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원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 이거 널 걱정하는 게 아니야!”임구택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청아랑 헤어졌으면서 왜 그 사람 걱정해?”구택의 뼈를 때리는 말에 시원이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요요야.”구택은 못 믿겠다는 듯 말했다. “요요가 청아의 딸이니까 걱정하는 거겠지?”계속 도발하는 구택에 시원이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 “임구택, 계속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사이가 굉장히 껄끄러워질 수 있어.”이에 구택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음, 내가 보기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네가 나한테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장난 그만하고 진지하게 말해봐. 내가 듣기로 이진혁이 강성 곳곳에서 사람을 동원해 너를 대항하려고 한다는데, 여기가 강성임을 잊은 것 같더라.”구택이 어두운 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번에는 그 사람도 교훈을 얻게 될 거야.”시원이 구택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고, 그럼 끊는다.”“어 끊어.”구택이 전화를 끊고 바로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아침, 준비된 ‘서프라이즈'를 이진혁 와이프에게 보내.”명우는 무덤덤하게 지시를 받아들였다. “네.”...다음날 임씨 저택에서아침 일찍, 하인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공손하게 보고했다. “어르신, 손님이 오셨습니다.”임시호는 손에 든 신문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손님?”“네, 경성에서 오셨답니다.”임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서재로 안내해.”“네, 알겠습니다.”하인은 응답하고 물러났고 임시호는 신문 절반을 읽은 후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가 보니, 이진혁은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차도 반 잔 마셨지만, 참을성이 없는 표정은 드러내지 않고, 드물게 인내심을 보였다. 그리고 임시호가 들어오자 바로 일어나며 인사했다. “아저씨!”이에 임시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혁?”“맞아요, 저희는 한 번만 만났었는데, 아저씨께서
이진혁은 사건의 경과를 대략 설명하면서 특히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 King은 자신이 약간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며, 선유를 무시했어요. 선유도 화를 잘 내는 편이라, 사람을 시켜 글을 하나 올렸죠.”“그 King이 어떻게 했는지 구택 씨한테 가서 나서주길 바랐고, 구택 씨는 충동적으로 제 딸을 데려가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했어요.”“아저씨, 우리 두 집안은 세대를 이어 온 친구 사이고, 몇 년 동안 사업에서도 많은 협력을 해왔어요.”“그리고 새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예정인데,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양쪽 모두 많은 준비를 했고요.”“지금 구택 씨가 King 때문에 화를 내면서 협력까지 중단했는데, 이는 양쪽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에요!”이진혁은 임씨 집안이 디자이너 하나를 중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구택과 King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했다. 그리고 임시호가 구택이 여자 때문에 집안의 사업을 뒤로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하지만 임시호는 이진혁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구택이가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야.”뜻밖의 말에 이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저씨, 그게 무슨 뜻이죠?”임시호가 이진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강성에서 누구든 건드려도 되지만, 소희만은 안 돼.”“심지어 구택 본인을 건드려도 내가 설득할 수 있지만, 소희를 건드리면 구택의 요구대로 해야 해. 다른 얘기는 소용없어.”“혹시 그 소희라는 사람이 구택 씨에게 어떤 사람인가요?”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 이진혁이 묻자 임시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택의 와이프야.”충격적인 소희의 신분에 이진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구택 씨가 언제 결혼했나요? 처음 듣는 얘기라 전혀 몰랐네요.”“두 사람은 혼인신고 했지만 아직 결혼식은 하지 않았어. 결혼식을 할 때 이씨 집안에 청첩장을 보낼 거야.”“꼭 갈게요!”하지만 임시호의 얼굴이 조금 더 심각해졌다. “소희는 평소에 사람을 건드리
