려 피했고 바로 그의 팔
모두들 멍해졌다. 명원도 다소 놀라며 맞은편 사람을 바라보았다.상대는 한 소년으로 보였다. “소년”은 몸매가 야위었고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으며 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소년" 은 차갑게 명원을 바라보다가 서인을 데리고 후퇴하며 재빨리 몸을 돌려 떠났다.그녀는 서인보다 키가 작았지만 한 손으로 서인을 안을 때, 조금도 힘이 들지 않은 것 같았다.길목에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소년”은 서인을 뒷좌석에 올려놓은 뒤, 자신은 운전석에 앉으며 이곳을 빠져나갔다!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조철이었다. 그는 무척 당황했다."그를 이대로 가게 하면 안 돼요. 그가 돌아오면 나는 죽는다고요!"명원은 차갑게 그를 힐끗 보았다."그럼 당신이 가서 그를 잡아오든가!"조철은 인차 입을 다물었다."병신!" 명원은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팔은 살짝 아팠다. 방금 그 “소년”에게 차인 그 팔이었다.그 “소년”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명원은 드디어 강한 상대를 만나서 무척 흥분했다. 그는 정말 그 “소년”과 한 판 뜨고 싶었다!관리자는 다친 사람들을 병원에 보내라고 한 뒤 명원을 따라갔다."고맙군, 명원아. 나를 위해 아주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어."명원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표정이 싸늘해진 채 고개를 돌려 관리자에게 물었다."난 당신을 도와 서인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신은 왜 조철 시켜서 서인에게 약을 탔지?"관리자는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 서인은 솜씨가 훌륭하고 너무 세서, 나는 네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난 명 사장님한테 혼날 거야!"그는 명원의 신분을 모르지만, 그가 명빈과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줄곧 친절하게 명원을 대했다.명원은 콧방귀를 뀌었다."명빈 형은 당신의 이런 추잡한 수단을 알고 있고?"관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 자리에 굳어졌다.명원은 고개를 돌려 성큼성큼 이곳을 떠났다.......강성 제일병원시간은
구택은 인차 답장했고 그녀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알려주었다.한 시간 뒤, 수술이 끝나자 간호사는 서인을 밀고 나왔고 소희는 즉시 일어나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의사는 피곤했지만 웃으며 말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에요. 주의만 잘 하면 앞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자."고마워요, 의사 선생님!""천만에요."소희는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돌아오며 바삐 돌아쳤고 날이 밝아지자, 소희는 그제야 침대 옆에 엎드려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서인이 깨어났을 때 날은 금방 밝아졌다.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남자의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 그는 방 안을 훑어보더니 시선은 침대 옆에 엎드려 있는 소녀에게 떨어졌다.그들은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때 임무 실패한 후, 보스 진언은 대외적으로 그들 일곱 사람이 모두 그 폐기 공장에서 죽었다고 공언했다. 그 후 그와 그녀는 조직에서 나왔고 그때부터 주옥과 서희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3년 만에 만났는데, 그녀는 키도 많이 컸고 얼굴도 더 예뻐졌다!그러나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몇 년이 지나든, 그는 항상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들 일곱 사람 중 서희는 유일한 여자였다. 그녀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아 항상 혼자였다. 또 서희가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 몇 사람은 그녀를 각별히 아꼈다.그들은 5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하는 가족이었다.그러나 표용 그들이 죽은 날, 그녀는 그들의 시체를 보고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돌아서서 바로 자리를 떠났다. 마치 죽은 사람들은 그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그는 그때 무척 비통했고 이 모든 것이 서희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녀의 그토록 담담하고 싸늘했던 태도를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그녀를 미워했다. 두 사람이 갈라진 그날부터 그는 그녀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서인의 눈빛은 다시 소희에게 떨어졌고, 차가운 눈
서인은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우연은 무슨. 그녀가 한밤중에 그렇게 분장하고 부두에 간다고? 차라리 귀신을 속여라!의사는 출근한 후 회진하러 오며 소희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고 소희는 열심히 들으며 하나하나 마음속에 새겼다.서인은 의사와 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문득 그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그녀는 전혀 의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의사가 가자마자 서인은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그는 방광이 터져도 소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그를 힐끗 보더니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돌아올 때 그녀는 한 남자 간병인을 데리고 왔고 그녀는 그 간병인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다시 병실에서 나갔다.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으니, 서로의 표정만 봐도 전부 알 수 있었다.남자 간병인은 서인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도와줬고, 또 그의 몸을 닦아 주었다.소희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아침밥을 들고 있었다."