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부한다면, 당신과 진연은 모든 재산을 소동에게 주려고 하는 건가요?” 소희의 질문에 소정인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너랑 소동에게 재산을 반반 나눠주려고 했어.”“하지만 엄마가 동의하지 않았겠죠?”뼈를 때리는 소희의 질문에 소정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지만, 곧이어 말했다. “네 엄마도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너한테 꼭 줄 거야.”소정인의 말은 애매모호했다. 이는 소정인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소희에게 불리하게 말하는 것은 일종의 간접적인 협박과 유혹이었다. 소정인은 소희가 너무 고집을 부리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소씨 가문의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소희는 물론 이를 명확히 이해했고 맑은 눈동자는 더욱 차가워졌다. “첫째로, 저는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상속받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요.”“솔직히 말해서, 당신들의 재산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요. 누구에게 줘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둘째로, 지금도 난 다른 사람 눈치 보면서 일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늘 여기 와서 이딴 말을 듣고 있는 게 좀 역겹네요!”말을 험하게 하는 소희에 소정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소희야, 아빠가 하는 말은 전부 너를 위한 거야!”“고마워요, 그런 좋은 일은 소동에게 해주세요. 소동은 필요로 할 테니까요!” 소희가 일어서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선유를 위해 드레스를 디자인해주길 원한다면, 나한테 무릎 꿇고 부탁해라고 하세요. 혹시 알아요? 내 기분이 좋으면, 고려해 볼 수도 있을지.”말을 마친 소희는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고, 소희의 뒷모습은 굉장히 시크했고 아우라가 풍겼다.소정인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가 이내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소정인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컵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았다. 서빙 직원이 음식을 가져왔지만, 소정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계산하고 자리를 떠났다.차에 돌아온 소정인은 바로 진연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진연은 소희를 만났는지 물으려고 전화를 건 것 같았다.
소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디저트 가게에서 곰돌이 모양 초콜릿을 샀다. 하나는 본인이 먹고 하나는 요요를 주려고 남겼다. 가게를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구택에게서 전화가 왔다.“뭐 하고 있어?”소희는 초콜릿을 우물거리자, 우유와 쓴맛이 적절하게 섞인 쌉싸름한 맛이 입 안에서 퍼져나갔다. 이내 소희는 고개를 숙여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들을 바라보며, 맑은 눈빛으로 겨우 말했다.“디저트 가게에 들렀어.”“뭐 맛있는 거 샀어?”구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초콜릿이랑 별빛 사탕!”“내 것도 있어?” “응, 돌아오면 줄게.”“지금 바로 가져다줘.” 우물거리며 말하는 소희가 귀여운지 구택의 목소리는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보고 싶어, 일하는데 함께 있어 줘.”그러자 소희는 손목의 시계를 힐끗 보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곧 갈게!”“내가 명우 보내서 널 데리러 가게 할게!”“괜찮아, 내가 차로 갈게.”“그럼 조심히 와, 서두르지 말고!”“응!”소희는 전화를 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 구택의 목소리를 들으니 오늘 나쁜 기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소희는 먼저 우청아의 집에 들렀다. 요요가 이 시간쯤에는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디저트 가게의 종이 봉투를 문에 걸어두었다. 요요가 깨면 이경숙 아주머니가 요요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로 데리고 갈 것이었고 그럼 나가자마자 바로 볼 수 있을 것이었다.요요에게 초콜릿을 남겨둔 후, 소희는 위로 올라가 풀어진 머리를 다시 묶고,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임씨 그룹의 빌딩에 도착하자, 프론트 데스크의 젊은 여자 직원이 소희를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소희도 손을 흔들며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칼리가 혼자 있었고, 웃으며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소희를 맞이했다. “소희 씨, 오셨네요!”“사장님 계세요?” 소희의 질문에 칼리가 사장 사무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급한 건 아니야.”“그럼 나중에 나 회의할 때 해. 나 회의하는 모습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지?”임구택의 말에 소희는 눈을 약간 크게 떴다. “너랑 회의에 참석하라고?”“응, 회의가 좀 길어. 널 혼자 여기서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구택이 계속해서 유혹했다. “나랑 가자. 피곤하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쉬어도 돼.”계속되는 설득에 소희는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할 거야?”“소개할 필요 없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다 한자리 하는 사람들이고, 내 옆의 사람은 당연히 내 와이프라는 걸 알 테니까.” 구택이 반쯤 농담하듯 말했다. “우리 임직원분들은 다 똑똑해.”소희는 구택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실제로 궁금했기에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승낙했다. “회의는 언제 시작해?”구택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그리고 구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소희는 구택의 무릎에서 뛰어내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이윽고 칼리가 들어와 소희에게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사장님, 오후 임직원 회의가 곧 시작됩니다. 다들 도착하셨습니다.”“곧 갈게요!” 구택이 담담히 대답했다. “오늘은 회의록 작성하러 올 필요 없어요. 소희가 나랑 같이 갈 거라서.”이에 칼리는 놀란 듯했고, 소희가 임씨 그룹에 출근하기로 한 줄 알았다. 또한 구택은 별다른 설명 없이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갖고 온 사탕은 어디 있어?”소희는 종이봉투에서 사탕을 꺼내 구택에게 건넸다. 그러자 구택은는 투명한 포장지를 찢어 사탕을 입에 넣고,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에 칼리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소희는 태연한 척하면서 조심스럽게 구택의 손을 빼내고 한 걸음 떨어져 걸었다. 허전하게 느껴진 구택이 소희를 쳐다보자, 소희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적당히 해라는 눈치를 주었다. 이에 구택은 입 안의 사탕을 살짝 깨물며 낮게 웃었다.