이진혁은 자신이 여자에게 사준 집과 차에 대한 자료와 함께, 그 여자가 자신을 위해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뒤져보았다. 그러더니 이진혁의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이걸 언제 알아낸 거야?”“이진혁, 이 개자식아, 평소에 네가 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를 건드리든 나는 못 본 척, 모르는척하고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어.”“근데 네가 감히 나를 속이고, 사생아까지 만들었다고?” 한유선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그래서 선유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였네. 거의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선유를 구하지 못한 건, 당신이 일부러 구하지 않았던 거였어!”“임씨 집안 사람들이 선유를 죽이길 바라면서, 네가 바깥에서 만든 그 개자식이 이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게 하려는 거였어!”“이진혁, 내가 너한테 경고하는데, 선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이 몇 년 동안 네가 내 손에 쥔 비리가 얼마나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어. 네가 나와 선유를 배신한다면, 나는 너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거야!”“유선아, 내 말 좀 들어봐. 이런 상황에서 이 자료들을 갑자기 찾아낸 게 이상하지 않아?” 이진혁이 서둘러 설명했다.“이상하다고 해서 뭐 어쩔 건데?”한유선이 테이블 위의 사진을 집어 이진혁의 얼굴에 내던졌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이진혁의 얼굴에는 사진에 의해 긁힌 상처가 나타났고, 되레 화를 내며 말했다. “미쳤어?”“당신이 감히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한유선이 달려들어 이진혁을 때리고 할퀴었다. “이진혁,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유선아, 좀 진정해!”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진혁의 비서가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 “사장님, 긴급한 전화가 왔습니다.”“누구야?” 이진혁이 잠시 한유선을 밀어내고 물었다.“진씨 집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장님. 그쪽 사장님께서 전화하셔서 소희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어요.”“진씨 집안 소희를
점심때, 이선유의 소셜 미디어에 한 통의 공지가 올라왔다. King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한 것에 대한 앙심을 품었다고. 그래서 기사 작성자를 사주해 King에 대한 허위 정보를 만들어 퍼트려 소희의 명성과 미래를 망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글에서는 선유가 King을 끌어내리기 위해 고의로 조작하고 비방했으며, 심지어 King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소문에 불과했다고 했다. 또한, King이 자기 부모님과 동생을 해쳤다는 폭로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선유는 며칠간 King이 온라인에서 비난받는 것을 보며 마음이 괴로웠고, 그래서 진실을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순간적인 충동으로 King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King의 용서를 구했다. 공지가 발표되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고, 이전에 게시글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면박당했고, 선유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맹목적으로 따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피해자가 무고한지 여부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반면 King의 팬들은 기분이 좋아져 한바탕 즐겼다.[선유가 King의 인기를 끌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건 아닐까 의심스러워.] [King이 이번 루머에 나서지도 않았잖아, 그런 사람을 상대로 시간 낭비하지 않는 다는 거야!][앞으로 아무도 King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네. 예전처럼 조용히 살면서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소희가 낮잠에서 깨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을 깨울 때, 성연희가 보낸 선유의 사과문 링크를 받았다. 소희는 링크를 열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곧이어 연희가 전화를 걸어왔다.“소희야, 임구택이 선유를 찾아간 거야?” 연희는 이전에 김영이 노명성에게 선유를 구하러 오라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선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건가?’
