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훈이 감독을 위협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안단희가 찾은 인맥이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을 해결했으니.물론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건 소유와 소시연이다.시연은 놀랍고도 노여워서 물었다.“왜죠? 처음에 저희가 뽑은 사람이 바로 구성혁 님이었어요. 그분도 제가 온갖 방법을 다 하여 설득한 건데, 왜 갑자기 팀원을 바꾸시겠다는 건데요?”소유도 덩달아 말했다.“저희는 팀원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감독님,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하지만 감독의 태도도 의외로 강경했다.“이건 제작팀에서 내린 결정이야, 바꾸고 싶지 않아도 바꿔야 해. 전반 프로그램의 성공을 중점으로 생각 해야지. 지금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연은 화가 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전반 프로그램의 성공이 뭔데요? 저희가 프로그램이 잘 되는 걸 막았나요? 애초에 제 친구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구성혁 님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하지도 않았어요! 아무리 어느 한 사람을 편애한다고 해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이때 소동이 옆에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구씨 쪽 재봉사는 제작팀이 모셔온 거고, 감독님의 심혈이야. 어떻게 네 공이 된 거지? 제작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너 혼자서 그분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워낙 성질이 더럽기로 유명했던 시연은 소동의 말에 바로 손에 든 물병을 들어 물을 소동의 얼굴에 끼얹고 달려들어 소동을 때리려 했다.물을 맞은 소동은 뒷걸음질을 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연을 노려보았다.스태프들이 보더니 바삐 달려들어 시연을 말렸다.소유도 덩달아 달려가 시연을 말리는 척하면서 기회를 틈타 소동을 걷어찼다.이에 지고 싶지 않았는지 단희도 달려들어 소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나머지 한 명의 스타는 말리기는커녕 멀리 서서 웃으며 싸움을 구경하기만 했다, 어차피 어떻게 바꾸든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장면이 점점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감독은 순간 대본을 책상 위로 세게 던
하지만 소유가 소시연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시연 씨가 지금 그만두겠다고 하면 우리에겐 더는 카메라 앞에 설 기회가 없어. 심지어 감독님과 방송국의 미움을 살 수도 있고.”시연이 듣더니 화를 내며 물었다.“그럼 타협하고 계속 이렇게 업신여김을 당하겠다고요?”이미 많이 냉정해진 소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연예계는 원래 이런 거야. 나 데뷔 초에 당했던 억울함이 이것보다 더 심하고, 더 많아. 그래도 참아야 하는 거잖아. 연예계에서는 잘 나가는 사람이 많은 자원을 가질 수 있어, 이게 바로 감독님이 말한 게임의 규칙인 거고.”시연이 목이 메어 말했다.“하지만 저 이대로 관두지 못하겠어요.”“그만해.”소유가 어쩔 수가 없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제작팀이 단희 씨의 명성 때문에 그러는 거라 해도 좋고, 누군가가 뒤에서 조작했다 해도 좋아, 어차피 우린 그들을 이길 수 없어. 시연 씨는 집에 돈도 많고, 또 북극의 디자이너 조수라 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거 아니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도 참가할 수가 없는데.”시연은 순간 자신이 소희에게 했던 약속들이 생각나 더 괴롭고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그래, 내가 이대로 제작팀을 떠난다면 정말 소희 언니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고, 북극 작업실의 체면을 짓밟아 버리는 거야.’……소희가 오후에 곧 일을 시작하려 하는데 마침 구성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심지어 성혁의 목소리는 엄청 무거웠다.[소희야, 나와 합작하는 사람이 바뀌었던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소희가 듣더니 순간 멍해졌다.“사람이 바뀌다니요? 누구로 바뀌었는데요?”[다른 팀으로 바뀌었고, 이름은 잘 모르겠어. 아무튼 전에 그 아이는 아니야. 말로는 프로그램 측의 결정이라고 그러던데, 뭔가 이상해. 그래서 너한테 연락해서 물어보는 거야.]소희가 차가워진 눈동자로 덤덤하게 말했다.“잠사만 기다려주세요, 선생님. 제가 바로 시연이에게 물어보겠습니다.”[그래, 한번 연락해 봐. 난 네 체면을 봐서 프로그램
소시연이 대답했다.“소희 언니에게 방법이 있을 거예요.”소유는 그러는 시연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크게 실망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소희 씨는 기껏해야 녹화 거부로 제작진을 위협하라고 구 선생님을 설득할 거야. 하지만 단희의 배후에 있는 분은 함부로 건드려서 안 되는 존재야.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은 구씨 수선집이 가져다주는 이슈를 포기하더라도 단희 배후에 있는 그분의 심기를 건들려 하지 않을 거라고.”‘만약 구 선생님이 끝까지 소동과 합작하는 걸 거부하게 되면 제작진 측은 틀림없이 구 선생님께서 출연 거부를 한 방향으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재봉사를 따로 찾아 시연이와 합작하게 할 건데.’‘어차피 단희의 목적은 우리의 인기를 짓눌러 버리는 거고, 결국엔 그 여인이 이기게 될 거야.’‘반대로 나와 시연이는 제대로 제작진의 미움을 사게 될 거고.’그래서 소희까지 불러와 성혁과 함께 제작진에 맞서려는 시연의 행위에 대해 소유는 반대 의견을 내놓은 거였다, 제작진의 미움을 샀다간 그들은 앞으로 예능에 더 출연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을 터니까.하지만 시연은 결국 소희를 찾아왔고, 이에 소유는 어쩔 수 없이 어떻게 감독과 이 일을 해석해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적어도 난 제작진과 대항할 의향이 없었다는 걸 증명해야 해.’……소희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성혁이네 댁으로 향했다.아직 소희를 보지 못한 성혁은 계속 소동과의 합작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에 제작진 측에서는 사람을 파견하여 많은 조건을 제기하면서까지 성혁을 설득하게 했다. 심지어 제작진 측에서는 구씨 수선집에 대한 선전에 힘을 쓰겠다고, 출연료도 백만 단위로 올려주겠다고 승낙했다.그러나 성혁은 그들이 준 조건에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단 소희를 만나겠다고, 소희가 합작하라고 한 사람과만 합작하겠다고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그래서 감독이 한창 조급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마침 한 스태프가 달려와 말했다.“구 선생님
