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그래요. 그럼 내일 꼭 일찍 돌아와야 해요, 소희 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시름이 놓이지 않았는지 임유민이 재차 당부했다.그리고 임유민의 진심이 느껴진 임구택이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 끊을 게.”통화가 끝난 후, 임구택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침대 옆에 앉아 두 팔을 소희의 몸 양쪽에 지탱한 채 맑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희를 쳐다보며 물었다.“오늘 나한테 사과하려고 내 방에 찾아 갔었어?”“유민이가 한 말도 믿어?”“응, 난 유민이를 믿어.”소희가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임구택은 덤덤하게 웃으며 침대에 올라 앉아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자, 말해봐. 어떻게 사과하려고 했어?”“…….”소희가 순간 난감한 표정을 드러내며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나 더 잘래, 방해하지 마.”그대로 소희를 자게 놔둘 리가 없었던 임구택은 바로 소희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몸을 숙여 그녀의 귓불에 입술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다소 유감스러운 말투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하루만 더 버틸 걸, 그러면 당신이 나한테 사과하는 걸 볼 수 있었을 텐데.”임구택이 말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숨결은 소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찌릿찌릿하게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이에 소희가 조용히 얼굴을 옆으로 피하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꿈 꾸지 마.”“나 지금 정말로 꿈 꾸는 것 같아.”임구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희의 얼굴에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그러다 소희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임구택의 입술은 점점 아래로 향했고, 호흡도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곧 벌어질 일을 예상한 소희는 급히 두 손으로 임구택의 어깨를 밀었다.“나 배고파.”“그래, 먼저 밥 먹으러 가자.”확실히 많이 늦은 시간이라 임구택은 욕정이 채 식지 않은 두 눈으로 소희를 뜨겁게 쳐다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소희가 입고 온 셔츠의 단추는 임구택의 거친 동작 때문에 두개나 떨어져 나가
“서프라이즈 확실해?”“왜, 아니야?”소희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묻자 임구택이 발걸음을 멈추고 소희를 벽에 밀쳤다. 그러고는 미지근한 눈빛으로 소희를 쳐다보며 되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나를 본 순간 흥분되어 펄쩍펄쩍 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어?”“만약 내가 진작에 이 집의 주인이 당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면, 믿을 거야?”“어떻게 알아차렸는데?”“커피. 첫째, 지니가 마술사도 아니고 어떻게 정말로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겠어? 그래서 그때 난 이미 집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지. 그리고 둘째, 커피에 넣은 우유와 설탕은 전부 내 입맛에 따라 추가되었어. 내 입맛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당신 말고 또 누가 있을 것 같아?”임구택이 듣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미 나라는 걸 알아맞혔으면서 왜 문을 두드려 확인하지 않았어?”“당신이 아직도 화 나 있을까 봐.”“자기야, 난 영원히 당신한테 화를 내지 않아. 화를 낸다고 해도 나 자신한테 화를 내겠지, 한계를 잃을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한테. 아니면 심명이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한테 접근할 수 있어 화를 낸다거나. 아무튼 당신한테는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거야.”임구택의 눈빛은 대답처럼 다소 진지했고, 그 진지함에 마음속 깊은 곳이 뭉클거린 소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구택 씨, 앞으로 우리 다시는 싸우지 말자.”“싸워도 괜찮아, 오늘처럼 풀어나가면 되니까.”임구택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소희의 눈가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그러다 입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깜짝 놀란 소희는 바로 고개를 숙여 임구택의 품에 안겼다.