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장시원은 줄곧 운전에 전념하느라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청아는 조용히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 반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그녀는 이미 7~8번은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우강남이 사는 주택단지에 도착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장시원이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청아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잠깐 올라가서 앉을래요?"이에 장시원이 백미러로 차갑게 청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됐어. 가족끼리 얘기하는데 내가 끼면 불편하니까, 난 차에서 기다릴게.""아니요!"청아가 듣더니 놀라서 연거푸 머리를 흔들었다."이만 돌아가셔도 돼요, 저는 잠시 후에 택시 타고 가면 되니까.""내가 시키는 대로 해."장시원이 청아가 말을 하기도 전에 또 한마디 덧붙였다."자꾸 반항하지 말고."순간 할 말을 잃게 된 청아는 거울에 비친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렸다.그러고는 우강남과 허홍연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허홍연이 출근하지 않은 후로 줄곧 우강남의 새 집에서 지냈다.비록 예전의 집을 판 돈으로 바꾼 새 집이라고는 하지만 청아는 그곳이 낯설기만 할 뿐, 아무런 소속감도 느끼지 못했다.예전의 집을 팔고 난 후, 청아는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없어졌다.우강남이 갑자기 입을 열어 해석했다."네 형수도 휴가 내고 나와 함께 엄마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 휴가를 내지 못했어."허홍연이 듣더니 즉시 말했다."괜찮아, 돈을 버는 게 중요하지."청아는 귀국해서부터 지금까지 정소연이라는 형수를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아주 다정해 보이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정소연과 너무 친근한 것도 아니고, 정소연도 아직 우씨 집에 시집온 것도 아니니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해도 원망할 것 없었다.우강남이 열정적으로 청아를 향해 말했다."청아야, 엄마도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요요랑 함께 집으로 들어와. 마침 엄마가 너를 도와 요요를 돌볼 수도 있고."청아
청아는 눈빛이 냉담해져 고개를 저었다."모르겠는데요."전에 허연 사건은 허홍연이 혼자서 한 일로, 우강남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청아는 종래로 우강남을 탓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 남매는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아 엄마가 옛집을 팔아 우강남에게 새집을 사주고, 심지어 그녀를 팔아먹은 돈으로 우강남에게 사준 새집을 인테리어 했다고 해도 그녀는 한 번도 그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이에 우강남이 급히 해석했다."청아야, 네가 생각하는 그 뜻이 아니야. 난 너를 장 대표님에게 밀어붙일 생각은 전혀 없었어, 정말이야. 넌 나의 친동생인데, 내가 어떻게 너를 밟고 위로 올라가겠어? 난 단지 네가 장 대표님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미지근하니까 불안해서 그랬을 뿐이야. 필경 장 대표님이 나를 엄청 챙겼었는데, 우리 아무리 그래도 감사의 마음은 품고 있어야 할 거 아니야."청아의 얼굴색이 그제야 어느 정도 회복되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요.""나 너의 덕을 보고 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아니에요, 오빠가 오해했어요. 지난 2년 동안 닌 장시원과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오빠가 또 자회사의 직원이니 그 사람이 오빠를 알고 있을 리가 없어요. 그러니 오빠가 상사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오빠가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에요. 오빠 자신을 믿어요,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고."우강남이 듣더니 헤벌쭉하게 웃었다."청아야, 고마워! 이제 졸업한 후 요요를 데리고 귀국해서 집으로 들어와. 우리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자."청아는 방금 허홍연의 태도가 생각나 소리 없이 웃었다."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그래. 어서 내려가 봐. 장 대표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그럼 갈게요."청아가 손을 한번 흔들고는 엘리베이터 타러 갔다.그러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우강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시간이 나면 꼭 요요를 데리고 집에 놀러 와. 외삼촌으로서 나
