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 지나, 시언은 아심을 꽉 껴안았다.“이 선물은 계속 간직해. 언제든 원할 테니까.” 시언의 목소리는 어둡고 깊었고 아심은 시언의 옷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정말로 이제 신경 쓰지 않아요!”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경멸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 아심은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급해?” 시언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웃자 아심은 눈썹을 찡그리며, 시언의 외투를 젖히고 입으로 물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자 시언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화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야생 고양이같아!”아심은 심하게 물지는 못하고, 곧바로 몸을 일으켜 시언의 옷을 다듬고 이마를 기대었다. 시언은 아심을 품에 안고,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폭죽 소리와 새해 첫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며, 이 순간 두 사람은 하나가 된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아심은 세수하고 나서 나가려다 테이블 위에 놓인 강재석이 준 상자를 보았다. 아심은 상자를 열어 안에 든 것을 꺼내 보았는데 그것은 옥으로 만든 팔찌였다. 원석 사이사이의 색감이 우아하고, 재질이 세밀하여 비싸 보였다. 아심이 그것을 들고 있을 때, 시언이 들어와 아심이 든 팔찌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젯밤에 할아버지가 준 거야?”“네!” 아심은 시언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 보이자 물었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시언은 깊은 뜻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이건 할머니의 혼수품 중 하나야.”아심은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그 값어치를 느꼈다. “할머님의 혼수품을 왜 나한테 주신 거죠?”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일까?”아심은 시언의 눈을 깜빡이며 응시했다. “그럼 나 이거 받아야 해요?”시언은 그 팔찌를 아심의 손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받아.”아심은 자기 손목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팔찌와 당신이 준 것까지. 전 이제 값어치가 어마어마해졌어!”“넌 원래부
소희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아주버님과 형님에게는 일일이 연락하지 않을 거니까 어머님이 대신 전해주세요.”[걱정하지 마라!] 노정순이 사랑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방금 너의 시아버님이 강재석 어르신에게 전화했으니 네가 나 대신 안부를 전해주면 돼.”“그럴게요.”[임구택이랑 즐겁게 지내고, 서둘러 돌아오지 않아도 돼.]“네!”소희는 전화를 끊고 강재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할 말은 다 했어요. 어머니가 대신 할아버지께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시네요.”“이미 일찍 전화 받았어!” 강재석이 기쁜 표정으로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자, 너희 오빠랑 강아심이 왔는지 보러 가자, 아침 먹으러 가자.”“아참!” 강재석이 돌아보며 말했다. “보내준 설날 선물 봤니?”“찾아보니까 장수를 기원하는 그런 거던데요?” 소희는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희는 왜 이걸 보내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자 강재석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너에게 준 게 아니야. 너와 구택이의 아이에게 준 거야.”너무 앞서나가는 강재석에 소희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성급하시네요!’...설 명절이라 요요가 무척 들떠서 일찍 일어났다. 우청아가 내려왔을 때, 요요와 김화연은 이미 마당에서 요요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돌아왔다. 김화연이 청아를 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준 옷 왜 안 입었니?”설 명절 때, 김화연은 청아와 요요에게 새 옷을 사줬다. 명절에 새 옷을 입는 것은 꼭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이었다. 특히 청아의 경우에는 옷, 장신구, 신발, 가방까지 모두 새로 사주었다.청아는 사실 김화연이 옷을 선물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거절할까 봐 핑계를 댄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청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입을게요!”장시원이 청아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며 청아의 어깨를 감싸 안고 말했다. “뭘 어짼다고?”김화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를 갈아치우라고!”그러자 시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
시원이 말하지 않자, 청아도 조급해하지 않고 뒤에서 요요와 함께 손가락 놀이를 했다. 시원이 차를 요양원으로 들어가자, 청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봤고, 곧 감동과 따스함이 밀려왔다.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간호사가 다가와 그들을 안내하며 웃으며 말했다. “우임승 씨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계세요. 아주 잘하시더라고요.”청아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카지노에서 그렇게 오래 지냈으니 잘할 수밖에 없지.’물론 간호사는 내막을 모르고 계속 우임승의 카드 실력을 칭찬했다. 곧이어 청아는 불현듯 뭔가 생각났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돈 내기는 아니겠죠?”“당연히 아니죠!” 간호사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 요양원에서는 도박이 금지되어 있어요. 그냥 아저씨들이 모여서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청아는 그제야 안심했다. 시원은 한 손으로 요요를 안고 다른 손으로 청아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아. 