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신 복수해 준다잖아, 어때?"조백림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유정이 눈알을 돌리며 조백림의 의도를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좋은 일은 아닐 거 같아 바로 거절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이젠 남남인데요 뭐.""그래, 이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고마워요.""고맙긴. 부부는 원래 한 몸이니 당신을 돕는 게 나 자신을 돕는 거랑 같은 거잖아."조백림의 진지한 농담에 유정이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부부라니요? 너무 앞서 가는 거 아니에요?""차라리 오늘 밤에 부부가 해야 할 일을 해버리는 게 어때?"조백림이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 전혀 농담하는 거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에 유정이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는 대답했다."꿈 깨요!"농담 한마디에 얼굴이 빨개진 유정의 모습이 유난히 재미있었지만 조백림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유정은 마음속의 초조함을 억누르고 싶어 스스로 술을 따르며 몇 잔이고 원샷했다.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지고 파티 현장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밤을 새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평소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소희는 밀려오는 잠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에 임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우리 이만 돌아갈까?"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정이에게 돌아가 쉬겠냐고 물었다.취기가 올라 정신이 더욱 맑아진 유정이 고개를 저었다."저 좀 더 앉아있다가 돌아갈래요, 먼저 가 쉬세요.""알았어."대답하며 임구택을 따라 일어난 소희는 고개를 돌려 장시원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시원과 우민율은 언제 사라졌는지 자리가 비어있었다.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있었다.소희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리고 눈빛 하나에 소희의 생각을 읽어낸 임구택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해."소희는 청아가 불쌍할 뿐이었다."청아 씨는 시원이와 같이 있을 생각도 없잖아. 그러니 시원이더러 계속 솔로를 유지하라는 건 불공평한
소희의 말투에서 이상함을 느낀 임구택은 눈썹을 올린 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소희가 계속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우리 이제 그만 싸우자. 나에게 시간을 좀 줘, 우리의 관계를 잘 생각해 보게."소희의 진지한 말투에 임구택이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뭐가 문젠데? 내가 같이 해결해 줄게."하지만 소희는 두 눈을 아래로 드리우고 임구택의 살짝 열린 셔츠 네크라인을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에 임구택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숙여 소희를 품에 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당신이 지금 나를 못 믿고 있다는 거 알아, 그래서 높은 벽을 세웠다는 것도 알고.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줬어.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당신에게로 접근할 거니까 당신도 천천히 나에게로 와줘. 우리 함께 그 장벽을 뛰어넘자, 응?"소희가 잠시 침묵하더니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밝은 달빛은 넓은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두 사람의 몸에 은은한 빛을 씌워주었고, 달빛 아래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여태껏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 것처럼 꼭 붙어 있다.그러다 한참 후, 소희가 임구택을 밀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졸려, 가서 잘래."임구택은 소희를 더 이상 잡아두지 않고 그녀를 세워 일으켰다.그런데 소희가 첫걸음을 내디디자마자 임구택이 다시 소희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윽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왜 갑자기 당신한테 속은 거 같지?""뭐?"소희가 의아하여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이에 임구택이 소희를 품에 안고 점점 어두워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당신이 만약 계속 답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잖아. 그러면 나한테는 가장 기본적인 이득조차도 없을 거고.""그럼 당신이 선택해, 나의 육체를 원해 아니면 내 마음을 원해?"임구택이 듣더니 이를 악물었다."역시 일부러 의도한 거였어."소희가
일찍 방으로 돌아온 장시원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데 마침 우민율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시원 도련님, 제 방에 있는 샤워기가 고장 나서 그러는데, 한 번 와서 봐주면 안 될까요?"장시원이 듣더니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담담하게 말했다."정비공을 찾아. 정 안 되면 방을 바꾸든지.""이렇게 이른 아침에 어디 가서 정비공을 찾아요? 게다가 오늘 호텔도 꽉 찼는데 누구와 방을 바꿔요?"우민율의 애교 묻은 어투에 장시원은 여전히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어쩔 수 없지, 씻지 말고 그냥 자.""저 지금 땀을 엄청 흘려서 안 씻으면 잠이 안 온단 말이에요. 아니면 저 시원 도련님 방에 가서 씻어도 될까요? 씻고 바로 나갈게요."장시원의 태도는 너무 미적지근하여 아무런 정서도 알아낼 수 없었다."그래, 건너와.""네! 저 지금 바로 갈게요, 기다려요!"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한쪽에 올려놓은 장시원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고 장시원이 가서 문을 열었다. 우민율은 여전히 전날 저녁의 붉은색 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그녀는 팔에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장시원의 몸을 흘겨보며 물었다."도련님 휴식하는데 방해한 건 아니죠?""방해했다고 하면, 갈 거야?"장시원이 농담이 묻은 어투로 묻었다.이에 우민율이 앞으로 다가가 장시원의 몸에 달라붙은 채 매혹적인 눈으로 장시원을 바라보았다."저 이미 왔는데 이대로 돌려보내 게요? 아쉽지 않아요?"장시원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방문을 닫았다."씻어.""금방이면 돼요."우민율이 그에게 윙크 한 번 날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곧 물소리가 들려왔고, 반투명 형식으로 만들어진 유리에 비친 여인의 매혹적인 몸매는 남자에게 있어 치명적인 유혹이었다.장시원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바깥의 야경을 바라보았다.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의 밤은 강성의 밤과 완전히 달랐다. 소란스러운 경적소리도 없고 오색찬란한 네온사인도 없고, 온통 그윽한