청아가 다시 차에 올라타니 장시원이 의외로 얼굴색이 어두워져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와서 앉아, 할 말이 있으니까."이에 청아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에 올라탔고, 장시원은 청아가 안전벨트를 하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이렇게 나란히 앉으니 청아는 더욱 긴장하고 불안해졌다. 시선을 어디에 두든 장시원이 주는 긴박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한때 장시원에 대해 의존과 신뢰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가 무섭게만 느껴져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러는 청아를 한 번 훑어보던 장시원은 단번에 그녀가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가슴이 더욱 갑갑해졌다.그러다 손을 뻗어 청아에게 지원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월요일에 이것과 증명서를 챙기고 회사로 출근해, 직원이 알아서 입사 처리해 줄 거야."청아가 듣더니 멍해져서 물었다."어디로요?"이에 장시원이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로 운전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장씨 그룹.""내가 언제 출근한다고 했어요?""아니, 하지만 내가 대신 결정했어."장시원이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부릅뜬 청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나에게 보답하겠다며? 빚을 갚겠다며? 마침 네 학력도 괜찮으니 우리 회사로 와서 일하면서 보답해."청아는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하, 하지만 나 아직 졸업하지도 않았는데요?""졸업 논문을 다 쓰고 나면 나한테 보내. 내가 사람 찾아 졸업에 관한 일을 전부 처리해 줄 거니까 다시 치카고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청아는 갑자기 들이닥친 소식에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나보고 장씨 그룹으로 가서 출근하라고?’"왜? 싫어?"청아의 멍해진 표정에 장시원이 냉소하며 물었다."나한테 빚졌다고 한 게 설마 정말로 그냥 해본 말이었어?""아니요. 하지만 이거 빼고 다른 일로 죗값을 받을 게요."장시원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차가워졌다."다른 일?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청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장시원의 눈빛에 놀란 청아가 급히 말했다."시원 씨는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내가 잘못했어요.""억울한 척하지 마!"장시원이 청아의 어깨를 움켜쥐고 얼음장마냥 차가운 얼굴로 청아를 쳐다보았다."만약 정말 나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순순히 내 말에 따라.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너의 죄가 없어질 거라는 망상은 하지도 말고. 나를 건드린 사람은 나의 허락이 없이는 그 누구도 살릴 자격이 없어."장시원에게 잡힌 어깨가 너무 아팠지만 청아는 감히 뒤로 피하지도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장시원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약간의 화간 묻은 어투로 말했다."알았어요, 피하지 않을 게요.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시원 씨도 기한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기한?"장시원이 듣더니 냉소하며 대답했다."빚을 진 사람이 빚쟁이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건 처음 보네? 기한을 달라? 좋아, 평생 어때? 아니면 내가 장래에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고, 아주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게 되면 네가 나에게 가져다준 불쾌함을 잊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꺼져도 좋을 거야."청아는 순간 온몸이 떨렸다. 그녀가 그토록 존경하고 숭배했던 남자가 악마로 변한 것 같아 충격을 받은 것이다.장시원은 그제야 청아를 놓아주고 제자리로 돌아와 냉담하게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공포와 거리낌을 보고 통쾌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더욱 갑갑했다."무고한 척하지 마, 구역질 나니까."장시원의 차가운 악담에 청아의 눈동자가 순간 움츠러들었다. 안색은 엄청 창백해졌지만 마음속으로는 평정심을 되찾고 창밖을 쳐다보았다.‘괜찮아!’‘아무리 어두운 세월이라도 난 다 이겨냈잖아.’‘진 빚을 다 갚아야지. 그래야만 홀가분해질 거야.’‘그러니 두려울 게 없어.’‘비록 인생에 사랑도 없고 혈육의 정도 없다지만 나에겐 요요와 소희가 있잖아. 그거면 돼.’장시원은 화가 다 풀렸는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경원주택단지로 질주했다.같은 시각, 이씨 아주
