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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5화

작가: 금추
“이거?”

시언은 185cm 이상의 키로 쉽게 손을 들어 찬장을 열고 말한 대로 후추를 꺼내서 건넸다.

“고마워요!”

아심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구멍 뚫린 스푼도 좀 꺼내줘요.”

‘구멍 뚫린 스푼?’

시언은 여러 종류의 스푼을 보고 아심이 설명한 대로 구멍 뚫린 스푼을 꺼내서 건네자 아심이 밝게 웃으며 칭찬했다.

“와우, 정말 대단한데요? 제대로 골랐어요!”

이에 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생활 상식이 없다고 생각해?”

아심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나요?”

시언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반박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모든 것이 시언에게는 매우 낯설었다.

시언은 한때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속에 있으니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누군가와 함께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이 생각했던 것만큼 지루하고 무미건조하지 않았다.

주방에서 나는 진한 음식 냄새와 여자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가 어우러졌다. 그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향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아심이 요리하는 모습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심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기질과 주방의 음식 냄새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아심은 불을 끄고 웃으며 부드럽게 말하며 국을 담아 시언에게 건넸다.

“이건 당신 거예요.”

시언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국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심은 삶은 달걀과 샌드위치를 준비했는데, 모두가 예쁘게 플레이팅되어 있어 자신처럼 언제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을 한 모금 마시고는 아심은 물었다.

“제가 받은 전화가 당신에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죠?”

“문제없어.”

시언이 괜찮다고 하자 아심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오늘도 저의 보디가드 해줄 거예요?”

“응.”

무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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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심은 눈가가 붉어지며 살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할아버지께도 말씀 좀 전해주세요.”[알겠어. 비행기 표는 취소했으니 집에서 네가 돌아오길 기다릴게. 네가 돌아오고 나서 떠나자.] 도도희는 부드럽게 말했다.[이미 이반스와 이야기를 나눴어.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하고, 너도 이해해 줬어.”아심은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요.”[서두르지 않아도 돼. 이반스를 먼저 보내고 우리는 천천히 준비할 거야.] 도도희는 웃으며 덧붙였다.[너와 시언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니까.]그 순간 아심은 진심으로 감사했다.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자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이해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도도희와의 통화를 마친 후, 아심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책장을 지나치던 중, 아심은 왼쪽 서랍 중 하나가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쪽에서 뭔가가 희미하게 보였는데, 어딘가 낯익은 물건 같았다.아심은 이미 서랍을 지나쳤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다시 돌아가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스케치북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전에 시언과 함께 저택에서 수업을 들을 때, 시언이 자주 손에 들고 있던 그 스케치북이었다.아마도 시언이 저택을 떠날 당시 이곳에 들러, 소지품 몇 가지를 여기에 두고 간 듯했다. 그녀는 시언이 수업 시간마다 손에 들고 뭔가를 그리고 있는 것을 봤지만, 한 번도 그가 무엇을 그렸는지 직접 확인한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이번에야말로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기회였다.호기심이 가득한 그녀는 스케치북을 꺼내 펼쳤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그림들을 보고 그대로 멈춰 섰다.스케치북에는 약 열다섯 장 정도의 인물 스케치가 있었다. 놀랍게도, 모든 그림의 주인공은 아심이었다.아심이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표정, 아이들과 정원에서 노는 모습, 의자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옆모습까지...모든 그림의 선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했고, 구도는 빈틈없이 완벽했다. 각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61화

