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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아니면 속은 건가?’

‘그래, 확실히 멍청한 부분이 있긴 했지.’

‘하지만 결국 나에겐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는 거네? 안 그랬으면 그 당시 돈을 위해 나를 직접 허연의 침대에까지 보내지 않았을 거니까.’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장시원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는 장시원을 곁눈질로 보고 있던 임구택이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려 야유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소희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을 때 제일 기뻐했던 장시원이 드디어 그와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되었으니.

역시 곧 있으면 자신과 똑같게 될 거라는 임구택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뒤좌석에 앉은 청아는 불안하여 내내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소희가 그녀에게 사건의 경과를 대충 말해주었다.

요요도 깜찍하게 흉내를 내며 말했다.

"소희 이모 엄청 멋있었어요! 아저씨도 엄청 대단했고요! 이렇게 나쁜 사람을 걷어찼어요."

짤막한 다리를 휘두르며 청아에게 장시원의 대단함을 과시하는 요요의 귀여운 모습에 소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하지만 차 안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소희는 결국 웃지도 못하고 요요를 품에 안았다.

"무서웠어?"

"아니요!"

요요의 깜찍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도 섞여있었다.

"아까 그 사람들 나쁜 사람이에요! 요요는 두렵지 않아요!"

"그래? 요요 참 용감하네."

장시원은 요요의 앳되고 귀여운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이 착잡했다. 그는 줄곧 요요를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아이로 여기고 예뻐했는데, 우청아와 다른 남자가 낳은 아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쓸쓸하면서도 아팠다.

경찰서가 동네와 멀지 않아 임구택의 차는 곧 경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

청아가 먼저 요요를 안고 차에서 내렸고 뒤따라 내린 장시원이 소희에게 말했다.

"얼른 올라가. 난 볼 일이 있어 가봐야 할 것 같아."

장시원의 차가운 소리에 청아의 눈빛이 세게 한 번 떨렸다. 그러다 한참 후 장시원을 향해 말했다.

"오늘 일은 정말 감사했어요."

"천만에."

하지만 장시원은 소외감이 가득한 말투로 한마디를 내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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