청아는 쓸쓸한 정서를 억누르고 다정하게 웃었다."그래."이때 이씨 아주머니가 옆에서 물었다."요요 외할머니는 퇴원하셨어?""네, 이미 집으로 돌아갔어요.""잘됐네."요요가 듣더니 기뻐하며 물었다."그럼 요요도 외할머니 보러 갈 수 있는 거예요?""당연하지. 나중에 같이 가자."청아가 대답하며 요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엄마한테로 와, 아저씨한테 달라붙지 말고. 아저씨는 일이 있어 금방 가봐야 해."요요는 그제야 고분고분 청아를 향해 달려갔다.품속이 빈 순간 장시원은 마음도 텅 빈 느낌이 들었다.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요요와 작별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 매일 제때에 밥 드셔야 해요!"요요는 장시원을 바라보며 청아가 자주 하던 말로 장시원에게 당부했다.이에 장시원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요요와 작별인사를 한 뒤 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청아의 곁을 지날 때 담담하게 귀띔했다."월요일에 출근하는 거 잊지 마."청아가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조용히 대답했다. "네."그렇게 장시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 떠났고, 청아는 그제야 긴장감을 풀고 이씨 아주머니에게 말했다."먼저 올라가서 쉬세요. 제가 요요랑 좀 놀다가 올라갈게요."이에 이씨 아주머니가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무엇이 생각났는지 다시 청아를 향해 물었다."요요 할머니가 퇴원했으니 나도 이제 올 필요 없는 거 아닌가?"청아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계획이 갑자기 변했으니.그래서 이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요요를 계속 돌보고 싶으세요?""당연히 돌보고 싶지. 요요는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어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 걸." 이씨 아주머니가 애틋한 눈빛으로 요요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럼 계속 저를 도와 요요를 돌봐 주세요. 제가 일자리를 새로 찾았거든요, 월요일부터 출근할 거고. 평일에는 그냥 예전처럼 제가 퇴근할 때까지만 요요를 돌봐 주시면 되고요, 주말에는 제가 요요랑 있을 테니까 아주머니는 집에서 쉬시면 돼요.""정말이야?"이씨 아주머
소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아가 불쌍한 건 여전했다.억울하지 않다고?그때 당시 청아는 임신한 채 이국땅에서 혼자 살면서 허연의 돈을 갚기 위해 만삭이 될 때까지 식당에서 잡일을 했다. 때로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하기도 했었고. 한 번은 저녁 늦게까지 일한 바람에 과로로 집 앞에 쓰러진 걸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일찍 일어난 집주인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었다.그 후 집주인은 그토록 고생하는 청아가 불쌍해 일부러 자신이 밥 지을 힘이 없다고 청아에게 하루 세끼를 맡겨 집세와 식비를 면제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청아는 처음에 일자리를 찾지 못했을 때에만 소희가 준 카드를 사용했고 그 후에는 한 번도 카드 속의 돈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그러다 소희와 심명 그들이 치카고로 날아가 같이 살게 되어서야 청아의 생활이 많이 호전되었다. 나중에는 그녀가 디자인 한 작품이 우승을 따내게 되면서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았지만 결국 소희의 카드 값과 허연의 400만 원을 갚는 데에 써버렸다.그리고 금전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청아가 홀로 요요를 키우면서 받은 고통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요요가 아직 젖을 떼지 않았을 때, 청아는 매일 밤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낮에는 또 수업하러 가고 수업시간이 끝나면 아르바이트하러 갔다.어느 날은 요요가 차 한 대 없는 늦은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청아는 홀로 울면서 10킬로를 뛰어 병원으로 갔다. 그런 무력함과 초조함은 청아 본인 외에는 누구도 모를 것이다.외국에 있는 그 2년여 동안 다행히도 착한 집주인, 소희 그리고 성연희가 있었기에 청아가 겨우겨우 버텨왔던 것이다.비록 요요의 존재를 장시원은 모르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 두 사람의 아이였고, 청아가 또 그렇게 고생스럽게 요요를 키웠는데, 정말 아직도 빚진 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저녁에 소희와 청아는 요요가 조용히 청아의 품에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청아는 고개를 숙여 곤히 잠든 요요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온화한
