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부러뜨리고 경찰서로 보내.”임구택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조금의 감정 변화도 없었다.“네!” 이에 이진혁의 얼굴색이 변했고, 아까 단호했던 말투와는 달리 굉장히 부드럽게 얘기했다. “사장님, 제가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됐습니다!”구택은 단칼에 거절했다.“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이선유 씨가 가족을 너무 보고 싶어해서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어요.”“이진혁 사장님,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저희가 이선유 씨를 잘 살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이진혁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화가 났다. “임구택, 당신은 지금 선유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거야!”“폭력이 아니라 돌보는 겁니다.” 구택은 천천히 말했다. “본인 스스로 먹기를 거부했을 뿐, 제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이선유 씨를 강제로 먹일 수는 없잖아요?”하지만 이진혁은 구택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임구택 사장님, 강성이 아무리 본인의 구역이라고 해도, 너무 거만하게 굴지 마세요!”이진혁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구택은 비웃으며 말했다. “이진혁 사장님이 이 정도로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면, 저를 과소평가하신 겁니다.”웃는 얼굴로 섬뜩한 말을 하는 구택에 이진혁의 얼굴색이 변했다. “당신! 도대체 우리 선유한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우리가 이선유 씨에게 보이는 태도는 이진혁 사장님이 이 문제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해결하려는 지에 달려 있습니다!” 구택이 일어서며 차분히 말했다. “이진혁 사장님,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저는 급할 거 하나도 없으니 조용히 사장님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구택은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는데 구택의 모습에서 오만함과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화가 잔뜩 난 이진혁은 습관적으로 또 눈에 보이는 물건을 차고 싶었지만, 발을 뻗자 금실나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 아까 다쳤던 곳이 또 다치자 이진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강성에 온 이후, 모든 것이 이진혁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이때 서빙하
비서도 이해하지 못했다.“모르겠습니다.”“그 소희가 누군지 제대로 조사했어?”“조사했습니다. 그 게시물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사실과 비슷합니다. 소희는 소씨 가문에서 버려진 딸이고, 나중에 디자이너가 되었어요.”이진혁은 이제야 진짜로 골치가 아파졌다. 명우의 전화를 받고 밤새도록 강성으로 달려왔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원래 이 사건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소희가 젊고 예쁜 걸 보고, 임구택이 분노를 참지 못해 선유를 잡아 소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했다고 추측했다.이씨 집안 사람들은 경성에서 일을 할 때 항상 거만했고, 이진혁은 강성에 와서 구택에게 이끌려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강성에 오자마자 소희를 찾아내 소희의 집을 찾아가 구택과 협상할 조건으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람은 잡지 못했고, 자기 사람들은 오히려 다쳤다.자기 구역이 아니라 일을 진행하기가 정말 불편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이진혁은 이 사건이 조금 까다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강성의 주택에서노명성은 집에 간단히 물건을 몇 개 가져오러 갔다가 돌아왔을 때, 김영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봤다. 얼굴이 해볓에 타서 빨갛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았다.“노명성 사장님!” 김영이 차에서 내리는 명성을 보자마자 바로 다가갔다.“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명성이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김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성연희 씨 계시는가요? 제가 몇 마디 말씀드릴 게 있어요.”이에 명성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직 집에 안 왔어요, 들어오세요.”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명성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명성은 재킷을 벗고 조용히 말했다. “무슨 일이죠? 말해봐요.”김영이 조급하게 말했다. “노명성 사장님, 제발 선유를 좀 구해주세요. 선유의 핸드폰이 꺼져 있고, 카카오톡 답장도 없어요.”“선유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그 뒤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그렇게 정확하게 성연희를 추적할 수 있었던 건 김영이 인적 위치 추적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소희가 김영을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본인은 소희가 용병으로 오래 일해서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희는 정말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아니지, 그래도 말이 안 돼.” 연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이선유를 좋아한다면 왜 노명성과 잘되게 도와줘? 넌 삼각관계를 원하는 거야?”