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니요, 전혀 놀랍지 않아요. 내 아버지가 전날 나를 찾아왔고, 내가 거절하자마자 인터넷에 내 출신에 대한 악성 게시물이 올라왔어요.”“누가 한 건지 너무 뻔하잖아요!”이에 소정인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야, 아빠를 의심하는 거야? 어쨌든 넌 내 딸이야. 내가 어떻게 널 해치겠어?”“당신이 했는지 안 했는지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아니,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죠!” 소희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이선유가 폭로하도록 내버려두세요. 나는 하나도 안 두려우니까.”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고 느낀 소희는 소정인과의 대화를 여기서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소정인은 뚝 소리를 듣자 심장이 쿵 하는 것 같았다.소정인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본인 딸은 세상 물정에 어둡지만 정말로 영리하다는 것을. 그리고 소희의 마지막 말은 여전히 예전처럼 차갑고 냉담했지만, 소희의 결연한 말 속에서 소정인은 무언가 다른 것을 느꼈다.‘소희도 슬퍼할까?’갑자기 소정인의 마음에 복잡한 감정이 일었고, 소정인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진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소정인의 얼굴이 안 좋아 보이자 진연이 놀라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일이 잘 안 풀리나요?”소정인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왔어. 우리가 소희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인터넷의 소문을 명확히 해명하라고 하더군.”소정인의 말에 진연이 화가 나서 말했다. “왜 임씨 집안은 계속해서 이 일에 관여하려고 하는 거죠?”“매번 중요한 순간마다 소희가 임씨 집안을 끌어들여 자기편을 들게 만드니, 이제 그게 소희의 방패막이 된 거죠.”그러자 소정인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가 좀 지나치게 한 거 같아. 소희도 결국 우리 딸이잖아.”“비록 소희가 성격이 좀 안 좋긴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우리도 책임이 있어.”“우리가 소동에게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소희가 마음이 뒤틀려서 이상한 행동을 한 거야.”진연의 얼
소정인은 깜짝 놀랐다.“그리고 소희가 King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자랑하고 다니지 마세요, 만약 그랬다가 저한테 들키면, 당신 집안 후폭풍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소희는 제 사람이고 전 누가 내 사람을 건드리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니 유의해서 행동하세요!”임구택의 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자기 할 말을 하고 바로 끊었다. 그리고 소정인은 멍하니 앉아서 전화를 내려다보았다. 구택의 강렬한 압박감이 전화 너머로도 느껴져 심장이 두근거렸다. ‘과연 구택이 정말로 소희를 위해 소씨 가문에 손을 대려 할까?’곧 진연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전화 끝났어요? 임구택이 뭐라고 하는데요?”소정인은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문제가 생길 것 같아.”이에 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임구택이 대체 뭐라고 한 거야?”“우리보고 소희를 건드리지 말래. King의 이름을 가지고 외부에서 거들먹거리지 말라고 했어.”“그렇지 않으면 우리 소씨 가문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직면할 거라고.”멍해 있는 소정인이 어이가 없는지 진연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겁을 먹은 거예요? 그저 말만 그렇게 한 거일 거예요. 소희를 위해 정말로 큰일을 벌일 리가 있겠어요? 무슨 이득 보려고?”하지만 소정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 말을 직접 듣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될 거야. 임구택은 정말로 할 것처럼 얘기했어.” 진연은 당황했는지 눈을 굴리며 말했다. “걱정 마요. 이선유가 소희를 상대하고 있고 우리하고는 상관없어. 임구택이 화를 내도 우리한테는 불똥이 튀지 않아.”이에 소정인은 땀을 닦으며 물었다. “혹시 이선유하고 사적으로 연락한 적 있어요?”소정인의 질문에 진연은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모든 통화 기록과 채팅 기록을 지워. 나도 지금 핸드폰을 확인할게. 빨리 지워. 이선유를 차단하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마.” 소정인도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조작하기 시작했지만 진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우청아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소희네 집에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소희가 발코니에서 디자인 스케치를 그리고 있는 걸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인터넷이 그렇게 시끄러운데, 넌 어떻게 그렇게 태평할 수 있어? 정말 대단하다!”“불안한 사람만이 발을 동동 구르겠지만 난 하나도 불안하지 않아!”소희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새 일은 어때?”“일단은 다 괜찮아!” 청아가 소희 옆에 앉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청아는 소희가 위로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희는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아가 할 수 있는 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뿐이었다.청아의 말에 소희가 방금 요리 두 가지를 말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곧 소희가 전화를 받았다. “간미연?”“게시글 작성자의 IP를 찾았어. 작성자 컴퓨터를 해킹했는데 모든 채팅 메시지를 삭제했어.”“그래서 복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컴퓨터로 로그인한 카카오톡을 통해 휴대폰을 찾았어.”“이선유라는 사람과 연락했던데, 이선유라고 알아?”소희는 간미연의 뛰어난 기술에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선유라는 이름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알아, 수고했어!”“별거 아니야!” 미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작성자 컴퓨터에서 삭제된 내용을 최대한 빨리 복구해서 유용한 정보를 찾으면 다시 연락할게.”“그래.”소희가 전화를 끊고 청아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패스할게, 내일로 미루자고. 내일 맛있는 거 해줘!”갑작스러운 상화에 청아가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뭘 발견했어?”소희는 디자인 스케치를 접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나를 계속 자극하는 사람들에게 너그러웠던 건 이제 그만해야겠어. 단순하고 거친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어.”이에 청아가 급하게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래? 일단 구택 오빠한테 말해보는 게 어때?
