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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순간 밀물 마냥 밀려오는 무력감에 청아는 더 말할 힘도 없었다.

“알았어요. 저 곧 내려야 하니까 이만 끊을 게요.”

허홍연은 그제야 청아 말투 속의 냉담함을 눈치채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하루 종일 출근하느라 피곤하지? 어서 돌아가 쉬어.]

“네.”

통화가 끝난 후, 청아는 드디어 다시 평정심을 되찾게 되었다.

사실 청아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이 점점 얼어가고 있을 뿐.

……

저녁에 조백림이 넘버 나인에서 파티를 주최했고, 장시원이 퇴근하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미리 도착한 친구들은 이미 술을 마시며 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장시원은 룸 안을 한번 둘러보고 홀로 소파에 앉아있는 임구택을 향해 직진했다.

하지만 임구택은 다가오고 있는 장시원도 발견하지 못한 채 소파에 기대 열심히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이에 장시원이 눈썹을 올리고 임구택의 휴대폰 화면을 힐끗 쳐다보았다.

휴대폰 속에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커피 말고 또 뭘 만들어낼 수 있어?]

[뭘 가지고 싶은데?]

[흠, 딱히 가지고 싶은 건 없는데? 당신이 제일 아끼는 공주님을 보여줄 수 있어? 정말로 나보다 더 예쁜지 보고 싶어.]

[당연히 당신보다 더 예쁘지. 그 아이는 내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봇이야.]

[그렇게 말로만 해서 누가 믿어? 나도 한번 보여줘 봐.]

……

소희의 목소리였다.

장시원은 궁금한 마음에 임구택 쪽으로 바짝 붙어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임구택은 그제야 장시원을 발견하고 바로 화면이 아래로 향하게 휴대폰을 뒤집고는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언제 온 거야?”

“한참 됐어. 네가 그 동영상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발견하지 못한 거고.”

임구택이 듣더니 조용히 휴대폰 화면을 끄고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 후,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로 손에 든 라이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장시원도 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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