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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소희는 볼을 임구택의 가슴 쪽에 기댄 채 깊이 잠들었다. 은은하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의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을 비춰주고 있었다.

임구택은 소녀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

*

소희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날이 이미 밝았고, 햇빛이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너머로 그녀의 정교한 얼굴에 비쳐있었다.

천천히 눈을 뜨니 바로 코 앞까지 붙어 있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먼저 보였다.

임구택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방금 깨어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른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

"자기야, 좋은 아침."

소희의 두 눈동자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일어나 옷 입으러 갔다.

그러다 옷을 다 갈아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오니 임구택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와서 아침 먹어."

"됐어."

소희가 덤덤한 말투로 거절했다.

"말 들어. 아침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

"임구택! 어젯밤에 한 말 잊지 마!"

소희의 화난 태도에 임구택이 오히려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

"소희야, 네가 어젯밤에 남기로 한 게 정말 내가 모든 빚을 청산하자고 했던 말 때문이었어?"

"당연하지."

임구택이 소희에게 다가가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쉽게 남기로 했던 게, 사실 너도 나를 원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어?"

소희가 듣더니 놀랐는지 눈을 약간 크게 뜨더니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그래, 그렇다 쳐."

임구택은 소희와 더는 논쟁하지 않고 시계를 한 번 쳐다보았다.

"하지만 너 지금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마침 장시원과 마주칠 수 있어. 네가 아침 일찍 여기서 나가는 걸 장시원이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소희가 다시 한번 놀라움에 빠졌다.

"장시원이 여기에 살아?"

"어. 1년 전에 갑자기 집에서 나왔거든. 그리고 거의 매일 밤 여기에서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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