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구택은 외출하기 전에 소희에게 오늘 무엇을 하러 가냐고 물었다.소희는 평소와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대학교 친구의 할머니 생신 파티에 가려고요."구택은 그녀를 슬쩍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그냥 가는 거 아니고 남의 집 케이크 얻어먹으러 가는 거죠?"소희는 어깨를 으쓱거렸다."겸사겸사요!"구택은 입가에 미소가 짙어지며 그녀를 총애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 친구는 어디에 살아요? 내가 명우더러 바래다주라고 할게요!""아니에요, 택시 타면 돼요!"소희는 대답을 한 뒤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구택 씨 오늘 해성에 가는 거 아니었어요? 얼른 가요!""알았어요, 저녁에 내가 케이슬에 가서 소희 씨 데리러 갈게요. 기다리고 있어요!" 구택은 그녀의 턱을 쥐고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서야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갔다.명우는 미리 구택한테 오늘 노부인을 대신해서 소 씨네 노부인에게 생신 선물을 드리러 간다고 말했고 구택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명빈을 데리고 해성에 갔다.소희는 9시 돼갈 때 소 씨네 별장에 도착했는데 별장 안팎에 모두 붉은 초롱과 채색띠가 걸려있어 마치 설 쇠는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하인이 소희를 데리고 거실로 갔을 때 그 안에는 크고 빨간색으로 쓴 “장수하세요”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시간은 아직 일러서 손님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소 씨네 집안사람들은 모두 도착했고 이때 모두 거실에 앉아 노부인을 에워싸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소희가 들어갔을 때 노부인이 짙은 붉은색의 한복을 입고 소파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제일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은 설아와 소연이었고 안에는 사람들로 붐벼 매우 떠들썩했다.진원은 소희를 보고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못 본 척했다.한 무리의 사람들 중 오직 소찬호만 일어나서 기뻐해하며 말했다."소희 누나 왔어요!"하순희는 자신의 아들을 노려보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똑바로 앉아 있지 못해!"거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제각기 웃고 떠들며 마치 소희가 보이지
노부인은 케이슬이 뭔지 몰랐지만 모두들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 얼른 물었다."케이슬은 뭐 하는 곳인가?"순희는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케이슬은 말이에요, 강성에서 가장 큰 나이트클럽이죠. 명실상부한 재벌 집의 쉼터라고요!"노부인은 갑자기 표정이 가라앉으며 펑 하고 소희의 선물을 책상 위에 떨어뜨리며 소리쳤다."염치없는 놈, 어쨌든 우리 소 씨네 집안의 딸인데 어떻게 그런 곳에 가서 일할 수 있어?"진원은 소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얼굴은 빨개졌다 하얘졌다 했다. 소희가 그녀에게 창피를 준 것에 대해 미웠고 소희가 왜 그녀의 딸인지에 대해 미워했다. 방금 소희를 보는 눈빛은 어색함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혐오로 변했다!소희는 표정이 태연하고 눈빛은 차분했다."할머니 오해세요. 저는 케이슬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주 정상적인 일이에요"순희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곳에서 일하는데 어떻게 정상이겠어?"정인은 얼른 설명했다."어머니, 소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줄곧 열심히 사는 아이라고요. 전에는 과외를 했었는데 아마도 여름방학이라 임시로 또 아르바이트를 하나 찾은 거고요. 사실 케이슬에는 이런 평범한 웨이터가 엄청 많아요!"정민은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둘째 형, 소희는 아무리 말해도 형님의 딸인데 돈에 너무 인색하지 마요. 평소에 돈 좀 많이 줘요. 여자애는 부유하게 키워야죠. 고작 돈 때문에 그릇된 길을 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요! 케이슬에서 아무도 그녀가 소가네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다행이지, 만약 알았다면 우리 가문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정인은 안색이 좀 어두워졌다."안심해.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러니 창피해도 네가 창피할 차례가 아니야!"찬호는 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는 소희 누나 믿어요. 아빠 소희 누나 그렇게 말하지 마요!""넌 뭘 믿고?" 순희는 힘껏 찬호를 뒤로 잡아당겼다."어른이 말하는데 넌 끼어들지 마!"찬호는 입을 오므리고 긴장을 하며 말했다."아무튼 소희 누나는
