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인은 약간 실망했다. 임가네 사람들은 역시나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임가네 노부인은 비록 오지 않았지만 사람을 파견하여 선물을 보내는 것도 이미 그녀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그들 소가네 사람들도 손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았다.노부인은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수고 많네요. 얼른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고 좀 쉬어요."명우는 노부인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다른 사람더러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다.노부인은 장남 소정필더러 인차 받으라고 했고 그것이 그림인 것을 보고 즉시 대중 앞에서 열라고 했다.그림을 꺼내서 천천히 펼치자 손님들 중에 아는 사람이 즉시 놀라며 소리쳤다."고려 시대 장청 선생님의 금수복귀도군요!""그것도 진적이네요, 너무 귀중하군요!""얼마 전에 경매에 나왔다는데, 임가네가 사갈 줄이야!"장청의 후세에 전해진 그림은 많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웠다. 전의 그 경매도 개인이 개최한 것으로서 경매에 진입할 자격이 아주 가혹하여 돈뿐만 아니라 아주 높은 지위가 있어야 참가할 수 있었다.......노부인은 잔뜩 놀라며 손을 들어 그림을 만져보더니 혼탁한 두 눈마저 밝아졌다."정청 선생님의 그림이 맞구나! 진적이야!"해덕도 무척 기뻐했다."임가네 노부인이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보내시다니, 우리가 어떻게 감히 받을 수 있겠나!"연경은 정필에게 눈짓을 하며 기쁨에 겨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가네가 우리 설아를 이렇게 중시할 줄은 몰랐어요!"그녀는 임가네가 소 씨 집안의 체면을 봐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분명 그들의 설아 때문일 것이다!정필도 득의양양해하며 입을 뗐다."설아야, 이따 네가 임 대표님한테 전화를 해서 고맙다는 인사 잘 해야 한다!"줄곧 도도하고 차가운 설아도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고 있었다."그럴게요!"만약 다른 사람이 와서 선물을 보냈다면 그녀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온 사람은 명우였고 그는 구택의 사람이기 때문
소희는 찬호더러 자신의 게임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거실로 갔다.노부인은 떠보며 물었다."임 대표를 아는 게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떨어졌다. 의혹, 의심 그리고 불안한 눈빛도 있었다…... 특히 소설아는 소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소연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진원을 힐끗 쳐다보며 천천히 손을 꼭 쥐었다.정인은 마음속으로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또 가장 어리둥절했다. 그는 소희와 구택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구택은 소희를 좋아하지 않았고 혼사도 끝냈는데, 그럼 방금 명우는 무슨 뜻이었단 말인가?그는 소희와 임가네의 관계를 알려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갑자기 소희가 입을 여는 것을 들었다."전에 임가네 집안에서 과외를 했거든요."많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소희를 바라보았고 설아는 은근히 한숨을 돌리며 눈을 떨구었다. 소연도 몰래 긴장을 풀었다.임가네 과외 선생님일 뿐!정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장 말했다."맞아요, 제가 방금 말했잖아요. 소희는 줄곧 과외를 하고 있다고요. 그냥 임가네 집에서 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만 말 안 했을 뿐이에요.""그랬구나,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노부인은 원망하는 눈빛으로 정인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넌 어떻게 임가네 집에 가서 과외를 했지?"소희가 말했다."저와 임 대표님의 조카딸이 동창이거든요."이렇게 설명하자 모두들 깨달으며 노부인의 태도도 더욱 부드러웠다."그러니 내가 우리 소 씨 집안의 딸이 하나같이 우수하다고 말했잖아. 과외를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니까 다른 일은 그만두고, 돈이 모자라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비록 과외 선생님에 불과하지만 방금 명우의 태도를 보면 임가네 사람들은 소희를 대한 태도가 매우 공손하거나 그녀와 관계가 무척 친하다는 것을 설명했다.노부인은 또 소희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이목구비가 정교하면서 또 영특하니 소 씨네 손녀들 가운데서 가장 예뻤다.구택이 설아를 좋아하든 소희를 좋아하든 그녀들은 모두 소가네 사람이었다.이
물론 그녀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그저 휴지를 뽑아 손을 닦고는 돌아섰다.설아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고 힘껏 눈살을 찌푸렸다!......구택은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시원의 전화를 받았다."돌아왔어? 명원이 돌아왔는데, 그는 감히 너한테 전화를 하지 못하고 나보고 전해달라잖아."구택은 차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그는 아직도 내가 무서운 거야?""그럼, 그는 너를 사랑하면서도 무서워하지!"시원은 오버하며 웃었다."2년 동안 밖에서 뭐 했지?" 구택이 물었다."내가 물어봤는데 이 녀석 말 안 하려는 거 있지? 저녁에 같이 밥 먹을 때 네가 직접 심문해 봐!"시원이 말했다."응, 저녁에 보자!"전화를 끊자 구택은 잠시 생각하다 소희에게 전화를 했다."어디예요?"소희는 이미 소 씨네 본가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집으로 돌아왔어요. 