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조길영이 강솔을 만나러 올 때, 배석류는 자신이 사진을 찍는 것이 드러날까 두려워 미리 심서진을 찾아갔다. 서진은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왔음을 알고, 당연히 전력을 다해 석류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서진은 카페에 있는 고향 친구인 손원명을 다시 찾아갔다. 원명은 서진에게 400만 원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과 동시에 CCTV를 고장 내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사진은 처음에 서진의 손에 들어갔고, 석류는 서진에게 사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석류는 화장실에 있을 때 그 사진을 길영의 전처 고하선에게 전송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석류도 정말 몰랐다. 하선은 길영과 유사랑의 결혼을 방해하려고 했고, 서진은 강솔을 몰아세우고 싶어 했으니, 둘 중 누구라도 가능성이 있었다. 석류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총감님, 정말 미안해요.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어요!” 강솔은 실망과 불신으로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배석류 씨, 회사에 온 이후로 제 비서로 일해왔는데, 제가 잘못 대우한 적이 있나요?” 석류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어요. 언니를 해치려는 건 아니었어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에 소희는 차갑게 말했다. “해칠 의도가 없었다고요? 당신이 사진을 보고 나서 그걸 보낸 건 맞죠?”“사진 속 상황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그게 강솔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단 말인가요?”“계산할 때는 그렇게 똑똑하더니, 이제 와서 바보인 척하는 거죠?” 소희의 말에 석류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계속 흐느꼈다. 이때 길영이 끼어들었다. “강솔 씨, 이제 상황을 다 아셨죠? 저와는 정말 관계없는 일이에요!” 그 말에 소희가 대꾸했다.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서에서 말하죠.” 길영은 급히 아첨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까 신고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사장님이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끝난 후에 전해드리라고 하셨거든요.” 명우가 대답했다. “지금 어디에 있지?” 임구택은 말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향했다. “남강로 경찰서에 있어요.” 임구택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고, 그가 급히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이번엔 부인이 싸운 게 아니라, 누군가가 북극 디자인 작업실을 모함했는데, 사모님이 그 사람을 잡아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 명우의 설명에 구택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어졌다. “남강로 경찰서로 바로 가지.” “네!” 명우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구택이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대부분의 조사를 끝낸 상태였다. 조길영의 전처인 고하선이 경찰에 끌려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두 자백했다. 하선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갈영과 유사랑을 이간질하려 했을 뿐인데, 경찰서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조사 과정에서 겁을 먹고 모든 것을 털어놨다. 구택이 들어서자, 소희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의 차가운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구택은 소희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지금 상황이 어때?” 소희는 고개를 들어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다들 자백했어. 문제 될 건 없어.” 그때 경찰서장이 빠르게 걸어와 말했다. “임구택 사장님!” 구택은 몸을 바로 세우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경표 서장님.” “사장님을 이렇게 모시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서장은 웃으며 말했고, 두 사람은 한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일은 꽤 큰 파장을 일으켰어요. 북극 디자인 작업실 측에서는 변호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죠. 손해 규모에 맞춰 요구하시면 돼요.” 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북극 디자인 작업실과 디자이너의 명예를 회복해야 해요.” 서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소희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심서진은 주예형에게 해고당했으니 분명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 거야. 어떤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정말 조심해야 해. 사형도 요즘 집에 없으니, 차라리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 강솔은 고개를 젓자, 그녀의 짧은 머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나, 너희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 괜찮아, 난 진석이 있는 집에 있어.”“우리 아파트는 출입이 엄격하고, 회사에도 경비가 있어서 심서진이 날 해치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거야.” 소희는 말했다. “그래도 내가 사람을 보내서 심서진을 계속 찾을게.” “응.” 강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배석류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 “업계에 통보하고, 해고할 거야.” 소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강솔은 업계 통보가 배석류의 직업적 생을 끝낼 것을 알았다. 석류에게 동정은 없었지만,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그녀가 그럴 줄은 정말 몰랐어. 평소엔 우리 둘 사이가 꽤 좋았는데...” 막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그러나 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배석류가 아직 너에게 해가 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강솔은 잠시 멈칫하다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조길영과 관련된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그녀는 사진을 찍어서 나를 모함한 것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없으니, 날 더 이상 해칠 방법이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강솔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여주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 이제 너랑 사장님은 집에 가.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나도 집에 갈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응, 알겠어!” 큰 문제를 해결한 후, 강솔은 기분이 좋았다. 기쁜 마음으로 소희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소희는 구택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차 안에서, 구택은 소희를 품에 안고 물었다. “기분이 괜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