연희의 말에 명성이 황급히 고개를 들었고,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에 김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누나, 미안해, 정말 선유를 많이 좋아해서, 선유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어”그제야 연희는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한 표정으로 양손을 만지며 말했다. “대단한 사랑이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눈물겨운 사랑이야! 덕분에 내 시야가 더 넓어진 듯한 기분이다.”연희의 비꼬는 말에 김영은 더욱 부끄러워졌다. “누나, 정말 미안해요, 제발 선유를 놓아줘요!”김영과 선유는 경성에서 만났고, 선유를 좋아해서 강성까지 따라왔다. 선유가 명성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선유와 선유의 사촌 김단이 가게에서 식사를 하다가 연희를 만났고, 선유는 그때 이 황당한 생각을 했다.선유는 김영에게 연희를 유혹하라고 했다. 유혹에 성공하지 못하면 적어도 김영과 연희가 친밀하게 있는 사진을 찍어서 명성과 연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했다. 김영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선유의 애원을 견딜 수 없었고 마음이 약해져서 부탁을 들어주었다.김단과의 관계를 빌미로 연희를 알게 되었고, 그 후로 계속 친구 관계로 연희에게 접근했다. 연희와 접촉하면서 김영은 정말로 연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연희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김영이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선유가 울면, 김영은 또다시 선유를 도와주기로 마
노명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선유가 여기에 왔을 때 난 없었고,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나 봐, 그냥 가져갔어. 그리고 나중에 카카오톡으로 알려줬어.”“걔가 여기까지 당신을 찾아왔어?” 성연희의 눈에는 약간의 날카로움이 스치자 명성은 애써 설명했다,“학교 축제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도움을 청했던 거야.”이에 연희는 피식 웃더니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너희가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하다가는 내가 없을 때 침대까지 가게 되는 거 아니야?”명성은 연희의 조롱에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지만 무덤덤하게 말했다. “연희야, 나는 선유를 좋아하지 않고 너를 배신하지도 않을 거야. 넌 잘 알고 있잖아.”“당신은 선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걔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나?” 연희가 묻자 명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어.”“그렇다면 당신은 선유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여지를 줬던 거네?”“내 목걸이를 가지고 가게 하고, 노래를 고르도록 도와주고, 당신의 프라이빗 룸을 사용하게 하고, 젊은 애와의 미묘한 관계가 재미있었나?”연희의 질책에 명성은 표정이 가라앉았다. “연희야, 너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이씨 집안에서 선유를 챙겨달라고 했으니까 나는 이미 충분히 조심했어.”“이게 조심하는 거야? 조심하지 않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연희는 실망한 듯 명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선유를 구하고 싶으면 구하러 가. 굳이 나 신경 쓰느라 눈치 안 봐도 돼.”“하지만 내가 한 말 기억해. 선유가 소희를 건드리면 나는 반드시 걔랑 끝장을 볼거니까.”연희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고 명성은 바로 따라가 손을 뻗어 연희의 팔을 잡으려 했다. “연희야!”하지만 연희는 빠르게 피하며 몇 걸음 물러섰고, 명성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날 싫어하게 만들지 마.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도 있고, 이별을 선택할
장시원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 이거 널 걱정하는 게 아니야!”임구택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청아랑 헤어졌으면서 왜 그 사람 걱정해?”구택의 뼈를 때리는 말에 시원이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요요야.”구택은 못 믿겠다는 듯 말했다. “요요가 청아의 딸이니까 걱정하는 거겠지?”계속 도발하는 구택에 시원이 조금 화를 내며 말했다. “임구택, 계속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사이가 굉장히 껄끄러워질 수 있어.”이에 구택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음, 내가 보기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네가 나한테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야!”“장난 그만하고 진지하게 말해봐. 내가 듣기로 이진혁이 강성 곳곳에서 사람을 동원해 너를 대항하려고 한다는데, 여기가 강성임을 잊은 것 같더라.”구택이 어두운 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번에는 그 사람도 교훈을 얻게 될 거야.”시원이 구택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고, 그럼 끊는다.”“어 끊어.”구택이 전화를 끊고 바로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아침, 준비된 ‘서프라이즈'를 이진혁 와이프에게 보내.”명우는 무덤덤하게 지시를 받아들였다. “네.”...다음날 임씨 저택에서아침 일찍, 하인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공손하게 보고했다. “어르신, 손님이 오셨습니다.”임시호는 손에 든 신문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손님?”“네, 경성에서 오셨답니다.”임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서재로 안내해.”“네, 알겠습니다.”하인은 응답하고 물러났고 임시호는 신문 절반을 읽은 후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가 보니, 이진혁은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차도 반 잔 마셨지만, 참을성이 없는 표정은 드러내지 않고, 드물게 인내심을 보였다. 그리고 임시호가 들어오자 바로 일어나며 인사했다. “아저씨!”이에 임시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혁?”“맞아요, 저희는 한 번만 만났었는데, 아저씨께서
