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꼭 잡고 청아를 향해 말했다.“그동안 소희를 챙겨줘서 고마워요.”“아, 아니에요! 소희가 저를 더 많이 챙겨줬는걸요.”청아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중점이 그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향해 물었다.“두 사람, 정말 화해했어?”“응, 저녁에 밥 먹을 때 너에게 알려주려 했어.”“잘 됐다. 내가 다 기쁘네.”비록 전에 소희가 임구택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아 성연희가 임구택을 원수처럼 미워하고 있고, 또 소희에게 더는 임구택과 화해해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경고해왔지만 청아는 소희가 임구택을 잊지 못했다는 걸, 그래서 심명보다는 다시 임구택을 선택할 거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떤 사람은 한 번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이 평생 가는 거니까.아무리 상처받아 몸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그 사랑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게 되는 법이다.게다가 청아는 자신의 눈과 직감을 믿었다.‘임구택 씨는 소희를 엄청 사랑하고 있는 거야.’스모그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처럼 오해도 언젠가는 풀릴 거고, 사랑도 결국 모든 어려움을 뚫고 더 좋은 앞날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그럼 저녁에 우리 외식하지 말고 집에서 먹자, 내가 할 게. 두 사람의 화해를 축하해줄 겸.”청아가 흥분되어 소희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소희가 고개를 돌려 임구택의 의견을 물었다.“난 어디서 먹어도 다 괜찮아.”그렇게 집에서 밥 먹기로 합의 본 후, 청아는 요요랑 놀러 가고 소희는 임구택과 부근의 슈퍼에 가서 식재료를 구매하기로 했다.그러다 슈퍼로 가는 길에서 임구택이 갑자기 소희에게 물었다.“한 사람 더 불러도 돼?”“장시원?”“응. 난 그 두 사람의 관계가 한걸음 더 나아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청아 씨 혼자서 요요를 키우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잖아?”임구택의 대답에 소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장시원에 대해 백프로의 확신이 들지 않는 건 여전했다.“장시원은 무슨
소희가 임구택을 한번 흘겨보고는 딜을 하기 시작했다.“그럼 작은 걸로 두 개, 어때?”“그래.”“…….”딜이 분명 성사되었지만 소희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앞으로 아이스크림도 마음대로 못 먹겠네.’마지못해 쇼핑 카트의 큰 아이스크림을 돌려놓고 작은 걸로 바꾸는 소희는 속으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임구택을 향해 물었다.“그래서 장시원이 대체 뭐라고 했는데?”“걔가 뭐라고 더 하겠어? 당연히 엄청 기뻐하며 승낙했지.”소희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청아가 장시원과 잘 되는 게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 새로운 국면이 이루어질지도 몰라.’장을 다 보고 청아네 집으로 돌아온 후, 임구택은 식재료를 주방으로 옮겼고, 소희가 과자를 요요에게 건네주며 청아를 향해 말했다.“이따가 장시원도 온대.”청아가 듣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뭐?”“미안, 내가 네 의견도 묻지 않고 혼자서 결정했어. 난 그냥 네가 매일 장시원의 밑에서 일하는데, 상사와의 관계를 잘 처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하지만 그 사람만 보면 나 너무 긴장돼.”“그럼 몇 번 더 만나면서 그 긴장감을 이겨내.”소희의 말에 청아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하루 종일 그 사람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계속 이럴 수는 없지. 반드시 평정심을 되찾고, 예전처럼 그 사람을 다시 친구로 여겨야 해.”‘설령 그 사람이 살가운 표정을 드러낸 적이 없고, 또 자주 나를 꾸짖는다 하더라도 난 반드시 습관해야 해.’“잘 생각했어.”소희의 진심 어린 눈빛에 청아가 웃으며 되물었다.“너와 임 대표님의 일이나 말해 봐,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사실 우리 이미 여러 번 만났었어.”“그럼 임 대표님이 정말로 너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 거야?”“응, 나도 어제 알았어.”“임 대표님이 확실히 너한테 마음을 많이 쓰는 것 같아. 저
