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유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희의 입맛을 알기에 두 가지 음식을 더 시킨 뒤 메뉴를 웨이터에게 돌려주었다.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연은 유림의 가방을 바라보았다."유림 언니 가방은 어디에서 샀어요?"유림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왜요?"지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내가 LV의 가방은 거의 다 사봤는데, 언니가 갖고 있는 이 가방은 본 적이 없어서요!"유림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그래요? 나는 물건을 살 때 브랜드 보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들면 되거든요!"지연은 입을 삐죽거렸다."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언니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알게 될 거예요. 명품 가방 하나도 없으면 동료들이 모두 언니를 무시할 거예요."유림이 입은 옷은 맞춤 제작한 것으로 브랜드가 없었고 지연은 오직 브랜드만 알고 있었다.주민은 난처해하며 지연에게 물 한 잔 따라주었다."올 때 목마르다며? 일단 물부터 좀 마셔."지연은 그를 향해 애교를 부렸다."오빠, 나 그냥 물 안 마시는 거 알잖아! 나 코코넛 주스 마실래, 그것도 금방 만든 거!"주민은 고개를 숙여 감히 유림을 보지 못하고 몸을 돌려 웨이터더러 신선한 코코넛 주스 몇 잔을 가져오라고 했다.웨이터는 마침 음식을 올리러 왔다. 여러 가지 맛의 생선구이와 몇 가지 무침이 있었다. 지연은 손에 젓가락을 들고 주민을 지휘했다."오빠, 나 그 바삭바삭한 농어 먹을래."주민은 그녀에게 농어를 집어줬다.지연은 또 흥얼거리며 말했다."가시 없는 거 줘야지!"주민은 또 그녀의 접시를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생선 살에서 가시를 골라 주었다.소희는 냉담한 얼굴로 맞은편에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자신의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유림의 안색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지연은 컵에 든 코코넛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맛이야?"그녀는 유림 앞에서 자신이 마셨던 컵을 주민에게 줬다."맛 좀 봐봐, 좀 이상한 거 아니야?"유림
유림은 더 이상 참지 못했지만 그녀는 교양이 있어서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의 모든 분노를 삼키고 말을 하지 않았다.소희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유림이 소심하다면 당신이 여기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을 거 같아요?"지연은 고개를 들어 야박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뭔데?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는 거예요?"소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넌 자신의 주제를 아는 거예요? 주민은 유림의 남자친구예요!""그런데요?" 지연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난 오빠 사촌 여동생이에요! 설마 여자친구 생겼다고 여동생을 무시해야 하는 건가요?"소희가 말했다."여동생이란 말 좀 삼가줄래요!"그녀는 지긋지긋했다. 만약 유림이 주민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이 가식적이고 역겨운 여자를 발로 창문 밖으로 차버렸을 것이다!지연은 멍하니 있다가 곧 반응하며 안색이 돌변했다."당신 지금 뭐라고요?"주민은 즉시 일어나 지연을 붙잡았다."소란 피우지 마!"그는 고개를 돌려 유림을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궁색하고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미안해. 다음에 내가 다 설명할게. 오늘은 먼저 그녀를 집에 데려다줄게."유림은 약간 실망하여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주민은 지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지연은 뒤돌아서 소희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전의 연약하고 나약한 기운이 없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소희를 가리키며 일진처럼 위협했다."소희라고 했지? 기다려!"소희는 그녀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유림은 두 사람이 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창문을 통해 주민이 지연을 데리고 마세라티에 올라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주민은 회사에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이런 차를 살 돈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 차는 틀림없이 지연의 것이었다.한순간,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답답했다. 아프지만 또 좀 허전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소희는 입을 열었다."사실 나 어젯밤 케