연경이 나와서 수습했다."소희는 아마도 어머님 기분 좋게 해드리려고 그런 것일 수 있잖아요. 근데 돈은 또 그렇게 많이 없으니까 자신의 아버지한테 달라고 하는 것도 당연하죠."순희는 콧방귀를 뀌었다."기분 좋긴요, 어머님 하마터면 화가 크게 날 뻔했잖아요!"노부인은 혐오스럽게 소희를 힐끗 보았다."오늘 좋은 날이라 모두 기분이 좋으니까 나도 너와 따지지 않겠다. 너 빨리 케이슬의 일 그만두어라. 네 전의 부모님은 널 어떻게 교육했니? 어쩜 이렇게 철이 없어!"하리는 말을 이어갔다."어머님, 잊으셨어요? 소희는 운성에 할아버지 한 분밖에 없잖아요. 부모님도 없으니 당연히 교양도 없죠!"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들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어른이니까 이번 한 번만 봐드릴게요!"순희는 키득거리며 웃었다."어머, 네가 나를 봐준다니, 안 봐주면 날 어쩌려고?""소희야!" 정인은 낮은 소리로 호통치며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감싸고 순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전에 소희가 어떤 가정에서 자랐든 지금 그녀는 내 딸이야. 지금 그녀가 교양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나를 욕하는 거야?"순희는 멋쩍게 말했다."둘째 도련님도 말을 참, 전 그런 뜻이 아니에요!""됐네!" 해덕이 크게 소리쳤다."이따가 손님이 오실 텐데 너희들이 이렇게 말다툼하면 무슨 꼴이냐?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 줄 아느냐? 이 일은 모두 꺼내지 말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정인은 화를 억누르며 소희더러 자리를 찾아 앉으라고 한 뒤 자신도 앉았다.연경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자, 별일도 아니니까 화내지들 마요. 오늘은 어머님 생신이니까 모두 기뻐해야 하잖아요. 이따가 촬영하는 사람이 와서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모두 웃어요! 아 참."연경은 하인을 불렀다."장 씨 아줌마, 문밖에 가서 기다려. 설아가 사진작가님을 청했거든. 그는 국내 일류의 사진작가인데 전문적으로 잡지와 톱스타를 위해 사진을 찍는다지 뭐야. 그도 우리 설아 체면을 봐서 스케줄을 미루고 온
순희는 농담을 하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설아는 임 대표님 곁에 잘나가는 비서잖아, 말 한마디만 되는 걸 가지고!"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누가 임 씨 그룹에 들어간데요? 왜 남한테 무시당하려고 작정을 하는 건데요. 난 언젠간 북극에 들어갈 거라고요!"연경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시연아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한테 무시를 당하다니, 한 집안 식구들끼리 왜 굳이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순희가 말했다."시연은 원래 말을 그렇게 하잖아요, 형님도 신경 쓰지 마세요!"이때 줄곧 말을 하지 않던 진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시연아, 너 북극 디자인 작업실에 가고 싶은 거야? 우리 연이한테 말하지 그래! 연이가 거기서 일하는데"모두들 멈칫하더니 일제히 소연을 바라보았다.소연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북극 작업실에 간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아직 인턴이에요. 근데 시연이 오고 싶다면 나는 시연을 도와 인사 쪽 상황을 살필 수 있어요."순희는 놀라며 말했다."소연이가 북극에서 일한다고?"소연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시연은 안색이 점점 더 보기 흉해지며 눈빛에는 질투가 묻어났지만 더욱이는 부러움이었다. 북극에 가는 것은 그녀의 꿈이었고 심지어 이미 일종의 집착으로 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설백현한테 속지 않았을 것이다."연이 정말 대단하네!"순희는 칭찬하며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우리 시연보다 훨씬 출세했는걸!"연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소연의 재능이라면 스스로 작업실을 열어도 충분할 텐데 왜 남 밑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거야?"진원은 웃었다."원래 우리 연이한테 작업실 하나 차려주고 싶었지만 연이가 방금 졸업해서 경험이 부족하다고 먼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지 뭐예요. 경험을 쌓으려면 당연히 가장 좋은 곳에 가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북극으로 갔죠."소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그녀가 북극에 간 것은 진석을 보기
소연은 얼버무리며 말했다."King은 작업실에 별로 오지 않아서 나도 멀리서 한 번 본 적밖에 없어. 그는 남자야. 아마 30대 정도 될걸!"그녀는 북극 작업실이 King과 진석이 함께 설립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King도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다.소희는 찬호와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 말에 고개를 들어 소연을 한 번 보았다."남자라고요?"시연은 다소 의외였다. King의 디자인은 섬세하고 대담해서 사람들은 줄곧 King의 성별에 대해 추측해왔다. 시연은 King이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King에 대한 그녀의 동경에 대해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소연 언니, 다음에 또 King을 만나면 나 대신 사인 좀 받아줄래요?"소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좋아, 만나면 내가 사인해달라고 할게!"시연은 일어나서 소연의 곁에 앉아 주동적으로 그녀에게 주스 한 잔을 따랐다. 