구택 씨는요? 돌아왔어요?""강성에 있어요." 구택이 말했다. "저녁에 일이 있어서 좀 늦게 케이슬에 가서 데리러 갈게요!""좋아요!"......저녁에 구택과 시원은 오동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시원은 일찍 도착했고 홀에서 지인을 만나 창가의 소파에 앉아 한담을 나누면서 구택을 기다렸다.시원은 얘기를 나눌 때 무심코 밖을 한 번 보더니 멈칫했다.오늘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가로등도 방금 켜졌다. 길가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배달원 점퍼를 입고 헬멧과 배달통을 한쪽에 놓고 왼손에는 호떡을 들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생수 한 병을 들고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었다.그는 머리의 상처가 다 나은 후 어정에 가지 않아서 청아를 본지 꽤 됐다. 그런데 그녀가 또 배달하는 알바를 찾을 줄이야!이때 그의 핸드폰에서 입금하는 벨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청아가 그에게 100만 원을 입금해 주었다.[월급을 받아서 먼저 일부분 갚을 게요. 만약 일이 안정된다면 앞으로 매달 시원 씨한테 100만 원 갚을 게요."시원은 입금한 돈과 문자를 보면서 문득
오동리는 주로 강성 특색요리를 만들어서 배달도 하지만 주문받는 데로 바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아는 밖에서 잠시 기다리는 틈을 타서 서둘러 음식을 좀 먹었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배달 구역에서 웨이터는 포장된 요리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타일렀다."그중 두 개는 디저트라서 절대 비에 젖으면 안 돼요!"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음식을 모두 배달통에 넣었다.그녀는 배달통을 메고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고 문득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니 마침 그녀를 보고 있던 시원과 눈이 마주쳤다.시원은 그녀를 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청아는 원래 가서 그와 인사를 하며 그더러 돈을 받으라고 말하려 했지만 시원의 옆에 그의 친구처럼 보이는 양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저 그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떠났다.시원이 어정에서 지내는 동안 두 사람은 함께 지내면서 못하는 말이 없었다.그러나 오래간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자 전의 익숙함은 사라졌고 두 사람은 단지 가볍게 인사나 하는 친구 사이로 변한 것 같았다.청아는 이게 아주 정상이라고 느꼈다. 그녀와 시원은 원래 신분 차이가 있어서 같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문을 나서자마자 밖에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더운 날의 비는 마치 용왕이 잠에서 깨어나며 문득 비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난 듯 바로 쏟아졌다.청아는 레스토랑의 문밖에서 잠시 비를 피하려고 했지만 곧 고객의 재촉 전화를 받았고 늦으면 그녀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청아는 그저 옷을 벗어 배달통을 덮은 뒤 배달통을 안고 빗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금방 그녀의 차 앞으로 달려가자 그녀는 온몸이 이미 흠뻑 젖었다.그녀는 배달통을 차에 놓고 비에 맞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얼굴에 가득한 빗물을 아무렇게나 닦으며 차에 타고 고객에게 배달하러 갔다.시원은 줄곧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가로등 아래에서 큰비는 땅의 등불 그림자를 박살 냈다. 소녀는 비바람 속에 낭패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빗물
장명원은 시원의 둘째 큰아버지네 외아들이었다. 두 사람은 사촌 형제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기 때문에 친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명원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구택 형더러 이 술 마시게 한다면 형한테 어떻게 사죄해도 좋아요!"시원은 비웃었다."역시 구택이 중요하네!"명원은 시원을 친형처럼 생각하며 그와 무척 친근하게 지내지만 구택에 대해서는 숭배고 존경이었다!구택은 명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2년 동안 어디에 갔는지 말하면 용서해 줄게!"명원은 헤헤 웃었다."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간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시원이 말했다."그럼 이 2년 동안 뭘 했는지는 말할 수 있겠지!"명원이 대답했다."했던 일도 많지만, 절대 형님들 체면을 구기진 않았어요. 특히 구택 형!"그는 중점적으로 강조했다.백림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명원이 그만 난처하게 해. 아마 그는 전 세상을 한 바퀴 돌았으니 엉뚱한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야!"구택은 술을 들고 단숨에 마시며 웃으며 말했다."네 탓 안 해. 그러나 앞으로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네 가족들에게 말해야 해. 그들을 속이지 말고!"명원은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구택을 따라 배웠다. 구택이 군대에 가자 그도 군대에 갔고 구택이 후에 용병하러 가자 그도 평화 조직에 가입했다.2년 전에 명원은 강성을 떠나며 M국에 가서 구택을 찾겠다고 했는데 후에 장 씨 집안의 사람들은 그와 연락이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구택에게 전화를 하고서야 명원이 전혀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2년 동안 명원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구택은 삼각주 쪽에 있는 자신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의 일부 소식을 알아냈지만 또 인차 다른 사람에 의해 그의 행방이 지워졌다.그는 명원의 배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의 안전을 확인한 후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구택도 나름 책임이 있었으니 그를 몇 마디