어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희는 구택의 전화를 받았고 그는 그녀가 집에 돌아갔냐고 물었다. 그는 저녁에 접대가 있어서 좀 늦게 돌아간다고 말했다.소희는 곧 도착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구택은 그녀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차리며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식사 자리를 떠나 룸 밖으로 나가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소희는 구택의 예리한 관찰력에 놀라며 인차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그럼 돌아가서 씻고 일찍 쉬어요." 구택은 부드럽게 당부했다."네, 일 봐요, 끊을게요!"소희가 전화를 끊자 택시도 어정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비를 내고 차에서 내렸다.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온 소희는 유림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나 방금 또 주민이랑 만났어. 그는 나한테 많은 말을 했고."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민의 전화를 받았고 주민이 그녀와 만나려 하자 두 사람은 평소에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뭐라고 했는데?" 소희가 물었다.유림이 대답했다."송지연은 확실히 그의 사촌 여동생이래. 그는 지금 그의 외삼촌의 회사에 다니고 있고. 오늘은 송지연이 몰래 그를 따라왔고 그는 전혀 몰랐대."소희는 목소리가 담담했다."그게 다야? 그는 송지연이 그를 좋아하는 거 몰라?""그는 알고 있어. 하지만 그는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어. 그도 송지연을 좋아하지 않고. 그의 어머니가 아파서 병을 치료할 돈이 필요한데 그는 이번 달 업적이 매우 좋아서 요 두 달의 보너스만 받으면 사직하겠대. 그럼 더 이상 그 송지연과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고."주민은 매우 진지하게 말했고 유림도 오늘의 일을 용서했다.주민은 매우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우수한 사람이라 회사에서 그를 추구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마땅히, 또 그를 믿고 싶었다!소희가 물었다."만약, 만약에 말이야, 주민이 돈 때문에 송지연과 사귄다면, 넌 그에게 너의 진정한 신분을 말해서 그를 만회할
전화를 끊고 소희는 핸드폰을 한쪽에 두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케이슬.저녁에 심명이 와서 소희더러 주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수미는 무척 난처했다. 심명은 대체 무슨 뜻일까? 왜 소희가 구택의 사람인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구택과 해보자는 것일까?그녀가 한창 난처해할 때 시월이 술을 들고 돌아와 손에 든 술을 탁자 위에 놓고 수미에게 말했다."8805의 손님이 소희더러 가라고 했어요. 내가 가는 걸 원하지 않았고요.""……"오늘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설화는 옆에서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손님들도 참, 소희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모르나 보죠? 그녀는 지금 금지옥엽인데, 어떻게 일반인의 주문을 받겠어요?"이유비라는 다른 한 소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소희 씨도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요. 우리가 바쁘면 그녀는 항상 주동적으로 도와주잖아요."설화는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모두 같은 돈 버는데, 남이 심심해서 도와주니까 감동이라도 받은 거야?"수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엔 너 아직 정신 똑바로 못 차렸구나, 잘리고 싶어?"설화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멋쩍게 입을 다물었다."내가 8805로 갈게요."입구에서 맑은 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고 설화는 깜짝 놀랐다. 소희는 휴게실에 있지 않았는가? 언제 여기에 왔을까?수미는 인차 말했다."이따 임 대표님이 올 수도 있으니까 내가 먼저 8805에 가서 어떤 손님인지 한 번 볼게.""아니에요, 술만 올리는 것일 뿐, 원래 내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뭘."소희는 설화를 보지 않고 술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소희가 떠나자 설화는 겁에 질리며 수미한테 물었다."소희가 들었을까요? 나중에 임 대표님한테 가서 무슨 말 하는 거 아니겠죠?"수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와서 무서운 거야? 너 조만간 너의 이 입 때문에 큰코 닥칠 거야!"설화는 불안해하며 조심스럽게 시월을 쳐다보았고 시월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계속 일했다.시월은 창고에서 나오자 마침 석군과