성연희가 들어올 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깜짝 놀랐다.‘오늘 밤 노명성의 프라이빗 룸은 이선유가 사용 중인데, 성연희가 왜 이 시간에 왔을까?’연희는 명성의 정식 약혼녀로, 선유가 다른 룸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명성의 룸을 사용하는 건 분명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다.이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오늘 노명성 대표님은 안 계세요!”“그 사람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 이선유 찾으러 왔어요!”연희는 오늘 연회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AMS의 더블 링 귀걸이를 달고 있어서 아름다우면서도 시크했다.말을 마친 연희는 곧장 명성의 프라이빗 룸으로 향하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말했다. “큰일 날 것 같아!”이에 동료가 말했다. “이선유가 분명히 성연희를 도발하고 있었잖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어떡하죠? 보안에 통보해서 확인하러 가볼까요?”“그만둬요!” 동료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성연희 건드리지 마요!”“성연희가 다칠까 봐 걱정되는데요? 이선유가 여러 명을 데려왔는데, 성연희는 혼자서 그냥 들이닥쳤잖아요.”다른 여자 직원이 이제야 호기심을 버리고 말했다.“그럼, 그냥 지켜보도록 하죠.”성연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프라이빗 룸 앞까지 걸어가서, 두꺼운 붉은 목재 문을 발로 확 차버렸다.방 안에는 조명 불빛이 왔다 갔다 하고, 선유가 소파 중앙에 앉아 있었다. 선유의 좌우에는 남녀 다섯여 명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노래하고 즐기고 있었다.그리고 문이 차여 열리자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오직 화려한 조명만 비추고 있었다.“연희 언니,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병나발을 불고 있던 선유가 고개를 돌려 연희를 바라봤다. 화장한 얼굴에 무시가 가득한 눈빛으로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선유에게 다가가 얼굴에 킥을 날렸다. 그러자 선유는 중심을 잃고 거칠게 넘어져 테이블에 부딪혔고, 그 위의 술병과 과일 접시가 엎어
성연희에게 다가온 몇몇 사람은 모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강성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 연희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며, 얼마나 무자비하고 가혹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연희는 강성에서 아무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이 사람들은 처음으로 연희의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고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그들이 평소에 즐기던 것은 사소한 장난에 불과했고, 연희와 비교할 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선유는 연희에게 겁을 먹고, 다시 한번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성연희, 당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아버지를 불러 당신 집안을 망하게 할 거야!”짝! 연희가 다시 한번 선유의 뺨을 시원하게 날렸다. “네가 할아버지를 불러와도 여기는 강성이야. 네가 날고 긴다고 해도 내 발끝도 못 미친다는 뜻이란다.”선유의 양쪽 얼굴은 부어올랐고, 입가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리고 연희에게 목을 졸리자 마침내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내며 눈물과 콧물 때문에 얼굴이 범벅이 되었다.“연희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여기서 그만둘 테니까 그만해요!”하지만 연희는 이성을 잃었다.“너의 부모가 됨됨이를 가르치지 않으면, 사회에 나와서 가르침을 받아야지 안 그래!”“어깨에 힘 가득 주고 다니고 싶으면 너희 집으로 돌아가. 여기서는 그럴 자격이 없단다.”“그딴 뭣 같은 수작 부리지 마! 다시 한번 소희에게 손대면, 광화문에 매달아 버릴 테니까!”선유는 맞아서 정신이 혼미해졌고 눈에 공포만 가득 차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연희는 일어나서 다시 한번 선유를 발로 차 바닥에 던진 뒤, 모두를 차갑게 훑어보고는 깔끔하게 돌아서 나갔다.문을 열고 나가자, 가녀린 실루엣이 맞은편 벽에 기대어 있었다. 연희가 나타나자 소희가 팔을 들어 야구모자를 조금 들어 올려 물었다.“맘껏 때렸어?”연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놀랐다. “너 여기 왜 있어?”이에 소희가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도 사람을 패러 왔는데, 누가 먼저 선수 쳐서. 그래서 밖에서
“상관없어, 내가 하라면 해야 해!” 성연희는 비릿하게 웃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당당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한참 동안 이선유는 동기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양쪽 볼은 부어올랐고, 눈과 입술 주변은 멍이 들어 헝클어진 머리와 함께 말할 수 없이 초라했다. 선유는 고통을 참으며 휴대폰을 찾아 번호를 눌렀고,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흐느꼈다.“아빠, 빨리 와요, 나 맞았어요!” 통화 건너편에서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선유야, 너 어디야, 누가 널 때렸어!”“다 필요 없고 빨리 와요!”선유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이진혁은 마음이 아팠고 자기 딸이 다른 사람한테 맞았다는 것에 분노했다. “도대체 누가 때린 거야? 널 때릴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 어디 있어!”이진혁의 질문에도 선유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고, 입을 열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나무문이 다시 발로 차여 열렸다. 이번에는 일곱여명이 들어왔고, 명우가 가장 앞에서 걸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시 한번 놀란 선유를 무시하고 선유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었다.휴대폰 너머에서 이진혁의 부름소리가 들렸다. “선유야, 선유야!”명우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진혁 사장님, 이선유 씨는 잠시 우리가 데려갔습니다. 오셔서 직접 얘기하시죠. 아, 그리고 저는 임씨 그룹의 명우입니다.”통화 건너편에서 이진혁은 잠시 당황했는지 멈칫했다. “임구택의 사람이야? 왜 내 딸을 때려? 혹시 협력에 불만이 있다면, 나는 양보할 수 있어. 하지만 내 딸 몸에 손대는 건 용납 못해!”“협력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이미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하셨다고 했는데 연락 못 받으셨나요?”명우의 얼굴엔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 “이선유 씨는 저희가 먼저 데리고 있을 테니 이진혁 사장님께서 오시면 마저 얘기하도록 하시죠.”“내 딸을 어디로 데려간다는 거야?”“이봐!”“임구택한테 전화해야겠어. 임구택을 찾아야 해!”한편, 선유는 두