소희는 머리를 숙이고, 고운 손끝으로 탁자 위의 무늬를 쓸며 부드럽게 말했다. “회의 중이야?”“아니, 왜?” 임구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보고 싶어서.” 소희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퇴근할 때 너 마중 나갈까?”구택은 잠시 침묵했다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이렇게 나를 챙겨주니 좀 어색하네.”이에 소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받아들일 준비나 해.”“알겠어!” 구택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다.“그럼 일해, 나 나중에 갈게!” “빨리 와.” “응.”소희는 전화를 끊고 곧장 옷을 갈아입고 구택을 만나러 나섰다....이선유의 사과 공지가 올라온 후, 이진혁의 비서들은 신라호텔의 한 방에서 선유를 만났다. 선유는 성연희에게 한바탕 혼이 나고, 명우에게 끌려간 후,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있었다. 아무도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고, 음식과 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밤낮을 구분할 수 없게 된 선유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이진혁의 부하들이 선유를 찾았을 때, 선유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리는 엉망이었고, 창백한 얼굴에 몸에는 배설물까지 묻어 있었다. 이진혁은 빛나던 딸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에 치를 떨었지만, 구택이나 소희에게 화풀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서둘러 경성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 또 다른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을 피워 여자와 사생아가 있는 사실이 드러났고, 임씨 그룹과의 새 프로젝트 협력도 중단됐다. 게다가 강성의 채씨, 조씨, 오씨 가문도 모두 이씨 집안과의 사업을 취소했다. 그랬기에 이씨 집안의 손실은 헤아릴 수 없었다....임씨 그룹에서는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진우행과 구택이 새 계획을 논의한 후, 우행이 소희가 디자인 작업을 하는 소파 쪽을 바라보며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퇴근하시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다시 수정하도록 하고, 내일 회의에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이에 구택이 시간을 확
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사장님이 나를 위해 한 일에 대해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나요?”소희의 말에 설아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소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설명이 필요하죠?” 구택이 설아를 흘끗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설아는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았고 자신도 모르게 등을 곧게 펴며, 약간 쉰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소희가 걱정돼서요.”하지만 구택은 차가운 눈으로 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은 지혜롭지 못하고, 이익 앞에서는 물불 안 가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소설아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설아는 구택이 자신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말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소희가 소씨 집안으로 돌아온 날부터, 저는 친동생처럼 여겼어요.”소희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설아의 거짓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고 일부러 구택의 앞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구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힘들었을 테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세요.”Kally가 옆에서 신이 나서 말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소희는 Kally에게 미소를 지으며, 설아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고, 자연스럽고 친밀하게 구택의 팔을 잡고, 몸에 기대며 말했다. “화진 언니가 말하길 지민수 오빠가 요즘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기대하지 마. 걔는 자기 요리에 매우 까다로워서, 때로는 두 달 동안 반복해서 연구해야 만족스러워해.”“장인정신이 담긴 작품이라면 더욱 기대되지!” 소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구택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해, 평소와는 다른 사람처럼 들렸다. 설아는 그들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마음속에 강렬한 질투심이 솟구쳤다. 그래서 설아는 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들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것을 본 후에야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응.” 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구택은 소희의 눈을 응시했고, 눈에 웃음과 함께 자기만이 담겨있음을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오늘은 주말이 아니있기에 남월정의 손님이 평소보다 적었다. 그랬기에 한가한 화진이 그들과 함께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화진은 소희를 위해 새로 말린 국화차를 우려냈다. 창밖의 국화 나무는 추석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푸르렀고, 바람이 불 때마다 몇 송이의 국화가 목제 창문 위로 날아와 온 집안에 은은한 국화 향기를 퍼뜨렸다.민수의 새로운 요리가 연구되었는데, 그것은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곱, 여덟 단계를 거쳐야 나오는 채식 요리였다. 그리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맛은 굉장히 훌륭했다.식사 후, 소희는 마당에 나가 토끼에게 먹이를 주었고, 구택은 소희 옆에 앉아 채소 잎을 건네주었다.“토끼를 이렇게 좋아한다면, 집에서도 두 마리를 키우자.” 구택의 제안에 소희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집에서 토끼를 키운다고? 매일 두 마리의 사나운 개들이 있는데? 토끼들의 기분은 어떨 거 같아?”