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 팀원 리스트를 한 번 훑어본 성준은 갑자기 감격에 겨워 이선에게도 보여주었다."이것 봐! 장승이 나와 같은 팀이야! 장승은 강성 축구팀의 팀원인데, 이 사람도 이런 곳에 오다니!"이때 이선이 휴대폰으로 모 앱에 들어간 후 성준에게 보여주었다."지금 도박판도 세팅되었어. 배당률이 1:10이라는데, 우리도 한 번 걸까?"성준이 보더니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장승이 나와 같은 팀이니까, 우리 팀이 틀림없이 이길 거야!""그럼 우리도 돈을 걸자! 나한테 지금 백만 원이 있어, 다 걸어도 돼!""고작 그 몇백만 원을 거는 게 무슨 재미가 있어? 이겨보았자 몇십만 원밖에 안 되는데."성준이 탐욕스러운 눈빛을 드러내며 휴대폰으로 자신의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그가 지금 쓸 수 있는 자금은 6천만 원 정도였다.그는 곧 또 회사의 구매 담당 총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급하게 돈 쓸 일이 있다며 원료를 구매하는 데에 사용될 4천만 원을 먼저 자신한테 계좌이체 해달라고 했다.구매팀 총책임자는 한참 망설이다 성준의 아버지에게 한번 여쭤보겠다고 했다.그러자 성준이 즉시 얼굴색이 어두워져 차가운 말투로 총책임자를 한바탕 위협하여 끝내는 4천만 원을 얻어냈다.회사의 4천만 원에 그의 6천만 원까지 전부 골인하여 이기게 되면 그는 쉽게 10억은 벌 수 있었다.그리고 그 돈만 있으면 그는 적어도 한동안은 그의 아버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이때 이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전부 골인하는 건 너무 모험적인 거 아니야?"성준이 이선을 껴안고 웃으며 말했다."이건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같은 거야. 시기를 잘 보고 빠르고 단호하게 투자해야 하는 거라고. 일초라도 망설이게 되면 돈은 남의 것으로 되는 거야. 큰돈을 벌고 싶으면 반드시 나 같은 패기가 있어야 해! 이제 10억이 입금되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포르셰를 사줄게."이선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 하지만 또 곧 내숭을 떨며 말했다."아니야, 나한테 돈 쓰지 마. 자기만 즐거우면 돼. 내 백만 원
소희가 듣더니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이선이라는 분은 왜 굳이 도발하러 온 거죠?"이치에 따르면 이선이 성준을 빼앗아 갔으니 유정을 피해 다녀야 하는 게 맞는 건데 굳이 도발하러 유정을 찾으러 갔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유정이 냉소하며 대답했다."일부러 자랑하려고 그랬을 거예요. 전에 성준 씨가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성준 씨의 어머니가 이선의 존재를 알고 사람을 데리고 이선의 집까지 찾아가 이선을 때렸거든요. 그리고 이선은 지금까지 내가 중간에서 부추긴 줄로 알고 있고요. 이제 성준 씨가 드디어 이선의 것으로 되었으니 당연히 복수하고 싶었겠죠."소희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돌려 임구택에게 물었다."축구 경기, 백림 씨가 임시로 조직한 거야?""아마도? 전에는 축구 경기에 대해 들은 게 없었거든."소희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조백림이 고의로 이번 축구 경기를 조직한 게 분명했다.‘재밌겠는데?’곧 두 팀의 팀원이 경기장에 나타났다.비록 임시로 조직한 축구 경기라고는 하지만 고객들은 열정과 기대가 넘쳐났고 심지어 짧은 시간 내에 플래카드도 만들어 자신의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응원하고 함성을 질렀다.선수들이 출전하자마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소희는 단번에 조백림을 찾아냈다. 12번이 찍힌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조백림은 오늘따라 평소의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더욱 밝고 멋있어 보였다.그리고 그 모습에 많은 소녀들도 12번을 외치며 높은 소리로 응원했다.어제 성준을 만났을 때 저녁이라 소희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선수들 무리를 한참 훑고 서야 겨우 성준을 찾았다.그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분명 같은 운동복이었지만 조백림보다 키가 큰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라 조백림만큼 눈에 띄지는 않았다.날씨가 덥고 또 경기 보러 온 게 전부 다 관광객이라 조백림은 경기를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지 않고 45분짜리 경기 한판으로 승부를 가릴 계획이었다.그렇게
