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기 부감독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선유 씨, 조급해하지 마세요. 예술가들은 대부분 조금 기행이 있는 법이니까요. 저 다시 소희한테 얘기해 볼게요.”선유는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내며 말했다.“아니 자기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고작 디자이너 나부랭이 따위가 자기가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이나 하고!”“내 드레스 디자인 안 해주면 다시는 강성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게 만들 거니까 그런 줄 알아라고 하세요!”이에 진영기 부감독이 서둘러 답했다.“선유 씨, 소희가 아직 어리니까, 너무 심하게 다그치지 마세요.”“아니면 제가 이지민 감독님한테 말씀드려 다른 디자이너를 연락해 드릴게요. 분명히 만족하실 겁니다!”“내가 고작 디자이너에게 굽신거려야 한다는 겁니까?” 선유가 이를 악물며 분노했다.“저렇게 나오니까 더더욱 디자인을 맡기고 싶은데요? 고집이 얼마나 센지 한 번 보게!”말을 마친 선유는 콧방귀를 뀌며 돌아섰다. 그리고 미나는 진영기 부감독이 이선유를 따라가며 계속 아부하는 모습을 보며 일이 크게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선유가 어떤 관계를 동원했는지 모르겠지만, 오후가 되자 이지민 감독이 특별히 소희를 불러서 물 한 잔을 건네며 친절하게 말했다.“소희 씨, 최근 드라마 세트에서 일이 잘되고 있나요?”“네, 잘 되고 있어요.”“그래요,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소희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자 이지민 감독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든, 말만 하면 제가 바로 해결하게 해 드릴게요.”“아뇨, 모두가 저를 잘 도와주고 있어요.”이지민 감독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선유 씨가 졸업식 무대에서 입을 드레스를 디자인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들었어요.”“그거 소희 씨가 디자인해 주시면 안 될까요? 비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가 보충해 드릴게요.”“그리고 소희 씨 일은 진영기 부감독이 다른 조수를 하나 더 배정해 드릴 테니, 그냥 드레스 디자인에 집중하세요.”“드라마 세트에서는 제가 모든
이지민 감독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소희가 King으로 알려지고 나서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소희가 왜 이선유의 의뢰를 받지 않는지 궁금해요.”“그저 드레스 한 벌 디자인하는 일인데, 소희 씨한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나?”“King 같은 탑급 디자이너는 의뢰를 선택해서 받을 자유가 있죠.”보조의 말에 이지민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소희가 자기 일을 미나에게 인계하러 갔을 때, 미나는 놀라며 말했다.“소희 씨, 왜 또 안 오는 거예요? 이지민 감독이 뭐라고 했어요? 이선유 때문에?”이에 소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아니에요, 더 이상 묻지 말아줘요. 이선유가 오면 그냥 되돌아 가게 하고, 내가 없을 때, 그 사람이랑 충돌하지 말고요.”미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그 이선유도 정말 건방지네요. 소희 씨가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지 않는 건 소희 씨 자유인데, 왜 이지민 감독을 시켜 쫓아내는 거죠?”“어떤 사람들은 돈이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소희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말했다.“난 이만 가볼게요, 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요.”“소희 씨, 난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돌아와요!” 미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자 소희는 웃으며 가방과 캡모자를 쓰고 주차장으로 향했다.“곧 돌아올 거야.”시간이 이른 편이라 소희는 경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에서 방향을 틀어 스승 도경수의 집으로 향했다. 도경수는 서재에서 글을 쓰고 있었고, 소희는 손을 씻고 옆에서 먹을 갈아주었다.“갑자기 왜 여기로 왔어?” 도경수가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이에 소희는 진지하게 먹을 갈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너와 임구택의 일 계속 숨길 거야?” 도경수가 은근히 묻자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안 알려드렸다고 해서, 스승님이 모르시겠어요? 선배가 말씀드렸나요?”“걔는 아니야!” 도경수가 웃으며
소희는 먹을 갈며 말했다.“제 생각에는 굳이 설득할 필요 없을 거예요. 제가 그 사람을 한번 만나 봤는데, 선배에게 어울리지 않아요.”“게다가 그 여자는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진석 선배랑 진짜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이선유를 안다고?” 도경수가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아 맞네, 그 이선유 씨가 강성에서 공부하는 걸로 들었어.”“그 사람이 왜 강성까지 와서 공부하는지 아세요?” 소희가 비웃듯이 말했다.“이선유가 노명성을 좋아해서예요.”“노명성?” 도경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성씨 집안의 자제와 약혼한 그 노명성인가?”“맞아요!” 소희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스승님, 제자한테 그런 사람과 얽히지 말라고 하세요. 괜히 골칫거리 만들지 말고.” “이선유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실수하지 않을 거야.” 도경수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나는 그저 진석이 강솔에게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해. 강솔이 아무리 좋아도, 걔에게는 그저 친구일 뿐이니까.”“알고 계셨어요?”소희가 놀라며 묻자 도경수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너희들이 나에게 숨길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이에 소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사실 강솔이 그런 성격인데, 진석이처럼 강한 사람이 걔를 관리해야 해. 하지만 강솔은 주예형을 좋아하고, 그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을 거야.”“나는 진석이를 보면 마음이 아파서, 다른 여자를 좋아하기를 바라고 있고.”소희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사랑하는 마음은 강요할 수 없어요. 진석 선배가 잊을 수 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았을 거예요.”도경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렇지.”소희는 도경수와 함께 글씨를 연습하고 그림을 그리며 오후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소희는 집을 나서지 않았다.“오늘은 출근 안 해?”소희가 맑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 감독님이 최근에 너무 바빴다고 며칠 휴가를 줬어요.”소희는 임구택에게 이선유