진지하게 얘기하는 소희의 말에 구택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토끼는 겁이 많다던데!”“맞아, 토끼는 겁이 많아서 쉽게 놀라 죽을 수 있어.”소희는 손에 든 채소 잎을 토끼 두 마리에게 주면서 물었다. “그 포스팅에서 말한 대로, 그 일이 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어?”훅 들어오는 질문에 구택은 잠시 당황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믿어, 한 마디도 믿지 않아.”이에 소희의 시선은 멀리 뻗어 있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양부모님의 죽음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밤, 그들은 팔려고 했던 야생 버섯의 줄기를 깨끗이 다듬으라고 했어.”“그렇지 않으면 저녁을 먹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었어. 나는 밤 10시까지 계속해서 그 일을 했고, 손은 얼어붙어 부어오르고 빨갛게 될 정도였고.”“결국 가위를 잡을 수 없게 되자, 버섯을 담은 나무 상자에 기대어 잠이 들었었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씨 집안이 경성에서의 지위가 하늘을 찌를 정도는 아니야. 게다가 최근에는 이진혁도 다른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어.”“어쩌면, 이씨 집안이 몰락할지도 모르지!”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빛을 눈에 담았다. “당신은 항상 나를 도와주는데, 난 별로 해준 게 없네. 내가 필요하면 꼭 말해줘.”구택은 손을 들어 소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임씨 집안의 흥망성쇠에 너도 책임을 지고 있잖아.”“너에게 일이 생기면 집안 사람 전체가 널 위해 움직이는 게 당연해.”“그러니까 도움을 받았다 그런 말은 하지 마, 당연한 거니까.”이에 소희는 미소 지으며 구택의 어깨에 기대었다. “알겠어, 기억할게.”구택은 소희를 안아주며 소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앞으로 소희와 함께 걸어갈 날들이 구택을 굉장히 뿌듯하게 하고 기대되게 만들었다....다음 날 아침, 소정인은 회사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소정인의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자 진연의 전화임을 알아보고 받았다. 곧이어 진연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뉴스 봤어요? 이진혁이 바람피운 사실이 터져서 지금 집안이 난리가 났대요. 지금 인터넷이 뒤집어지고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고 있어요.”“이진혁의 아내가 인터넷에 실명으로 이진혁이 이전에 저지른 불법과 비리를 고발했는데 이진성이 망할 것 같아요!”갑작스러운 소식에 소정인은 놀라서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인데?”진연이 서둘러 대답했다. “한 시간 전에 터졌고 지금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어요.”재벌 가문의 큰 이슈는 일단 터지면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법이다. 한 시간이 지난 지금, 모든 댓글이 한쪽으로 치우쳐 이진혁을 비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와 딸을 버리고 불법을 저질렀다고 이씨 집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이에 소정인은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몇 번 클릭했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씨 가문이 강성에 돌아온
두 사람이 대화 중이던 중, 이반스가 측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도희를 보며 놀란 듯 물었다.“도도희, 바둑을 두고 있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도도희는 어릴 적부터 바둑을 잘 뒀지. 학교 다닐 때 상도 받았었다고. 정말 대단했어!”이반스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과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배우고 싶어요!”도도희는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넌 바둑보단 오목을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아.”이반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도도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오목이 더 어려워. 너의 높은 지능에 딱 맞을 거야.”이반스는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고마워, 도도희!”강재석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크게 웃었다....양재아는 요즘 매일 늦게 귀가했다. 이날도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 강재석과 도도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물었다.“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도도희는 대답했다.“서재에 계셔.”재아는 거실 옆의 작은 서재로 향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안쪽의 모습을 보았다.도경수와 강아심은 커다란 화판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크고 작은 붓과 각종 채색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도경수는 가끔 아심의 붓질을 살펴보며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그의 눈에는 뿌듯함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은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재아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속이 쓰리고,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 나와버렸다.잠시 뒤, 도도희는 밤참을 들고 서재 문을 열며 들어왔다.“이제 그만하고 쉬세요. 너무 늦었어요.”도경수는 얼굴 가득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재희는 정말 재능이 있어! 너랑 똑같아!”도도희는 딸을 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역시 혈연은 속일 수가 없네요.”아심의 얼굴 한쪽에는 물감이 살짝 묻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생기 있고 사랑스럽게 보였다.“할아버지가 훨씬 대단하세요! 오