그리고 그녀는 보기 드물게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연이 언니, 북극에서 또 디자이너 모집한다면 미리 나한테 알려줘요."시연은 줄곧 오만해서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했다. 근데 이렇게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처음이었다.진원은 더욱 체면이 섰다."언제 시간 되면 네 소연 언니더러 널 데리고 북극에 한 번 가보라고 해."그러자 시연은 무척 기대하며 물었다. "그래도 돼요?"소연은 담담하게 웃었다."작업실은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너 데리고 가볼게!""고마워요, 연이 언니!" 시연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약속한 거예요!"순희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시연이는 나한테 이렇게 다정한 적도 없는데. 이 두 자매는 사이가 참 좋아졌네요!"진원은 웃으며 말했다."시연이 최근에 많이 자란 거 같은데? 철도 들고, 성격도 좋아졌어!"시연은 다른 사람이 그녀를 평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진원이 소연의 어머니라는 것을 생각하니 진원에 대해서도 짜증을 내지 않고 그저 살짝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약간 실망했다. 임가네 사람들은 역시나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임가네 노부인은 비록 오지 않았지만 사람을 파견하여 선물을 보내는 것도 이미 그녀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그들 소가네 사람들도 손님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았다.노부인은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수고 많네요. 얼른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고 좀 쉬어요."명우는 노부인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다른 사람더러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다.노부인은 장남 소정필더러 인차 받으라고 했고 그것이 그림인 것을 보고 즉시 대중 앞에서 열라고 했다.그림을 꺼내서 천천히 펼치자 손님들 중에 아는 사람이 즉시 놀라며 소리쳤다."고려 시대 장청 선생님의 금수복귀도군요!""그것도 진적이네요, 너무 귀중하군요!""얼마 전에 경매에 나왔다는데, 임가네가 사갈 줄이야!"장청의 후세에 전해진 그림은 많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웠다. 전의 그 경매도 개인이 개최한 것으로서 경매에 진입할 자격이 아주 가혹하여 돈뿐만 아니라 아주 높은 지위가 있어야 참가할 수 있었다.......노부인은 잔뜩 놀라며 손을 들어 그림을 만져보더니 혼탁한 두 눈마저 밝아졌다."정청 선생님의 그림이 맞구나! 진적이야!"해덕도 무척 기뻐했다."임가네 노부인이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보내시다니, 우리가 어떻게 감히 받을 수 있겠나!"연경은 정필에게 눈짓을 하며 기쁨에 겨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가네가 우리 설아를 이렇게 중시할 줄은 몰랐어요!"그녀는 임가네가 소 씨 집안의 체면을 봐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분명 그들의 설아 때문일 것이다!정필도 득의양양해하며 입을 뗐다."설아야, 이따 네가 임 대표님한테 전화를 해서 고맙다는 인사 잘 해야 한다!"줄곧 도도하고 차가운 설아도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고 있었다."그럴게요!"만약 다른 사람이 와서 선물을 보냈다면 그녀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온 사람은 명우였고 그는 구택의 사람이기 때문
소희는 찬호더러 자신의 게임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뒤 거실로 갔다.노부인은 떠보며 물었다."임 대표를 아는 게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떨어졌다. 의혹, 의심 그리고 불안한 눈빛도 있었다…... 특히 소설아는 소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소연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진원을 힐끗 쳐다보며 천천히 손을 꼭 쥐었다.정인은 마음속으로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또 가장 어리둥절했다. 그는 소희와 구택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구택은 소희를 좋아하지 않았고 혼사도 끝냈는데, 그럼 방금 명우는 무슨 뜻이었단 말인가?그는 소희와 임가네의 관계를 알려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갑자기 소희가 입을 여는 것을 들었다."전에 임가네 집안에서 과외를 했거든요."많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소희를 바라보았고 설아는 은근히 한숨을 돌리며 눈을 떨구었다. 소연도 몰래 긴장을 풀었다.임가네 과외 선생님일 뿐!정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장 말했다."맞아요, 제가 방금 말했잖아요. 소희는 줄곧 과외를 하고 있다고요. 그냥 임가네 집에서 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만 말 안 했을 뿐이에요.""그랬구나,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노부인은 원망하는 눈빛으로 정인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넌 어떻게 임가네 집에 가서 과외를 했지?"소희가 말했다."저와 임 대표님의 조카딸이 동창이거든요."이렇게 설명하자 모두들 깨달으며 노부인의 태도도 더욱 부드러웠다."그러니 내가 우리 소 씨 집안의 딸이 하나같이 우수하다고 말했잖아. 과외를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니까 다른 일은 그만두고, 돈이 모자라면 할머니한테 말하거라!"비록 과외 선생님에 불과하지만 방금 명우의 태도를 보면 임가네 사람들은 소희를 대한 태도가 매우 공손하거나 그녀와 관계가 무척 친하다는 것을 설명했다.노부인은 또 소희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이목구비가 정교하면서 또 영특하니 소 씨네 손녀들 가운데서 가장 예뻤다.구택이 설아를 좋아하든 소희를 좋아하든 그녀들은 모두 소가네 사람이었다.이