이때 장승이 성준의 어깨를 감싸고 웃으며 말했다."이봐요, 대단한데요?"이에 성준이 억지로 웃음을 드러냈다.조백림의 행위는 반칙에 속하지 않아 시합은 계속되었다.그러나 10분도 안되어 공은 재차 성준의 머리에 부딪쳤고, 조백림 쪽의 선수는 결국 반칙으로 인해 옐로카드를 받았다.성준은 얼굴이 이미 반쯤 부어올랐지만 계속 경기를 견지했다.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중석의 일부 관중들은 점차 이상함을 눈치채게 되었다. 조백림이 첫 골을 넣은 후로 두 팀 모두 더는 골을 넣지 못했고, 성준이 오히려 과녁이 되었다. 20분 사이에 성준은 얼굴이며 다리며 곳곳이 공에 부딪혀 온몸에 상처를 입지 않은 곳이 없었다.하필 심판은 조백림 팀이 반칙했다는 증거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는 거다.그리고 성준은 부상이 너무 심해 동작도 느려졌다. 공에 맞지 않으면 같은 팀 선수에게 부딪히고,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되었지만 그는 그래도 끝까지 버텼다.관중들은 순간 그의 체육 정신에 감동되어 박수를 날렸다.그러나 관중들의 감동은 둘째치고 성준은 점점 조급했다. 45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는데 한 골도 넣지 못했으니 그의 1억은 그대로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게 분명했다.걱정하고 있는 건 관중석에 앉은 이선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가 걱정하고 있는 건 성준의 몸이 아니라 자신이 골인한 백만 원이었다.성준은 집에 돈이 많으니 1억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그녀의 백만 원은 엄청 힘들게 모은 것이었다.성준과 사귀게 된 후, 자신이 성준의 돈이 탐나서 성준과 사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성준의 가족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선은 매번 성준이보고 자신에게 돈을 쓰지 말라고 당부했고, 귀중한 물건도 사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 그 백만 원은 그녀의 모든 재산이었다.줄곧 긴장하여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던 유정은 성준의 온몸에 난 상처를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다, 조백림이 자신을 위해 복수해 주겠다던 게 무엇이었는지.마지막 1분, 조백림이 다시 한번 드리블을 하며 민첩하고
예전에 유정과 사귀고 있었을 때 그가 유정의 곁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그녀는 긴장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마치 맹수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는 당연히 유정이가 부끄러움을 타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었으니.성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머지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대로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사람한테 쓰러졌다.관중석에 앉아있던 이선도 벌떡 일어나 놀란 표정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줄곧 자신이 성준을 빼앗은 것 때문에 유정을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유정이와 키스하고 있는 남자는 누구인 거지?방금 경기를 하고 있을 때부터 이선은 조백림을 발견했다. 키 크고 덩치 좋고 선수들 중에서 제일 생긴 그가 팀원을 이끌어가며 경기를 컨트롤했었고, 체력과 능력이 그야말로 완전히 성준을 깔아뭉갰다.‘그런데 그렇게 잘 난 남자가 유정의 남자친구라고?’‘유정이 성준 씨를 사랑하는 거 아니었나? 왜 벌써 이렇게 훌륭한 남자친구로 갈아탄 거지?’한참이 지나서야 조백림이 유정을 놓아주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 끝을 가볍게 문질렀다. 그러고는 흐리멍덩하던 두 눈이 점차 붉어져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자기를 위해 복수도 해줬는데, 이 정도의 장려는 받아가도 괜찮잖아?"아직도 머릿속이 어지러운 유정은 남자의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을 바라보며 사고하는 방식을 잊은 사람마냥 멍하니 서 있었다.조백림이 옆에 있는 임구택, 장시원 등과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리고 유정이 문득 무엇이 생각났는지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선이 두 눈에 독을 품은 채 유정을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유정은 이선을 신경 쓸 기분이 나지 않아 멍하니 제자리에 앉았다.소희가 그러는 유정이에게 물을 건네주며 덤덤하게 웃었다."당황하지 마요."유정은 찬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겨우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다 갑자기 방금 그녀에게 키스할 때 장난기가 묻