다음날 토요일,오늘도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가 소희 데리러 왔다.가는 길에 소희는 차 안에서 교과서와 복습 자료를 뒤적거리며 강의할 내용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임유민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임유민의 과외를 맡기 시작해서부터 여러 번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오지 못했으니. 나중에 우정숙이 돌아오게 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임씨 가문에 도착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소희는 잔디밭 쪽에서 전해오는 함성을 듣게 되었다.소리를 따라 찾아가 보니 임구택과 임유민이 공을 차고 있었다잔디밭에는 골포스트가 놓여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운동복 차림을 한 채 뛰어다니고 있었다.종래로 임구택이 축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소희는 갑자기 조백림이 조직한 축구 경기를 볼 때 임구택이 했던 말이 생각나 순간 할 말을 잃었다.‘2년이나 지났는데 왜 갈수록 유치해지는 거야.’소희는 잔디밭 가장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가 두 사람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두 사람은 축구공 하나를 둘러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심히 뛰어다녔다. 임구택은 줄곧 임유민을 양보하면서 기교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그러다 몇 분 후 임구택은 드디어 공을 넣었고 임유민은 멀리 굴러간 공을 주으러 갔다.그 틈을 타 임구택이 소희를 돌아보며 웃었다. "거기 서서 뭐 해, 물이나 가져다줘."이에 소희는 하얀 벤치에 놓인 생수 두 병을 들고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거리를 임구택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가 다가가서 물을 건네주었다."나 손이 엄청 더러워. 열어줘."임구택의 땀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흰 이마에 흩어져 붙어 있었고, 소희를 쳐다보고 있는 두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둡고 깊어졌다.소희는 임구택을 한 번 흘겨보고는 물병 뚜껑을 열어 건네주었다.물병을 건네받은 임구택은 고개를 들어 물을 꿀꺽꿀꺽 크게 들이마셨다. 옆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은 그의 각진 턱선을 따라 기복이 심한 목덜미를 지나 흰색 티셔츠 속으로 스며들었고, 티
"어서 수업하러 가야지."소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임구택을 한 번 노려보고는 임유민을 향해 정색해서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가방을 메고 별장으로 들어갔다.임유민이 임구택을 향해 눈썹을 한 번 올리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둘째 삼촌, 소희 쌤이 여전히 삼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더욱 분발해요."이에 임구택이 임유민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너도 분발해.""제가 뭘 분발해요?""둘째 삼촌과 둘째 숙모가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줘야지."임유민이 듣더니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 말고 저에게 맡겨요. 어차피 소희 쌤은 지금 삼촌보다 저를 더 좋아하니까."".....".‘그래, 둘째 삼촌 화병이 나 죽을 때까지 시비 걸어. 삼촌이 죽으면 너에겐 둘째 숙모도 없을 거니까.’......소희는 임유민의 방에 앉아 임유민이 샤워하는 동안 이번 주의 숙제를 전부 검사했다.그리고 임유민도 소희가 기다린다는 걸 알고 신속히 샤워하고 수업하러 나왔다."머리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가 임유민의 젖은 머리를 한 번 보고는 물었다."괜찮아, 금방이면 말라.""그럼 수업 시작하자."소희는 1교시에서 지난주의 내용을 복습하고 2교시에서는 다음 주에 배울 내용을 예습할 계획이었다.임유민이 자신의 주말 숙제를 소희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어때?"방금 이미 한 번 훑어본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전보다는 많이 진보했어."적어도 시를 함부로 왜곡하지 않았으니."그럼 가서 둘째 삼촌에게 보여 줘."임유민이 웃으며 말했다."둘째 삼촌보고 우리 아빠에게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해. 안 그러면 아빠는 또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고 의심하실 거야."한눈에 임유민의 꿍꿍이를 간파한 소희가 덤덤하게 웃었다."방금 네가 샤워할 때 내가 이미 너의 엄마에게 찍어 보냈어. 두 분 지금 함께 계시겠지?"순간 할 말을 잃은 임유민이 한참 지나서야 불만이 묻은 어투로 말했다."다음부터는 둘째 삼촌에게 시켜, 안 그러면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