“어서 밥 먹으러 가자, 나 진짜 너무 배고파.”임구택은 어쩔 수 없이 타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소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뭘 먹고 싶어? 남월정에 갈까?”“좋아!”주인 아줌마가 끓여줬던 밀크 티를 생각하니 소희는 더욱 배가 고파진 느낌이 들어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남월정으로 가는 길에 소희는 청아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싫어, 그냥 각자 살자.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소희가 고개를 저으며 바로 거절했다. 그리고 소희의 확고한 대답에 임구택이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어차피 한 침대에서 잘 건데, 뭐 하러 왔다갔다해?”“누가 당신이랑 한 침대에서 잔대? 나 돌아가서 잘 거야.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난 이만 내 집으로 가야겠다. 잘 자.”소희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자 임구택이 소파에 기댄 채 차가운 빛이 도는 눈동자로 소희를 쳐다보며 경고했다.“한 발작만 더 움직여 봐.”“움직이면 뭐 어쩔 건데?”임구택의 경고에 쉽게 쫄 리가 없었던 소희는 교활함이 묻은 눈빛으로 임구택을 향해 말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신속하게 문 쪽으로 달려갔다.하지만 현관문은 열리자마자 어느새 쫓아온 임구택에 의해 다시 굳게 닫혀버렸고, 임구택이 바로 소희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임구택의 뜻을 거스른 대가는 무서웠다.그렇게 임구택의 뜨거운 키스 속에서 의식이 점점 혼돈해질 무렵, 소희는 문득 임구택이 일부러 자신한테 복수하고 있는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동안 한 번도 그를 찾아 해석하려 하지 않아서.……이튿날 아침, 외출하기 전 소희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어제 그 약, 더 있어?”임구택이 듣더니 고개를 들어 소희를 쳐다보았다.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까만 눈동자에는 아무런 정서도 담기지 않았다.“한달에 두 번만 먹으면 돼.”이에 소희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임씨네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2층에서 헤어지기 전에 임구택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을 게.”“그래, 내가 갈때까지 천천히 기다리고 있어.”“…….”소희의 대답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는 듯했고, 그걸 눈치챈 임구택이 바로 소희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럼 내가 사과할 게, 아무튼 당신 꼭 내 방으로 올라와야 해.”소희는 하인이 보기라도 할까 봐
하지만 소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네 둘째 삼촌보고 시험지를 찍어 네 부모님에게 보내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뭘 더 어떻게 잘 말해야 하는 건데? 설마 네 둘째 삼촌이 이렇게 쉬운 일도 거절하겠어?”‘뭐야,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어제와 달라진 소희의 태도에 임유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둘째 삼촌이 지금 쌤한테 화 나 있다는 걸 쌤이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다 둘째 삼촌이 만약 쌤을 무시하면 어쩌려고?”“무시하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지.”“쌤, 우리 둘째 삼촌이 겉은 차가워 보여도 사실 마음은 또 엄청 약해. 쌤이 듣기 좋은 말로 잘 달래기만 하면 틀림없이 쌤을 용서해 줄 거라고.”“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거야?”“둘째 삼촌의 도도함은 타고났으니까! 우리 할아버지랑 말다툼이 났어도 먼저 사과해본 적이 없어!”임유민의 대답에 소희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그래?”“그래! 그러니까 쌤이 먼저 져줘.”임유민이 간절한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임유민의 모습에 소희는 차마 그를 놀릴 수가 없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노력해볼 게.”“역시 쌤은 우리 둘째 삼촌보다 아량이 훨씬 더 넓다니까. 쌤 같은 쌤을 만난 게 나의 영광이야!”임유민의 아부에 소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갔다 올 게.”“응, 힘내!”임유민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소희는 웃음이 담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러다 3층에 도착한 후, 입꼬리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간 소희는 임구택의 방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런데 의외로 문은 바로 열렸고, 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쳐다보며 미소를 드러냈다.“선생님이셨네요, 무슨 일이시죠?”“유민이의 성적에 대해 드릴 얘기가 있어서요.”소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용건을 제기했고, 임구택이 순순히 방문을 열었다.“들어