시원은 눈살을 찌푸렸다."나는 그가 무슨 나쁜 짓 저지를까 봐 무섭진 않거든. 그냥 그가 자꾸 이렇게 돌아다니면 우리 둘째 큰아버지가 걱정해서 말이야."구택이 말했다."명원도 이 2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 그는 비록 줄곧 나를 따라 배웠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각이 있어. 자꾸 그를 아이 취급하지 마!""응, 그냥 그가 이번에 돌아오면서 강성에 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시원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갑자기 구택을 바라보았다."정말 담배 끊은 거야?"구택은 태연하게 말했다."원래 중독도 아닌데 뭘. 끊었으면 끊었지, 내숭은 무슨!"시원은 유유히 웃었다."설마 소희 씨가 너 못 피게 한 건 아니겠지? 아직 사이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널 간섭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만 하는 말이지만, 여자는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네가 당할 거라니까!"구택은 시원의 말에 화가 나지 않았고 속으로 오히려 알 수 없는 기쁨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었다. 소희는 그가 담배를 피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아이스크림을 먹을 구실이 있었으니까.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구택은 때때로 문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더니 전화가 왔다. 진우행이 전화를 한 것을 보고 그는 일어나서 베란다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시원은 술을 많이 마셔서 뒤이어 일어나며 화장실로 갔다.두 사람이 일어서자마자 소희가 술을 들고 들어왔다.소파 이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소희는 술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구택이 소파에 걸쳐 놓은 양복 외투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가서 주웠다.명원이 술을 가지러 오며 소희가 구택의 외투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인차 어두워졌다."뭐 하는 거죠?"소희는 멈칫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인형 같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잘생겼고 몸짓도 날렵해서 인차 그녀의 앞에 왔다.명원은 소희 앞에 가서 구택의 양복을 뺏어오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물건을 훔치려는
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아요! 참, 시원 씨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그냥 오빠라고 부르라니까요, 왜 또 이렇게 존댓말 쓰는 거예요? 소희 씨가 날 시원 오빠라 부르면 구택은 기껏해야 기분이 안 좋겠지만 이렇게 존댓말 쓰면 구택은 정말 나한테 화낼 거라니까요!"시원은 농담을 하며 소파를 가리켰다."무슨 일이에요, 앉아서 말해봐요!"소희는 소파에 앉아 카드 한 장을 꺼내 시원 앞으로 건네주었다."이 안에는 2000만 원이에요. 내가 청아 대신해서 그 돈 갚을게요."시원은 의외라 느끼며 테이블 위의 카드를 보고 웃었다."소희 씨, 지금 내 체면을 구기는 거예요!"소희는 즉시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단지 청아가 너무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녀 대신해서 이 돈을 갚으려는 거예요. 이 일은 구택 씨와도, 우리의 관계와도 상관이 없어요."시원은 소파에 기대며 부드럽고 우아했다."소희 씨는 청아 씨의 친구니까 틀림없이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녀가 원한다면 나는 아예 그녀더러 이 2000만 원을 갚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래서 내가 소희 씨의 돈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가 이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그녀는 들을 수 있겠어요? 소희 씨가 이 돈을 대신해서 갚았다는 것을 알면 그녀는 틀림없이 또 소희 씨한테 갚으려고 할 거예요!"그는 잠시 멈추다 계속 말했다."아니면 소희 씨는 청아 씨가 소희 씨에게 빚진 돈을 급하게 갚을 필요가 없으니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힘들 거예요!"소희는 눈을 떨구었다. 시원의 말이 맞았다. 청아의 성격은 집요하고 또 솔직해서 소희한테 돈을 빚지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갚도록 자신을 강요할 것이다."그녀의 성격으로 다른 사람이 베푸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건 사실 좋은 일이에요. 앞으로 그녀가 사회에 나가면 적어도 이 방면의 손해를 보지 않을 테니까요!"시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녀더러