    “어. 직원이 말하길, 네가 막 떠났다고 하더라고.”“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요?”“너무 늦었으니 집으로는 가지 말고, 전에 머물렀던 저택으로 가죠.”강아심은 시간을 확인했다. 밤 9시, 확실히 꽤 늦은 시간이었다. ...저택에 도착하자, 강시언은 아심을 안은 채로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2층 침실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불이 켜졌지만, 아심은 손을 뻗어 그 불을 꺼버렸다.침실은 넓고 고요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이 그림자를 만들었고, 어둠 속에서 둘 사이의 긴장감과 온도가 빠르게 고조되었다. 아심의 셔츠 단추가 하나씩 풀어지며 드러난 그녀의 쇄골과 옥처럼 빛나는 피부는 시언을 더욱 사로잡았다. 그녀는 시언의 강인한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싼 채,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 씻어야 해요.”“응.” 시언은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답하며, 아심을 욕실로 데려갔다. 욕실에 들어가자 그는 셔츠의 단추를 단숨에 뜯어내며 아심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아심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숨을 고르고, 살짝 깨문 입술 사이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반쯤 감긴 눈은 달빛보다도 더 매혹적이고 아릿했다.그 밤은 길었다. 아심은 처음으로 동이 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 모두 강언의 품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녀의 감정과 감각은 더없이 충만했다....다음 날, 아심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아심은 눈을 깜빡이며 반사적으로 옆을 돌아봤지만, 시언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당황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거실에서 그의 전화 통화 소리가 들려왔다.시언도 막 일어난 듯했다. 아심 옆자리의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실로 나가 전화를 받는 것 같았다.햇살이 따뜻하게 창을 통해 들어와 짙은 회색 침대 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심의 벌거벗은 어깨에도 햇빛이 내려앉아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몸이 나른하게 풀린 아심은 반쯤 감긴 눈으로 침대에 누운 채 생각했다. 이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60화

    달빛이 강시언의 눈썹과 얼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시언의 모습을 더욱 고귀하고 깊이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삼각주의 일은 이미 시경 걔네들한테 맡겼어. 난 본국으로 돌아왔고. 물론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야.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내가 나서야겠지만.”아심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눈동자에 작은 기쁨이 스며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이에요?”“물론이지. 내가 거짓말하겠어?”아심의 마음속에서 억누를 수 없었던 환희가 점점 커져갔다. 그녀의 눈은 밝게 빛났고, 붉은 입술은 매혹적으로 빛나며 시언을 뜨겁게 바라봤다. 시언은 아심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아심은 한껏 들뜬 마음속에서 약간의 이성을 찾아냈다. 그녀는 살짝 몸을 뒤로 젖히며 눈썹을 살짝 올려 물었다.“당신이 떠나지 않겠다고 결정한 건 언제부터였죠?”시언은 굳게 다문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심의 얼굴에서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화가 난 기색으로 변해갔다.“이번에 돌아오기 전에 이미 결정한 거죠? 그런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시언이 은퇴를 결심한 것은 분명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돌아오기 전에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오랫동안 아심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아심은 최근의 갈등과 고민이 떠올라 더욱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언을 밀어내며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시언은 긴 팔로 아심의 허리를 끌어안아 다시 품에 안으며 말했다.“고의는 아니었어.”방금까지 울었던 아심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머물러 있었다. 붉어진 눈꼬리는 그녀의 화난 표정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다.“아니라고요? 이게 어떻게 고의가 아니에요?”아심은 힘껏 시언을 밀어냈지만, 그는 손쉽게 아심의 손목을 붙잡고 품에 가둔 채 놓아주지 않았다. 이에 시언은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59화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 선율에 실린 애잔한 사랑 노래가 밤을 더욱 고요하고 쓸쓸하게 만들었다. 강아심의 눈에는 언제나 강시언이 있었고, 그의 모습은 늘 아심의 시선 끝에 있었다.아심은 시언을 꼭 끌어안고,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가 살짝 쉰 채로 말했다.“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해요!”오랫동안 감춰왔던 마음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잔잔하게 흘러가던 물이 끝없이 휘돌아 결국 마음을 강하게 휘감고 넘쳐흐르는 듯했다.“예전엔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설날에 당신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을 때부터, 나는 점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어요.”“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했어요.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가족의 사랑을 느끼려고, 자유로운 미래를 꿈꾸려고요.”“그런데 왜 결국엔 이 모든 게 당신 하나를 이기지 못하죠?”모든 것을 잃었을 때, 시언은 아심의 전부였다. 모든 것을 얻었을 때조차, 그는 아심의 전부를 초월했다. 이 세상에 모든 아름다움을 소유한들, 시언이 없다면 아심의 인생에는 기쁨도, 의미도 없었다.시언은 아심의 울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등에 스며드는 눈물을 느꼈다. 마음이 찌르듯 아파와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다.“아심아...”하지만 아심은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절망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사랑해요. 하지만 정말로 미워요. 왜 나에게 도망칠 길 하나조차 남겨주지 않았나요? 왜, 단 하나도!”어두운 밤 속, 시언의 눈동자는 깊은 바다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저음으로 물었다.“그래도 떠날 거야?”아심은 시언의 등에 머리를 기댄 채 고개를 저었다. 울음을 참고자 했지만 묵직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여기 강성에서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1년이든, 2년이든, 당신이 언제 돌아오든 나는 여기 있을 거예요.”정월 대보름 그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아심 스스로 찾았다.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 아심은 시언을 사랑했다. 이 사랑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58화

