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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하 의사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청아 씨, 매번 그렇게 서먹서먹한 말투로 말하지 않아도 돼요."

"서먹한 게 아니라 존중하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신 게 고마워서요."

하 의사가 듣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농담했다.

"존중? 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청아 씨의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담방이라도 손주 돌보러 집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하 의사의 농담에 청아가 눈을 반달 모양으로 뜬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봐요.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요."

하 의사가 따듯한 햇빛마냥 눈부신 웃음을 드러내며 청아에게 약 처방 한 장을 건네주었다.

"오늘부터 이모님의 약을 이것들로 바꿨어요. 어떤 건 하루에 두 번 드셔야 하고, 어떤 건 세 번 드셔야 해요. 다 여기에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이대로 가서 약을 받으면 돼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나에게 물어보고요."

"네, 고마워요. 그럼 저 이만 약 받으러 가볼게요."

청아가 웃으며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있던 하 의사가 청아를 다시 불렀다.

"청아 씨."

"네?"

"오늘 이모님 보러 온 그 남자분... 청아 씨 남자친구예요?"

청아가 듣더니 동공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알겠어요. 가봐요."

하 의사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웃음을 드러냈고, 청아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

......

다음날

과외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서야 소희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임구택이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희는 뒤에 그대로 앉은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임구택을 운전기사로 취급하고 있었다.

임구택도 굳이 소희에게 조수석으로 옮기라고 강요하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소희는 당연히 임구택이 가는 길이 같아 겸사겸사 경원주택단지까지 바래다주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 가는 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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