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리는 주로 강성 특색요리를 만들어서 배달도 하지만 주문받는 데로 바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아는 밖에서 잠시 기다리는 틈을 타서 서둘러 음식을 좀 먹었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배달 구역에서 웨이터는 포장된 요리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타일렀다."그중 두 개는 디저트라서 절대 비에 젖으면 안 돼요!"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음식을 모두 배달통에 넣었다.그녀는 배달통을 메고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고 문득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니 마침 그녀를 보고 있던 시원과 눈이 마주쳤다.시원은 그녀를 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청아는 원래 가서 그와 인사를 하며 그더러 돈을 받으라고 말하려 했지만 시원의 옆에 그의 친구처럼 보이는 양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저 그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떠났다.시원이 어정에서 지내는 동안 두 사람은 함께 지내면서 못하는 말이 없었다.그러나 오래간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자 전의 익숙함은 사라졌고 두 사람은 단지 가볍게 인사나 하는 친구 사이로 변한 것 같았다.청아는 이게 아주 정상이라고 느꼈다. 그녀와 시원은 원래 신분 차이가 있어서 같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문을 나서자마자 밖에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더운 날의 비는 마치 용왕이 잠에서 깨어나며 문득 비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난 듯 바로 쏟아졌다.청아는 레스토랑의 문밖에서 잠시 비를 피하려고 했지만 곧 고객의 재촉 전화를 받았고 늦으면 그녀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청아는 그저 옷을 벗어 배달통을 덮은 뒤 배달통을 안고 빗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금방 그녀의 차 앞으로 달려가자 그녀는 온몸이 이미 흠뻑 젖었다.그녀는 배달통을 차에 놓고 비에 맞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얼굴에 가득한 빗물을 아무렇게나 닦으며 차에 타고 고객에게 배달하러 갔다.시원은 줄곧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가로등 아래에서 큰비는 땅의 등불 그림자를 박살 냈다. 소녀는 비바람 속에 낭패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빗물
장명원은 시원의 둘째 큰아버지네 외아들이었다. 두 사람은 사촌 형제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기 때문에 친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명원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구택 형더러 이 술 마시게 한다면 형한테 어떻게 사죄해도 좋아요!"시원은 비웃었다."역시 구택이 중요하네!"명원은 시원을 친형처럼 생각하며 그와 무척 친근하게 지내지만 구택에 대해서는 숭배고 존경이었다!구택은 명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2년 동안 어디에 갔는지 말하면 용서해 줄게!"명원은 헤헤 웃었다."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간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시원이 말했다."그럼 이 2년 동안 뭘 했는지는 말할 수 있겠지!"명원이 대답했다."했던 일도 많지만, 절대 형님들 체면을 구기진 않았어요. 특히 구택 형!"그는 중점적으로 강조했다.백림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명원이 그만 난처하게 해. 아마 그는 전 세상을 한 바퀴 돌았으니 엉뚱한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야!"구택은 술을 들고 단숨에 마시며 웃으며 말했다."네 탓 안 해. 그러나 앞으로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네 가족들에게 말해야 해. 그들을 속이지 말고!"명원은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구택을 따라 배웠다. 구택이 군대에 가자 그도 군대에 갔고 구택이 후에 용병하러 가자 그도 평화 조직에 가입했다.2년 전에 명원은 강성을 떠나며 M국에 가서 구택을 찾겠다고 했는데 후에 장 씨 집안의 사람들은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구택에게 전화를 하고서야 명원이 전혀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2년 동안 명원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구택은 삼각주 쪽에 있는 자신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의 일부 소식을 알아냈지만 또 인차 다른 사람에 의해 그의 행방이 지워졌다.그는 명원의 배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안전을 확인한 후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구택도 나름 책임이 있었으니 그를 몇 마디
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그가 무슨 나쁜 짓 저지를까 봐 무섭진 않거든. 그냥 그가 자꾸 이렇게 돌아다니면 우리 둘째 큰아버지가 걱정해서 말이야."구택이 말했다."명원도 이 2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 그는 비록 줄곧 나를 따라 배웠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이 있어. 자꾸 그를 아이 취급하지 마!""응, 그냥 그가 이번에 돌아오면서 강성에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시원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갑자기 구택을 바라보았다."정말 담배 끊은 거야?"구택은 태연하게 말했다."원래 중독도 아닌데 뭘. 끊었으면 끊었지, 내숭은 무슨!"시원은 유유히 웃었다."설마 소희 씨가 너 못 피게 한 건 아니겠지? 아직 사이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널 간섭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만 하는 말이지만, 여자는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네가 당할 거라니까!"구택은 시원의 말에 화가 나지 않았고 속으로 오히려 알 수 없는 기쁨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소희는 그가 담배를 피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구실이 있었으니까.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구택은 때때로 문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더니 전화가 왔다. 