“열어보면 알잖아.”소희가 다가가 문을 열었다.밖에는 선물과 술을 양손 가득 들고 온 장시원이었다.“빨리 왔네요?”“마침 근처에서 일을 보고 있어서. 구택이는?”“안에요.”소희의 대답에 장시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요요야.”“아저씨!”진작 장시원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요요가 아장아장 달려와서는 웃으며 장시원을 향해 팔을 벌렸다.이에 옆에 있던 청아가 눈치껏 장시원이 가지고 온 물건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장시원을 향해 말했다.“이렇게 많은 걸 사올 필요까지는 없는데.”“다른 사람이 선물로 준 거야, 어차피 나한테는 쓸모없는 거니까 가지고 온 거고.”“아. 편하게 앉아 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세요. 제가 가서 음식을 만들게요.”청아가 어색하게 한번 웃고는 주방 칸으로 들어가려 하자 임구택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청아를 향해 말했다.“오늘은 나와 시원이가 저녁을 책임질 테니까, 청아 씨는 소희와 요요랑 같이 쉬고 있어요.”“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금방이면 돼요!”“난 구택 씨의 제의가 좋다고 생각하는데?”청아가 연거푸 손을 흔드는 모습에 소희가 바로 청아를 끌고 거실로 향했다. 그러다 장시원의 곁을 지나칠 무렵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수고해줘요, 시원 오빠.”“수고는 무슨.”“그럼 저 아저씨 도와 채소 뜯어 줄게요!”장시원의 품에서 내려오기 싫었던 요요는 자신을 향해 뻗은 청아의 두 손을 무시하고 장시원을 바라보며 깜찍한 말투로 말했다. 이에 장시원이 웃으며 요요를 안고 주방 칸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종래로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임구택과 장시원이 주방 칸에 멍하니 서서 식재료들을 보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했다.그러던 중 장시원이 갑자기 ‘픽’ 하고 웃었다.“소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말 무엇이든 다 도전하는구나?”“날 믿어, 난 분명 나 자신만을 위해 이러는 거 아니라는 걸.”“난 너처럼 그렇게 못나지는 않았어. 설령 내가 우청아를 좋아한다고
임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새우를 손질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확고했다.“이번 생에 그녀가 아니면 안 돼. 그런데 왜 자신을 괴롭히겠어?”장시원은 시선을 돌리며 갑자기 웃었다.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지 마. 그냥 그녀가 그리워서 못 견딜 뿐이잖아!”구택이 시원을 흘긋 보며 말했다. “내가 좋으니까!”장시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네가 좋다면 이 세상에 네가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어?”“내가 너라면 남의 일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을 거야!”구택이가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시원이가 구택에게 물었다.“내가 뭐?”“청아 집에서 맞선보라고 부추긴다고 하더라?”구택이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그런 일이 있어?”시원은 머리를 약간 수그리고 토마토를 계속 씻으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구택이가 미간을 좁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청아가 2년 동안 혼자서 꽤 힘들어했어. 적당한 사람이 있다면, 나도 소희한테 청아 좀 설득해 보라고 했을 거야. 결혼할 나이잖아.”장시원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너 너무 심하게 기뻐하는 거 아니야?”임구택이 조롱했다. “상관없다며?”“어쨌든 청아가 내 밑에서 일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관계는 있어!”“그건 사생활이야, 네가 상사라고 해도 관여할 수는 없어!”시원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구택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기운을 빼고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네. 앞으로 너하고 소희에 관한 일도 입 닫고 있을게.”구택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청아를 그렇게 신경 쓰면서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거야?”시원은 이 말을 듣고 무덤덤하게 말했다.“너무 멀리 갔네. 청아는 나를 배신하고 나를 속인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지금 나랑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랑을 받으려 하는 게 말이 돼? 내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것 같아?”이 말을 들은 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면 왜 요 2년 동안 다른 여자를 안 만났는데? 청아 때문이