"내가 화를 내기 전에 당장 꺼져."그런데 이때 장시원이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난 눈치 없는 여자들이 제일 싫어."우민율은 순간 상처를 받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그러다 단념할 수가 없어 다시 뒤돌아보며 물었다."저 줄곧 도련님을 관찰하고 있었어요. 도련님은 바람기가 있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지난 2년 동안 그 누구와도 사귀지 않았었죠. 그게 저 때문이 아닌가요?""그럴 리가."여전히 덤덤하고 차가운 장시원의 목소리에 우민율은 몸을 한 번 세게 떨었다. 그녀가 나타난 후로 장시원은 더 이상 여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당연히 자신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헛된 망상이었다니."휴식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해요."우민율은 입술을 깨문 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힌 후 장시원은 다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내가 2년 동안이나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고?’그는 2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괴롭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우민율 같은 미인을 절대 거절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그 순간, 그는 자신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심리적인 문제인 건가, 아니면 신체적인 문제인 건가?’장시원은 초조하게 담배 연기를 뱉으며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와 이상한 말들로 잔잔한 그의 마음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우민율을 원망했다.……유정이 다 놀고 호텔로 돌아왔을 땐 이미 새벽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그러다 조백림과 같이 배치된 스위트룸에 도착하니 조백림이 마침 한 여인과 문밖에서 치근덕거리고 있었다.여인은 술에 취한 듯 온몸이 나른하여 뼈 없는 연체동물마냥 조백림에게 기대어 있었다."조 도련님, 저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있어요, 한 번 만져봐요."이에 조백림이 뭐라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 마침 유정이를 발견하게 되었다.유정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마냥 곧장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다 조백림
유정이 듣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제발 참아요. 백림 씨 지금의 상황에서 주동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고 또 걱정할 것 없이 얼마든지 물러날 수도 있는데, 얼마나 좋아요?"조백림이 유정에게 술을 따라주었다."비록 내가 한 사람한테만 일편단심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다리는 걸치지 않아. 그러니 걱정 마, 너와 약혼을 맺은 동안은 절대 다른 여자와 얽매이지 않을 거니까. 방금은 단지 전 전 전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야."유정이 듣더니 경악하여 조백림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조백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눈빛이야?""전 전 전 여자친구가 아직도 백림 씨를 잊지 못한 걸 보면, 백림 씨가 확실히 좋은 사람이긴 했나 보네요."유정이 진심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이에 조백림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가 갑자기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아 유정을 흘겨보았다."나를 풍자하는 거야?""아니요!"유정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저는 전 남자친구와 안 좋게 헤어져 지금은 원수처럼 지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백림 씨는 여자친구들과 다 좋게 좋게 끝난 거니까 백림 씨의 인성이 괜찮다는 걸 설명해주고 있잖아요."유정이 말하면서 조백림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조백림은 유정의 진실한 마음을 알 수가 없어 웃으며 물었다."너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게 그 사람의 첫사랑이 돌아와서였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뜻이었어?""저와 아직 사귀고 있을 때 그 사람이 전에 좋아했던 첫사랑이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바로 저를 버리고 첫사랑의 품속으로 돌아갔어요."유정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조백림이 듣더니 냉소하며 말했다."다시 빼앗아 오면 되잖아, 바보 아니야?""하지만 둘이 이미 잠자리도 가졌는걸요.""그게 뭐가 대수라고? 넌 그 자식이랑 안 잤어?"조백림이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누구에게나 사랑을 추구할 자격이 공평하게 있는 거야."조백림의 말에 유정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조백림의 입에서 사