진우행이 전화를 한 것을 보고 그는 일어나서 베란다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시원은 술을 많이 마셔서 뒤이어 일어나며 화장실로 갔다.두 사람이 일어서자마자 소희가 술을 들고 들어왔다.소파 이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소희는 술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구택이 소파에 걸쳐 놓은 양복 외투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가서 주웠다.명원이 술을 가지러 오며 소희가 구택의 외투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인차 어두워졌다."뭐 하는 거죠?"소희는 멈칫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인형 같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잘생겼고 몸짓도 날렵해서 인차 그녀의 앞에 왔다.명원은 소희 앞에 가서 구택의 양복을 뺏어오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물건을 훔치려는
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아요! 참, 시원 씨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그냥 오빠라고 부르라니까요, 왜 또 이렇게 존댓말 쓰는 거예요? 소희 씨가 날 시원 오빠라 부르면 구택은 기껏해야 기분이 안 좋겠지만 이렇게 존댓말 쓰면 구택은 정말 나한테 화낼 거라니까요!"시원은 농담을 하며 소파를 가리켰다."무슨 일이에요, 앉아서 말해봐요!"소희는 소파에 앉아 카드 한 장을 꺼내 시원 앞으로 건네주었다."이 안에는 2000만 원이에요. 내가 청아 대신해서 그 돈 갚을게요."시원은 의외라 느끼며 테이블 위의 카드를 보고 웃었다."소희 씨, 지금 내 체면을 구기는 거예요!"소희는 즉시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단지 청아가 너무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녀 대신해서 이 돈을 갚으려는 거예요. 이 일은 구택 씨와도, 우리의 관계와도 상관이 없어요."시원은 소파에 기대며 부드럽고 우아했다."소희 씨는 청아 씨의 친구니까 틀림없이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녀가 원한다면 나는 아예 그녀더러 이 2000만 원을 갚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래서 내가 소희 씨의 돈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가 이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그녀는 들을 수 있겠어요? 소희 씨가 이 돈을 대신해서 갚았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틀림없이 또 소희 씨한테 갚으려고 할 거예요!"그는 잠시 멈추다 계속 말했다."아니면 소희 씨는 청아 씨가 소희 씨에게 빚진 돈을 급하게 갚을 필요가 없으니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힘들 거예요!"소희는 눈을 떨구었다. 시원의 말이 맞았다. 청아의 성격은 집요하고 또 솔직해서 소희한테 돈을 빚지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갚도록 자신을 강요할 것이다."그녀의 성격으로 다른 사람이 베푸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건 사실 좋은 일이에요. 앞으로 그녀가 사회에 나가면 적어도 이 방면의 손해를 보지 않을 테니까요!"시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더러
소희는 더는 여기에 앉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나 먼저 갈게요. 필요하면 나 부르고요!"구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바쁘지도 않은데 어딜 가는 거예요?"시원도 말했다."가지 마요, 마침 우리 세 사람 카드놀이할 수 있잖아요. 소희 씨가 가면 내가 또 어디 가서 사람 찾아요!"소희는 구택 그들과 몇 번 놀았지만 여전히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난 틀림없이 질 거예요."시원은 포커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내가 챙겨준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편하게 놀아요. 이기면 소희 씨 몫이고, 지면 내 몫이에요!"구택은 그를 흘겨보았다."성벽도 네 낯가죽보다 얇겠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내가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그는 두 손으로 카드를 뒤섞다가 갑자기 명원이 달려와 흥분해하며 말했다."뭘 놀아요, 나도 끼워주면 안 돼요!"소희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세 분이서 놀아요!"시원은 명원을 힐끗 쳐다보았다."왜 거기 가서 안 놀고?"명원이 말했다."백림이 나를 대신해 주고 있어요!"시원은 말했다."그럼 구택이랑 놀아줘, 내가 거기 가서 놀게."명원은 그의 손에 있는 카드를 받았다."응, 그럼 가봐요!"시원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여전히 그 말이에요. 이기면 소희 씨 몫, 지면 내 몫이에요. 이 오빠는 아이스크림도 사줄 수 있어요!"구택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자 시원은 도발하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고 몸을 돌려 오락 구역으로 갔다.명원은 카드를 씻을 때 소희를 한 번 보았다. 그는 그녀가 도대체 시원의 사람인지 아니면 구택의 사람인지 좀 헷갈렸다.세 사람이 카드놀이를 시작하자 명원은 카드를 가지고 와서 판돈을 말했다.소희는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너무 큰 거 아니에요?"명원은 일부러 그녀한테 겁을 주려고 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커요? 우린 평소에 다 이렇게 노는데!""전혀 안 커!" 구택은
소희는 구택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시원은 소희의 자리에 앉아 "쯧쯧"하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다르다니까!"명원은 고개를 들었다."뭐가 달라요?"시원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의 전화가 울리자 그는 시원의 야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받으러 갔다.구택이 떠나자 명원은 안색이 담담해지더니 술 한 잔을 따랐다."형, 구택 형하고 방금 그 소희는 무슨 관계예요?”시원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아무튼 앞으로 소희 씨를 보면 예의 있게 굴어!"명원은 콧방귀를 뀌었다."구택 형이 여자 하나 때문에 나와 싸우겠어요?"시원은 웃음을 거두고 정색했다."너 내 말을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명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구택 형 정말 그녀를 좋아하는 거예요?"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은서 누나는요?"