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직접 말해. 남자 간병인 찾았으니까, 언제든지 올 수 있어."서인은 건달처럼 웃으며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하려고 했다."남자 간병인을 고용해서 뭐 하게? 날 돌보겠다면서? 네가 다 하면 되잖아!"소희는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내가 못할 것 같아?"서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말을 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뒤, 의사가 와서 서인에게 링거를 놓아줄 때 구택이 소희에게 전화를 하며 집에 무슨 일 생겼냐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소희는 나가서 전화를 받으며 그저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려서 자신이 보고 싶다고, 별일 없다고 말했고 며칠 후 강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구택은 또 몇 마디 당부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소희는 병실로 돌아갔고 의사는 이미 떠났다. 서인은 눈을 감고 휴식하고 있었고 소희는 옆의 의자에 앉아 게임을 했다. 두 사람은 누구도 서로를 상대하지 않았다.한 시간 간격으로 소희는 서인에게 물을 먹였다. 서인은 자신이 어
소희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우리 두 사람도 그날 표용 그들과 함께 죽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우리는 죽지 않았으니 이것은 네 트라우마가 되었고 죄책감이 되었지, 그래서 넌 인생을 낭비하며 살아갔던 것이고. 그래야 표용 그들에게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 테니까!"서인은 눈빛에 핏발이 서더니 표정은 싸늘해진 채 이를 악물었다."그럼 안 되는 거야? 우리 일곱 사람은 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들 다섯 명이 죽은 이상,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갈 염치나 있는 거야?""넌 내가 너무 잘 살고 있는 게 미운 거지? 죽은 사람은 표용 그들이 아닌 나였어야 하니까!" 소희는 목이 멨다.서인은 고개를 돌렸다."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아니, 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소희는 책상 위의 과일 칼을 그의 이불 위에 던졌다. "나 죽여. 나를 죽여서 표용 그들의 원수를 갚으라고. 그리고 넌 자살하고. 그러면 우리 일곱 사람은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서인은 고개를 돌려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도발했다."나를 죽이라고, 네가 줄곧 원하던 것처럼!"서인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말했지, 그런 거 아니라고!""그럼 뭔데?" 소희는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졌다. "넌 그냥 멍청이야!"서인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너 지금 뭐라고?""네가 멍청하다고!" 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찮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표용 그들은 죽고 싶어서 죽은 거야? 만약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러나 넌 살아남았지만, 열심히 살지 않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남겨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어!""너," 서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소희를 노려보았다."나 뭐!" 소희는 갑자기 일어나서 옆에 있는 물컵을 들고 그의 얼굴에 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멍청한 것을 알면 하늘에 있는 표용 그들도 네가 그들의 형제라는 것 자체
화요일 저녁, 시원이 외국에서 돌아오자 백림 등은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려고 미리 천위에서 룸 하나 예약했다.시원의 현임 여자친구 이유진도 특별히 친구 몇 명을 데리고 함께 놀러 왔다.오후에 날이 어두워지기도 전에 그들은 천위에 도착했다. 백림 등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 유진과 그녀의 친구들은 벌써 도착해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유진은 섹시한 탱크톱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영롱한 몸매를 자랑했다. 귀에 있는 긴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그녀가 말할 때 이리저리 흔들리며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백림을 보자 유진은 바로 일어나 흥분해하며 말했다."시원 오빠 왔어요?"백림은 웃으며 말했다."시원인 형수님과 함께 있는 거 아니었나요?"유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원래 나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임시로 또 일이 생겼다고 해서요. 난 오빠가 백림 오빠랑 같이 오는 줄 알았죠!"백린이 말했다."그럼 곧 오겠죠!"옆에 있던 진혜라는 그녀의 친구가 농담하며 말했다."우리 이유진 아가씨는 며칠 동안 도련님을 만나지 못해서 이미 견딜 수가 없나 봐요!""저리 가, 이 계집애야. 내가 방금 너한테 한정된 가방 사줬는데,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유진은 그녀의 친구들과 서로 농담을 하며 방 안은 떠들썩해졌다.백림 등 사람들은 룸 안의 다실에 가서 차를 마시며 함께 시원을 기다렸다.잠시 후, 또 어떤 사람이 도착했는데, 그중 오진수라는 사람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고, 그의 여자 친구도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와서 같이 놀았다.유진 몇 사람은 그들을 쳐다보았고 진혜는 힐끔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허연 아니야?"허연이 시원의 전 여자친구라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유진은 싸늘하게 웃었다."오빠가 그녀를 찼는데도 이렇게 뻔뻔스럽게 치근덕거리다니, 정말 어이없어!"진혜는 맞장구를 쳤다."허연은 집에 작은 장사를 하는데 가까스로 시원 도련님과 같은 사람과 사귀게 되었으니 어찌 쉽게 손을 놓을 수 있겠어?"다른 한 여자도 비아냥