석군은 룸으로 돌아갔고, 심명은 그가 혼자 돌아오는 것을 보자 소희가 오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예쁜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이 드러났다."내가 임구택보다 부족한 게 뭘까."석군은 소파에 앉았다."아마 먼저 알게 된 사람이 임구택이라서 그럴걸요.""먼저 알았다고 좋은 게 아니지! 이 계집애 나중에 임구택한테 단단히 속을 걸!"심명은 일어나며 한숨을 쉬었다."결국 내가 직접 그녀를 찾아가야겠군!"석군은 그를 불렀다."가지 마요. 소희 씨는 8805의 사람에게 불려갔어요.""누가 8805에 있는데?" 심명이 경악하며 물었다."모르겠어요. 아마도 형님 피하려고 거기 간 것 같아요." 석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심명은 이를 악물었다."이 못된 계집애!"그리고 긴 다리를 내디디며 밖으로 나갔다.그는 천천히 8805로 걸어갔다. 입구에 도착하자 안의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는 벽에 기대어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안의 장면을 보더니 깜짝 놀라다 인차 웃음을 지었다.방안에는 곳곳에 깨진 술병 조각이 있었고 두 여자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으며 다른 두 여자는 구석에 숨어 있었다. 이때 소희는 한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테이블에 박고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온통 유리 조각으로 덮여 있어서 거기에 얼굴이 닿으면 아마 얼굴이 망가질 수 있었기에 그 여자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돼지를 잡는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심명은 다른 사람이 와서 소희를 방해할까 봐 아예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지켜보았다.소희는 고개를 들어 심명을 힐끗 보았다. 작은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지연을 때렸다.지연의 화장은 이미 지워졌고 방금 한 코도 무너졌다.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눈앞마저 보이지 않았다."얼굴 때리지 마요. 내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소희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바로 그녀를 테이블 위에 박자 여자의 처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소희는 눈
소희는 휴게실로 돌아가자 심명이 아직 그녀의 뒤에 있는 것을 보고 나지막이 물었다."왜 따라오는 거예요?"심명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호기심에 물었다."주민은 누구예요?"소희는 눈빛이 싸늘했다."당신과 상관없으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요."심명은 그녀의 손등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손 다쳤어요?"소희는 아마도 사람을 때릴 때 부주의로 깨진 유리에 긁혀서 핏자국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심명은 한숨을 쉬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휴게실로 향했다. 소희는 몸부림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도 맞고 싶어요?"심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그녀를 끌고 문을 밀고 들어가 안의 사람들한테 물었다."구급상자 어딨어?"휴게실에 있던 사람은 유비였다. 그녀는 심명이 말하는 것을 듣고 얼굴이 인차 빨개지며 몸을 돌려 궤짝에 가서 구급상자를 찾았고 놀라며 말했다."소희 씨 다쳤어요!"소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요!"유비는 다급히 구급상자를 열었다."내가 약 발라 줄게요!"심명은 그녀한테서 구급상자를 빼앗았다."너 나가!""네, 네!" 유비는 말을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심명을 쳐다보며 얼굴을 붉히며 밖으로 나갔다.심명은 구급상자에서 면봉, 소독약을 찾아내며 소희에게 약을 발라주려 했다.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곧 나을 거예요. 가요. 여기는 여자애들이 쉬는 곳이니 당신이 여기에 있는 것은 말이 안 돼요!"심명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만약 임구택한테 소희 씨가 사람 때린 일을 들키고 싶지 않다면, 이따 내가 도와서 수습을 해야 하죠. 그러니까 소희 씨는 순순히 내 말을 들어요!"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심명 씨,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요. 당신과 구택은 상업상의 라이벌이니 나를 이용해서 그를 화나게 하면 당신한테 좋을 거 없어요!"심명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었다."누가 그래요? 그가 화나면 나는 기분이 좋거든요. 그래서 우리 소희 씨는 나한테 아주 쓸모 있다고요!"