이진혁은 사건의 경과를 대략 설명하면서 특히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 King은 자신이 약간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며, 선유를 무시했어요. 선유도 화를 잘 내는 편이라, 사람을 시켜 글을 하나 올렸죠.”“그 King이 어떻게 했는지 구택 씨한테 가서 나서주길 바랐고, 구택 씨는 충동적으로 제 딸을 데려가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했어요.”“아저씨, 우리 두 집안은 세대를 이어 온 친구 사이고, 몇 년 동안 사업에서도 많은 협력을 해왔어요.”“그리고 새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예정인데,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양쪽 모두 많은 준비를 했고요.”“지금 구택 씨가 King 때문에 화를 내면서 협력까지 중단했는데, 이는 양쪽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에요!”이진혁은 임씨 집안이 디자이너 하나를 중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구택과 King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했다. 그리고 임시호가 구택이 여자 때문에 집안의 사업을 뒤로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하지만 임시호는 이진혁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구택이가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야.”뜻밖의 말에 이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저씨, 그게 무슨 뜻이죠?”임시호가 이진혁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강성에서 누구든 건드려도 되지만, 소희만은 안 돼.”“심지어 구택 본인을 건드려도 내가 설득할 수 있지만, 소희를 건드리면 구택의 요구대로 해야 해. 다른 얘기는 소용없어.”“혹시 그 소희라는 사람이 구택 씨에게 어떤 사람인가요?”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 이진혁이 묻자 임시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구택의 와이프야.”충격적인 소희의 신분에 이진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구택 씨가 언제 결혼했나요? 처음 듣는 얘기라 전혀 몰랐네요.”“두 사람은 혼인신고 했지만 아직 결혼식은 하지 않았어. 결혼식을 할 때 이씨 집안에 청첩장을 보낼 거야.”“꼭 갈게요!”하지만 임시호의 얼굴이 조금 더 심각해졌다. “소희는 평소에 사람을 건드리
이진혁은 자신이 여자에게 사준 집과 차에 대한 자료와 함께, 그 여자가 자신을 위해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뒤져보았다. 그러더니 이진혁의 얼굴색이 크게 변했다. “이걸 언제 알아낸 거야?”“이진혁, 이 개자식아, 평소에 네가 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를 건드리든 나는 못 본 척, 모르는척하고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어.”“근데 네가 감히 나를 속이고, 사생아까지 만들었다고?” 한유선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그래서 선유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였네. 거의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선유를 구하지 못한 건, 당신이 일부러 구하지 않았던 거였어!”“임씨 집안 사람들이 선유를 죽이길 바라면서, 네가 바깥에서 만든 그 개자식이 이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게 하려는 거였어!”“이진혁, 내가 너한테 경고하는데, 선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이 몇 년 동안 네가 내 손에 쥔 비리가 얼마나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어. 네가 나와 선유를 배신한다면, 나는 너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울 거야!”“유선아, 내 말 좀 들어봐. 이런 상황에서 이 자료들을 갑자기 찾아낸 게 이상하지 않아?” 이진혁이 서둘러 설명했다.“이상하다고 해서 뭐 어쩔 건데?”한유선이 테이블 위의 사진을 집어 이진혁의 얼굴에 내던졌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이진혁의 얼굴에는 사진에 의해 긁힌 상처가 나타났고, 되레 화를 내며 말했다. “미쳤어?”“당신이 감히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한유선이 달려들어 이진혁을 때리고 할퀴었다. “이진혁,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유선아, 좀 진정해!”그들이 싸우는 동안, 이진혁의 비서가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 “사장님, 긴급한 전화가 왔습니다.”“누구야?” 이진혁이 잠시 한유선을 밀어내고 물었다.“진씨 집안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장님. 그쪽 사장님께서 전화하셔서 소희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어요.”“진씨 집안 소희를
점심때, 이선유의 소셜 미디어에 한 통의 공지가 올라왔다. King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한 것에 대한 앙심을 품었다고. 그래서 기사 작성자를 사주해 King에 대한 허위 정보를 만들어 퍼트려 소희의 명성과 미래를 망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글에서는 선유가 King을 끌어내리기 위해 고의로 조작하고 비방했으며, 심지어 King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소문에 불과했다고 했다. 또한, King이 자기 부모님과 동생을 해쳤다는 폭로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선유는 며칠간 King이 온라인에서 비난받는 것을 보며 마음이 괴로웠고, 그래서 진실을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순간적인 충동으로 King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King의 용서를 구했다. 