“안 돼! 난 유민이의 가정교사야, 당신이 지불해 주는 임금에 미안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소희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의 시험지를 챙겨 들고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이에 임구택도 덩달아 일어나 소희의 손을 잡았다.“외로움은 돈을 내는 나의 몫인 거야?”“장난치지 마, 나 정말 수업하러 가야 해.”“그럼 당신의 오후와 저녁 시간은 전부 내 거인 거야.”소희가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 하자 임구택이 바로 조건을 제기했다. 이에 소희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에 우리 유민이랑 밥 먹고, 저녁에는 청아랑 밥 먹자.”예전에 소희는 임구택과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청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구택이 경원으로 이사 오게 되었고, 청아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시간의 문제였으니 소희는 차라리 밥을 먹으며 미리 청아에게 알려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리고 소희의 의도를 눈치챈 임구택은 순간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소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는 게 그 어떤 말보다 그를 더 기쁘게 했으니 임구택은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럼 나 먼저 내려 갈게.”“응, 기다리고 있을게.”……소희가 다시 임유민의 방으로 돌아오자 임유민이 즉시 긴장해하며 물었다.“어떻게 됐어?”“네 둘째 삼촌이 너의 부모님께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약속했어, 딱히 나를 난처하게 하지도 않았고.”“그게 다야?”“왜? 또 뭐가 있어야 하는 건데?”진심으로 의아해하는 소희의 표정에 임유민이 순간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물었다.“쌤과 둘째 삼촌 말이야! 화해했어?”“우리 아무 일도 없는데 뭘 화해해?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어서 수업이나 시작하자.”소희가 덤덤하게 말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임유민은 무언가를 물으려고 다시 입을 여는데 마침 메시지가 들어왔다.임구택이었다.[열심히 강의 듣고, 소희한테 아무것도 묻지 마. 점심에 소희가 남아서 우
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꼭 잡고 청아를 향해 말했다.“그동안 소희를 챙겨줘서 고마워요.”“아, 아니에요! 소희가 저를 더 많이 챙겨줬는걸요.”청아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중점이 그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향해 물었다.“두 사람, 정말 화해했어?”“응, 저녁에 밥 먹을 때 너에게 알려주려 했어.”“잘 됐다. 내가 다 기쁘네.”비록 전에 소희가 임구택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아 성연희가 임구택을 원수처럼 미워하고 있고, 또 소희에게 더는 임구택과 화해해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경고해왔지만 청아는 소희가 임구택을 잊지 못했다는 걸, 그래서 심명보다는 다시 임구택을 선택할 거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은 한 번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이 평생 가는 거니까.아무리 상처받아 몸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그 사랑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게 되는 법이다.게다가 청아는 자신의 눈과 직감을 믿었다.‘임구택 씨는 소희를 엄청 사랑하고 있는 거야.’스모그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처럼 오해도 언젠가는 풀릴 거고, 사랑도 결국 모든 어려움을 뚫고 더 좋은 앞날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그럼 저녁에 우리 외식하지 말고 집에서 먹자, 내가 할 게. 두 사람의 화해를 축하해줄 겸.”청아가 흥분되어 소희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돌려 임구택의 의견을 물었다.“난 어디서 먹어도 다 괜찮아.”그렇게 집에서 밥 먹기로 합의 본 후, 청아는 요요랑 놀러 가고 소희는 임구택과 부근의 슈퍼에 가서 식재료를 구매하기로 했다.그러다 슈퍼로 가는 길에서 임구택이 갑자기 소희에게 물었다.“한 사람 더 불러도 돼?”“장시원?”“응. 난 그 두 사람의 관계가 한걸음 더 나아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청아 씨 혼자서 요요를 키우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잖아?”임구택의 대답에 소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장시원에 대해 백프로의 확신이 들지 않는 건 여전했다.“장시원은 무슨