회의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임구택은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어 앉아 사탕을 입에 물고, 진우행 등이 프로젝트 제안을 논의하는 것을 들으며 가끔씩 소희를 쳐다보았다. 소희는 조용히 자신의 디자인 초안을 꺼내 그림을 쓱쓱 그렸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구택이 기획팀의 보고를 들을 때, 앞에 놓인 물병을 따 소희 앞에 놓았다. 또 그게 익숙한 듯 소희는 머리를 들지도 않은 채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디자인 초안에 열중했다.마치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소희는 머리도 들지 않고 물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종이 위에 그리기를 계속했다.발표를 진행하던 기획팀 팀장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가 구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자 다시 발표를 이어 나갔다.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은 구택이 모두가 소희를 흘끗거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여, 더 이상 소희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진지하게 회의에 집중했다.회의 중 구택의 표정은 매우 집중적이었지만, 사탕을 물고 있는 모습과 정장 차림이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다들 항상 침착하고 날카로운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막대사탕을 물고 회의하는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그리고 회의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소희가 물을 마시며 쉬는 동안 진우행이 말했다.“이번에 이씨 집안과의 협력 계획이 나온 후, 이씨 집안은 매우 만족해하며 우리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서 가능한 빨리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음이 철렁했다. 그리고 애써 무시하며 자기 일에 몰두했다.회의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나, 소희는 평소 디자인 초안을 작업할 때도 몇 시간씩 앉아 있는 편이라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물을 많이 마셔서, 회의가 끝나기 전에 화장실에 갔다.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 또각또각하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소희는 소설아가 문 앞에 서서 자신을 보고 놀란 듯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소희
소설아는 소희가 갑자기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얼굴색이 변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힘이 너무 세게 들어가서 하이힐이 휘어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설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소희가 실제로 발차기를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겁을 준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욱 창피하고 화가 났다.소희는 설아를 힐끗 바라보고는 그냥 걸어갔다. 설아는 소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설아 씨!”칼리가 다가와 설아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난 앞으로 소희 씨랑 대립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칼리는 설아가 학력이 높고 가정환경이 좋으며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일 처리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아가 꽤 거만하게 행동해도 항상 존중했다. 하지만 칼리는 왜 설아가 소희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에 설아는 칼리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언제 소희와 대립했다고 그래요?”칼리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설아의 날카로운 반응에 입을 다물었다.이에 설아는 조소하며 말했다. “소희가 회사에 자주 오는 걸 보고 사장님이 소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래서 소희에게 잘 보일려고 그러는 거예요? 사장님은 소희를 좋아할 리 없어요, 아무리 소희가 용을 써도 그럴 일 없다고요.”칼리는 놀라고 복잡한 눈빛으로 설아를 바라보았다. 설아의 얼굴은 가득 찡그려져 있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설아 씨, 소희 씨랑 개인적인 문제라도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다.소희가 회사에 온 몇 번은 모두 조용히 사장 사무실에서 자신의 디자인 초안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소희는 전혀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았었다. 소희는 사장의 와이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칼리는 설아의 소희에 대한 적대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랐고, 그저 설
칼리는 소희가 좋아하는 밀크티를 끓여 사장 사무실로 가져갔다. 소희는 바닥에 앉아 디자인 초안을 그리고 있었는데, 칼리가 들어오자 초안을 접고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칼리!”칼리는 소희의 미소를 보고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재능 있는 소녀라면, 자신이 사장님이라 해도 좋아할 것이다.칼리는 밀크티를 탁상 위에 놓으며 소희에게 속삭였다. “사장님께서 밀크티를 끓여 달라고 했을 때 설탕을 한 조각만 넣으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두 조각 넣었어요!”그 말을 듣고 소희의 눈이 반짝였다. “고마워요!” 소희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칼리는 궁금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 씨, 개인적인 질문을 해도 될까요? 사장님과는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했나요?”