소희가 완전히 화내기 전에 심명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히죽거렸다."화내지 마요, 내가 가서 뒷수습할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할게요. 자기야, 자기가 사람 때릴 때 정말 멋있어요, 난 너무 좋은 걸!"소희가 눈살을 찌푸리자마자 심명은 이미 몸을 돌려 재빨리 문을 나섰다.소희는 심명이 지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몰랐다. 그녀가 나갔을 때 8805는 이미 깨끗이 청소됐고 방안에 있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그녀가 지연을 때린 일은 심명을 제외하고 8층에 있는 그 누구도 몰랐다.심명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확실히 구택에게 이 일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구택이 만약 알았다면 이 일은 틀림없이 커질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유림이 스스로 처리하길 바랐다. 결국 이건 그녀의 남자친구에 관한 일이었다.구택은 올 때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유비를 만났다. 유비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인사를 한 후 손에 든 물건을 구택에게 건네주었다."임 대표님, 소희 씨가 손을 다쳤는데 이건 제가 그녀에게 산 약입니다. 이따 소희 씨한테 전해주세요."구택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소희 씨 어디 다쳤지?"유비는 인차 말했다."손등이 긁혔습니다. 제가 나왔을 때 심 대표님께서 소희 씨에게 소독수를 바르고 있었습니다. 소독수만 바르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지혈약을 사러 갔습니다."구택은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얼마지? 입금해 줄 테니까!"유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얼마 안 합니다. 이렇게 하실 필요 없습니다. 동료들끼리 서로 돌보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구택은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그는 약을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그는 곧장 휴게실로 가서 문 앞에 도착한 뒤 유비에게 말했다."노크!"유비는 입술을 오므리고 앞으로 나아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소희 씨, 나 들어갈게요!"소희는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유비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듣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는데 한눈에 밖에 서 있는
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 말은 그게 아니에요!""응?" 남자는 이마를 찌푸렸다.소희는 눈빛이 반짝반짝했다."그는 아마 구택 씨를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구택 씨를 화나게 하는 방식으로 구택 씨의 주의를 끄는 거라고요!"구택,"......"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 소희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렸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다음날 오전, 소희는 유림과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뒤, 핸드폰의 녹음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유림은 녹음을 들으며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충격, 슬픔, 실망을 느꼈다…… 모든 감정은 눈물로 변해 쏟아져 나오자 그녀는 힘껏 닦은 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울고 싶지 않았고 소희의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눈물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쏟아졌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크게 울지 않으려 했지만 온몸은 떨고 있었다.소희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참이 지나서야 유림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나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함께 있을 때의 즐거움도 전부 진심이었고. 근데 그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소희는 천천히 말했다. "돈 때문에."이 말을 들은 유림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게 바로 돈이었다. 그러나 돈 때문에 사랑을 잃었다니.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 무한한 슬픔과 무기력함을 느꼈다.그녀는 주민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분명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고 말했고 남을 아첨해서 성공을 얻은 남자들을 경멸했으며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그의 이런 말 때문에 그녀는 신분을 숨기고 그와 사귀었고, 심지어 그의 앞에서 자신이 돈 많다는 것도 감히 드러내지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
진구는 고개를 돌려 방연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머니가 나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연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투덜거렸다.“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했는데, 왜 또 오빠까지 부른 거야?”“너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진구의 말투는 점점 더 다정해졌고, 하현욱은 재빨리 말했다.“연하 씨, 남자친구가 왔으니 얼른 들어가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한에게 말했다.“다음에 꼭 사장님 노래 들을게요. 전 먼저 갈게요.”구석한도 더는 말할 수 없어, 체면상 걱정스러운 말만 건넸다.“조심히 들어가요.”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가자, 집에 가자.”진구는 연하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연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트에 몸을 기대듯 기대고는 완전히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근데 선배 어떻게 거기 있었어요?”진구는 말했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몇 명이랑 실랑이 중인 거 같아서 혹시 곤란한 일 생긴 건가 싶더라고.”연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안 그랬으면 오늘은 진짜 피 토했을지도 몰라요.”진구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있어?”연하는 그를 친구처럼 여겼기에 거리낌 없이 말했다.“생리 중인데, 배가 너무 아파서요.”진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병원 갈래?”“괜찮아요!”방연하는 씩 웃었다.“딱 봐도 여자친구 없어 보여요. 이거 매달 하는 되게 평범한 거예요.”“아...”진구는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그렇게 아픈데도 술 마시러 나갔어?”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쩔 수 없잖아요.”“그러면 잠깐 눈 좀 붙여. 집까지 데려다줄게.”진구가 말에, 연하는 감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배, 진짜 고마워요.”