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솔의 핸드폰에 주예형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예형은 강성의 섣달그믐날 거리 사진을 찍어 보냈다.[갑자기 느낀 건데, 네가 이 도시에 없으니까 온 도시가 텅 빈 것 같아.][미안해, 강솔. 너를 잃고 나서야 너의 소중함을 깨달았어. 이제야 내가 너 없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았어.][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있어? 꼭 행복해야 해,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고.][나는 이 우리만의 도시에서 너를 기다릴게. 네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야!]강솔은 핸드폰을 쥔 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오전 10시, 진석은 강솔이 성묘를 마치고 돌아올 시간을 계산하고 강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와서 만두를 빚자. 내가 동전과 설탕을 준비했어. 직접 넣어서 먹어야 의미가 있잖아!”하지만 강솔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석은 강솔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는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윤미래가 와서 허수희와 만두소를 어떻게 만들지 의논하고 있었다.“진석아!” 윤미래는 웃으며 진석에게 인사하자 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모, 강솔은 돌아왔나요?”“성묘는 일찍 끝났어!” 윤미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방금 짐을 챙기더니 또 나가버렸어!”이에 진석은 순간 멍해졌다. “어디 갔어요?”“강성으로 남자친구를 찾으러 갔어!” 윤미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마 남자친구가 몇 마디 달콤한 말을 했겠지. 명절도 안 보내고 바로 강성으로 돌아갔어.”진석은 머리 위에서 얼음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몸이 얼음 속에 갇힌 듯, 온몸이 얼어붙고 뼛속까지 시렸다. 진석은 극심한 고통으로 온몸이 마비되었다. 진석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어 핑계 하나 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진석의 발걸음은 마치 불길 속을 걷는 듯,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다. 진석은 방에 들어가서 강솔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방금 안전 검사 중이라 메시지를 못 봤어.][진석아,
강성.섣달그믐날 점심, 거리는 온통 등불과 장식으로 가득 찼다. 도시의 모든 구석구석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분위기로 북적였다.주예형은 섣달그믐날에 비빔밥을 먹는 전통을 따라, 점심에 비빔밥을 만들었다. 마음이 복잡한 예형은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지만 여전히 강솔의 답장은 없었다.강솔이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 것에 마음이 아프고 실망스러워 결국 비빔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예형은 혼자서 술 한 병을 꺼내 가득 따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심서진이 강성으로 와서 돌봐야 했던 거였는데, 그걸 강솔이 이해해 주지 못한 걸까?’강솔은 전에는 이해심이 많았다. 단순하고 착한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에 강솔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예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형은 한 잔 또 한 잔을 마셨고, 금세 술병의 반이 비어졌다.똑똑똑!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예형은 누가 찾아왔는지 의아해하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서진이 보온통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러고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식사하셨어요? 제가 몇 가지 요리를 해왔어요. 드셔 보세요.”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바람에 예형은 놀라며 말했다. “너 집에 안 갔어?”“KTX 표를 못 구했어요. 연말에는 표 구하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서진은 보온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부드럽게 예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여기에 남아서 설을 쇨 수밖에 없었어요. 또 선배도 남아 있어서 같이 설 쇠러 왔어요.”서진은 말하며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탁에는 이미 손도 안 댄 비빔밥과 반쯤 비어있는 술병이 있자 웃으며 말했다. “이걸 점심으로 드실 생각이었나요?”“별로 배고프지 않아서 대충 먹으려고 했어.”“오늘은 섣달그믐날인데, 대충 먹으면 안 되죠.” 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보온병에서 음식을 꺼내 식탁에 놓았다. “우리 고향 음식이에요. 아직 따뜻해요. 집에 돌아온 기분으로 먹자
두 사람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고향 사람끼리 명절을 밖에서 보내는 것은 평소보다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금세 한 병의 술을 다 마셔버렸다. 곧이어 예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술을 더 가져올게, 잠시만 기다려.”“좋아요. 오늘은 취하지 않고는 못 돌아가겠어요!” 심서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예형이 옆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서진도 따라가 문틀에 기대어 말했다. “선배, 정말 멋지네요. 옆방에 술장을 만들어 두다니, 일할 때마다 한 잔씩 하려고 그런 거죠?”예형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대충 만든 거야. 너한테 웃음거리나 됐네.”“아니에요, 정말 고급스럽게 꾸며놨어요.” 서진은 방 안으로 들어가 예형의 술장과 책장을 둘러보며 소파에 앉았다. “여기 앉으니까 정말 편하네요. 여기서 술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요.”예형은 서진의 옆에 앉아 술을 따르며 말했다. “너 주량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아니에요, 오늘은 선배랑 함께 보내고 싶어서 그래요. 결국 오늘은 우리 둘만 같이 명절을 보내잖아요.” 서진이 다정하게 말하자 예형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너 지금 나를 동정하는 거지?”“선배를 왜 동정해요?” 서진은 물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선배, 강솔 언니와 아직도 화해하지 않았나요? 설마 아직도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이미 강솔에게 설명했는데도 믿지 않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예형은 무력한 표정을 짓자 서진의 눈빛이 흔들리며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선배가 나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언니가 아직도 선배를 용서하지 않는다니, 정말 지나친 것 같아요.”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솔 언니가 일부러 그런 것 아닐까요?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이 기회를 틈타 헤어지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예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강솔이 나에 대한 감정은 내가 믿어.”“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