    강시언은 오후 네 시가 되도록 강아심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도도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도도희는 아심이 운성으로 갔다는 사실을 전했다.시언은 아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받지 않았다. 그동안 비교적 침착하던 강재석마저 걱정하기 시작했다.“길이 아무리 멀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아야 하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시언은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에 강재석은 뒤에서 당부했다.“아심을 만나거든 꼭 내게도 알려라.”시언은 가볍게 대답했다.“알겠어요.”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시언은 문밖으로 나갔다. 오석이 방으로 들어와 강재석에게 차 한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어르신, 오늘의 바둑은 좀 난잡해 보이네요.”강재석은 바둑판 위의 돌들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마음이 복잡하니, 바둑이 난잡하지 않을 수 있겠나.”오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아직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요?”강재석은 잠시 바둑판을 주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판은 이미 짜여 있어. 어떤 상황이든 계속 두어야 해. 끝까지 두다 보면 반드시 돌파구가 있을 거야.”...하늘이 점점 어두워지자 서점에도 손님이 줄어들었다. 아심은 마지막으로 서점을 나서며 책 두 권을 계산했다.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밝게 말했다.“혼자 오셨나요? 제가 저녁 식사 대접할게요. 이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곳을 알아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고마워요. 하지만 다음에 먹죠.”돈을 지불한 뒤 책을 가방에 넣으며 직원에게 말했다.“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좋아요. 다음에 또 오세요!”“안녕히 계세요.”서점을 나온 아심은 저물어가는 황혼 속 긴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져 있었고, 곧 어둠이 깔릴 듯했다. 그녀는 만나야 할 사람을 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골목을 빠져나와 거리에서 무의미하게 산책을 하던 아심은 문득 자신이 왜 이곳에 계속 머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57화

    강아심이 운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 무렵이었다. 하지만 강씨 저택으로 향하던 중, 그녀는 갑작스럽게 마음이 흔들렸다.도로 옆에 차를 잠시 멈추고 고민한 뒤, 아심은 차를 다시 움직여 차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는 운성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고즈넉한 고장을 향해 운전하기 시작했다.약 두 시간에 걸친 이동 끝에 아심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천천히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볐다. 대부분은 젊은이들로, 배낭을 메거나 카메라를 들고 마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마을은 산과 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여름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마을 안은 청량하고 상쾌했다. 강아심은 깨끗해 보이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은 뒤,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정오의 햇살 아래 깊고 조용한 골목은 한결 평온했다. 이따금 떠도는 햇빛과 그림자 속, 누군가의 고양이가 담장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담장 위의 꽃잎 하나가 떨어져 이끼 낀 벽돌 구석에 내려앉았다.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서점. 서점 뒤뜰의 붉은 담장 위로 장미꽃 몇 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꽃향기는 골목 특유의 습한 공기와 어우러져 은은하게 퍼졌다.서점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강아심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몇몇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책을 정리하던 직원이 소리가 나자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어서 오세요!” 직원이 인사하며 웃고는 아심의 얼굴을 알아보는 순간, 놀라움과 기쁨이 그녀의 눈에 스쳤다.“아, 손님이시네요!”아심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직원은 연한 하늘색 멜빵 청바지와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그녀는 책장을 정리하던 사다리에서 내려오더니 아심의 앞으로 다가와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올 줄 알았어요!”아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렇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56화