경기가 끝난 후 조백림은 회식할 겸 장시원, 오진수 등 친한 친구들과 방금 경기에서 같은 팀을 했던 팀원들을 전부 응접실로 초대했다.조백림과 같은 팀을 했던 팀원들 중에는 여행객 중에서 임시로 뽑은 이들도 있는가 하면 전부터 조백림과 알고 지냈던 친구들도 있어 다들 친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그렇게 다 같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구택은 통화하러 나갔고 장시원이 바로 소희의 곁에 앉아 담담하게 물었다."요요는 괜찮아? 그날 많이 놀랐지?"이에 소희가 다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요요 담이 엄청 커요.""맞아, 요요는 용감한 아이지."‘그의 엄마처럼.’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누군가의 얼굴에 장시원이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물었다."언제 떠난대?""계획대로라면 청아 오빠의 결혼식이 끝난 후에 떠나는 건데, 아줌마께서 퇴원하시면 바로 떠나야 할 것 같다네요."소희의 대답에 장시원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나 때문에?"이에 소희가 잠깐 멍해지더니 반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아니요. 아줌마께서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일정이 너무 오래 지체됐거든요, 그래서 학교 쪽에서도 청아를 재촉하고 있고."분명 그럴듯한 대답이었는데 장시원의 눈빛에 묻은 냉기는 더욱 짙어졌다.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게 그를 더욱 화나게 했던 것이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다시 물었다."올해에 졸업하는 거야?""네.""그럼 그 후엔 무슨 계획이래? 졸업하면 바로 귀국한대, 아니면 치카고에 남는대?""당분간은 치카고에 머물 거예요."소희의 대답에 장시원은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한참 아무 말을 안 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요요 아빠, 누구야? 왜 그들 모녀를 버렸어?"소희가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난감한 표정을 드러내며 대답했다."그건 상황이 많이 복잡해서, 저도 잘 모르겠네요."장시원이 듣더니 갑자기 차가운 미소를 드러냈다."쓰레기 인간한테 속아 그런 꼴이 나다니, 정말 대단하기
"쉿!"장명원의 말에 소희가 바로 목소리를 낮추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다 좌우를 한 번 살펴보고 나서 자신의 손목을 뒤로 빼며 말했다."뭔 의뢰를 받아요? 미연 씨랑 약혼 안 할 거예요?"이에 장명원이 잠깐 멍해 있더니 다시 소희의 손을 잡았다."기간이 짧은 의뢰를 맡으면 되잖아요. 아무튼 난 의뢰받고 싶어요.""약혼식이 끝나면 다시 얘기해요.""장말이에요?""네.""그래도 되고! 그럼 그때 가서 꼭 나한테 줘야 해요!""크흠!"장명원이 격동되어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사람 뒤에서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뒤쪽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임구택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소희의 팔을 잡고 있는 장명원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장명원은 순간 팔이 따끔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사코 손을 놓지 않았다."구택 형, 나와 보스의 감정까지 질투하는 건 아니겠죠?"임구택이 다가와서는 장명원을 밀어냈다."난 여자조차도 질투하는데, 넌 뭐가 다르지?"임구택의 놀라운 힘에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한 장명원이 임구택의 논리에 어이없어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음식이 다 차려지고 다들 하나둘씩 식탁 쪽으로 가서 착석했다. 도중에 소희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고 우민율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어제 종일 장시원 옆에 달라붙어 있었던 우민율이 오늘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장시원과 무슨 일이 있은 게 분명해.’소희의 입맛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소희가 좋아할 것 같은 음식을 전부 소희의 앞으로 밀어주었다.임구택 덕분에 소희는 그들 무리 중에서 제일 이쁨 받는 한 명으로 된 셈이었다.이에 황정아 등은 너무 질투 났지만 감히 표현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그리고 유정은 워낙 소희를 좋아해서 그런 점에 있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그러다 중도에 화장실을 가려고 룸에서 나온 유정은 마침 복도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조백림을 발견하게 된다. 오전 경기장에서 공공연