“고맙긴.”연하는 정말 배가 아파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진구는 연하가 어깨를 감싸 쥐고 참고 있는 표정을 보며, 평소의 활달한 모습과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려놓았다.“이거 먼저 마셔. 곧 밥이 다 돼.”그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이내 푸르스름해졌다.‘이게 어떻게 친구 사이야?’‘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남자 이렇게 능숙하고, 설레게 하는 타입이었나? 하.’역시, 유진은 은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은정은 지난번 남겨 냉동해 두었던 생선을 꺼내 생선찜을 만들었다.맛은 나쁘지 않았고 달걀 몇 개를 볶고, 간단한 국도 하나 끓였다. 유진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이 익숙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은정은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담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고, 유진은 한 손으로는 자신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애옹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계란볶음은 아주 평범한 요리였지만, 유진은 파티장에서 먹던 최고급 참치초밥보다도 더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은정은 말없이 생선 살을 모두 유진의 앞 접시에 덜어주고, 조용히 유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며 업무 관련 메시지 몇 개를 간단히 회신했다.유진이 물었다.“왜 안 먹어요?”이에 은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파티 가기 전에 먹었거든.”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야근해서, 진구와 함께 바로 파티장으로 갔었다. 원래는 파티가 끝나면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다. 유진은 이내 그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요.]진구는 이미 파티장을 떠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괜찮아.]폰을 내려놓은 진구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봐도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만한 사람도 딱히 없었다.대학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모인 지도 오래됐다. 회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유진이 그나마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잤어.”“나, 좀 수척해 보이지 않아?”유진이 잠깐 멈칫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 거지?’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남자의 말이 괜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은정은 반쯤 눈을 뜬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유진은 은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지었다.“친구가 되니까 마음이 놓였다고요? 그럼 우린 원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요?”어두운 조명 아래, 은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더욱 짙고 어두워져 먹물처럼 깊었고, 저음의 목소리는 자석처럼 끌리는 울림이 있었다.“왜 그런 것 같아?”유진은 은정의 눈 속에서 깊은 바다 같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괜히 빠져들 것만 같아서, 아예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그럴 만하니까 그렇죠.”은정은 다시 눈을 감으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그럴 만하지.”원래 하늘이 은정에게는 치트키를 줬다. 왕으로 곧장 올라설 수 있었던 삶을, 굳이 밑바닥 계급부터 정글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였다.27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이제는 좀 놔줘도 되지 않아요?”그러나 은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애옹이 보고 싶지 않아?”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제대로 못 먹었잖아.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넌 애옹이랑 잠깐 놀고 있어.”은정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리고 유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자, 그는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유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말했다.“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그 말에 그제야 구은정이 손을 놓았다.“얼른 다녀와.”“네.”유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은정은 문을 닫지도 않고 열어둔 채, 달려오는 애옹이를 받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이제 좀 진지한 얘기를 하자.”“진지한 얘기?”유진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구은정을 도와 서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은정의 짙은 눈동자는 깊었다.“친구로 지낼 건지, 아니면 내가 널 계속 쫓아다닐 건지. 결정했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게 지금 진지한 얘기예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유진의 가슴 한쪽이 찌릿하며 저렸다. 분노도 사라지고,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잘 모르겠어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이미 고백도 받고, 키스도 했는데, 어떻게 친구로 돌아가라는 걸까?’“결정 못 했으면, 그럼 나는 계속 널 쫓아다닐게.”은정의 목소리는 장난기 섞인 당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짚고, 유진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유진은 순간 놀라 뒤로 물러났고, 등이 소파에 닿을 만큼 밀려나며 외쳤다.“친구 할게요!”은정의 얇은 입술은 유진의 입술 코앞에서 멈췄다. 단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닿을 거리였다.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은정은 결국 몸을 물러섰다. 이 이상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정도면 충분했다.은정은 유진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친구 하자. 하지만 조건 있어. 예전처럼 나 피하지 않기!”유진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자.”유진은 급히 말했다.“아직 난 못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여진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통화를 받았다.“선배!”진구는 다급한 목소리였다.[유진아, 어디야? 파티장 안에 네가 안 보여서.]유진은 자기를 바라보는 은정의 눈빛이 너무나 뜨겁다는 걸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