해물탕은 좀 더 끓여야 했다. 따라서 몇몇 사람들은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장시원은 요요를 자신의 곁에 두고 소고기와 토마토 계란 볶음을 젓가락으로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임 아저씨가 만든 요리인데 한번 먹어볼까?”요요는 입을 내밀고 호호 불며 조심스럽게 한 입 먹었다. 꼭꼭 씹은 후,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맛있어요!”그리고 요요는 장시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삼촌도 요리할 줄 알아요?”시원은 당황했지만, 요요 마음속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웃으며 거짓말했다.“물론이지, 내가 만들어 줄게. 이것보다 훨씬 맛있을 거야!”소희가 웃으며 말했다.“아이를 속이지 마세요. 기왕 하기로 한 이상 해 보여야죠!”시원이 말했다.“뭐 그까짓 거 구택한테서 배우면 되죠. 그게 뭐라고!”청아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요요가 그냥 물어본 거니까, 장 사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그리고는 임구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럼 임 사장님은 여기 계속 사시는 거예요? 임 사장님은 줄곧 여기서 사는 거예요? 그런 거면 앞으로 소희처럼 우리 집에 오셔서 식사하셔도 돼요.”“그래요, 고마워요!”구택이 엷게 웃었다.“잠깐만요!” 장시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택에게 물었다.“너 어디서 사는데?”청아가 웃으며 말했다.“구택 씨는 소희의 이웃이죠. 소희 집 맞은편에서 거주하고 있어요.”장시원이 놀란 표정으로 구택을 바라보더니 곧 웃음을 터뜨렸다.“언제?”“이틀 전, 이사했어.”구택이 침착하게 대답했다.“대단해!” 시원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고는 소희에게 농담을 건넸다.“제가 소희씨라면 그 자리에서 구택에게 청혼할 텐데요.”그 말에 구택이 소희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웃었다.“애초에 나와 결혼할 사람이야!”장시원은 놀란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놀라운 날이네!”그러고는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화해했으니 이제 저놈 얼굴을 볼 일이 없겠네요. 건배합시다!”모두들 잔
장시원은 처음 해 보는 것이었지만, 사실 간단한 일이었다. 그저 깔끔하게 씻기만 하면 되었다. 우청아는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옆으로 가서 도마를 치우며 시원이가 씻은 접시를 닦아 찬장에 넣었다. 청아는 접시를 정리하며 슬쩍 시원의 건장한 옆모습을 눈짓으로 훑었다. 그는 열심히 설거지하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굵은 팔뚝을 드러냈다. 청아는 그의 곁에서 분주히 움직였지만 요동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청아는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이 회사에서 관계를 생각하며 이상한 생각을 멈추려고 했다.한편, 거실에서 소희는 요요와 함께 블록을 쌓고 있었고, 임구택은 옆에서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소희와 요요의 모습을 보며 구택은 갑자기 약간의 불만이 생겼다. ‘장시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놈한테 이렇게 예쁜 딸이 그냥 생긴다니.’구택과 소희는 함께한 시간이 길었지만 아직 자녀가 없었다.‘세상 참 불공평하다!’“무슨 일 있어?” 소희는 마치 마음이 통하는 듯 구택을 올려다보았다.구택의 눈빛에는 약간의 원망이 서려 있었다.“아기 좋아해?”그러나 소희는 임구택이 자주 건네는 그 백색 알약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요요만 좋아, 다른 사람의 아이는 싫어.”“우리 아이라면?”임구택의 눈빛이 더욱 타오르고 있었다.소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본 적 없어.”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구택은 계속해서 자녀에 관한 질문을 할 것 같았지만 이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이때 청아가 과일 접시를 들고 나왔다. “과일 먹을 시간이에요!”장시원도 손을 닦고 주방에서 나와 구택에게 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그래, 이사 간 기념으로 파티를 하는게 어때?”임구택은 시원이 농담하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부러워? 차라리 너도 청아 씨 맞은편 집을 사서 다 같이 지내는 것이 좋겠어!”청아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우청아는 가볍게 화를 내며 말했다.“엄마 말 좀 듣자. 엄마랑 같이 잘까? 엄마가 동화책도 읽어줄게.”“싫어요, 삼촌이 재워주세요!”임구택과 소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이 반짝였다.‘요요가 시원 씨를 이렇게 좋아하다니!’“제가 재워드릴게요.”장시원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요요를 포근히 안아 침실로 향했다.“삼촌과 같이 자자.”“네.”요요는 시원의 목을 꼭 안고 따라갔다.청아는 무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따라갔다.