소희가 임구택을 한번 흘겨보고는 딜을 하기 시작했다.“그럼 작은 걸로 두 개, 어때?”“그래.”“…….”딜이 분명 성사되었지만 소희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앞으로 아이스크림도 마음대로 못 먹겠네.’마지못해 쇼핑 카트의 큰 아이스크림을 돌려놓고 작은 걸로 바꾸는 소희는 속으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그래서 장시원이 대체 뭐라고 했는데?”“걔가 뭐라고 더 하겠어? 당연히 엄청 기뻐하며 승낙했지.”소희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청아가 장시원과 잘 되는 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 새로운 국면이 이루어질지도 몰라.’장을 다 보고 청아네 집으로 돌아온 후, 임구택은 식재료를 주방으로 옮겼고, 소희가 과자를 요요에게 건네주며 청아를 향해 말했다.“이따가 장시원도 온대.”청아가 듣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뭐?”“미안, 내가 네 의견도 묻지 않고 혼자서 결정했어. 난 그냥 네가 매일 장시원의 밑에서 일하는데, 상사와의 관계를 잘 처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하지만 그 사람만 보면 나 너무 긴장돼.”“그럼 몇 번 더 만나면서 그 긴장감을 이겨내.”소희의 말에 청아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하루 종일 그 사람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계속 이럴 수는 없지. 반드시 평정심을 되찾고, 예전처럼 그 사람을 다시 친구로 여겨야 해.”‘설령 그 사람이 살가운 표정을 드러낸 적이 없고, 또 자주 나를 꾸짖는다 하더라도 난 반드시 습관해야 해.’“잘 생각했어.”소희의 진심 어린 눈빛에 청아가 웃으며 되물었다.“너와 임 대표님의 일이나 말해 봐,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사실 우리 이미 여러 번 만났었어.”“그럼 임 대표님이 정말로 너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 거야?”“응, 나도 어제 알았어.”“임 대표님이 확실히 너한테 마음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저
“열어보면 알잖아.”소희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밖에는 선물과 술을 양손 가득 들고 온 장시원이었다.“빨리 왔네요?”“마침 근처에서 일을 보고 있어서. 구택이는?”“안에요.”소희의 대답에 장시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요요야.”“아저씨!”진작 장시원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요요가 아장아장 달려와서는 웃으며 장시원을 향해 팔을 벌렸다.이에 옆에 있던 청아가 눈치껏 장시원이 가지고 온 물건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장시원을 향해 말했다.“이렇게 많은 걸 사올 필요까지는 없는데.”“다른 사람이 선물로 준 거야, 어차피 나한테는 쓸모없는 거니까 가지고 온 거고.”“아. 편하게 앉아 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세요. 제가 가서 음식을 만들게요.”청아가 어색하게 한번 웃고는 주방 칸으로 들어가려 하자 임구택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청아를 향해 말했다.“오늘은 나와 시원이가 저녁을 책임질 테니까, 청아 씨는 소희와 요요랑 같이 쉬고 있어요.”“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금방이면 돼요!”“난 구택 씨의 제의가 좋다고 생각하는데?”청아가 연거푸 손을 흔드는 모습에 소희가 바로 청아를 끌고 거실로 향했다. 그러다 장시원의 곁을 지나칠 무렵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수고해줘요, 시원 오빠.”“수고는 무슨.”“그럼 저 아저씨 도와 채소 뜯어 줄게요!”장시원의 품에서 내려오기 싫었던 요요는 자신을 향해 뻗은 청아의 두 손을 무시하고 장시원을 바라보며 깜찍한 말투로 말했다. 이에 장시원이 웃으며 요요를 안고 주방 칸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종래로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임구택과 장시원이 주방 칸에 멍하니 서서 식재료들을 보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했다.그러던 중 장시원이 갑자기 ‘픽’ 하고 웃었다.“소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말 무엇이든 다 도전하는구나?”“날 믿어, 난 분명 나 자신만을 위해 이러는 거 아니라는 걸.”“난 너처럼 그렇게 못나지는 않았어. 설령 내가 우청아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