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오래전의 것이었고, 글씨는 진석이 학생 시절 썼던 것 같았다. 그러니 이 편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강솔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황급히 편지를 다시 접어 그 자리에 돌려놓고, 액자도 원래 있던 곳에 다시 두었다. 하지만 강솔의 가슴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음에도, 마치 새로운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뛰었다. ...진석이 금세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어두운 색상의 편안한 옷을 입고 있었다. “뭐 좀 마실래? 따뜻한 것만 있어. 생강차 아니면 우유?” 강솔은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대답했다. “마시고 싶지 않아. 우리 엄마가 보낸 물건은 어디 있어? 못 찾겠어.” 진석은 팔짱을 끼고 문틀에 기대어 강솔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물건은 없어. 대신 너에게 한 마디를 전해달라고 하셨지.” 강솔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물었다. “무슨 말이야?” 진석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진석의 큰 그림자가 방의 불빛을 가리며 방 안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어두운 눈으로 강솔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모께서 네게 전해달라고 하셨어. 나를 소중히 여기고, 다시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라고.” 강솔은 갑자기 뒤로 물러나며 책상에 몸을 기대었다. 진석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와, 두 손으로 책상을 짚으며 거의 자신의 품에 안았다. 진석의 젖은 눈빛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겠어?” 강솔은 몸을 뒤로 젖히며, 방금 발견한 편지를 떠올렸다. 이에 귀가 천천히 빨개졌고, 눈동자는 이리저리 헤매었다. “우리 오늘 다 말했잖아. 다 정리된 거 아니야?” 진석은 강솔의 이마 가까이 입술을 대며 속삭이듯 물었다. “뭐라고 말했는데?” 강솔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오빠가 말했잖아. 감동의 사랑은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했어.” “그러면 얼마나 더 생각해야 하지?” 진석은 눈을 내리깔며 강솔을 응
진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말을 마친 진석은 손을 들어 안경을 벗고, 고개를 숙여 이마를 강솔의 이마에 댔다. “어디 한번 보자. 열이 난 건 너 아닌가?” 둘은 갑자기 가까워졌고, 시선이 마주쳤다. 안경을 벗은 진석의 어두운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고 깊었다. 그걸 본 강솔은 심장이 떨리고 온몸이 힘이 빠졌다.진석은 강솔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술 쪽으로 다가갔다. 입술이 거의 닿을 순간, 강솔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이 어디 있어? 내가 약을 가져다줄게!” 진석은 잠시 공허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져올게!” 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강솔은 그가 사라진 뒤에야 크게 숨을 내쉬며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진석은 약상자를 들고 돌아와 뒤적였지만 감기약은 없고,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붕대만 있었다. 이에 강솔이 일어났다. “내가 사 올게!” “네가 사 오는 것보다 내가 가는 게 낫지. 밖에 비도 오는데, 어딜 간다는 거야?” 진석이 강솔을 잡으며 말했다. “기침 좀 한 거지 별일 없어. 네가 걱정된다면 나한테 남아서 간호나 해. 나도 밤에 진짜 열이 날지도 모르거든.” “그러면 침대에 가서 누워 있어.” 강솔이 말하자, 진석은 아직 누워 있을 상태는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눈을 한 번 굴리고는 생각을 바꿨다. 그래서 안방으로 돌아섰다. 강솔도 뒤따라가 진석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눕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진석의 이마를 만져보았지만 다행히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물 마실래?” 강솔이 묻자, 진석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역할을 바꾸니 꽤 좋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물 한 잔 가져와.” 강솔은 끓는 물을 컵에 담아 진석에게 건넸다. “내 경험상, 기침에는 뜨거운 물을 마시는 게 더 나아.” 진석은 침대에 기대앉아 천천히 물을 마셨다. 물이 꽤 뜨거웠는지 그
진석의 검은 눈동자가 강솔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자, 강솔은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강솔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너에게 가서 심서진의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어. 들어줄래?] 강솔은 이미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서 차갑게 말했다. “듣기 싫어. 할 말도 없어. 우리 관계를 배신한 건 너잖아. 더 얘기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 [강솔, 나와 만나 얘기할 마지막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거야?] 예형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때, 방 안에서 갑자기 급하게 기침 소리가 들리자, 강솔은 방을 쳐다보고는 바로 말했다. “끊을게!” 전화를 끊은 강솔은 서둘러 안방으로 돌아와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왜 그래?” 진석은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기분이 안 좋아.” “어디가 안 좋은데?” 강솔은 긴장하며 묻자, 진석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이 안 좋아.” 강솔은 말이 없었고, 그저 물을 한 잔 따라 진석에게 건넸다. “따뜻한 물 좀 더 마셔.” “네가 아플 때는 약 사오고, 먹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밤새 잠도 못 자고 지켜줬잖아. 그런데 내가 아프니까 그냥 따뜻한 물이나 마시라고?” 진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강솔은 당황했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진석은 침대 한쪽을 툭툭 쳤다. “여기 올라와서 나랑 있어.” 강솔은 숨을 들이마시며 얼굴이 붉어졌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내가 오빠한테 빚진 게 있어도 이렇게 위협하는 건 아니지...” 그러자 진석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여기서 내가 밤에 열이 나면 네가 알 수 있도록 옆에 있어 달라는 거야. 아니면 밤새 여기에 앉아 있을 거야?” “그럼 그냥 여기 앉아 있을게!” 강솔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를 응시하자 진석은 황당해했다. “너 그러면 내가 어떻게 자?” 강솔은 풀이 죽은 듯 말했다. “오빠는 정말 까다롭구나.”