“소희 언니한테 무슨 소리를 한 거야?”소시연이 다가와 소동을 노려보며 묻자 소동이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몇 가지 사실을 알려줬지.”소희의 희고 깨끗한 얼굴은 순간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다. 그러면서 소동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작업실안에서 감독과 프로듀서가 소희를 보자마자 열정적으로 일어나 맞이했다.“소희 씨 맞죠? 어서 앉아요!”감독이 직접 소희에게 물을 가져다주며 웃음을 드러냈다.“전에 소유 씨한테서 들었는데, 소희 씨가 구 선생님을 설득했다면서요? 그것 때문에 우리가 줄곧 기회를 찾아 소희 씨한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거든요.”“고맙긴요. 그건 그렇고, 제가 구 선생님을 설득하면서 합작 상대를 시연이로 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변동이 생겼다면서요?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네요.”감독이 덤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희 씨, 우리 프로그램에서 구 선생님을 모셔온 건 프로그램의 이슈를 최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로 구 선생님께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시기로 결정한 것도 그분만의 목적이 있겠죠. 그러니 서로의 목적이 최대한 실현되면 끝난 거 아닌가요? 합작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할까요?”소희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당연히 중요하죠. 구 선생님과 합작할 사람이 소동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저는 구 선생님을 설득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저 시연이 때문에 간 거지, 소동이 때문에 간 거 아니라고요.”이때 프로듀서가 다가와 소희를 향해 말했다.“소희 씨도 북국의 디자이너라는 건 우리도 다 알고 있습니다. 북극의 효익을 위해 이러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이렇게 합시다, 우리가 프로그램에서 북극을 많이 홍보해 줄게요, 시연 씨에게도 화면을 많이 주고. 설령 시연 씨가 이번 회차의 포텐이 아니라고 해도 저번보다 더 대박 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어때요?”그러면서 그는 미리 준비한 카드 한 장을 소희에게 건네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물론 우리도 소희 씨에게 헛수고를 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찬호와 몇 마디를 주고받던 시연은 소유의 호출에 급히 전화를 끊었고, 찬호는 안절부절 못하여 결국 임유민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제작팀과 시연이 대치하고 있는 것때문에 소희가 바로 찾아갔다는 말을 들은 유민도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었다.[소희 누나 설마 괴롭힘 당하는 거 아니야?]찬호가 걱정되어 물었다.이에 유민이 눈알을 한번 굴리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소희 쌤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생각났으니까.”[누구?]“우리 둘째 삼촌!”유민이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구택은 한창 직원을 훈계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신 번호를 확인한 구택은 손을 들어 임원들을 나가게 하고 전화를 받았다.[둘째 삼촌, 소희 쌤이 지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상관할 거예요, 말 거예요?]구택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뭐?”[소희 쌤이 지금 금강시에 있어요. 아직 소희 쌤과 잘해보고 싶다면 어서 가봐요.]“금강시에는 뭘 하러 간 건데?”구택이 물으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말하자면 길어요. 아무튼 빨리 가봐요. 한 예능 프로그램이 그곳에서 녹화하고 있는데, 바로 가서 소희 쌤을 찾으면 돼요.]구택은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드러냈다.‘소희가 드라마 제작팀으로 출근한 거 아닌가? 언제 또 예능 녹화하러 간 거지?’하지만 구택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차를 몰고 금강시로 질주했다.……한편 작업실 안에서 감독과 소희는 여전히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감독이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지만, 소희는 여전히 조금도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소희가 북극 작업실을 대표해 그렇게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프로듀서는 인맥을 통해 진석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냈고, 진석에게 자초지종을 알려주며 타협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득을 많이 주겠다는 조건을 걸면서까지.그러나 진석은 덤덤하게 한마디만 내던졌다.[저는 소희의 의견을 존중합니다.]프로듀서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임구택은 제작진의 임시 사무실이 있는 곳에 도착한 후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안단희가 구택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경악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구택을 맞이했다.“임 대표님, 안녕하세요. 전화 한통이면 되는 일을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거예요?”소동과 소시연 등도 구택을 보더니 분분히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면서도 시연은 더욱 안절부절 못했다, 구택이 소동을 도와줄지 소희를 도와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구택이 주위를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소희는?”시연이 듣더니 즉시 대답했다.“안에서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있어요.”이에 구택이 바로 긴 다리를 들어 안으로 들어갔고, 그러는 구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동이 단희를 향해 물었다.“임 대표님이 정말로 우리를 도와줄까요?”“당연하지, 이번 일은 임 대표님이 직접 방송국에 연락해서 지시한 건데. 구은서의 체면이 소희보다 더 크다고.”처음엔 단희도 서수연과 마찬가지로 소희가 구택의 조카딸인 줄 알았다. 