집에 도착하자 도도희가 직접 부엌에서 음식을 데우고 있었다.도경수는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반가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말했다.“왜 맨날 야근이야? 회사에 직원들 많다며. 그 사람들이 일을 안 해?”도도희가 다가오며 말했다.“직원들은 직원들 할 일이 있고, 사장님은 사장님 할 일이 있죠. 아버지는 그만 신경 쓰세요. 우리 재희가 알아서 잘할 거예요.”아심도 따뜻하게 웃으며 설명했다.“오후에 일이 조금 밀려서 늦었어요. 다음엔 조심할게요.”“일단 가서 저녁 먹자.”도도희가 강아심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이끌었다. 도경수는 따라가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서재로 돌아가 강재석과 함께 차를 마시러 갔다.식탁에서는 도도희와 강아심이 마주 앉았다. 도우미들이 음식을 차려 놓고는 자리를 비워, 두 사람이 조용히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아심은 놀라며 물었다.“엄마도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응, 네가 혼자 먹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랑 다른 분들 먼저 먹으라고 했어. 난 네가 오길 기다렸다 같이 먹으려고.”도도희는 딸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이 족발 요리는 내가 한 거야. 한 번 먹어봐!”아심은 가슴이 따뜻해지며 한 입 먹고 미소를 지었다.“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요.”“내가 요리를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자신 있는 메뉴는 있지. 앞으로 내가 다 해줄게.”아심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우리 같이 요리해요. 제가 엄마한테 배울게요.”두 사람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아심은 무심코 물었다.“오늘 시언 씨는 안 보여요. 안 왔어요?”도도희는 대답했다.“아까 아저씨가 그러시는데, 시언이 오늘 바빠서 집에 안 온다고 하더라.”그녀는 아심을 보며 물었다.“시언이 네게 말 안 했어?”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저도 오늘 너무 바빴어요.”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도도희가 강아심에게 말했다.“예전에 그림 배우고 싶다고
강아심은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자신의 차를 찾으려 했다. 택시에 앉아 있던 그녀는 문득 오늘 점심 원래는 고객과 미팅이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아심은 급히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고객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었기에, 태도가 매우 너그러웠다.[사과할 필요 없어요. 레스토랑 밖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다 알고 있어요.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으셔서 다들 걱정했어요. 괜찮아요?]“네, 괜찮아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그녀는 몇 마디 더 예의를 차린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그중에는 강시언의 전화도 포함되어 있었다....자신의 차를 찾은 뒤 회사로 돌아오자 곧바로 퇴근 시간이 되었다. 사무실에 앉아 오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던 아심은 이 모든 일이 참으로 절묘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권수영은 분명 지승현과 양재아를 이어주기 위해 그들을 레스토랑으로 불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승현이 우연히 마주쳤다.그 후에 차량이 승현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 차량은 명백히 승현을 노리고 있었고, 그의 동선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승현을 해치려 한 사람은 그와 가까운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승현을 레스토랑으로 부른 사람은 권수영이었다. 그러나 권수영이 자기 아들을 해치려고 했을 리는 없었다. 만약 승현이 목적이라면 재아까지 그 자리에 부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최근 승현은 회사를 인수하며 내부의 적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반감을 샀다. 회사의 복잡한 세력 다툼 속에서 그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아심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문제가 골치를 아프게 했다. 바로 시언이 화가 난 문제였다. 아심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끊겼고, 시언은
양재아는 권수영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권수영은 병실에 들어가 지승현의 상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화가 치밀어 올라 강아심을 향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강아심 씨, 대체 언제까지 우리 아들을 괴롭힐 거예요? 헤어졌다면서 왜 아직도 우리 승현이를 붙잡고 있는 거냐고요?”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아심을 향해 계속 비난을 퍼부었다.“얼굴 하나 믿고 여기저기 남자를 꾀고 다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병원이라는 장소에서 시끄럽게 싸우고 싶지 않았던 아심은 권수영과 언쟁을 벌이기보다 돌아서서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권수영은 포기하지 않고 아심을 쫓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층 더 공격적인 어조로 경고를 쏟아냈다.“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승현이의 여자 친구는 재아예요. 그러니 당신 다시는 치사하게 달라붙지 마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당신 같은 여자가 우리 아들을 꾀려고 한다는 걸 온 강성에 소문내서, 여기서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예요!”권수영 뒤에서 재아는 일부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경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주머니, 무슨 일이 있으면 차분히 말하세요. 폭력을 휘두르지 마시고, 이분의 손을 놓으세요!”권수영은 경찰의 말에도 아심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비웃으며 말했다.“이 여자는 천하의 나쁜 여자예요! 쓰레기 같은 여자라고요!”그 말에 아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권수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힘을 주자 권수영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고통스럽게 손을 놓았다.아심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양재아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당신의 모욕을 참고 있는 건 내가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에요.”“당신은 정말로 웃음거리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말다툼하는 건 제 시간 낭비라고 생각돼서예요.”권수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아심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경찰이 재빨리