미나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말했다. “알았어요, 마민영한테 말해볼게요.”“그래요, 나도 민영에게 전화해서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당부할 테니까!” 소희가 걱정되었는지 신신당부했다.“네!”소희가 예상했듯이, 다음날 인터넷에 민영이 사람을 욕하는 영상이 퍼졌다. 영상의 각도로 보아 몰래 촬영된 것 같았고, 이로 인해 민영의 이미지는 크게 타격을 받았다. 민영의 소셜미디어와 팬 커뮤니티가 공격받았고, 민영이 공인으로서 부적합하다는 말이 나돌았다.이선유 역시 연기를 전공했기에 배우에게 무엇이 가장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수단을 쓴 것 같았다.소희는 성연희에게 전화를 걸어 물밑 작업을 해서 민영의 화제성을 낮추도록 했다.“이건 누가 깎아내리려고 하는 거야?”“그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여론을 진정시키고 나서 알려줄게!” 소희의 말에 연희가 웃으며 대답했다.“맡겨만 줘!”민영의 에이전시는 긴급 PR을 시작했고, 연희의 도움으로 영상은 인터넷에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급격히 줄어들었다.어차피 민영은 순수한 이미지가 아니었고, 업계 사람들이나 기자들과 싸우며 가냘프기보단 강한 이미지였다. 그랬기에, 상황을 모르는 일반인을 제외하고는 민영이 욕하는 것이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팬들은 민영이 사람을 욕하는 모습이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며 누가 민영을 화나게 했는지 궁금해했다.이선유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불똥이 튈까 두려워 자기 사람들을 철수시켰다. 선유의 본래 목표는 민영이 아니었고, 민영에게 화풀이를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대중들의 관심이 식자,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다.소희가 이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싶었을 때, 갑자기 소정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소정인은 무슨 일이 있다며 소희를 만나고 싶어 했다.이에 소희는 소정인과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차를 몰고 갔고, 도착했을 때 소정인은 이미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가 오자 소정인은 바로 일어나 의자를 빼주며 따뜻하고 친절한
소정인이 말을 꺼냈다. “사실 할아버지께서 경성 쪽 회사 사업을 좀 확장하고 싶어 하셨어. 알다시피, 경성 쪽은 대부분 이씨 가문이 결정을 내리잖니.”“우리가 바로 이씨 가문과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었어.”“근데 갑자기 그들이 전화해서 네가 그 집 아가씨를 건드렸다며 네 할아버지더러 이 일을 해결하라고 했단다.”이에 소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씨 집안 사람들이 어떻게 내가 소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안 거죠?”소정인은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처음에 우리가 이씨 가문과 협력을 논의할 때, 누군가가 너를 언급한 거야.”소정인의 말은 애매모호했지만, 소희는 분명히 이해했다. 소희는 King으로서의 신분이 있었기에, 소씨 가문 사람들은 인맥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었다.“할아버지께서 다시 전화하셔서 널 설득해 보라고 하셨어.”“그 집 아가씨와 대립하지 말고, 그냥 가서 사과하고, 드레스 한 벌 디자인해 주면 된다고.”이에 소정인은 태연하게 말했다.“고작 드레스 한 벌인데, 굳이 이씨 집안 아가씨를 건드릴 필요가 있겠니?” 소희의 고운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입가에는 미세하게 미소가 걸렸다. “난 또 내 편을 들어주는 줄 알았네!”이에 소정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소희야,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 만약 네가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고 좋은 관계 유지해서 프로젝트 성공하면 원하는 거 다 들어준다고 약속한다더라.”“하지만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네가 유명한 디자이너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인맥도 필요해.”“이씨 가문에게 찍히는 건 너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잖아?”“또한, 네가 임씨 가문과의 결혼을 다시 하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어. 내가 보기에 임구택도 너에게 나쁘지 않아.”“둘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거야. 하지만 이씨 가문에게 거슬렸다면, 임씨 가문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볼까?”소정인은 여러모로 나서서 소희를 설득했다. 마치 이선유에게 사과하는 것이 전부 소희를
“내가 거부한다면, 당신과 진연은 모든 재산을 소동에게 주려고 하는 건가요?” 소희의 질문에 소정인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너랑 소동에게 재산을 반반 나눠주려고 했어.”“하지만 엄마가 동의하지 않았겠죠?”뼈를 때리는 소희의 질문에 소정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지만, 곧이어 말했다. “네 엄마도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너한테 꼭 줄 거야.”소정인의 말은 애매모호했다. 이는 소정인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소희에게 불리하게 말하는 것은 일종의 간접적인 협박과 유혹이었다. 소정인은 소희가 너무 고집을 부리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소씨 가문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소희는 물론 이를 명확히 이해했고 맑은 눈동자는 더욱 차가워졌다. “첫째로, 저는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상속받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요.”“솔직히 말해서, 당신들의 재산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요. 누구에게 줘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둘째로, 지금도 난 다른 사람 눈치 보면서 일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늘 여기 와서 이딴 말을 듣고 있는 게 좀 역겹네요!”말을 험하게 하는 소희에 소정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소희야, 아빠가 하는 말은 전부 너를 위한 거야!”“고마워요, 그런 좋은 일은 소동에게 해주세요. 소동은 필요로 할 테니까요!” 소희가 일어서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선유를 위해 드레스를 디자인해주길 원한다면, 나한테 무릎 꿇고 부탁해라고 하세요. 혹시 알아요? 내 기분이 좋으면, 고려해 볼 수도 있을지.”말을 마친 소희는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고, 소희의 뒷모습은 굉장히 시크했고 아우라가 풍겼다.소정인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가 이내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소정인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컵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았다. 서빙 직원이 음식을 가져왔지만, 소정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계산하고 자리를 떠났다.차에 돌아온 소정인은 바로 진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진연은 소희를 만났는지 물으려고 전화를 건 것 같았다.
