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소희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타자를 치며 경성대 포럼을 찾아냈다. 게시물은 여전히 상단에 걸려 있었고, 매우 눈에 띄었다. 소희는 그 글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더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화내지 마, 내가 해결할게.” “심서진이 숨어버렸어. 간미연한테 연락해서 그녀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구택은 게시물을 아래로 스크롤 하다가 진석의 사진을 보고는 소희를 막아섰다. “연락할 필요 없어.” “왜?” 구택의 날카로운 눈빛 속엔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서진이 진석의 사진을 올렸어.” “선배 사진이 왜?” 소희가 의아하게 묻자, 구택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대답했다. “진석의 사진을 올렸으니, 이제 네가 나설 필요가 없어.” 구택의 말대로,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게시물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진석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흔적 없이 삭제되었다. 또한, 진석에 대해 언급했던 사람들의 계정도 차단되었다. 소희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려던 그때, 강솔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희, 심서진이 잡혔어!] 소희는 놀라며 물었다. “이렇게 빨리? 너 경찰에 신고한 거야?” [아니, 주예형이 전화했어. 서진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대. 경찰이 외곽에 있는 한 임대주택에서 체포했어.]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됐네. 참고로,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도 이미 다 삭제됐어.” [나도 봤어!]“심서진에 관한 소식은 내가 계속 지켜볼 테니까, 중요한 게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전화를 끊고 나서, 소희는 구택에게 물었다. “우리, 심서진을 고소해서 감옥에 더 오래 있게 만들까?” 그 말에 구택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당분간 못 나올거야.” 소희가 다시 포럼을 새로고침하자, 예형이 실명으로 올린 글이 보였다. 그는 먼저 모두에게 사과한 후, 자신과 강솔은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다고 밝혔다
NY시의 새벽이 막 밝아올 무렵, 진석의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메시지를 열어보았고, 그의 짙은 눈동자는 차가운 아침 햇살보다 더 서늘하게 변해갔다. 사진이 많았고, 대부분 강솔과 주예형이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강솔이 회사의 리셉션에 서서 한 아름의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저녁 무렵, 사무실 앞에서 예형과 나란히 서 있는 강솔의 모습. 특히 한 장은 주예형이 강솔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깊은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강솔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해질녘의 마지막 햇살이 강솔의 반쯤 감긴 눈 위에 떨어져, 약간의 슬픔을 더하는 듯했다. 사진은 너무나도 잘 찍혀 있었다. 빛, 인물, 배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고정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강솔은 분명히 진석에게 예형을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만난 것이었다. 진석의 마음속에는 불꽃이 일렁였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항공권을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진석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침 햇살이 차갑게 그의 안경에 반사되었다. 청백색의 햇살 속에 은은한 회색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러고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곧이어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항공권 예약 완료했어요.] 진석은 잠시 침묵한 후,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취소해요.” ...강성모든 일이 해결된 후, 강솔은 편안하게 잠을 잤고, 아침에는 집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작업실로 향했다. 오전 중에 회의가 있었고, 회의에서 온옥은 강솔의 비서 문제를 언급하며 곧 신뢰할 만한 새로운 비서를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강솔은 유사랑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사랑과 조길영의 결혼은 확실히 끝이 났다. 사랑의 목소리
유사랑은 화가 나서 말했다. [지금에서야 알았어요. 심서진이 처음부터 악의가 있었던 거라는 것을요. 걔는 당신 주변 사람들을 매수해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어요.][조길영이 스스로 함정에 빠질 때만 기다렸던 거죠!] 길영의 전처가 이 일에 끼어들긴 했지만, 사랑은 서진을 더 미워했다. 심지어 경찰서로 달려가 서진을 때려주고 싶은 정도였다. 강솔은 갑자기 발끝이 서늘해지며, 예형이 어떻게 서진에게 넘어갔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서진은 경성대를 졸업했고, 해성에서 일하며 1년도 안 되어 관리직에 올랐다. 그녀의 능력과 외모는 뛰어났다. 서진은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설계한 함정에 빠지길 기다렸다. 강솔은 서진이 대학 때 심리학을 전공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아주 철저하고 영리한 여성이었지만, 예형을 만나면서부터 좋은 머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남을 해치려던 서진은 스스로 파멸에 이르렀다. 사랑이 말했다. [어쨌든 이번 일은 내가 강솔 씨를 오해한 거예요. 나와 조길영은 이제 끝났고, 결혼반지도 필요 없게 됐어요.][나중에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기면, 다시 강솔 씨를 찾아올게요.] 강솔은 사랑이 자신에게 이 모든 것을 말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며, 그녀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강솔은 여전히 묘한 기분에 잠겼다. 어쨌든 일이 마무리된 것에 안도하며, 강솔은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녁 무렵, 주예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솔, 우리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이미 다 얘기했잖아.” 예형의 목소리는 깊고 진지했다. [그날 네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했잖아. 나도 너에게 할 말이 많아. 우리 한 번 만나서 조용히 이야기하자, 응?] 강솔은 잠시 망설였다. 강솔은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이 예형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석이 돌아오면 얘기하라고 했지만, 진석이 돌아오기 전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