소희는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신 후 눈을 들어 말했다. “오래전부터요.”“오래전부터요?” 칼리는 놀랐다.“그러니까 소희 씨가 처음으로 회사에 올 때부터 사귀고 있었다는 건가요?”“네.”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칼리는 그제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칼리는 그 당시에도 임구택이 여자를 회사에 데려온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소희씨가 여자친구여서 데려온 거야!’칼리는 큰 결심을 한 듯 소희에게 말했다.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저를 믿어요!”이에 소희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크게 걱정할 건 없어요. 하지만 공개되면 이제 여기 와서 구택 씨를 만나는 게 지금처럼 편안하지 않을 거니까.”아마도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도 소희와 구택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소희가 구택의 아내, 즉 임씨 그룹의 사모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곧 임씨 그룹 전체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소희는 구택을 찾아오는 상황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가 되면 아마도 지금처럼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이었으니까.칼리는 알겠다는 듯 고
소희는 임구택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 “아니, 디자인 그림은 아니야.”그러자 구택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그럼 뭐 하고 있었던 거야?”“회의 기록을 했어.” 소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보고 싶어?”“회의 기록이라고?” 구택은 약간 놀랐다. “어, 보여줘!”소희는 자신의 노트를 집어 구택에게 건네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사장님, 검토해 주세요!”구택이 노트를 받아 들고 펼쳤을 때, 잠시 당황했는지 멈춰 섰다. 소희가 그린 건 자기 모습이었다. 하나는 구택이 보고를 듣고 있을 때의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서를 읽고 있을 때의 모습이었다. 두 장의 그림은 구택의 집중한 모습과 심각한 표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구택은 그 두 장의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치 구름 위로 올라간 것처럼 기분이 좋고,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은 느낌에 소희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회의실에서 이걸 그린 거야?”구택은 소희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소희가 그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있어서, 당연히 디자인 초안을 작업하고 있다고 여겼었다.소희는 구택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한 번 본 건 바로 머릿속에 남아. 굳이 계속 쳐다볼 필요 없어.”이에 구택의 눈빛이 깊어졌다. 구택은 소희에 대한 감동을 감추지 못하고 소희를 꼭 안았다. 구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는 줄 몰랐어.”이에 소희의 눈이 반짝였다. “내가 그린 게 좋은 건가, 아니면 네가 잘생긴 게 좋은 건가?”구택은 소희를 더욱 꽉 안으며 볼에 키스했는데 구택의 숨결에는 약간의 열기가 담겨 있었다. “물론 네가 그려줘서 좋은 거지!”“네가 이렇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난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야. 네 모든 것이 나를 자랑스럽게 해.”소희는
이선유의 앳된 목소리에 경멸이 가득한 말이 들려왔다.“어머, 나를 기억하시네요! 이지민 감독에게 해고당하고 일자리도 잃었나요?”“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내 드레스 디자인 초안 만들어줄래요? 이건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예요.”“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바로 드라마 촬영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요.”“약속한 대로 금액도 넉넉히 주고, 이전의 불쾌한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는 거로 해요.”소희는 일어나 선유의 말을 들으며 발코니로 걸어갔다. 눈 부신 햇살이 소희의 얼굴을 비추었지만, 눈 속의 차가움은 녹이지 못했다. “시간도 없고, 마음도 없어요. 물론, 지금 시간이 있다고 해도 당신 디자인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만들 옷은 당신 같은 사람한테 주기 아까우니까!”소희의 말이 끝나자 선유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희 씨, 오늘 한 말 잊지 마세요. 후회하지 않길 바랄게요!”“난 아침부터 기분이 잡쳤어! 당신 전화를 받은 걸 후회하고!” 소희가 차갑게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자 곧 선유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소희 씨, 당신이 나한테 와서 싹싹 빌면서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기가 막히는 문자에 소희는 이선유의 번호를 바로 차단했다.…정오 무렵, 인터넷에 한 포스트가 올라왔는데‘King의 성장 과정’이라는 제목이었다. 포스트에서는 소희의 성장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20여 년 전 운성의 어느 마을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학대받고 어린 나이에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보육원에 보내졌다고 했다.게시글 작성자는 당시 사고 상황도 조사했다고 한다. 소희의 부모가 사고 당일 산물을 팔러 도시로 갔다가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트럭과 충돌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했다.또한 작성자는 소희의 친동생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친동생의 말에 따르면 사고 전날 소희가 자전거 앞에서 가위를 들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소희가 다음 날 부모가 나갈 것을 알고 일부러 브레이크를 고장 내 부모를 죽이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