물론 그녀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그저 휴지를 뽑아 손을 닦고는 돌아섰다.설아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고 힘껏 눈살을 찌푸렸다!......구택은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시원의 전화를 받았다."돌아왔어? 명원이 돌아왔는데, 그는 감히 너한테 전화를 하지 못하고 나보고 전해달라잖아."구택은 차에 앉아 담담하게 웃었다."그는 아직도 내가 무서운 거야?""그럼, 그는 너를 사랑하면서도 무서워하지!"시원은 오버하며 웃었다."2년 동안 밖에서 뭐 했지?" 구택이 물었다."내가 물어봤는데 이 녀석 말 안 하려는 거 있지? 저녁에 같이 밥 먹을 때 네가 직접 심문해 봐!"시원이 말했다."응, 저녁에 보자!"전화를 끊자 구택은 잠시 생각하다 소희에게 전화를 했다."어디예요?"소희는 이미 소 씨네 본가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방금 집으로 돌아왔어요. 구택 씨는요? 돌아왔어요?""강성에 있어요." 구택이 말했다. "저녁에 일이 있어서 좀 늦게 케이슬에 가서 데리러 갈게요!""좋아요!"......저녁에 구택과 시원은 오동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시원은 일찍 도착했고 홀에서 지인을 만나 창가의 소파에 앉아 한담을 나누면서 구택을 기다렸다.시원은 얘기를 나눌 때 무심코 밖을 한 번 보더니 멈칫했다.오늘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가로등도 방금 켜졌다. 길가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배달원 점퍼를 입고 헬멧과 배달통을 한쪽에 놓고 왼손에는 호떡을 들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생수 한 병을 들고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었다.그는 머리의 상처가 다 나은 후 어정에 가지 않아서 청아를 본지 꽤 됐다. 그런데 그녀가 또 배달하는 알바를 찾을 줄이야!이때 그의 핸드폰에서 입금하는 벨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청아가 그에게 100만 원을 입금해 주었다.[월급을 받아서 먼저 일부분 갚을 게요. 만약 일이 안정된다면 앞으로 매달 시원 씨한테 100만 원 갚을 게요."시원은 입금한 돈과 문자를 보면서 문득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잠시 시간을 보냈다. 조용한 회랑에 앉아, 두 사람은 멀리 만찬장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즐거워?”소희는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 즐거워요.”소희의 이 기쁨은 임구택이 선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오빠가 그녀에게 준 선물이기도 했다.오늘의 결혼식에서 소희는 감동했고, 무엇보다도 감사함이 컸다. 모든 사람이 자기를 위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강재석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너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해.”소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오늘 도도희 이모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는데, 양재아를 만난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물어보시더라고요.”강재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도도희도 마음속으로는 재아가 정말 자기 딸인지 궁금한 거겠지.”도도희는 마음속 깊이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딸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막상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두려워 차분하려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을 테니까.“그럼 도도희 이모는 재아를 만났나요?”“만났지.”강재석은 약간의 주름이 진 이마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그런데 그 아이는 머릿속 계산이 많은 것 같더구나. 도도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어.”소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강재석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오늘은 네 결혼식이다. 너는 그저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면 돼.”“도도희와 재아의 문제는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야.”“유전자 검사가 끝나고 모든 게 명확해진 다음, 그때 나타나는 문제가 진짜 문제야. 그때 가서 우리가 해결책을 찾으면 돼.”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알겠어요.”소희는 강재석의 어깨에 기대어 밤하늘에 펼쳐진 불꽃놀이를 올려다보며 낮은