소희는 잔 속에 담긴 전통주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성연희, 나랑 임구택이 사귀는 걸 왜 공개하지 않는지 알아?”“알아, 너한테 많은 고민이 있을 거야.”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소희가 잔잔하게 말했다. “한편으로는 구택이랑 조용하고 티 내지 않고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 결국 우리가 좋아하면 그만이니까.”“외부의 것들이 들어오면 우리의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기만 할 거야.”“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택은 이미 용병 생활에서 벗어났고, 지금은 임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대표이지만, 나는 달라.”“나는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어. 내 뒤에는 오빠도 있고, 매부리도 있고.”소희는 말을 잠깐 멈추었다가 계속했다. “구택을 사랑하지만, 나의 현재 처한 상황 때문에 구택이 연루되어 피해 보는 걸 원하지 않아.”“구택은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것을 함께 나누길 원한다는 걸 알지만, 내가 싫어. 그 사람이 나한테 느끼는 나의 사랑이 순수했으면 좋겠어.”소희의 말에 연희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너와 구택 씨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네 안의 그런 것들이 변했을 줄 알았어. 알고 보니 아니었구나!”소희는 언제나 그랬다. 자신의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좋은 것을 다 해주려 했다,예전에 강시언이 소희를 위해 죽음을 위장해주었을 때, 소희는 완전히 벗어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백양과 다른 이들을 위해 복수하기 위해 다시 돌아갔고, 삼각주를 휩쓸고, 매부리를 설립하며, 그런 협정들까지 체결했다.그때 시언은 화가 나서 때리려고도 했지만 겨우겨우 참았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구택도 참아야 했다!“연희 씨!”주방장이 구운 삼겹살, 막국수 그리고 해산물 전 등을 들고 와서 말했다.“말씀하신 요리 나왔습니다.”정원 테라스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삼겹살 냄새와 해산물 전의 향기를 맡자, 접시에 있던 스테이크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음식인가 싶
구택은 밖에서 이미 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도착했지만, 소희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명길이 전화를 걸어 인터넷의 글이 이미 삭제되었다고 알렸고 내용은 해킹당한 건지, 아니면 스스로 삭제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해당 인물의 IP를 찾아내 사람을 보냈지만, 글을 올린 사람은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칠 때는 너무 급했는지 집안의 물건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것 같았다.명길의 말에 구택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당장 찾아!”“네!” “그리고 이틀 동안 사람을 보내 임유민과 임유진을 은밀히 따라다니면서 안전 철저하게 지키고.”“사장님 안심하세요, 명우가 이미 준비했습니다!”구택의 휴대폰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구택이 한 번 보고는, 명우와의 통화를 끊고, 바로 받았다. “할아버지!”강재석의 목소리는 굉장히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방금 누가 말해줬는데, 소희가 인터넷에 공격받고 있다는데, 사실이야?”“이미 성명서를 준비했고 내일 아침에 바로 발표할 거야. 소희가 강씨 집안의 후계자라고, 강씨 집안 사람들이 소희를 안 키운 적이 없다고 모두에게 알릴 거야.”이전에 소희가 인터넷에 공격당했을 때, 강재석은 모르고 있었고, 일이 지나간 후에야 사람들이 알려주었다. 그 후로는 자기 사람들에게 직접 알렸다. 인터넷에서 소희에 관한 어떤 소식이든 바로 알려달라고.“그리고 이씨 집안, 이성령이 있을 때, 내가 그 양반이랑 거래할 때도 두려워하지 않았어.”“하물며 지금 이씨 집안에는 무능한 젊은이들밖에 없잖아?”구택은 잠시 멈췄다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 일에 대해 소희가 저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더욱이 할아버지가 관여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걱정하시면 소희가 부담을 느낄 거예요.”강재석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소희를 괴롭히게 내버려둘 수 있겠어?”“아무도 소희를 괴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
사람들이 끌려가고, 바닥에는 피가 얼룩진 채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도로가 깨끗이 정리되자, 두 사람은 차를 길가로 옮겨 도로를 비워주었다. 서인은 차를 출발시켜,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갔다.임유진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몇 분 후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서인은 휴지를 꺼내 몸을 기울여 유진의 옆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놀랐어?”서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이제야 깨달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어. 멀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에도 이렇게 살아왔어요?”서인의 손등 위로 유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그러자 서인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래.”유진은 서인을 깊이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사장님이 싸울 수 있는 걸 존경하지 않을래요. 