소희는 더는 여기에 앉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나 먼저 갈게요. 필요하면 나 부르고요!"구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바쁘지도 않은데 어딜 가는 거예요?"시원도 말했다."가지 마요, 마침 우리 세 사람 카드놀이할 수 있잖아요. 소희 씨가 가면 내가 또 어디 가서 사람 찾아요!"소희는 구택 그들과 몇 번 놀았지만 여전히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난 틀림없이 질 거예요."시원은 포커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내가 챙겨준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편하게 놀아요. 이기면 소희 씨 몫이고, 지면 내 몫이에요!"구택은 그를 흘겨보았다."성벽도 네 낯가죽보다 얇겠다!"시원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내가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그는 두 손으로 카드를 뒤섞다가 갑자기 명원이 달려와 흥분해하며 말했다."뭘 놀아요, 나도 끼워주면 안 돼요!"소희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세 분이서 놀아요!"시원은 명원을 힐끗 쳐다보았다."왜 거기 가서 안 놀고?"명원이 말했다."백림이 나를 대신해 주고 있어요!"시원은 말했다."그럼 구택이랑 놀아줘, 내가 거기 가서 놀게."명원은 그의 손에 있는 카드를 받았다."응, 그럼 가봐요!"시원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여전히 그 말이에요. 이기면 소희 씨 몫, 지면 내 몫이에요. 이 오빠는 아이스크림도 사줄 수 있어요!"구택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자 시원은 도발하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고 몸을 돌려 오락 구역으로 갔다.명원은 카드를 씻을 때 소희를 한 번 보았다. 그는 그녀가 도대체 시원의 사람인지 아니면 구택의 사람인지 좀 헷갈렸다.세 사람이 카드놀이를 시작하자 명원은 카드를 가지고 와서 판돈을 말했다.소희는 깜짝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너무 큰 거 아니에요?"명원은 일부러 그녀한테 겁을 주려고 했기에 담담하게 말했다."커요? 우린 평소에 다 이렇게 노는데!""전혀 안 커!" 구택은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
진구는 고개를 돌려 방연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머니가 나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연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투덜거렸다.“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했는데, 왜 또 오빠까지 부른 거야?”“너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진구의 말투는 점점 더 다정해졌고, 하현욱은 재빨리 말했다.“연하 씨, 남자친구가 왔으니 얼른 들어가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한에게 말했다.“다음에 꼭 사장님 노래 들을게요. 전 먼저 갈게요.”구석한도 더는 말할 수 없어, 체면상 걱정스러운 말만 건넸다.“조심히 들어가요.”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가자, 집에 가자.”진구는 연하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연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트에 몸을 기대듯 기대고는 완전히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근데 선배 어떻게 거기 있었어요?”진구는 말했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몇 명이랑 실랑이 중인 거 같아서 혹시 곤란한 일 생긴 건가 싶더라고.”연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안 그랬으면 오늘은 진짜 피 토했을지도 몰라요.”진구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있어?”연하는 그를 친구처럼 여겼기에 거리낌 없이 말했다.“생리 중인데, 배가 너무 아파서요.”진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병원 갈래?”“괜찮아요!”방연하는 씩 웃었다.“딱 봐도 여자친구 없어 보여요. 이거 매달 하는 되게 평범한 거예요.”“아...”진구는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그렇게 아픈데도 술 마시러 나갔어?”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쩔 수 없잖아요.”“그러면 잠깐 눈 좀 붙여. 집까지 데려다줄게.”진구가 말에, 연하는 감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배, 진짜 고마워요.”“고맙긴.”연하는 정말 배가 아파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진구는 연하가 어깨를 감싸 쥐고 참고 있는 표정을 보며, 평소의 활달한 모습과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려놓았다.“이거 먼저 마셔. 곧 밥이 다 돼.”그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이내 푸르스름해졌다.‘이게 어떻게 친구 사이야?’‘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남자 이렇게 능숙하고, 설레게 하는 타입이었나? 하.’역시, 유진은 은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은정은 지난번 남겨 냉동해 두었던 생선을 꺼내 생선찜을 만들었다.맛은 나쁘지 않았고 달걀 몇 개를 볶고, 간단한 국도 하나 끓였다. 유진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이 익숙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은정은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담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고, 유진은 한 손으로는 자신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애옹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계란볶음은 아주 평범한 요리였지만, 유진은 파티장에서 먹던 최고급 참치초밥보다도 더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은정은 말없이 생선 살을 모두 유진의 앞 접시에 덜어주고, 조용히 유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며 업무 관련 메시지 몇 개를 간단히 회신했다.유진이 물었다.