‘그래, 틀림없이 조백림 꼬시러 온 걸 거야!’‘경기장에 있을 때부터 조백림을 노렸던 거지. 그래서 일부러 옷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하고 와서 저렇게 불쌍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고. 남자들이 저런 스타일을 제일 좋아하니까.’‘예전에 성준 씨도 저렇게 유혹해 낸 거겠지?’‘불쌍한 성준 씨,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되어 병상에 누워있을 때 네 마음속에서 가장 순결하고 가장 예쁜 소녀는 지금 다른 남자를 꼬시고 있다고.’유정은 오만가지 생각에 웃음만 나왔다.식견이 넓고 만나본 사람도 많은 조백림은 이선의 꿍꿍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성준 씨라는 분이 그쪽을 꼬드겼으니, 꼬드긴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이에 이선이 잠깐 멍해 있더니 즉시 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기개를 드러냈다."저 비록 성준 씨와 사귀고 있지만 그이의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 몇백만 원도 제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거고요.""그래요?"조백림이 눈썹을 한 번 올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남자친구의 돈을 쓰지 않는 모습은 기개 넘쳐 보이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찾아와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죠? 내가 그쪽에게 빚을 졌나요? 내가 생태원의 사장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거 아닙니다."이선에게 속기는커녕 오히려 인정사정없이 디스 해버린 조백림의 태도에 유정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심지어 오늘 경기장에서 그가 했던 행동을 용서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이선은 갑자기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더 아련해진 얼굴을 들어 조백림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저에게 돈을 좀 빌려줄 수 있을까요? 20만이면 돼요. 제가 매달 4만 원씩 반년 안에 반드시 다 갚을 게요."‘헐......’유정은 순간 이선이가 남달라 보였다. 20만 원을 반년으로 나눠서 갚겠다니.‘그럼 매달 조백림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후 그 기회를 타서 조백림을
이선이 멀리 떠나가서야 유정의 표정이 다시 덤덤해졌다. 그러고는 화장실 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조백림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점잖고 잘 생긴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너 정말 저 여인한테 돈 빌려줄 생각이었어?""그럴 리가요?"유정이 냉소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뺨을 몇 대 날려줘도 모자랄 판에 돈은 왜 빌려줘요?"유정의 대답에 조백림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분명 이렇게 대단한데 어떻게 저 여인한테 진 거야?"유정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어두워져서는 자조하 듯 대답했다."예전에 난 사랑은 진심을 다 해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태생으로 바보처럼 성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단지 비겁한 수단을 쓰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저 여인만이 남보다 더 똑똑해서 세상 사람을 손아귀에 넣고 놀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일리가 있네. 그럼 우리 둘이 결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랑 있으면 넌 영원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가끔 너의 그 지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유정은 당연히 조백림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으니 진심을 다 해 대할 필요도 없고, 더욱 자아와 이성을 잃지 않아도 될 게 분명했다.사실 전에 유정은 이미 조씨 가문과 파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조백림을 이용하여 이선을 화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의외의 수확일 것 같아서.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조백림이 엄청 똑똑하다는 거다."나 이미 이선한테 제대로 찍혔어요. 그리고 한 여인을 망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걸 빼앗는 것이죠. 이선은 반드시 다시 백림 씨를 찾아올 거예요. 정말 이선의 미인계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솔직히 그 여인의 외모와 수단으로 나를 꼬시기엔 한참 멀었어."조백림의 대답에 유정이 기뻐하며 손바닥을 쳐들었다."좋아요! 거래가 성사!"이에 조백림이 웃으며 덩달아 손을 들어 유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이번엔 백림 씨가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