강시언은 약간의 불쾌함을 담아 미간을 찡그리며 손을 들어 강아심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다시 기대게 했다.“자.”아심은 순순히 대답했다.“네.”아심은 눈을 감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시 눈을 떴다. 아심의 눈은 별빛을 가득 담은 듯 반짝였고, 시선은 시언의 목젖에 고정되었다.곧 손가락이 천천히 그의 목으로 올라갔다.시언의 목은 곧고 강인한 근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녀의 손은 투명한 매니큐어가 발린 매끄럽고 깨끗한 손이었다.아심의 손톱 끝이 그의 목젖 위를 살짝 스치자, 강아심은 반쯤 감긴 눈으로 속삭이듯 물었다.“여기, 제가 입 맞춰도 돼요?”시언은 그녀를 흘낏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안 돼.”아심은 조금 찡그리며 물었다.“왜 안 되는데요?”시언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아심, 너 지금 취한 척하는 거 아니야? 안 취했으면 내려서 걸어가.”아심은 손을 시언의 목에서 내려 긴장한 듯 그의 목을 더욱 단단히 껴안았다. 숙소로 가는 길은 두 가지뿐이었다.배를 타거나 차로 돌아가는 것. 시언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심을 품에 안은 채 다리를 건너 우회로를 걸어가기로 했다.술기운이 깃든 목소리로 강아심이 물었다.“우리는 왜 배를 타지 않아요?”시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배가 흔들리면 너 토할까 봐.”“그럼 왜 차는 안 타요?”“널 안고 어떻게 운전하냐?”“그럼 제가 조수석에 타면 되잖아요.”“네가 조수석에 앉으면 내가 어떻게 널 안고 있을 수 있겠어?”아심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 말했다.“그런가 보네요.”아심은 더욱 안심한 듯 시언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숙소에 도착한 후, 시언은 2층 방까지 그녀를 품에 안고 갔다. 방에 들어가 아심을 침대에 내려놓고 신발을 벗기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몸을 굽혀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침실의 벽등에서 따스한 노란빛이 흘러나왔다.아심은 시언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목이 좀 말라요.”“물을
강시언은 도도희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은 강아심과 시야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아심이 잔을 한 잔, 또 한 잔 마시는 모습을 보고 점점 얼굴을 찌푸렸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아심이 취한 것 같네요. 가서 봐야겠어요.”도도희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많이 늦었네요. 저도 이제 가서 쉬어야겠어. 아심이 잘 부탁해.”시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그렇게 할게요.”시언은 긴 다리로 빠르게 시야 일행 쪽으로 걸어갔다.아심은 손에 술잔을 들고 시야가 백협에서 겪은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생동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그녀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가 누군가 자기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는 것을 느끼고 뒤돌아보았다.“강시언 씨, 함께 한잔하시겠어요?”아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시언은 그녀의 눈을 한 번 보고 바로 알아챘다.‘취했군.’술이 들어가면 아심의 눈빛은 유난히 순진해 보였다.시언은 고개를 들어 시야와 시경을 비롯한 일행을 쭉 훑어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가 술을 억지로 권했나?”시야는 시언의 목소리에 약간의 화가 담긴 것을 눈치채고,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억지로 마신 게 아니에요. 다들 기분이 좋아서요. 기분 좋으면 한두 잔 더 하게 되잖아요?”그는 고의로 비틀거리며 자신도 취한 척했다.“아무도 저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화내지 마세요.”아심은 시언의 옷깃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말했다.“앉아서 같이 술 마셔요!”시언은 아심의 손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시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시경은 긴장한 듯 자세를 바로잡고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취했으니 물러날게요. 둘이 이야기를 나누시죠.”시경은 시야와 다른 일행에게 눈짓을 보내자, 모두 알아차리고 한 사람씩 자리를 떠났다.시야가 제일 먼저 나갔고, 순식간에 강시언과 강아심만 남게 되었다.“왜 당신만 오면 모두 가버리는 걸까요?”아심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네.’강시언은 속으로 생각하며 잔을 천천히 기울였다.“보아하니, 지승현은 여전히 강아심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아심과 다시 잘해보려는 건 아닐까 다시?”그리고 도도희가 제안했다.“내가 아심을 이쪽으로 불러올까?”