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282화

강성.

섣달그믐날 점심, 거리는 온통 등불과 장식으로 가득 찼다. 도시의 모든 구석구석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분위기로 북적였다.

주예형은 섣달그믐날에 비빔밥을 먹는 전통을 따라, 점심에 비빔밥을 만들었다. 마음이 복잡한 예형은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여전히 강솔의 답장은 없었다.

강솔이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실망스러워 결국 비빔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예형은 혼자서 술 한 병을 꺼내 가득 따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심서진이 강성으로 와서 돌봐야 했던 거였는데, 그걸 강솔이 이해해 주지 못한 걸까?’

강솔은 전에는 이해심이 많았다. 단순하고 착한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에 강솔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예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형은 한 잔 또 한 잔을 마셨고, 금세 술병의 반이 비어졌다.

똑똑똑!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예형은 누가 찾아왔는지 의아해하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서진이 보온통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고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제가 몇 가지 요리를 해왔어요. 드셔 보세요.”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바람에 예형은 놀라며 말했다.

“너 집에 안 갔어?”

“KTX 표를 못 구했어요. 연말에는 표 구하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서진은 보온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부드럽게 예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여기에 남아서 설을 쇨 수밖에 없었어요. 또 선배도 남아 있어서 같이 설 쇠러 왔어요.”

서진은 말하며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탁에는 이미 손도 안 댄 비빔밥과 반쯤 비어있는 술병이 있자 웃으며 말했다.

“이걸 점심으로 드실 생각이었나요?”

“별로 배고프지 않아서 대충 먹으려고 했어.”

“오늘은 섣달그믐날인데, 대충 먹으면 안 되죠.”

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보온병에서 음식을 꺼내 식탁에 놓았다.

“우리 고향 음식이에요. 아직 따뜻해요. 집에 돌아온 기분으로 먹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