소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디저트 가게에서 곰돌이 모양 초콜릿을 샀다. 하나는 본인이 먹고 하나는 요요를 주려고 남겼다. 가게를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왔다.“뭐 하고 있어?”소희는 초콜릿을 우물거리자, 우유와 쓴맛이 적절하게 섞인 쌉싸름한 맛이 입 안에서 퍼져나갔다. 이내 소희는 고개를 숙여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들을 바라보며, 맑은 눈빛으로 겨우 말했다.“디저트 가게에 들렀어.”“뭐 맛있는 거 샀어?”구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초콜릿이랑 별빛 사탕!”“내 것도 있어?” “응, 돌아오면 줄게.”“지금 바로 가져다줘.” 우물거리며 말하는 소희가 귀여운지 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보고 싶어, 일하는데 함께 있어 줘.”그러자 소희는 손목의 시계를 힐끗 보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곧 갈게!”“내가 명우 보내서 널 데리러 가게 할게!”“괜찮아, 내가 차로 갈게.”“그럼 조심히 와, 서두르지 말고!”“응!”소희는 전화를 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 구택의 목소리를 들으니 오늘 나쁜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소희는 먼저 우청아의 집에 들렀다. 요요가 이 시간쯤에는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디저트 가게의 종이 봉투를 문에 걸어두었다. 요요가 깨면 이경숙 아주머니가 요요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로 데리고 갈 것이었고 그럼 나가자마자 바로 볼 수 있을 것이었다.요요에게 초콜릿을 남겨둔 후, 소희는 위로 올라가 풀어진 머리를 다시 묶고,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임씨 그룹의 빌딩에 도착하자, 프론트 데스크의 젊은 여자 직원이 소희를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소희도 손을 흔들며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칼리가 혼자 있었고, 웃으며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소희를 맞이했다. “소희 씨, 오셨네요!”“사장님 계세요?” 소희의 질문에 칼리가 사장 사무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급한 건 아니야.”“그럼 나중에 나 회의할 때 해. 나 회의하는 모습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지?”임구택의 말에 소희는 눈을 약간 크게 떴다. “너랑 회의에 참석하라고?”“응, 회의가 좀 길어. 널 혼자 여기서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구택이 계속해서 유혹했다. “나랑 가자. 피곤하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쉬어도 돼.”계속되는 설득에 소희는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할 거야?”“소개할 필요 없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다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고, 내 옆의 사람은 당연히 내 와이프라는 걸 알 테니까.” 구택이 반쯤 농담하듯 말했다. “우리 임직원분들은 다 똑똑해.”소희는 구택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실제로 궁금했기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승낙했다. “회의는 언제 시작해?”구택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그리고 구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소희는 구택의 무릎에서 뛰어내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윽고 칼리가 들어와 소희에게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사장님, 오후 임직원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다들 도착하셨습니다.”“곧 갈게요!” 구택이 담담히 대답했다. “오늘은 회의록 작성하러 올 필요 없어요. 소희가 나랑 같이 갈 거라서.”이에 칼리는 놀란 듯했고, 소희가 임씨 그룹에 출근하기로 한 줄 알았다. 또한 구택은 별다른 설명 없이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갖고 온 사탕은 어디 있어?”소희는 종이봉투에서 사탕을 꺼내 구택에게 건넸다. 그러자 구택은는 투명한 포장지를 찢어 사탕을 입에 넣고,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에 칼리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소희는 태연한 척하면서 조심스럽게 구택의 손을 빼내고 한 걸음 떨어져 걸었다. 허전하게 느껴진 구택이 소희를 쳐다보자, 소희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적당히 해라는 눈치를 주었다. 이에 구택은 입 안의 사탕을 살짝 깨물며 낮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