공지가 발표되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고, 이전에 게시글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면박당했고, 선유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맹목적으로 따르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피해자가 무고한지 여부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반면 King의 팬들은 기분이 좋아져 한바탕 즐겼다.[선유가 King의 인기를 끌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건 아닐까 의심스러워.] [King이 이번 루머에 나서지도 않았잖아, 그런 사람을 상대로 시간 낭비하지 않는 다는 거야!][앞으로 아무도 King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네. 예전처럼 조용히 살면서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소희가 낮잠에서 깨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을 깨울 때, 성연희가 보낸 선유의 사과문 링크를 받았다. 소희는 링크를 열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곧이어 연희가 전화를 걸어왔다.“소희야, 임구택이 선유를 찾아간 거야?” 연희는 이전에 김영이 노명성에게 선유를 구하러 오라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선유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 건가?’
두 사람이 대화 중이던 중, 이반스가 측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도희를 보며 놀란 듯 물었다.“도도희, 바둑을 두고 있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도도희는 어릴 적부터 바둑을 잘 뒀지. 학교 다닐 때 상도 받았었다고. 정말 대단했어!”이반스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과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배우고 싶어요!”도도희는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넌 바둑보단 오목을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아.”이반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도도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오목이 더 어려워. 너의 높은 지능에 딱 맞을 거야.”이반스는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고마워, 도도희!”강재석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크게 웃었다....양재아는 요즘 매일 늦게 귀가했다. 이날도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 강재석과 도도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물었다.“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도도희는 대답했다.“서재에 계셔.”재아는 거실 옆의 작은 서재로 향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안쪽의 모습을 보았다.도경수와 강아심은 커다란 화판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크고 작은 붓과 각종 채색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도경수는 가끔 아심의 붓질을 살펴보며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그의 눈에는 뿌듯함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은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재아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속이 쓰리고,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 나와버렸다.잠시 뒤, 도도희는 밤참을 들고 서재 문을 열며 들어왔다.“이제 그만하고 쉬세요. 너무 늦었어요.”도경수는 얼굴 가득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재희는 정말 재능이 있어! 너랑 똑같아!”도도희는 딸을 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역시 혈연은 속일 수가 없네요.”아심의 얼굴 한쪽에는 물감이 살짝 묻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생기 있고 사랑스럽게 보였다.“할아버지가 훨씬 대단하세요! 오
집에 도착하자 도도희가 직접 부엌에서 음식을 데우고 있었다.도경수는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반가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말했다.“왜 맨날 야근이야? 회사에 직원들 많다며. 그 사람들이 일을 안 해?”도도희가 다가오며 말했다.“직원들은 직원들 할 일이 있고, 사장님은 사장님 할 일이 있죠. 아버지는 그만 신경 쓰세요. 우리 재희가 알아서 잘할 거예요.”아심도 따뜻하게 웃으며 설명했다.“오후에 일이 조금 밀려서 늦었어요. 다음엔 조심할게요.”“일단 가서 저녁 먹자.”도도희가 강아심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이끌었다. 도경수는 따라가려다 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서재로 돌아가 강재석과 함께 차를 마시러 갔다.식탁에서는 도도희와 강아심이 마주 앉았다. 도우미들이 음식을 차려 놓고는 자리를 비워, 두 사람이 조용히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아심은 놀라며 물었다.“엄마도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응, 네가 혼자 먹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랑 다른 분들 먼저 먹으라고 했어. 난 네가 오길 기다렸다 같이 먹으려고.”도도희는 딸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이 족발 요리는 내가 한 거야. 한 번 먹어봐!”아심은 가슴이 따뜻해지며 한 입 먹고 미소를 지었다.“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요.”“내가 요리를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자신 있는 메뉴는 있지. 앞으로 내가 다 해줄게.”아심이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우리 같이 요리해요. 제가 엄마한테 배울게요.”두 사람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아심은 무심코 물었다.“오늘 시언 씨는 안 보여요. 안 왔어요?”도도희는 대답했다.“아까 아저씨가 그러시는데, 시언이 오늘 바빠서 집에 안 온다고 하더라.”그녀는 아심을 보며 물었다.“시언이 네게 말 안 했어?”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저도 오늘 너무 바빴어요.”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도도희가 강아심에게 말했다.“예전에 그림 배우고 싶다고