유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어. 이따가 내 남자친구가 올 거거든."손에 주스 한잔만 들고 있는 여인이 유정의 태도에 다정하게 웃었다."유정 씨, 저 줄곧 유정 씨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저 성준 씨에게 다시 유정 씨한테로 돌아가라고 권한 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성준 씨가 유정 씨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고, 유정 씨와 사귄 것도 가족들의 강요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성준 씨의 태도가 엄청 단호했어요. 설령 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심지어 그를 집에서 내쫓는다 하더라도 더는 참고 싶지 않대요."유정이 조용하게 다 듣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으면 꺼져."이에 여인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정 씨가 저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저도 알아요. 하지만 저와 성준 씨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그러다 여인이 갑자기 몸을 숙여 유정의 앞으로 다가가 자랑하듯 웃었다."성준 씨가 그러던데, 유정 씨와 사귈 때 유정 씨를 건드리고 싶은 욕망이 털끝만치도 없었대요. 심지어 유정 씨가 성준 씨의 곁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성준 씨는 속이 울렁거렸다고."여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유정은 바로 손을 들어 커피를 여인의 얼굴에 뿌렸다. 그러고는 안색이 차가워져 입을 열었다."걱정 마, 난 너와 경쟁할 생각이 없어. 너희 둘이야말로 제일 어울리는 한쌍이니까, 보기만 하면 구역질이 나는 부분에서.""꺅!"놀란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손에 든 오렌지 주스를 바닥에 떨어트렸고, 유리컵이 깨지면서 주스와 유리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튀었다.이때, 성준이 갑자기 튀어나와 여인을 품에 안았다."선이야, 어떻게 된 거야?"이선이 눈물을 글썽이며 유정을 가리켰다."난 단지 유정 씨한테 인사하러 온 것뿐인데, 유정 씨가 다짜고짜 나한테 커피를 뿌렸어."성준이 듣더니 노발대발하여 일그러진 얼굴로 유정을 노려보았다."유정, 너 미쳤어? 널 찬 사람은 나잖아!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복수해, 선이를 괴롭히지 말고!"유정이
조백림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됐어, 울지 마. 내가 대신 복수해 줄게.""뭘 하려고요?""성준이라는 그 녀석 전 여자친구를 괴롭히는 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그 상대가 만약 나의 약혼녀라면 난 참을 수가 없지."조백림이 말하다 갑자기 몸을 숙여 유정의 턱을 들었다."그 쓰레기 인간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해. 다시 나의 얼굴에 먹칠했다간 나 정말 화낼 거야."조백림의 경고에 유정은 붉어진 두 눈으로 차갑게 그를 쳐다볼 뿐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전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것도 있고 오전에 별다른 일도 없어 소희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그런데 임구택이 갑자기 문을 밀고 들어와 손에 든 흰색 드레스를 소희의 침대에 내려놓고 커튼을 걷었다.눈부시게 쬐어들어온 햇빛에 소희는 부득불 눈을 떴다.임구택이 소희의 침대 옆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일어나."소희가 잠이 덜 깬 눈으로 임구택을 쳐다보며 물었다."오후에야 강성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응. 백림이 축구 경기를 조직했다고 우리더러 경기 보러 오래. 지금 일어나 아침 먹고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야.""웬 축구 경기?"소희가 어리둥절해서 다시 물었다.소희의 멍해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임구택은 가슴까지 저려 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목소리도 더욱 부드러워졌다."백림이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필업할 때까지 내내 학교 축구팀의 주장이어서 공을 아주 잘 차거든.""혼자 가서 구경해."축구에 관심이 없는 소희는 눈을 감고 다시 자려했다."그래도 일어나 아침 먹어야지."임구택이 소희의 이불을 잡아당겼다."아니면 내가 직접 옷을 갈아입혀 줘?""아니!"소희가 이불을 꽉 잡은 채 약간의 화가 묻은 어투로 말했다. "알았어. 먼저 나가있어!"이에 임구택이 몸을 숙여 소희의 얼굴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밖에서 기다릴게."소희는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임구택이 가볍게 뽀뽀만 하고 물러난 모습에 입을 오므린
소희가 숟가락을 입에 문 채 잠깐 멍해있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우리가 지금 사는 곳이 병원이랑 가까워 청아가 아줌마 돌보는데 편리하거든.""청아 씨의 어머니 곧 퇴원하실 거잖아, 그럼 퇴원한 후에 들어와."소희가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 나 청아와 함께 살면서 요요를 같이 돌봐줘야 해."임구택이 반박할 수 없는 이유다.그렇다고 청아의 현재 상황으로는 또 이전처럼 장시원의 집에서 살 수도 없을 거고.임구택은 눈썹을 찡그린 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성준과 함께 식당에서 방으로 돌아온 이선은 샤워를 하고 나와서 성준의 품에 안겼다."미안해, 성준 씨. 난 단지 유정 씨와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유정 씨가 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어."성준이 이선의 어깨를 다독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인은 신경 쓰지도 마, 어쩌다 마주치게 되더라도 에돌아가고. 그 여인은 그냥 답 없는 미치광이야. 예전에는 내가 정말 눈이 멀어서 그런 여인과 사귀었지."성준의 품에 기대어 있는 이선의 눈빛이 반짝였다."두 사람 그래도 1년이나 사귀었는데 자기 정말 이젠 유정 씨를 좋아하지 않아?""난 한 번도 그 여인을 좋아한 적이 없었어, 처음에 그 여인과 사귀게 되었던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나를 강요해서였고. 아버지가 유씨 가문에 의지하여 장사를 크게 하려 했거든.""그럼 자기 집에서 나를 받아들일까?"이선이 걱정되어 물었다.이선은 아주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평범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성준의 집이 명문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장사를 하는 집안이었으니 이선의 집보다는 돈이 많았다."그럼!"성준이 이선을 껴안고 그녀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샤워 후의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었다."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아, 나만 자기를 좋아하면 돼."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고 침대 쪽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방안의 전화가 울렸다. 프런트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성준이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