"나 지금 백림 그들과 할 말이 있어서. 선물은 저녁에 줄게!"시원은 가볍게 웃었다."가서 먼저 놀고 있어.""응!" 유진은 요염하게 시원을 힐끗 쳐다보며 몸을 곧게 폈고 허연을 힐끗 보더니 무척 득의양양했다.시원과 백림 그들은 다방에 가서 얘기를 나눴고, 유진은 진혜 그녀들을 찾으러 갔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녀의 말소리가 많이 커졌다.얼굴이 창백해진 허연은 머리를 숙인 채 손톱으로 소파의 가죽을 할퀴며 억울하면서도 내키지 않았다.진수의 여자친구는 낮은 목소리로 충고했다."시원 도련님 정말 유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만 포기하지 그래?"시원은 들어온 후 허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이미 허연에게 정이 없다는 것을 설명해 줬다."그럴 리가 없어!"허연은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시원 오빠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어. 그는 지금 나 보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진수의 여자친구는 전에 그나마 허연을 동정했지만 지금은 그냥 허연이 정말 미련하다고 생각했다.진혜 몇 사람은 저기서 일부러 큰소리로 시원 도련님이 유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떠들고 있었고, 허연은 더욱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마침 이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허연은 일어나서 문을 열러 갔고 문밖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멈칫했다."너 여긴 뭐 하러 왔어?""배달하러!"청아는 엄청나게 큰 배달 가방을 메고 이 한마디만 대답하고는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허연은 눈빛을 피하며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 청아를 모르는 척했다.청아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예의 있게 물었다."누가 배달을 시켰어요?"진혜는 베란다 쪽에서 손을 흔들었다."내가 시킨 거예요, 여기로 가져다줘요!"청아는 걸어가서 진혜가 주문한 디저트와 버블티를 꺼내며 책상위에 놓았다.진혜의 곁에 앉은 여자는 청아를 힐끗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진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배달하는 사람 말이야, 허연 사촌 동생인 것 같은데."유진은 그 말을 듣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여
부신명은 고영해의 표정을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그럼 당신,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고영해는 급히 해명했다.“그렇게 일찍 안 건 아니에요. 최근 이틀 사이에야 겨우 소식을 들었고, 오늘도 최이석한테 전화했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인정할 리가 있나?”부신명은 분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인정하면 지금까지 받아 챙긴 돈 다 토해내야 하니까.”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고영해를 쏘아봤다.“회사가 최이석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지 알아요? 당신은 자신만만하게 꼭 이 프로젝트 따내겠다고 장담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게 뭐죠?”부신명은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요!”고영해는 면박을 당해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입술을 깨물었고, 속으로는 온통 최이석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 지경까지 만든 게 다 최이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이 망하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다음 날구씨그룹 인사부와 이사회 일부 고문들의 이메일에는 한 통의 실명 고발장이 도착했다.유지그룹 영업팀 본부장 고영해가 보낸 것으로, 그는 최이석이 먼저 뇌물을 요구하며 협상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고발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거액의 이체 기록과 녹취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에 모두가 이 고발장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구은정은 증거의 진위를 조사하게 했고, 확인을 마친 뒤 회의석상에서 서성 앞으로 서류를 던지듯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조사해 보니 더 충격이네요. 유지그룹 건만이 아니에요. 최이석이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사익을 취했어요.”“이 사람, 당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죠? 어떻게 처리하실 건가요?”서성은 눈앞에 놓인 자료들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최이석이 이렇게 대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고개를 들고 은정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회사는 최이석을 해고해야 해요. 저는 절대 감싸거나 묵인하지 않을 거예요!”“해고요?”은정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이미 법무팀에 고소 진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임유진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고, 유진이 멀어지자 그제야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구씨그룹과의 계약은 여전히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최이석은 최근 구은정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여러 단계를 더 거쳐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실 잘 알고 있었다. 최이석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한 상태였다.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양쪽은 암묵적으로 팽팽하게 대치 중이었고 이석의 약점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석이 몰래 여씨그룹과 접촉해 유지그룹과 여씨그룹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많은 돈을 주느냐에 따라 결국 그쪽과 손을 잡을 셈이었다.