강아심은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자신의 차를 찾으려 했다. 택시에 앉아 있던 그녀는 문득 오늘 점심 원래는 고객과 미팅이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아심은 급히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고객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었기에, 태도가 매우 너그러웠다.[사과할 필요 없어요. 레스토랑 밖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다 알고 있어요. 전화를 했는데도 안 받으셔서 다들 걱정했어요. 괜찮아요?]“네, 괜찮아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그녀는 몇 마디 더 예의를 차린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그중에는 강시언의 전화도 포함되어 있었다....자신의 차를 찾은 뒤 회사로 돌아오자 곧바로 퇴근 시간이 되었다. 사무실에 앉아 오후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던 아심은 이 모든 일이 참으로 절묘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권수영은 분명 지승현과 양재아를 이어주기 위해 그들을 레스토랑으로 불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승현이 우연히 마주쳤다.그 후에 차량이 승현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 차량은 명백히 승현을 노리고 있었고, 그의 동선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승현을 해치려 한 사람은 그와 가까운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승현을 레스토랑으로 부른 사람은 권수영이었다. 그러나 권수영이 자기 아들을 해치려고 했을 리는 없었다. 만약 승현이 목적이라면 재아까지 그 자리에 부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최근 승현은 회사를 인수하며 내부의 적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반감을 샀다. 회사의 복잡한 세력 다툼 속에서 그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아심은 한참을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문제가 골치를 아프게 했다. 바로 시언이 화가 난 문제였다. 아심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끊겼고, 시언은
양재아는 권수영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권수영은 병실에 들어가 지승현의 상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화가 치밀어 올라 강아심을 향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강아심 씨, 대체 언제까지 우리 아들을 괴롭힐 거예요? 헤어졌다면서 왜 아직도 우리 승현이를 붙잡고 있는 거냐고요?”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아심을 향해 계속 비난을 퍼부었다.“얼굴 하나 믿고 여기저기 남자를 꾀고 다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병원이라는 장소에서 시끄럽게 싸우고 싶지 않았던 아심은 권수영과 언쟁을 벌이기보다 돌아서서 병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권수영은 포기하지 않고 아심을 쫓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층 더 공격적인 어조로 경고를 쏟아냈다.“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 승현이의 여자 친구는 재아예요. 그러니 당신 다시는 치사하게 달라붙지 마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당신 같은 여자가 우리 아들을 꾀려고 한다는 걸 온 강성에 소문내서, 여기서 발도 못 붙이게 할 거예요!”권수영 뒤에서 재아는 일부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경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주머니, 무슨 일이 있으면 차분히 말하세요. 폭력을 휘두르지 마시고, 이분의 손을 놓으세요!”권수영은 경찰의 말에도 아심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비웃으며 말했다.“이 여자는 천하의 나쁜 여자예요! 쓰레기 같은 여자라고요!”그 말에 아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권수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힘을 주자 권수영은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면서 고통스럽게 손을 놓았다.아심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양재아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당신의 모욕을 참고 있는 건 내가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에요.”“당신은 정말로 웃음거리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말다툼하는 건 제 시간 낭비라고 생각돼서예요.”권수영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아심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경찰이 재빨리