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시언은 다시 술잔을 들며 아심 쪽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다.몇 분 후, 도도희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아심의 주위에는 다섯에서 여섯 명의 남자가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너무 멀어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도도희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술에 취해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 아닐까?”하지만 시언은 상황을 보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신경 쓰지 마세요.”아심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시야와 시경을 포함한 시언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단숨에 지승현을 옆으로 밀어냈다.승현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시야가 시경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태연히 말했다.“우리는 아심 씨의 친구예요. 오랜만에 만난 사이니, 자리를 양보해 주시겠어요?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좀 나누려고요.”겉으로는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표정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양보해도 좋고, 양보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차피 자리는 우리가 차지할 거니까.’시야는 그야말로 무례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이에 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심을 바라보자, 아심은 약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정말 내 친구들이야. 미안해.”승현은 아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괜찮아.”그렇지만 시야와 시경을 포함한 그들의 모습은 단정한 옷차림과는 달리, 일반인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살벌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승현은 그런 분위기에 약간 불안해졌고, 떠나기 전 강아심에게 말했다.“멀리 가지 않을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불러.”그 말에 시야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함께 한잔하시겠습니까?”아심은 시야가 의미하는 한 잔
강시언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와서 건배를 청하려 했지만,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다.시언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으며 물었다.“왜 도경수 할아버지랑 같이 안 계세요?”도도희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답했다.“오랜만에 만나면 결국 싸우게 되더라고. 우리 부녀는 전생에 원수였나 봐. 그 업보를 이번 생까지 끌고 온 거지.”도도희는 아침에 아버지를 봤을 때 한동안 감회가 새로웠다. 아버지는 이제 늙어서 젊은 시절처럼 강인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어쩌면 이제는 과거를 내려놓고, 그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그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강압적이고 독선적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양재아의 말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였다.만약 재아가 그녀의 딸이 아니라면,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도도희 자신도 알 수 없었다.“싸우셨나요?”시언이 길고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강아심과 양재아 때문인가요?”도도희는 시언의 예리함에 전혀 놀라지 않은 채, 잔에 술을 따르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었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시언은 말을 이었다.“아심은 제가 지켜요. 양재아의 작은 계략으로 아심이 다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그 일로 할아버지와 다투지 마요.”“할아버지는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 양재아를 손녀로 받아들이고 있어요.”“그렇게 감싸고 아끼는 모습은 오히려 이재희에 대한 깊은 죄책감 때문일 거예요.”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생각해 보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하지만.”도도희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난 양재아에게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만약 걔가 내 딸이라면, 우리가 20년 넘게 떨어져 있었더라도 무언가 영혼이 통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지만 양재아를 볼 때, 난 이재희와 연결될 만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번엔 또 뭐야? 