예형은 계속 술을 마시며,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제 강솔과의 관계에 대해 실망했어. 계속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어.”이에 서진이 갑자기 말했다. “방이 너무 덥네요!”서진은 말하면서 겉옷을 벗었다. 안에는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었고, 넥라인이 커서 가슴 앞부분이 드러났다. 예형은 눈앞이 흐려졌고, 술기운에 취했다. 서진은 예형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선배, 인제 그만 슬퍼해요. 어쩌면 강솔 언니는 지금 진석 씨와 함께 명절을 보내고 있을지도 몰라요. 선배만 혼자 슬퍼하고 있을 필요 없어요.”예형은 냉소하며 말했다. “그래, 둘 다 경성 사람이니까, 이미 함께 있을지도 모르지.”“선배!” 서진은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정말 선배가 안쓰러워요. 선배처럼 멋진 사람은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해요!”“어, 어떤 선택?” 예형은 눈앞에 있는 서진의 애틋한 표정을 보며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했다. 서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배,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선배를 동경했어요. 선배가 강성에 온 걸 알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직장을 그만두고 선배를 찾아왔고요.”“선배는 내 마음을 정말 모르는 건가요?”예형은 숨이 막히며, 서진을 멍하니 바라봤다.서진은 예형에게 다가가 거의 몸에 기대며 애절하게 고백했다. “나는 강솔 언니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선배를 챙기고, 선배의 사업을 돕고 싶어요!”서진은 남자의 손을 잡아 가슴에 대며 말했다. “선배, 우리 둘이 가장 잘 어울려요!”“강솔 언니는 선배를 배신했고 이미 다른 남자와 함께 있어요!”“그리고 선배를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런데 왜 그 여자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해요!”예형은 술기운에 취해 숨이 가빠졌고, 서진의 향기가 코를 통해 스며들었다. 그래서 예형의 머릿속은 완전히 비어버렸다.“선배, 오늘 우리 함께 있어요!” 서진은 팔을 벌려 예형을 껴안고 가슴에 꼭 붙었다. 예형은 뒤로 밀려나며 머리를 책장에 부딪치자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들었
예형은 술에서 깨자마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깨닫고 다시 옷을 찾으러 돌아갔다.그리고 예형이 다시 나왔을 때, 강솔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문 앞에는 강솔의 캐리어만 남아 있었고, 옆에는 꽃다발이 떨어져 있었다. 꽃잎이 흩어져 마치 시든 꽃처럼 보였다. 예형은 멍하니 서 있었는데 이제 자신과 강솔은 완전히 끝났음을 깨달았다.강솔은 예형의 집을 나와, 추운 거리에서 혼자서 멀리까지 걸었다. 그제야 자신의 캐리어를 잊고 왔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혐오감이 치밀어 올라 그 물건들을 두고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추운 바람 속에서 강솔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어리석게도 또 한 번 주예형을 믿었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예형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심서진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또다시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설날에 그를 만나러 왔던 것이다.강솔은 길가에 앉아, 몸을 멈출 수 없이 떨었다. 슬픔, 절망, 분노, 혐오감이 강솔의 마음을 휘감았다. 강솔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북적이는 거리에서 홀로 흐느꼈다....진석은 점심을 대충 먹고 오후 내내 서재에 머물렀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고, 마음도 공허했다. 아마도 강솔을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우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돌이켜보면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짝사랑했던 이 시기는 너무도 길고 고통스러웠다. 잠깐의 기쁨이 있더라도 결국 깊은 상처만 남았다. 진석은 자신이 이미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상처가 다시 드러나면 여전히 아픔이 밀려왔다.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 강솔이 행복을 찾도록 하고, 자신도 고통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야 했다. 진석은 오랜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주변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솔은 진석의 인생에서 필수적인 존재였지만, 강솔에게도 그랬다. 강솔이 떠