    그날 밤, 강아심은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웠지만, 뒤척이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딘가 풀리지 않은 매듭이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밤이 깊어지며 바람이 일었고, 폭우와 천둥, 번개가 이어졌다. 새벽녘이 되자 비가 조금씩 잦아들었다.도도희는 이른 아침에 조깅하러 나가는 습관이 있었지만, 이날은 비 때문에 늦게 일어났다. 문을 열자마자 이미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려는 아심과 마주쳤다.“운성으로 가는 거니?”이에 아심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작별하려고요. 내일 공항으로 가기 전에 돌아올게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잘 다녀와. 아침은 먹고 가는 게 어때?”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가는 길에 먹을게요.”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도경수는 아심이 강시언을 배웅하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딱히 뭐라고 하지 않고, 다만 길에서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아심이 떠나자, 도경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둘 다 내일 떠날 텐데, 왜 시언이 우리 아심일 배웅하지 않는 거야?”도도희는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그렇게 따지지 마세요. 아심이가 행복하면 되는 거잖아요.”도경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아심이가 삼각주로 끌려가 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그건 내가 절대 못 봐!”도도희는 웃으며 답했다.“그럴 일 없으니 안심하세요. 자, 이제 밥 먹으러 가요.”그러나 도경수는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아심인 아침도 못 먹고 나갔는데, 날씨도 안 좋은데 내가 가지 말라고 막았어야 했는데. 시언은 늘 여유로우니 우리도 좀 참을 수 있었잖아!”도도희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운성, 강씨 저택.강재석은 아침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집사인 오석이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어젯밤에 도련님 방의 불이 밤새 켜져 있었습니다.”강재석은 고개를 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얼굴엔 걱정의 기색 없이 여전히 온화한 미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955화

    아심은 눈에 은은한 빛을 띠며 성연희를 바라보았다.“연희야, 고마워.”연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내가 괜히 참견했다고 화내지만 않으면 됐어! 저기 가서 새 친구를 사귀더라도 우리를 잊으면 안 돼.”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절대 잊지 않을 거야.”그날 저녁아심은 이전에 살던 집에 잠시 들렀다. 파티를 마친 후 한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아 방 안은 이미 얇은 먼지로 덮여 있었다.소파 위에는 강시언의 셔츠가 놓여 있었다. 며칠 전 밤, 세탁소 직원이 가져가 깨끗이 세탁한 후 다시 배달해 놓은 것이었다.강심은 그 옷을 옷장에 다시 걸어두었다. 옷장에는 남성용 셔츠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한참 후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대신 가슴 한켠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가져갈 물건들을 정리한 후, 그녀는 발코니로 나갔다.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두 권의 책과 고즈넉한 설에 갔던 서점에서 소녀가 건넨 엽서가 놓여 있었다.아심은 책을 들어 첫 페이지를 펼쳤고, 거기엔 남자가 힘 있게 써놓은 글씨가 있었다.강아심 2월 3일, 인가마을특색거리책을 내려놓고, 그녀는 밖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강성에 처음 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무수한 밤들, 아심은 늘 이 자리에서 강성의 밤을 바라보았다.고요하거나, 떠들썩하거나, 혹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거나, 아니면 별빛이 찬란한 밤들. 하지만 아심은 늘 방관자처럼, 조용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봤다.그러나 시언의 등장으로, 그 후의 밤들은 전과는 다른 감정들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심은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했지만, 머릿속의 그 기억은 금세 사라져 잡을 수가 없었다.유리창에 비친 아심의 얼굴은 미간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마치 투명한 유리벽 속에 갇힌 포로처럼, 어떻게 이 족쇄를 깨부술지 고민하는 듯했다.‘떠나는 것이 해답일까?’아심은 창문 앞에 오래 서 있다가 테이블 위의 책과 엽서를 모두 여행 가방에 넣었다.도씨 저택으로 돌아오자 도도희는 거실 밖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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