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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또래의 친구들과 똑같이 아버지의 사랑을 만끽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요요에게서 박탈한 것 같아 죄책감뿐인 청아는 소리 없이 요요의 작은 머리통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수신번호를 확인한 청아는 순간 저도 모르게 긴장해져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져버렸다.

번호를 저장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닳도록 외워둔 번호라 받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휴대폰은 청아가 받을 때까지 계속 진동할 거라는 기세로 조용해질 줄 몰랐다.

이에 청아는 숨을 한 번 깊이 들이마시고는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휴대폰 맞은편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조용하게 들려왔다.

"여보세요?"

청아가 다시 소리를 내어 묻자 맞은편의 장시원이 그제야 한번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입을 열었다.

[언제 결혼한 거야?]

장시원의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정서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청아가 한참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장시원의 말투가 더욱 차가워졌다.

[M국에 가자마자 남자친구를 사귄 거야?]

청아가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네."

[출국하자마자 진정한 사랑을 만났어?]

장시원의 말투에 묻은 조롱의 뜻은 너무 뻔했다. 청아는 M국에 도착한 후 함께 집을 맡아 살았던 룸메와 룸메 남자친구의 일이 생각나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친구 한 명 없는 타향의 땅에서 서로 의지한 거죠, 뭐."

장시원이 듣더니 잠깐 멍해졌다. 그러다 다시 약간 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왜 헤어진 건데?]

장시원의 물음에 청아는 다시 침묵을 선택했다.

이에 장시원의 숨소리가 갑자기 한 번 거칠어지더니 말투가 얼음장마냥 차가워졌다.

[그 자식이 너를 버렸어? 두 사람이 낳은 아이조차도 싫다던? 우청아, 넌 어떻게 아직도 그대로인 거야? 목 위에 달린 건 장식품이야?]

청아는 여전히 입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러는 청아의 태도에 화가 제대로 치밀어 오른 장시원은 계속 인정사정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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