하지만 강솔은 정말로 수리 때문에 3일을 울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 생이별과 죽음을 감당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강솔은 돌아서서 진석을 바라보며 약간 슬프게 말했다. “수리 얘기하니까 또 생각나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난 오빠가 벌써 수리를 잊은 줄 알았어.” 진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잊지 않았어.” 수리는 두 사람이 함께 키운 강아지였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너 수리가 이미 환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쩌면 사람으로 태어나서 지금쯤이면 열 살쯤 되었을지도 몰라!” 강솔의 눈이 반짝이자, 진석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쓸며 말했다. “또 쓸데없는 상상하고 있네.” 수리가 죽었을 때, 강솔이 가장 슬퍼했다. 그 후로 진씨 집안에서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강솔은 그 아기가 매의 환생이 아닐까 하며 달려가 묻곤 했다. 진석은 강솔이 수리에 너무 집착할까 봐 나중에 고양이를 사줬지만, 강솔은 그 고양이를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그녀의 마음속엔 오직 수리만 있었기 때문이다. 강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정이 많은 사람이잖아!” 진석의 목소리가 갑자기 깊어졌다. “내가 더 정이 깊은 거 아니야?” 강솔은 깜짝 놀라 얼굴이 붉어졌다. 다행히 방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근데 오빠는 왜 날 좋아하는 거야?” “이유가 필요해?” “필요하지. 내가 예전에 주예형을 좋아했던 이유는 정의롭고 강인하며,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었어.”“나중에 내 기대를 저버리긴 했지만, 내가 좋아했던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강솔의 말에 진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맞아, 네가 주예형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의 장점들이었지. 아마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장점이 있다면, 넌 그 사람도 좋아했을 거야.”“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네가 너이기 때문이야. 너에게 장점이 있든 없든, 아니면 단점이 많든,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석은 강솔의 속옷을 벗기고 한쪽에 두었다. 진석의 손은 나오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한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어둠 속에서, 강솔의 얼굴은 매끈하고 순수했다. 그리고 완전히 방심한 채 달콤하게 잠들어 있었다. 분홍빛 입술은 살짝 열려 있었는데, 탐닉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진석은 더 이상 참지 않고 강솔의 입술을 낮추어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강솔은 혼란 속에서 진석의 인도에 따라 반응하기 시작했다. 강솔은 마치 달콤한 사탕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입맞춤에 무의식적으로 응했다. 강솔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진석의 진지하고 깊은 표정을 보자 온몸에 힘이 풀려 밀어낼 수 없었다. 방 안은 더욱 뜨거워지고, 둘의 숨결이 서로 섞여가며, 긴장감은 더욱 짙어졌다. 진석은 살짝 몸을 일으켜 강솔을 꼭 껴안고 계속해서 입맞춤을 퍼부었다. 강솔은 점점 더 숨이 가빠지고, 거의 산소가 부족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진석이 놓아줬다. 그러나 그는 턱 아래로 내려가며 입맞춤을 이어갔다. 강솔은 겨우 자유를 얻고 급히 숨을 들이쉬며,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이제 이건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어둠 속에서 강솔은 천장을 응시하며, 흐릿하게 떠오르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얼굴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스쳤고, 무심코 진석의 어깨를 잡았다. “오빠!” 진석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강솔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강솔의 잠옷 단추를 다시 채워주었다. 두 사람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잠시 후, 강솔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그래.” 진석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석도 사실 오늘 밤 강솔을 원하지는 않았다. 비록 오래전부터 원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너무 빠른 일이었다. 강솔은 진석이 온몸에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강솔의 숨결이 거칠어지자 긴장하며 물었다. “너 괜찮아?” 강솔은 진석이 감기가
입술과 혀가 얽혀드는 순간, 진석과 강솔의 관계는 완전히 변화했다. 오랫동안 진석은 멈춰 서서, 강솔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그가 참아내고 있다는 걸 강솔은 느낄 수 있었다.“진석...” 강솔은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나... 나 진짜 변덕스럽지 않아?” 강솔은 후회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나랑 주예형이 제대로 헤어진 지 보름도 안 됐는데, 벌써 오빠랑 키스하잖아.”진석은 한숨을 내쉬며 거의 웃을 뻔했다. “네가 변덕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지난 10년 동안 네 깊은 감정은 뭐로 설명할 거야?”진석은 강솔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죄책감이 들어?”강솔은 고개를 저으며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냥 좀 이해가 안 돼.”“그럼 내가 널 키스하는 게 좋았어?”강솔의 귀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속눈썹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진석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강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널 지켜주면서, 네가 한 번도 고통받지 않게 했잖아.”