내가 아버님을 특별히 신경 쓰게 했으니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청아는 시언의 깊고 온화한 눈빛을 보며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고맙긴 뭐가 고마워.” 시원이 청아를 강하게 품에 끌어안고는 머리를 한 번 툭 치며 말했다. “고맙다면, 빨리 나랑 결혼해 줘. 맨날 걱정하게 하지 말고!”청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안 도망갈 텐데 뭐가 걱정이야?”요요도 청아의 머리를 살짝 치며 말했다. “빨리 아빠랑 결혼해요! 아빠는 정말 좋아요!”시원이 손을 들자 요요도 작은 손을 들어 함께 박수를 쳤다. 둘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청아는 두 사람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미 방에 도착했다. 따뜻하고 편안한 방 안에서 우임승은 휠체어에 앉아 다른 노인과 체스를 두고 있었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방에는 창문 장식이 붙어있고, 등불이 걸려 있으며, 옆 테이블에는 다양한 간식과 과일이 놓여 있었다. 설 명절 분위기가
우임승은 우청아가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세뱃돈을 준비해 두었다. 청아는 세뱃돈 봉투에 적어도 20만원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경계하며 물었다. “이 돈 어디서 난 거예요?”요양원에 있으면 돈 쓸 곳이 없었고, 그랬기에 청아는 우임승에게 돈을 따로 주지 않았다. 다시 도박에 빠질까 봐서였다. 그러자 우임승은 급히 청아에게 설명했다. “설 명절 때 주방에 몇 가지 요리법을 적어줬어. 그 보수로 받은 돈이야. 내가 받기 싫다고 했지만, 그들이 억지로 주길래 받아둔 거야.”장시원은 청아의 손을 살며시 쥐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흥분하지 말라고 일깨워 주었다. 청아는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어서인지,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원의 따뜻하고 강한 손길이 청아를 금세 진정시켰고, 얼굴빛도 차분해졌다.“그냥 가지고 계세요. 요요는 돈 쓸 일이 없어요.”“나는 여기서 먹고 마시는 걱정이 없고, 옷도 제때 새로 갈아입으니까 돈 쓸 일이 없어.” 우임승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요요가 돈 쓸 일이 없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그 돈을 모아둬.”청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원이 일어나서 요요에게 말했다. “아빠랑 잠깐 나가 놀자. 외할아버지랑 엄마가 얘기 좀 하게.”요요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고, 작은 손을 내밀어 시원에게 안겼다. 시원은 청아를 한번 쳐다보고, 요요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둘이 나가자, 우임승은 더 긴장한 듯이 청아에게 물었다. “과일 좀 먹을래? 이 사과 정말 달고, 포도도 맛있어. 네가 어릴 때부터 포도를 좋아했잖아.”청아는 사과를 하나 집어 들고, 천천히 껍질을 깎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왜 안 좋겠니? 내가 얼마나 살쪘는지 봐!” 우임승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야. 내가 여기 살 수 있는 건 다 너 덕분이야. 나는 만족해.”“시원 씨에게 감사해야 해요.”“알고 있어, 다 알고 있어!”
우임승은 말했다. “네가 항상 너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아. 네가 좋다면 좋은 거야. 하지만, 너는 장시원과 잘 지내야 해. 제멋대로 굴지 말고, 또...”“또 시작이네요!” 청아는 우임승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아무 이유 없이 화내지 않아요.”그러자 우임승은 고개를 숙이며 혼자서 웃으며 말했다. “내 눈에는, 너는 여전히 어린 애야.”청아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고, 눈길을 돌렸다. 곧이어 우임승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는 운이 나빴어. 나 같은 아빠를 만나고, 그런 엄마를 만났으니까. 사실 네 엄마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나중에 왜 그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아마도 내가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네 엄마가 너무 큰 부담을 느껴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했을 거야.”청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항상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엄마는 오빠를 선택했을 뿐이고요.”우임승은 다시 말했다. “어제 네 오빠가 나에게 전화했어. 나는 네게 문제를 일으킬까 봐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았어.”“그저 네가 빌려준 집에 아직도 살고 있다고 했어. 네 오빠가 나를 보러 오려고 했지만, 오지 말라고 했고.”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빠 보고 싶어요? 오빠가 보러 오게 해도 돼요.”“나는 네 오빠가 너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걔는 마음이 약해서 네 엄마가 조금만 달래면 네 상황을 말해줄지도 몰라.”“그리고 네 엄마가 네가 장시원과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너는 평화로운 날이 없을 거야. 그래서 너희들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야!”청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우임승은 청아에게 떠나라고 재촉했다. “설날이니까 장씨 집안에 분명 많은 손님이 있을 거야. 그러니 돌아가자고 해. 여기서 너무 오래 있지 말고, 나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마침 시원이 요요를 데리고