대신, 네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길 바랄 거예요.”오늘 유진은 분명 충격을 받았다. 저 칼은 진짜였고, 사람을 향해 휘두르면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저 무거운 곤봉이 내려치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서인은 강했다. 하지만 결국 서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다친다면...서인은 유진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맞닿았다.“어떤 일들은 피할 수 없어.”유진은 즉시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내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사장님이 싸우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무섭다고?”유진의 눈빛이 깊어졌다.“사장님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서인은 갑자기 손을 내리며 비웃듯 말했다.“구제 불능이군.”유진은 즉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사장님은 내 치료약이예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액셀을 밟아 차를 빠르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맞은편 무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음침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 흥성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네가 죽으면 네 여자친구는 더 비참한 꼴을 당할 거고. 선택해 봐!”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거들었다.“고작 안토니 가족 일에 네 목숨을 걸겠다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이 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한쪽 팔에 기린 문신이 새겨진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고 까불긴.”남자의 조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서인은 검은 옷을 입은 채,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서인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안토니 가족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새끼가 죽고 싶나 보네!”기린 문신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 몽둥이를 휘둘러 서인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그러나 서인은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앞으로 돌진한 그는 강하게 발차기를 날려 그 사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퍽! 문신남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이 튀어나오자, 주변의 남자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산속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싸늘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초 후,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과 몽둥이를 든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맹렬한 기세로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사장님!”유진은 잔뜩 긴장했지만, 차마 서인을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서인은 냉정하게 움직였다. 달려오는 자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린 후, 그가 떨어뜨린 칼을 순식간에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적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윽!”피가 솟구쳤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뒤쪽에서 또 다른 남자
윤석경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정말 안 되면 그냥 철거해도 괜찮아. 어차피 아들이 매달 돈을 보내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서인은 잠시 윤석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유진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댔다.“그 안주설, 정말 능청스럽게 변명하더라고요. 증거가 다 나왔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누가 들어도 우리가 철거를 막는 게 못마땅했던 게 분명한데, 뒤에서 조종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거짓말을 했잖아. 그러니 사람들이 네 말을 전적으로 믿겠어?”“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유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자, 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월세로 산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랑 결혼해도 계속 월세로 살 거라고?”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월세 살아도 괜찮아요.”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너 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철없네.”유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서인은 무심하게 말했다.“넌 돈이 없는 생활을 해 본 적 있어? 돈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유진은 서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여러 채 있어요. 결혼하든 안 하든 그건 변하지 않고요. 사장님이 월세 살고 싶다면 나도 그렇게 할게요.”“사장님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내 집에서 살면 돼요.”서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그래서, 월세 살 거예요? 아니면 내 집에서 살 거예요?”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반문했다.“누가 너랑 결혼한대?”유진은 장난스럽게 피식 웃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껏 우쭐해했다.그때, 도로 한가운데 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