재아는 시언의 냉랭한 시선을 받자, 등골이 오싹해졌다.자기 말에 허점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시언이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불안감이 밀려왔다.검사실 밖시언이 검사실에 도착했을 때, 아심은 문밖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언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뒤늦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시언은 아심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팔에 약간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아심이 먼저 물었다. 시언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날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지?”아심은 잠시 멈칫했다. 곧바로 그날 저녁 그의 별장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시언은 그녀에게 다시는 승현과 얽히지 말라고 했었다.아심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일 외에는 사적인 연락은 없었어요.”시언은 아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건 아니겠지?”아심은 그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시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하려던 찰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검사 끝났어요. 보호자 분, 빨리 오세요!”아심은 시언을 한 번 바라본 뒤, 검사실로 향하는 침대로 먼저 달려갔다. 시언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가운 기운이 마음속 깊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시언은 재아의 이간질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아심은? 승현이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아심은 간호사들과 함께 승현을 검사실에서 병실로 옮겼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복도를 살피며 시언을 찾았지만,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속에서 차오르는 불안을 애써 누르며, 그녀는 승현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잠시 후, 의사가 결과를 들고 와 말했다.“다행히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진 것 말고는 내장이 다치지 않았어요. 머리 외상으로 출혈이 많고 가벼운 뇌진탕이 있지만,
양재아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자리에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선 급히 택시를 잡아 아심이 타고 간 차량을 따라갔다.병원에 도착하자 재아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다섯 번, 여섯 번 울렸을 때까지 상대가 받지 않아 그녀는 체념하려던 순간,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재아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말했다.“시언 오빠, 큰일 났어요. 빨리 병원으로 와 주세요!”시언이 물었다.[무슨 일이지?]재아는 다급히 말했다.“아심 씨랑 지승현 씨가 차에 치였어요. 둘 다 병원에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재아는 상대방의 숨소리가 잠시 멈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다급하고 불안했다.[어느 병원이지?]재아는 병원 이름을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시언은 전화를 끊었다.시언은 최대한 빠르게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심에게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그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20분 후, 시언은 병원에 도착해 바로 프론트로 갔다.“30분 전쯤 교통사고로 남녀 한 쌍이 이 병원에 실려 왔나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프론트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잘 모르겠네요. 다른 데 물어보세요.”시언의 목소리가 조금 쉰 듯, 서늘하고 날카로웠다.“그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직원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꽤나 긴장시켰고, 그녀는 얼른 말했다.“바로 확인해 드릴게요!”프론트 직원은 최근 접수 기록을 찾아 시언을 승현과 아심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응급실 안에서, 의사들은 지승현의 출혈을 멈추고 붕대를 감으며 각종 검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의사 중 한 명이 물었다.“가족분은 오셨나요?”아심이 급히 대
고객은 지승현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넨 뒤 먼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고 하길래, 너도 부른 줄 알았어.”아심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너희 어머니와 이미 다 얘기 끝낸 거 아니었어?”승현 역시 의아한 듯 대답했다.“그렇지, 이미 어머니께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했어. 그런데 어머니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아심은 양재아가 지아윤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며, 승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재아가 너희 어머니랑 아윤과 가깝게 지내고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승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친어머니와 지아윤의 계략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재아와 결혼하라는 그들의 요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레스토랑 안에.재아는 창문 너머로 승현과 아심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심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아심이 승현의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폭로할까 봐 마음이 불안해졌다.재아는 초조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어, 정말 우연이네요!”재아는 승현의 옆으로 다가가 친근한 척하며 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심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고, 승현은 즉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도재아 씨,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승현이 아심의 앞에서 자신을 도재아라고 부르자 재아는 순간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승현 씨 어머니가 저를 여기로 부르셨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마치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승현 씨도 어머님이 부르신 건가요?”승현은 상황을 곧바로 이해했고, 그의 표정은 차갑고 딱딱해졌다.“마침, 저도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오늘 만난 김에 제대로 얘기 나누죠.”재아는 지승현이 자신을 거절하려는 것임을 직감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얼굴에는 억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좋아