“어디에 있어?” 진석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길에 있어.] 강솔이 울면서 말했다.“일단 집으로 돌아가. 곧 갈게!” 진석은 대답하며 외투를 집어 들고 빠르게 나갔다.[너는 집에서 설을 보내. 나는 괜찮아. 나 혼자서 진정할게!]“네 아파트로 가.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겠지?” 진석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응!] 강솔이 울면서 대답했다. 진석은 진씨 집안의 인맥을 동원해 전세기를 준비하고, 바로 강성으로 날아갔다. 진석이 강성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강솔의 아파트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안은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없자 휴대폰을 꺼내 강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강솔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였다. [너 강성에 왔어? 나 아직 여기 있어.]“일단 집에 가라고 했잖아?” 진석은 더 이상 책망하지 않고 말했다. “위치 보내줘.”전화를 끊고, 강솔은 곧 위치를 보내자 진석은 급히 차를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화려한 불빛과 차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진석은 차에서 내려 멀리서 강솔이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상처받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진석은 길을 건너 강솔에게 다가가며, 강솔을 보며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쌍했다.‘여기서 오후 내내 있었던 걸까?’진석은 강솔 앞에 다다라 5초간 서 있었다. 그제야 강솔은 고개를 들었고, 진석을 보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진석은 강솔 앞에 무릎을 꿇고 묵묵히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집에 가서 만두 다 준비했어. 집도 따뜻하고, 여기서 추위 맞지 말고.”강솔은 진석의 품에 안겨 진석의 옷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자 진석의 마음도 무겁고 아팠다.“정말로 남을 돌아봐야 할 때가 와서야 깨닫는 거야. 지금 어때? 이제는 깨달았어? 그 사람이 몇 마디 좋은 말 하면 다시 그리로 달려갈 거야?” 진석은 강솔을 안고 냉소적으로 말하자 강솔은 진석의 품 안에서 고개를
심서진은 여전히 주예형의 집에 있었다. 옷을 다 입고는 방을 치우고 식당도 깨끗이 정리했다. 서진은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예형이 여전히 침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책하며 말했다. “오빠, 잘못했어요. 제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어요. 미안해요.”예형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일단 돌아가.”“안 돌아가요!” 서진은 두려운 눈빛으로 예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가 저를 혼내줘야 마음이 편해요. 혼자 돌아가면 더 괴로워요.”“그냥 돌아가. 나 혼자 있고 싶어.” 예형은 차분하게 말했다.“선배, 아직도 강솔을 좋아하나요?” 서진의 눈에 슬픔이 비쳤고 예형은 후회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강솔은 나랑 설을 보내기 위해 돌아왔어. 원래 우리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었는데.”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예형은 강솔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만약 서진이 없었다면, 강솔이 돌아와서 그들은 분명히 다시 잘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끝났다.서진은 눈물을 머금고 눈을 닦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다 내 잘못이에요.”“네 잘못만은 아니야, 나도...” 예형은 머리를 움켜잡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자책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당시에는 어떻게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는지 몰랐다.“선배, 그러지 마세요!” 서진은 불쌍한 표정으로 울며 말했다. “선배가 이렇게 하면, 나는 차라리 죽고 싶어요.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켜서 미안해요.”예형이 막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급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서진의 눈에 순간적으로 빛이 스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솔 언니가 돌아온 거 아니에요?”예형은 급히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키가 크고 냉정한 남자가 서 있었고, 그 남자는 주예형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예형은 그 충격에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입가의 피를 닦으며 놀란 눈으로 진석을 바라보
서진은 얼굴을 맞고 뒤로 물러나며 얼굴이 일그러졌고 다시 술병을 잡고 다시 강솔을 때리려 했다. 진석은 예형을 때리면서도 강솔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또한 서진이 흥분한 것을 보자 재빨리 다가가 손에서 술병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서진은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강솔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시 꽃다발을 들고 서진을 향해 다가갔다. 서진은 몸을 일으켜 반격하려 했으나, 강솔의 꽃다발이 커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몇 번 치지 않았는데도 서진의 하얀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서진은 계속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질렀다. 강솔은 승기를 잡고 꽃다발을 서진의 얼굴에 계속 내리쳤고 꽃이 떨어지면 꽃줄기로 때렸다.“예전부터 네가 좋은 사람일 리 없다는 걸 알았어. 남의 남자친구를 유혹하는 게 그렇게 기분 좋았니?”“네가 애써 빼앗지 않아도 돼, 줄게!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아니면 볼 때마다 팰 거니까!”강솔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진 채 꽃다발을 서진에게 던졌고, 서진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속이 시원해졌다. 진석도 예형을 때려 쓰러뜨리고 맥을 못 추자 진석은 손을 털고 물러났다. 그러고는 방 안의 한 쌍의 불쌍한 남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한 손으로 강솔의 캐리어를 들고 다른 손으로 강솔을 잡고 나섰다.“가자, 집에 가자!”강솔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진석과 함께 나갔다. 아파트를 나와서, 강솔은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마음이 조금 나아졌지?”강솔은 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짐을 가지러 간 게 아니라, 나랑 화풀이하러 간 거였네!”“누군가가 너를 괴롭히면, 바로 응징해야지. 왜 네가 눈물을 흘리며 숨어 있어야 하겠어?” 진석은 강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의 잘못으로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마.”강솔은 진석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그래, 너 때문에 속이 터질 뻔했어!” 진석이 냉소적으로 말하자 강솔은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부끄러워!”“부끄러운 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