“내 가장 큰 소망은 네가 언제나 네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고, 영원히 나의 걱정 필요 없는 사람으로 남는 거야.”“누구도 네가 지난 감정에 얽매여 떠나지 못하도록 강요하지 않아. 얼마나 빨리 떠나느냐고 내 능력에 달린 거니까, 어때?”강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어!”진석은 가볍게 웃었다. “결국 내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은 거지? 그냥 말하면 되잖아. 어차피 어렸을 때부터 내가 너 대신 책임져 온 거 익숙하니까.”강솔은 다시 한번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내 감정이 감동인지 아니면 의존인지 말해줘.”진석은 강솔을 깊게 바라보았다. “그게 뭐든 상관없어. 내 곁에만 있어줘.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줄 시간이 충분하니까.”강솔은 가슴이 따뜻해지며 그를 꼭 껴안았다. “오빠!”진석은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스로 말하는 건지
강솔은 진석의 품에서 나와 커튼을 걷었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방 안을 가득 채우며 따뜻함이 퍼졌다. 햇살 아래서 강솔은 활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맑게 개었네!”진석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강솔을 조용히 바라보며, 차가운 얼굴에도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강솔은 여전히 게스트 룸의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한 후, 방에 돌아와 보니 침대 위에 새 옷 한 벌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속옷까지 다 준비되어 있었다.‘어제 잠옷은 점원이 추천했다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이 옷들은 뭐지?’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고 나서 보니, 진석이 항상 이렇게 세심하고 다정하게 대해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음, 사실 다정함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강솔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옷을 집어 들고 입었다.7시 30분,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길을 가던 중 한 식당에 들러 아침을 먹고, 강솔은 감기약과 기침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들렀다.회사가 가까워졌을 때, 강솔이 진석을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가 같이 들어가면 회사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길 지나기 전에 내가 먼저 내릴게.”진석은 강솔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너무 팩트라서 강솔은 할 말을 잃었다....오전 내내 별다른 일은 없었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모두의 기분이 좋아 보였고, 특히 진석 사장은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명절을 즐기라고 특별히 지시했다.강솔은 이미 허경환의 결혼 기념 주얼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했고, 그가 만족한 후 지엠에 맡겨 제작을 의뢰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비교적 한가했다. 비서가 따뜻한 밀크티를 건네며 웃었다. “총감님, 오늘도 진석 사장님 오셨던데, 보셨어요?”“응, 왜?” 강솔은 물건을 정리하며 물었다.“전에 진석 사장님은 그렇게 자주 오시지 않았잖아요. 열흘에 한 번 볼까 말까였는데, 오시면 회의만 하고 가시거나 잠깐 머물다 가셨거든요.” 배석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 말에
주예형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나를 딱 한 번만 만나 줘. 내가 할 말만 다 듣고 나면, 더는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강솔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좋아, 우리 한 번 만나서, 제대로 끝내.”이는 또한 과거와의 작별이기도 했다.[고마워, 강솔. 난 네 회사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응.” 강솔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의자에 앉아 잠시 차분히 생각한 뒤, 강솔은 비서를 불러 자신이 맞은편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날 거라고 알리고, 일이 생기면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비서는 강솔이 고객을 만나러 가는 줄 알고 바로 대답했고, 강솔은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는 맑아졌지만 여전히 추웠다. 강솔은 빠르게 길을 건너 카페에 들어갔다.예형은 2층의 프라이빗 룸에서 강솔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솔!”예형의 옷은 약간 구겨져 있었고, 눈 밑은 다크서클로 칙칙했으며, 몸도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확실히 밤새 한숨도 못 잔 듯 보였다. 그 모습에 강솔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렇게 하지 마. 너는 심서진을 좋아하니까 그 사람이랑 함께 있어.”“나는 너를 원망하지도, 괴롭히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죄책감 같은 건 느낄 필요 없어.”결국, 이미 다 끝난 일이니까.“일단 앉아, 우리 제대로 얘기 좀 하자.”예형은 강솔에게 핫초코를 한 잔 주문해 주며 말했다.“날씨가 너무 추워. 일단 몸부터 녹여.”강솔은 가슴이 쓰라렸다. 예전의 예형은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었으니.그렇다면, 예형은 사람들에게 잘해주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너무 좋아해서, 관심을 받지 못했고 소중히 여겨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마치 그녀와 진석의 관계처럼. 정말로 가슴이 아프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예형은 강솔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솔, 최근에 많은 생각을 해봤어. 그리고 확신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처음에 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