오늘 강아심은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 분명 지승현이 정보를 흘려 미리 아심에게 알렸을 것이었다.‘나를 회사에서 해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과 짜고 집안사람을 괴롭히다니.’순간, 지아윤의 마음속에서 승현에 대한 증오가 아심에 대한 분노를 훨씬 뛰어넘었다.아윤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복수할 것이었다....양재아는 출근길 내내 심란했다. 권수영의 생일이 지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권수영은 여전히 친절하고 다정했다.심지어 예전보다 더 정성스럽게 대해줬지만, 정작 승현은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특히 오늘 아침 받은 그 전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잠시 고민한 뒤, 재아는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아 씨, 출근했어요?]권수영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재아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출근했어요.”권수영은 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아침에 보내주신 옷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사모님.”[고맙긴. 곧 우리도 한 가족이 될 텐데, 내가 재아 씨를 아끼는 건 당연한 거죠.]권수영의 말투는 여전히 따뜻하고 세심했지만, 재아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분은 그날 이후로 저를 전혀 찾지도 않으셨어요. 그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그러니 앞으로는 선물 같은 것도 주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죠.”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재아 씨, 그건 재아 씨가 오해한 거예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집에도 잘 못 들어오고 있어요.][정말로 재아 씨를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게 아니예요. 사실, 옷을 사주라고 부탁한 것도 승현이예요.]재아는 비웃듯 말했다.“정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윤이가 전화해서, 승현 씨가 여전히 강아심과 만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더러 마음을 접으라고 하더라고요.”권수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에만 신경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 강아심은 왠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강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가 우리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지 물으시면, 뭐라고 설명할까요?” 게다가 둘이 같이 돌아왔으니 말이었다. 시언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굳이 설명이 필요해?”아심은 미소를 지었지만, 현관문을 들어설 때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쳤다.거실에는 도경수와 강재석이 여전히 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체스를 두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수는 도우미가 전하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재희야, 또 야근했니?”아심은 강재석에게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네, 굳이 저 때문에 기다리실 필요 없어요.”도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잠이 안 와서 바둑 두고 있었어. 배고프지 않아? 간식 준비해 줄까?”이에 시언이 끼어들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뭐 좀 먹고 왔거든요.”도경수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얼른 가서 쉬거라!”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위로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 다 좋은 꿈 꾸세요!”“그래, 올라가!”재석은 아심을 향해 자상하게 미소 지었다. 아심이 계단을 올라간 뒤, 강시언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저도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도 너무 늦지 않게 주무세요.”...강재석은 두 사람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참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도경수는 잠시 미소를 멈추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가 좋아지는 건데? 그저 같이 야근하고 돌아온 것뿐이야. 너무 앞서가진 말아.”그러나 강재석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그렇게 현실을 외면해 봐. 어차피 아심이는 시언일 좋아해. 막으려 해도 소용없을걸.”도경수는 일부러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내가 막으면 결혼 못 하게 할 수도 있어!”강재석은 바둑판에 돌을 탁 놓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