재아는 시언의 냉랭한 시선을 받자, 등골이 오싹해졌다.자기 말에 허점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시언이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불안감이 밀려왔다.검사실 밖시언이 검사실에 도착했을 때, 아심은 문밖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언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뒤늦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시언은 아심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팔에 약간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아심이 먼저 물었다. 시언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날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지?”아심은 잠시 멈칫했다. 곧바로 그날 저녁 그의 별장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시언은 그녀에게 다시는 승현과 얽히지 말라고 했었다.아심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일 외에는 사적인 연락은 없었어요.”시언은 아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건 아니겠지?”아심은 그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시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하려던 찰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검사 끝났어요. 보호자 분, 빨리 오세요!”아심은 시언을 한 번 바라본 뒤, 검사실로 향하는 침대로 먼저 달려갔다. 시언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가운 기운이 마음속 깊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시언은 재아의 이간질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아심은? 승현이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아심은 간호사들과 함께 승현을 검사실에서 병실로 옮겼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복도를 살피며 시언을 찾았지만,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속에서 차오르는 불안을 애써 누르며, 그녀는 승현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잠시 후, 의사가 결과를 들고 와 말했다.“다행히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진 것 말고는 내장이 다치지 않았어요. 머리 외상으로 출혈이 많고 가벼운 뇌진탕이 있지만,
양재아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자리에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선 급히 택시를 잡아 아심이 타고 간 차량을 따라갔다.병원에 도착하자 재아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다섯 번, 여섯 번 울렸을 때까지 상대가 받지 않아 그녀는 체념하려던 순간,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재아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말했다.“시언 오빠, 큰일 났어요. 빨리 병원으로 와 주세요!”시언이 물었다.[무슨 일이지?]재아는 다급히 말했다.“아심 씨랑 지승현 씨가 차에 치였어요. 둘 다 병원에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재아는 상대방의 숨소리가 잠시 멈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다급하고 불안했다.[어느 병원이지?]재아는 병원 이름을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시언은 전화를 끊었다.시언은 최대한 빠르게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심에게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그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20분 후, 시언은 병원에 도착해 바로 프론트로 갔다.“30분 전쯤 교통사고로 남녀 한 쌍이 이 병원에 실려 왔나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프론트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잘 모르겠네요. 다른 데 물어보세요.”시언의 목소리가 조금 쉰 듯, 서늘하고 날카로웠다.“그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직원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꽤나 긴장시켰고, 그녀는 얼른 말했다.“바로 확인해 드릴게요!”프론트 직원은 최근 접수 기록을 찾아 시언을 승현과 아심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응급실 안에서, 의사들은 지승현의 출혈을 멈추고 붕대를 감으며 각종 검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의사 중 한 명이 물었다.“가족분은 오셨나요?”아심이 급히 대
고객은 지승현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넨 뒤 먼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고 하길래, 너도 부른 줄 알았어.”아심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너희 어머니와 이미 다 얘기 끝낸 거 아니었어?”승현 역시 의아한 듯 대답했다.“그렇지, 이미 어머니께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했어. 그런데 어머니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아심은 양재아가 지아윤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며, 승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재아가 너희 어머니랑 아윤과 가깝게 지내고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승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친어머니와 지아윤의 계략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재아와 결혼하라는 그들의 요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레스토랑 안에.재아는 창문 너머로 승현과 아심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심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아심이 승현의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폭로할까 봐 마음이 불안해졌다.