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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임구택은 회사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 전화를 끝내고 돌아왔지만, 소희가 방에 없었다.

의아한 구택은 잠시 멈춰 서서 소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녀의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창문이 열려 있었다.

창문 너머로 뜰을 볼 수 있었는데, 소희는 뜰의 계화 나무 아래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긴 원피스를 입은 소희에, 햇빛이 금괴화 나무의 가지와 잎 사이로 비치며 등에 그림자를 비췄다.

그 모습은 외롭고 쓸쓸해 보이자 구택은 마음이 아파, 바로 소희를 찾으러 나갔다.

뒷마당에 도착해 가까이 가자, 구택은 소희가 손에 작은 야채를 들고 토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희는 누군가가 가까이 오는 것을 낌새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소희의 밝고 빛나는 미소는 구택에게 방에서 본 소희의 모습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구택은 소희의 옆에 앉았고, 다른 토끼 한 마리가 구택의 발쪽으로 다가와 채소를 달라고 하자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

“토끼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지 않아? 몇 달만에 이렇게 커졌어.”

“한 냄비에 다 들어가지 않을 거 같아.”

소희는 웃음이 터졌고 가볍게 말했다.

“이 토끼는 화진 언니 아들이 키운 거야. 걔가 화내기 전에 조심해야 해.”

구택은 입술을 살짝 삐쭉이며 바구니에서 작은 채소를 꺼내 토끼에게 줬다.

토끼가 빠르게 음식을 먹어치우자, 소희는 그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웃음이 나왔다.

“배 불렀어? 갑자기 왜 다시 와서 토끼를 먹이는 거야?”

구택이 웃으며 묻자, 소희는 손가락으로 들풀을 만지작거리며 집 지붕을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깨달은 게 있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정말 이유가 없는 것 같아.”

“아무리 그 사람이 비열하고 거짓말을 해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사랑할거거든.”

구택의 눈빛이 깊어졌다.

“소씨 집안사람들이 전화했어? 진연이?”

소희는 구택을 눈이 동그래서 쳐다봤고 구택의 날카로움에 놀랐다.

“왜 전화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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