시원은 눈빛이 깊어지며 나지막이 말했다."구은서가 스스로 구택을 포기한 거야!"시원은 명원이 입을 열자마자 그의 말을 끊었다."구택이 도대체 누구를 좋아하는지 묻지 마. 나는 단지 구은서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구택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는 것만 알아!"명원은 안색이 어두운 채 말을 하지 않고 술잔의 술을 단숨에 마시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구택 형이 결혼을 한다면 난 은서 누나만 인정할 거예요. 은서 누나도 종래로 구택 형을 포기한 적이 없어요. 누난 돌아올 것이라고요!"......소희는 휴게실로 돌아와 잠시 책을 보다가 인차 돈을 입금 받았다. 그녀가 방금 이긴 칩이었다. 시원은 다른 사람더러 현금으로 바꾸게 했다.그녀가 케이슬에서 일 년 내내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소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시원이 사실 이런 방식으로 명원을 대신해서 그녀에게 사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경 그녀가 이긴 돈은 대부분 명원의 것이었다.시원은 이렇게 섬세하고 매너가 있었으니 그렇게 많은 소녀들이 그를 떠나면 죽거니 살거니 했던 것이다. 그는 확실히 이런 능력이 있었다.소희는
시원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욕실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바닥에 쓰러진 것 같았다."우청아 씨?" 시원은 바로 그녀를 불렀다.그는 재빨리 욕실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두드렸다."청아 씨, 왜 그래요?"그는 두 번 소리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시원은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밀었다.욕실 안에는 물기가 감돌았고 그윽한 향기는 은은하게 시원을 향해 덮쳤다. 그는 또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서야 욕실 안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녀는 몸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피부는 하얗고 머리카락은 무척 검었다. 그런 시각적 충격에 시원은 제자리에 굳어졌다.샤워 꼭지는 켜져 있었고 콸콸 흐르는 물은 소녀의 몸에 내리쳤다. 마치 시원이 오늘 창문 앞에서 본 정경과 같았다. 큰비는 소녀를 향해 쏟아졌고 그녀의 얼굴은 비에 젖어 하얬지만 두 눈은 맑고 강인했다. 분명 그렇게 비참했지만 여전히 생활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시원은 무려 3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성큼성큼 걸어가서 물을 끈 다음 바닥에 있는 소녀를 안았다.청아는 조용하게 그의 두 팔에 누워있었고 시원도 눈빛을 피하지 않아 모든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그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이 바로 이 여자애는 보기엔 매우 말랐지만 옷을 벗었는데도 여전히 매우 말랐다는 것이었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다…...시원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매끄러운 그녀의 피부의 촉감을 최대한 무시하고 목욕 수건으로 그녀를 감싸서 욕실에서 안고 나왔다.청아를 침대에 놓은 뒤 시원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고 그는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니 무척 뜨거웠다.그동안 청아는 배달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몸이 원래 허약한 데다가 오늘 또 비를 맞고 젖은 옷을 입고 배달하다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왔으니 감기에 걸린 것이었다.시원은 먼저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 준 뒤 본가 쪽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하 의사는 이미 잠이 들었지만 시원의
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하 의사는 계속해서 말했다."열은 곧 내려갈 겁니다. 근데 땀을 좀 많이 흘릴 수도 있으니 도련님께서도 따뜻한 하나 수건 준비해서 닦아주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음!"하 의사는 떠나기 전에 처방한 약을 어떻게 먹고 또 주사를 어떻게 뽑는지 신신당부했고 시원은 그의 말을 모두 마음속으로 새겼다.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시원은 작은방으로 돌아가서 청아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그녀는 아주 깊이 잠들었다. 긴 속눈썹은 드리워진 채 마치 달빛을 가린 얇은 면사포처럼 얼굴에 잔잔한 그림자를 비추며 무척 고요했다.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로 고요했다.시원은 링거 다 맞기를 기다리며 한쪽의 소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그는 눈을 감자마자 침대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고 눈빛은 한순간 희미해지다 점차 멈칫해졌다.청아는 링거를 맞고 열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온몸에서 땀이 났고 그녀의 몸은 또 시원에 의해 꽁꽁 이불로 덮여 있었기에 너무 괴로워서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거리며 스스로 자신의 몸에 덮은 이불을 젖혔다.그녀는 몸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의식도 아직 회복하지 않았으며 눈을 감은 채 고통스럽게 잠꼬대를 했다.시원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일어나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잘못 움직여서 왼쪽 팔에 있는 주사를 누를까 봐 급히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소녀의 하얗고 섬세한 피부에는 땀이 났고 마치 아침 이슬처럼 어두컴컴한 등불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시원은 한 번만 보고 인차 고개를 돌려 링거를 보았다. 눈앞의 정경은 그의 마음을 좀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양심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종래로 청아를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그는 한 남자였다!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 의사가 당부한 말을 생각했다. 그는 이불을 청아에게 잘 정리해 준 다음 욕실로 가서 따뜻한 수건을 가지러 갔다.그가 돌아왔을 때, 청아는 또 이불을 걷어찼다.시원, "…..."그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