재아는 초조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어, 정말 우연이네요!”재아는 승현의 옆으로 다가가 친근한 척하며 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심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고, 승현은 즉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도재아 씨,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승현이 아심의 앞에서 자신을 도재아라고 부르자 재아는 순간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승현 씨 어머니가 저를 여기로 부르셨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마치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승현 씨도 어머님이 부르신 건가요?”승현은 상황을 곧바로 이해했고, 그의 표정은 차갑고 딱딱해졌다.“마침, 저도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오늘 만난 김에 제대로 얘기 나누죠.”재아는 지승현이 자신을 거절하려는 것임을 직감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얼굴에는 억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좋아
오늘 강아심은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 분명 지승현이 정보를 흘려 미리 아심에게 알렸을 것이었다.‘나를 회사에서 해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과 짜고 집안사람을 괴롭히다니.’순간, 지아윤의 마음속에서 승현에 대한 증오가 아심에 대한 분노를 훨씬 뛰어넘었다.아윤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복수할 것이었다....양재아는 출근길 내내 심란했다. 권수영의 생일이 지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권수영은 여전히 친절하고 다정했다.심지어 예전보다 더 정성스럽게 대해줬지만, 정작 승현은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특히 오늘 아침 받은 그 전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잠시 고민한 뒤, 재아는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아 씨, 출근했어요?]권수영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재아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출근했어요.”권수영은 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아침에 보내주신 옷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사모님.”[고맙긴. 곧 우리도 한 가족이 될 텐데, 내가 재아 씨를 아끼는 건 당연한 거죠.]권수영의 말투는 여전히 따뜻하고 세심했지만, 재아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분은 그날 이후로 저를 전혀 찾지도 않으셨어요. 그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그러니 앞으로는 선물 같은 것도 주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죠.”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재아 씨, 그건 재아 씨가 오해한 거예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집에도 잘 못 들어오고 있어요.][정말로 재아 씨를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게 아니예요. 사실, 옷을 사주라고 부탁한 것도 승현이예요.]재아는 비웃듯 말했다.“정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윤이가 전화해서, 승현 씨가 여전히 강아심과 만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더러 마음을 접으라고 하더라고요.”권수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에만 신경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 강아심은 왠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강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가 우리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지 물으시면, 뭐라고 설명할까요?” 게다가 둘이 같이 돌아왔으니 말이었다. 시언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굳이 설명이 필요해?”아심은 미소를 지었지만, 현관문을 들어설 때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쳤다.거실에는 도경수와 강재석이 여전히 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체스를 두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수는 도우미가 전하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재희야, 또 야근했니?”아심은 강재석에게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네, 굳이 저 때문에 기다리실 필요 없어요.”도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잠이 안 와서 바둑 두고 있었어. 배고프지 않아? 간식 준비해 줄까?”이에 시언이 끼어들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뭐 좀 먹고 왔거든요.”도경수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얼른 가서 쉬거라!”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위로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 다 좋은 꿈 꾸세요!”“그래, 올라가!”재석은 아심을 향해 자상하게 미소 지었다. 아심이 계단을 올라간 뒤, 강시언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저도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도 너무 늦지 않게 주무세요.”...강재석은 두 사람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참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도경수는 잠시 미소를 멈추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가 좋아지는 건데? 그저 같이 야근하고 돌아온 것뿐이야. 너무 앞서가진 말아.”그러나 강재석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그렇게 현실을 외면해 봐. 어차피 아심이는 시언일 좋아해. 막으려 해도 소용없을걸.”도경수는 일부러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내가 막으면 결혼 못 하게 할 수도 있어!”강재석은 바둑판에 돌을 탁 놓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