고영해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자신이 최이석에게 준 돈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일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 4층 버튼이 눌린 걸 확인했다.그 순간, 예약해둔 고객의 전화가 울렸다.“왜 아직 안 오셨어요?”[곧 가요.]고영해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임유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1층 버튼을 눌렀다. 자리에 돌아온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구은정에게 말했다.“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어요.”음식은 이미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고, 은정은 그녀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하자.”요리는 꽤 괜찮았다. 재료는 신선했고, 요리사의 솜씨도 뛰어났지만 유진은 많이 먹지 않았다.레스토랑 내부는 품격 있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는 중식 스타일의 조각된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었고, 그 아래에서 구은정의 이목구비는 더욱 짙어 보였다.은정은 유진을
유진이 요즘 운동을 안 해서 걷고 싶다고 하자, 구은정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임유진이 중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마침 한 블록 건너편에 중식 전문점이 있어 두 사람은 걸어서 향했다.하늘은 이미 어둑해졌고, 저녁 시간대라 거리는 번화했다. 네온사인은 반짝이고, 도로 위는 차량과 인파로 북적였다.식당이 거의 다 왔을 무렵, 유진은 길 건너편에서 이벤트 중인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가게 앞에는 커다란 케이크 조명 간판이 환히 밝혀져 있었고, 예쁘고 유혹적인 분위기였다.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물었다.“전에 삼촌이 주문해 줬던 타로 크림 롤, 여기 거예요? 맛 괜찮았어요.”은정은 곧장 눈치를 채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이에 유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고마워요, 삼촌!”은정은 말없이 길을 건너 디저트 가게로 향했고, 유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5, 6분쯤 지났을까? 은정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사람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중이었다.키 크고 잘생긴 그는, 냉철한 분위기와 독특한 존재감으로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은정을 향해 자연스레 쏠렸다.번화하고 소란스러운 거리, 은정이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손에 디저트를 들고 자신에게 곧장 다가오는 모습은 어딘지 낯익고 익숙했다.유진은 잠깐,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꼈다. 유진의 앞으로 다가온 은정은 타로 롤케이크를 그녀에게 곧바로 건네지 않았다.“식당 가서 먹자.”그 말에 유진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식당에 도착해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고,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새로 생긴 식당인가 봐요.”“마음에 들면 자주 오자.”은정의 말에 유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할머니께 한 달만 따로 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시간이 거의 다 됐고요.”은정은 순간 멍해졌고, 낮은 목소리로
정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가끔은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구씨그룹 나름대로 고려가 있겠죠.”그의 말은 겉도는 이야기뿐, 전혀 실질적인 조언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현준의 말에서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 의견을 나눴고, 두 사람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까지 꽤 길게 대화를 이어갔다.곽시양의 책상은 유진의 사무실 맞은편에 있어, 현준이 유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현준은 나올 때,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시양은 직감했다. 현준은 틀림없이 유진에게 소혜를 추천하고 나왔을 것이다.소혜는 부서 신입 중에서도 능력과 학력이 가장 두드러졌고, 현준의 밀어주기가 더해진다면 부팀장 자리는 거의 따놓은 당상일 수 있었다.시양은 생각에 잠긴 듯 눈빛을 번득이며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유진은 평소처럼 정시에 퇴근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익명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팀장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어요. 구씨 그룹이 우리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건, 담당자인 최이석 부장이 유지그룹 쪽과 친분이 있어서예요.][이미 프로젝트는 유지그룹에 넘기기로 결정됐어요. 진소혜 씨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팀장님께 알리지 않았고요.][팀장님이 실패하게 만들고, 직원들 앞에서 망신 주기 위해서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팀장님에게 떠넘긴 거예요.][자기는 책임 피하고, 팀장님을 함정에 빠지게 했죠. 이 모든 게 그 사람의 계략이에요.]유진은 메시지를 다 읽고 나서 눈을 반짝이며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쪽은 장난기 어린 여자 목소리였다.“삼촌,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전화를 끊은 유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갈아입고는 옆집으로 향했다. 문은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고, 유진은 별다른 예고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구은정은 서재에서 전화를 받는 듯했고, 유진은 소파에 앉아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몇 분 후, 유진의 휴대폰에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