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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정소연 아버지의 목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려왔다.

[실은 소연의 외삼촌이 며칠 전에 병이 나서 화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화남병원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상대로 무료 병실을 제공해주는 정책이 있다던데, 그걸 신청할 수만 있으면 병실을 무료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타 비용도 엄청 많이 줄여줄 수 있대요. 그래서 청아 씨의 남편이 어떻게 소연의 외삼촌을 위해 무료 병실을 신청해 줄 수 있을지 묻고 싶어서 연락한 거예요.]

‘남편?’

낯선 두 글자에 얼굴색이 순간 변한 청아는 급히 스피커를 끄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운전하고 있던 장시원이 갑자기 청아가 뻗은 손을 찰싹 때렸다. 그러고는 차갑게 청아를 한번 흘겨보았다.

이에 청아가 따끔해진 손등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만약 정책의 조건에 부합되는 거라면 직접 가서 신청하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부합되지 않으니까 이렇게 청아 씨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잖아요. 청아 씨의 남편이 화남병원의 부주임이니, 한번 잘 말해주면 무조건 될 거예요.]

“죄송해요, 아저씨. 이건 제가 어떻게 도울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청아 씨, 이게 청아 씨 남편에게 있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제발 좀 도와줘요.]

“정말 미안해요, 아저씨. 사실 하 선생님은 제 남편이 아니에요.”

정소연 아버지의 태도가 너무 간절해 청아는 더 이상 그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입술을 깨물고 사실대로 말했다.

그리고 청아의 말에 정소연 아버지가 깜짝 놀라 목소리마저 높아졌다.

[뭐라고요? 하지만 그날 강남의 집에서 분명 하 선생이 청아 씨의 남편이라고 우리한테 소개했었잖아요?]

끽-

정소연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가 갑자기 길옆에 멈추었고, 아무런 마음 준비도 없었던 청아는 그렇게 등받이에 부딪치고 말았다.

어느새 슈퍼에 도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시원은 차에서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노여움과 한기가 용솟음치고 있는 눈빛으로 청아를 노려보았다.

이에 청아는 얼굴색이 창백해져 난감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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