그러다 나중에 유민의 가정교사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반대로 구은서는 임 대표와 같이 자란 절친인데, 당연히 구은서의 지위가 더 높겠지.’그러나 지난번에 구택이 소씨 가문에서 소희의 편에 섰던 장면이 생각나 다소 불안해진 소동은 단희더러 따라 들어가 보라고 했다.이에 단희가 한참 생각하더니 결국 구택을 쫓아가 함께 감독 만나러 들어갔다.그러다 작업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즉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감독님, 프로듀서님, 임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감독과 프로듀서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놀라운 표정을 드러내며 구택을 쳐다보았다.“임, 임 대표님!”프로듀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구택과 악수했다.“어떻게 직접 오셨습니까? 저희 지금 북극 작업실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니 걱정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소동 씨와 구 선생님이 합작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소희도 고개를 돌려 구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친 순간 소희의 얼굴색은
임구택이 소희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왔다니!제작진은 방금 소희에게 한 말을 생각하며 등골이 서늘해졌다.구택이 제작진과 감독을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말이 더 필요한 건가요?”제작진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공손한 태도로 소희에게 사과하자 감독도 연신 사과하였다.“저희가 실수했습니다. 임구택 사장님과 소희 씨 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소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나 있었지만, 이런 기회주의자들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기에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구택도 소희를 따라 나갔다.소희가 나가자, 소시연과 소동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시연이 긴장한 목소리로 소희를 불렀다.“문제는 해결됐어. 넌 계속 구성혁 선생님과 협력해. 앞으로는 아무도 너희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시연은 놀란 얼굴로 소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이야? 소희야, 너 왜 이렇게 대단해?”소희는 자조적으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대단한 게 아니야, 구택 씨가 대단한 거지.”시연은 놀라서 구택을 바라보았고 구택은 소희의 비꼬는듯한 어투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둘 사이에 이미 오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일은 그들의 오해를 더 깊게 만들 뿐이었다.소희는 떠나기 전에 구성혁 선생님을 만나 본인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 피해를 주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그러자 성혁은 웃으며 말했다. “이게 뭐가 대수라고. 이익을 위해 서로 물고 뜯는 일은 정말 많이 봤고 내가 쉽게 당할만한 인물은 되지 못해.”소희는 성혁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만약 제작진이 불편하게 만들면 그게 언제가 됐든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해결할 테니까.”“걱정 마.”성혁은 소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소희는 성혁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성혁은 소희를 배웅하기 위해 같이 집에서 나왔고 밖에 서 있던 남자를 보더니 소희한테 물었다.“네 남자친구야?”“아니에요!”소희는 일말의 망설
구은서는 목이 메 말했다. “나 아직 이지민 감독님 영화 촬영 중이야. 지금 그만두면, 감독님이 내 분량을 다시 촬영해야 하고, 소희 씨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해. 촬영 끝나면 그때 강성에서 떠날게. 떠나기 전까지 소희 씨 안 괴롭히겠다고 약속도 할게. 그리고 이 시점에 떠나면 소희 씨가 당신이 찔리는 점이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구택은 눈을 감고, 강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했다.“소희 건드리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구택의 말에 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강성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소희는 자신의 서재에 콕 박혀서 디자인했는데 한번 했다 하면 몇 시간은 걸렸다.소희가 서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밤이 되었고 거실 불은 꺼져 사방이 깜깜했다. 구택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긴 기럭지도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굉장히 서글프고 외로워 보였다.소희가 나오자 구택은 스탠드 등을 켰고, 따뜻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녁 준비했는데 식었을 거라서 데워줄게.”“괜찮아, 잠깐 나갔다 올 때 먹고. 밖에서 먹고 올게요.” 소희의 목소리는 가볍지만 차가웠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구택이 곧바로 일어나 따라나섰다.“소희야!”구택의 부름에 소희는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비록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소희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따라오지 말고 내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지도 마. 안 그러면 내일 바로 이사 갈 거니까.”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소희에 구택의 눈빛은 어두웠고 낮고 느린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소희야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 나한테 이러지 마.”구택의 말에 소희는 목이 메어 대답했다.“나한테 생각 할 시간을 줘.”구택은 상처받은 눈빛이었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결론 나면 알려줘. 여기서 기다릴게.”“지금의 나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소희는 차갑게 말을 뱉고는 돌아서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