“그럼 나는 안 만날래요!” 시언은 단호하게 거절하자 강재석이 말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분인데, 우리 둘 다 만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그냥 얼굴 한 번 보는 거야, 너한테 뭘 하라는 것도 아니고!”하지만 시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정중하게 찾아온 거라면, 저는 더더욱 만나지 않을 거예요.”강재석은 시언을 설득하지 못해 조금 초조해졌다. “너는 내가 말하는 것도 안 듣는구나?”시언은 단호했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이건 안 돼요!”“너 이 자식!” 강재석은 갑자기 꽃병에 꽂힌 깃털 먼지떨이를 집어 들고 때릴 듯이 자세를 취했다. “네가 삼각주에서는 진언이지만, 집에서는 내 손자야. 말을 안 들으면 때릴 거야!”시언이 막 말을 하려던 찰나, 뒤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강아심이 문 앞에서 웃음을 참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심이 돌아서서 웃음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고 시언은 점점 얼굴이 어두워졌다. 자신의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아심아, 들어와라!” 강재석이 웃으며 부르자 아심은 들어오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를 부르셨어요?”“그래, 아심아. 네가 시언이랑 같이 가라.” 강재석은 아심이 사랑스럽다는 듯 말했고 그 말에 시언은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데려가라고요?”그러자 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심이랑 같이 가.”시언은 할아버지를 보며 어이없어했다.“왜 미리 말하지 않으셨어요?”“미리 말하면 아심이가 재밌는 장면을 못 보잖아?” 강재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시언은 할 말을 잃었다. 아심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돌아섰다. 원래는 너무 편하게 웃고 싶지 않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귀여운 할아버지였다. 시언은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아마 해가 질 거예요.”“걱정 마라, 내일 돌아와도 늦지 않아.” 강재석이 웃으며 말하자 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심에게 물
진언의 명성은 삼각주 전체에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경외심을 품었다. 그랬기에 강아심의 마음속에서 항상 높은 위치에 있었고, 신과 같은 위엄을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 강재석의 한 마디는 아심으로 하여금 포복절도하게 했다. 강시언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팔을 핸들 위에 얹으며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먼저 웃어. 웃음이 그치면 출발하자.”아심은 눈물이 맺힌 채 웃으며 봄날의 연못처럼 맑은 눈동자로 시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더는 안 웃을게요.”시언은 좌석에 기대어 아심을 냉담하게 한 번 쳐다보고 나직하게 말했다. “여기 와봐.”그러자 아심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벌주려고요? 가볍게 해줄 수 없어요?”시언은 손을 들어 아심의 촉촉한 눈가를 스치며 거친 손끝으로 아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심은 시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불타오르는 듯한 열기를 느꼈고, 점점 시언에게 이끌렸다. 그래서 살짝 고개를 돌려 시언의 손가락에 입맞춤했다.아심의 매혹적인 눈동자는 뜨겁게 빛났고, 시언의 눈, 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얇은 입술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시언이 움직이기 전에 아심이 먼저 키스했다. 시언도 아심의 얼굴을 감싸며 깊게 키스했다.아심이 시언의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시언은 갑자기 물러나며 냉정한 표정으로 아심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심은 눈을 뜨고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며 순간 당황했다.시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를 다시 출발시키자 아심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계속 바라보며, 시언의 복수에 대한 분노와 짜증이 났다....두 사람은 정오 전에 서도장원에 도착하지 못했고, 중간에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설날 첫날이었기에 레스토랑은 서양식이었지만, 내부 장식은 매우 화려했다.레스토랑은 모든 손님에게 새해 선물 상자를 주었는데, 그 안에는 별의별 것들이 많았다. 복주머니, 초콜릿 치즈, 견과류 한 봉지, 그리고 금속으로 된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
“설 명절이니까, 빨리 꽃을 팔고 집에 돌아가라고.” 시언의 말에 아심은 한 송이 붉은 장미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숙이고 무심하게 말했다. “그럼 그 사람을 아끼는 거구나. 내가 착각했네!”시언은 아심이 화내는 모습을 처음 봤고,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 시언은 손을 들어 차를 멈추고, 어두운 눈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을 아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너 없이는 내가 꽃을 사지 않는다는 거야.”아심은 한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시언과 차 사이에 갇혀서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시언은 아심의 눈을 바라보며, 들고 있는 꽃을 내려놓고, 몸을 숙여 아심의 입술에 키스했다.아심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눈을 감고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언은 아까 끝내지 못한 키스를 함께 보충해 주었다....다시 차에 오르자, 아심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심은 꽃바구니를 안고, 얼굴에는 특별한 빛이 감돌았다. 차는 두 시간 동안 달려 서도장원에 도착했다.서도장원은 강씨 집안의 또 다른 저택으로, 운성 북쪽의 고즈넉한 마을에 위치해 있다. 저택에는 책을 소장하는 건물, 개인 정원, 서양식 주택이 있으며, 넓은 부지에 강씨 집안이 가끔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였다. 도선욱은 시언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딸 도서경과 함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다가오자, 서경은 웃으며 말했다.“아빠, 시언 오빠가 왔어요!”도선욱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차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차가 멈추자, 도선욱의 얼굴에는 더 큰 미소가 번졌지만, 차에서 내린 여자를 보고 약간 놀랐다. 시언은 다가가 아심의 손에서 꽃바구니를 받아 하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내 방에 가져다 놔요.”하인은 대답하고 꽃바구니를 들고 물러났다.그 후, 시언은 아심을 데리고 걸어갔다. 눈치 빠른 사람은 두 사람의 관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경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