강아라니’아직도 그리운 배강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렇게 불렀던 별명이 떠올랐다.윤성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배 부사장님을 해치겠어요? 그런 헛소리 하지 마세요! 당신, 부사장님이 고용한 사람이죠? 일부러 쇼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쇼?”시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연기하는 게 훨씬 낫네요! 다른 사람을 위해 우리 배강 씨를 함정에 빠뜨리러 온 주제에, 그렇게 억울한 척 깊이 있는 연기를 하다니!”“내가 배강 씨를 잘 몰랐다면, 진짜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요.”성아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당신이 배강을 안다고요? 만약 배강이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건 저 사람이 바람둥이라는 뜻이겠죠!”이에 시연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배강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내가 배강을 사랑하는 거죠!”시연은 배강에게 눈웃음을 보내며 달콤한 표정을 지었다.“강아, 걱정 마. 내가 이 여자가 거짓말쟁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 당신은 저 여자를 모를뿐더러, 저 여자도 당신을 전혀 모르니까!”“이게 다 무슨 일인가?”배기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녹음을 들려드릴게요!”소시연은 아까 녹음한 내용을 틀었다. 녹음은 윤성아가 빨간 드레스의 여자에게 배강이 어떻게 언니를 화나게 했나요? 라고 묻는 부분부터 시작됐다.녹음의 후반부는 더욱 명확했다.배강이 정진아 집안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정진아가 이를 앙심에 품고, 배강의 맞선을 망치고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장씨 그룹까지 끌어내리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성아는 녹음 내용을 듣다가 도망치려 했고, 배강이 다가와 시연에게 말했다.“놔줘요. 그냥 가게 두고요.”배강은 냉소를 띠며 덧붙였다.“그리고 돌아가서 정진아에게 전하세요. 오늘 일에 대해, 정진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시연이 손을 놓자 성아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이윽고 배기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윤성아는 망설이며 물었다.“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 말을 믿을까요?”정진아는 냉혹하고 독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배강의 맞선 자리를 망치면 되는 거야!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망신당하게 만들고, 동시에 장씨 그룹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이걸로 우리 집안의 복수를 갚는 거지.”만약 회사 부사장이 이런 스캔들에 휘말린다면, 장씨 그룹도 연관되어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어쩌면 내일 주식시장에 변동이 생길지도 모른다.진아는 한꺼번에 배강과 장씨 그룹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다시 소곤소곤하며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소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입안 가득 치즈 케이크를 물고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시연은 케이크를 삼키고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갔다....한편, 배강의 부모는 배강을 위해 맞선 상대를 소개하고 있었다. 배강의 집안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부모가 소개한 상대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었다.여자는 대학 졸업 후 직접 회사를 차려 성공을 거두고 있어, 앞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컸다.지금 두 집안은 막 서로 인사를 나누며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올 듯했다.그 순간, 파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나타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부사장님!”모두가 잠시 말을 멈추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배강은 성아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저를 아시나요?”그러자 성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모르는 척할 수 있죠? 어제 밤에 우리 함께 있었잖아요.”배강은 순간 멍해졌고, 그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함께 있던 상대방 집안 사람들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표정이 굳었다.배강의