침실에 들어서자, 시원은 잠시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여성의 침실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밤 우청아가 잠을 자는 그곳이었다.침실에 들어서자 연한 우유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고 그 향기는 청아의 향기였다.안방은 소박했다. 침대 하나, 옅은 노란색에 작은 데이지가 수 놓인 시트, 같은 색상의 커튼, 옷장, 작은 서랍장, 그 위에는 연 청색 꽃병에도 작은 데이지가 담겨 있었다.침대 머리맡에 따뜻한 노란색 스탠드가 켜져 있어, 소박하지만 아늑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시원은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부드러웠고, 마음도 가벼워졌다.요요를 침대에 눕힌 후에도 요요는 그의 팔을 꼭 붙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나랑 같이 누워요. 더 이야기 듣고 싶어요.”“요요, 말썽 부리면 안 돼!”청아가 엄하게 꾸짖었다.‘남자를 침실에 들이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어떻게 시원 씨를 침대에 눕힐 수 있을까?’“삼촌이 동화책 읽어줘야 해요!”요요는 졸린 눈을 비비며 청아의 꾸지람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는 삐죽 튀어나온 입술로 목이 메인 듯 말했다.시원은 요요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 청아에게 물었다.“내가 누워도 됩니까?”청아는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어떻게 설득할까?’“내일 새 침대 시트를 사줄게요.”장시원은 그녀를 그윽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스름한 빛 사이로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청아는 거절했다.“게 아니에요.
임구택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저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우청아는 놀란 눈으로 어이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곧 임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우청아는 혼자 남겨졌다.청아는 분노를 억누르며 내일부터 소희를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 시각 소희는 위층으로 올라가며 걱정이 되었다.“둘이서만 있어도 괜찮을까?”“안심해, 장시원도 예의가 있는 사람이니까.”임구택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그들 관계에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소희는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말했다.“나는 단지 장시원이 미덥지 않을 뿐이야. 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시원 씨가 청아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 설령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일편단심일 수 있을까?”필경 시원은 과거가 복잡한 사람이었다.“그에게 기회를 줘, 이번엔 다를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고 따듯하게 웃어 보였다.“그래!”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위층에 도착하자, 소희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난 이제 자러 갈게, 너도 일찍 자!”구택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다정하게 물었다. “어디 가서 자려고?”소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진지했다.“임구택, 우리는 각자 살기로 했잖아. 서로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주기로. 그래서 이웃으로 사는 거 아니야? 난 이런 관계가 좋아.”이 말을 들은 임구택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자기야, 우리는 부부야, 연인이 아니야.”“우리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어!”소희가 말했다.“결혼식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네가 원한다면!”“그래도 네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리고 부모님을 만난 후에야 결정할 수 있잖아?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연인이야.”“어정에 있을 때 우리는 연인이었고 함께 살았어!”소희가 말했다.“하지만 지금 함께 살고 싶지 않아.”임구택은 이를 악물었다.“이틀 만에 원래대로 돌려놓다니,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소희는 한 걸음 다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