“왜 안 먹어요?”이에 은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파티 가기 전에 먹었거든.”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야근해서, 진구와 함께 바로 파티장으로 갔었다. 원래는 파티가 끝나면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다. 유진은 이내 그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요.]진구는 이미 파티장을 떠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괜찮아.]폰을 내려놓은 진구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봐도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만한 사람도 딱히 없었다.대학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모인 지도 오래됐다. 회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유진이 그나마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잤어.”“나, 좀 수척해 보이지 않아?”유진이 잠깐 멈칫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 거지?’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남자의 말이 괜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은정은 반쯤 눈을 뜬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유진은 은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지었다.“친구가 되니까 마음이 놓였다고요? 그럼 우린 원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요?”어두운 조명 아래, 은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더욱 짙고 어두워져 먹물처럼 깊었고, 저음의 목소리는 자석처럼 끌리는 울림이 있었다.“왜 그런 것 같아?”유진은 은정의 눈 속에서 깊은 바다 같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괜히 빠져들 것만 같아서, 아예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그럴 만하니까 그렇죠.”은정은 다시 눈을 감으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그럴 만하지.”원래 하늘이 은정에게는 치트키를 줬다. 왕으로 곧장 올라설 수 있었던 삶을, 굳이 밑바닥 계급부터 정글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였다.27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이제는 좀 놔줘도 되지 않아요?”그러나 은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애옹이 보고 싶지 않아?”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제대로 못 먹었잖아.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넌 애옹이랑 잠깐 놀고 있어.”은정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리고 유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자, 그는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유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말했다.“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그 말에 그제야 구은정이 손을 놓았다.“얼른 다녀와.”“네.”유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은정은 문을 닫지도 않고 열어둔 채, 달려오는 애옹이를 받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이제 좀 진지한 얘기를 하자.”“진지한 얘기?”유진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구은정을 도와 서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은정의 짙은 눈동자는 깊었다.“친구로 지낼 건지, 아니면 내가 널 계속 쫓아다닐 건지. 결정했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게 지금 진지한 얘기예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유진의 가슴 한쪽이 찌릿하며 저렸다. 분노도 사라지고,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잘 모르겠어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이미 고백도 받고, 키스도 했는데, 어떻게 친구로 돌아가라는 걸까?’“결정 못 했으면, 그럼 나는 계속 널 쫓아다닐게.”은정의 목소리는 장난기 섞인 당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짚고, 유진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유진은 순간 놀라 뒤로 물러났고, 등이 소파에 닿을 만큼 밀려나며 외쳤다.“친구 할게요!”은정의 얇은 입술은 유진의 입술 코앞에서 멈췄다. 단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닿을 거리였다.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은정은 결국 몸을 물러섰다. 이 이상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정도면 충분했다.은정은 유진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친구 하자. 하지만 조건 있어. 예전처럼 나 피하지 않기!”유진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자.”유진은 급히 말했다.“아직 난 못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여진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통화를 받았다.“선배!”진구는 다급한 목소리였다.[유진아, 어디야? 파티장 안에 네가 안 보여서.]유진은 자기를 바라보는 은정의 눈빛이 너무나 뜨겁다는 걸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