“아까 이문 오빠는 알아보지 못했어요.”“그런데 난 한눈에 알아봤잖아!”유진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고, 유진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건 내가 사장님 눈에만 비치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 나를 보자마자 알아챌 수밖에 없지.”서인의 심장이 순간 철렁이었다.“자, 춤춰요!”유진은 서인의 다른 손을 자기 허리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춤 한 곡 추는 거예요. 사장님이 저격용 총을 다루는 것보다는 어렵진 않을 거고요.”“만약 사장님이 안 따라주면, 우리가 여기서 계속 실랑이를 벌이는 게 오히려 더 눈에 띌 거예요.”서인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이 어린 여자애에게 종종 속수무책이 되는 자신을 탓했다.“난 정말 춤을 못 춰.”“내가 가르쳐준다잖아요. 내가 천천히 추고, 사장님은 내 페이스에 맞춰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유진은 왼손으로 서인의 손가락을 깍지 끼고, 고개를 들어 밝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준비됐어요? 시작해도 돼요?”결혼식의 즐거운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서인은 오늘만큼은 유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마음을 따라주기로 했다.서인은 손바닥으로 유진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며 드레스의 실크 같은 감촉과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느꼈다.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펴졌고, 서인은 목소리를 낮추며 약간 쉰 소리로 말했다.“좋아, 시작하자.”“내 리듬에 맞춰야 해요!”유진은 눈만 드러낸 가면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였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눈 속에는 오로지 서인만이 비치고 있었다.서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췄다. 하지만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고정되었고, 서인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져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그와 반해 유진은 너무나 즐거웠고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서인의 단단한 팔과 유진의 기본적인 춤 실력 덕분에, 서인이 미숙하게 움직여도 유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춤을 이어갔다.회전하고 날아오르는 유진의 춤사위는 서인의 시선
유정은 아는 사람들을 만나 연달아 다섯, 여섯 잔의 술을 마셨다.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약간 어지러워져 바람을 쐬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차가운 과일 주스를 건네며 말했다.“유정 씨,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들러리도 하시고, 손님도 상대하시느라 힘드셨겠네요.”유정은 주스를 받아들며 가볍게 웃었다.“손님을 상대한다고 하기엔 그렇죠. 다들 좋은 분들이고, 또 우리 사장님의 경사이니 다들 즐겁게 몇 잔씩 하게 되네요.”진우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일로 실례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유정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우행 씨는 충분히 신사적이었어요.”“처음인가요?”“처음인가요?”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고, 잠시 멈칫한 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유정이 먼저 말했다.“네, 처음이에요!”우행은 난간에 팔을 걸치고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저도 처음이라, 경험이 없네요.”“그래도 진짜 침착하셨던데요!” 유정이 칭찬하자, 우행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정 씨도 정말 대단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주위에서 떠들어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침착하고 단아했죠.”유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장님 곁에 있다 보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우행은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사장님도 그럭저럭 괜찮죠. 다만 갑자기 일이 생기면 저한테 전화해서 대신 처리하라 하시곤 한 달씩 사라져 버리세요.”유정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참으려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공감되나요?”우행이 묻자 유정은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유정은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시원한 바람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부드럽게 말했다.“저기 친구가 보여서요. 먼저 가볼게요!”“네.”우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과일 주스, 고마워요!”유정은 몇 걸음 물러난 뒤, 컵을 들어 보이며 고운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