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아줌마가 떠나고 나서야 소희 마음속의 궁핍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변한 후 제일 두려운 게 바로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무심코 옛일을 꺼내게 되면 그것보다 난처한 순간이 없으니까.임구택이 소희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불편했어?""아니."소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고는 다시 물었다."그래서 내 총은?"임구택이 듣더니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네 총이 염려되면서 왜 한 번도 나한테 먼저 전화 걸어 달라고 한 적이 없었어?""......"한참 기다려도 소희가 아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사실 너도 네 총이 나한테 있다는 사실에 매우 안심하고 있는 거지?"임구택이 가리키고 있는 다른 뜻을 눈치챈 소희는 순간 가슴이 빨리 뛰었다.그녀가 가장 은밀하게 숨기고 있던 물건, 가장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임구택한테 있다는 걸 알면서도 되찾기는커녕 되려 안심하고 있었다는 건 무엇을 설명해주고 있는지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임구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대답했다."임구택 씨가 그 정도로 쓰레기일 건 같지 않은 데요?"임구택이 듣더니 눈썹을 올렸다."내가 쓰레기라고? 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고 있었어. 양다리를 걸친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런데 왜 쓰레기인 거지?"소희가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갑자기 악랄한 생각이 피어나 담소하며 말했다."임구택 씨가 확실히 쓰레기는 아니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쪽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쪽을 더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임구택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면서 암울함과 결렬함이 섞인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녀 자신도 아직 잘 모르고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난 다시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거니까."소희가 듣더니 냉소했다."너무
소희의 눈빛은 맑고 차가웠다."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장시원은 종래로 청아를 찾은 적이 없었어. 이미 청아를 잊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설사 그가 요요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는데? 요요를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할 수 있어? 아니면 청아와 결혼할 수 있어?"요요를 지극히 사랑하지만 청아와 결혼할 수는 없다는 건 청아에게 있어 재난과 다를 바가 없다.장시원이 요요를 청아에게서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요는 청아의 전부이고, 청아의 정신적 지주이다.그러니 소희는 청아에게 진실을 알려 청아를 두려움 속에 빠뜨릴 수 없다.임구택이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장시원이 예전에 확실히 바람기가 있긴 했어.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어. 청아를 찾지 않은 건 다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고.""장시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내가 청아의 허락을 거치지도 않고 장시원을 청아의 집으로 들인 거에 이미 충분히 미안해하고 있어. 난 더 이상 청아가 주동적으로 장시원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할 거야. 일부러 제지하지는 않을 거지만, 주동적으로 중매하지도 않을 거니까 당신도 장시원에게 언급하지 마.""당연하지. 자기 이미 경고했는데 내가 자기 허락 없이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겠어?"소희는 그의 말속에 담긴 방임하는 태도를 무시하고 눈을 아래로 드리운 채 열심히 밥을 먹었다.밥을 다 먹고 두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 소희가 프런트로 가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임구택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됐어, 내가 이미 계산했어."소희는 놀란 나머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임구택의 행동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언제 했는데?"‘나가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임구택이 가볍게 웃었다."나한테 주인아줌마 번호가 있으니 이체하면 돼."소희가 문득 깨닫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럼 내가 당신한테 이체해 줄게. 얼마야?"오늘 그녀가 한턱내기로 했으니."오늘은 이미 다 결산했으니, 다음에!"임구택이 입가에 웃
소희는 신속히 임구택의 손을 팽개친 후 손가락을 구부려 그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밀어냈다. 어둠 속 소희의 두 눈동자는 차갑고 매서웠다."임구택, 너무 지나치지 마."임구택은 몸을 숙여 소희를 품속으로 껴안은 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나 지금까지 한 번도 너를 배신한 적이 없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아니, 싫어."임구택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전우 혹은 친구와 오해로 헤어지게 되었어도 영원히 화해 안 할 거야? 너 서인과도 오해 있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잖아. 그런데 왜 나만 안 되는 건데?"소희가 잠깐 사색하는 기색을 드러내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몰라, 나한테 묻지 마. 난 단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야.""그럼 너의 마음을 원하지 않을게. 몸만 줘."말하고 있는 임구택의 검은 눈동자는 그윽하게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너 아직 나의 아내이니 협조할 의무가 있는 거야."소희가 듣더니 바로 냉소했다."그거 알아? 내가 용병이 되고 나서 합류한 첫 번째 조직이 서인이 있던 그 조직이 아니었어. 내가 처음으로 합류하게 된 조직의 대장이 나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협조할 것을 요구했어. 그러면서 나더러 조직 몰래 그를 대신해서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더군. 나중엔 내가 그를 죽이고 그의 자리를 대신했어."서희에 관한 일은 임구택도 많이 들었었다.하지만 그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넌 절대 나를 못 죽여."소희의 손가락이 점점 조이기 시작했다."나를 자극하지 마.""예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랑하는 서희 아가씨, 당신들의 도의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고, 은혜가 있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게 아닌가?""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한 번 잘 생각해 봐. 전에 당신이 모함당했을 때 내가 나서서 구해줬잖아. 그리고 이현의 일도 내가 도운 거고. 당신들의 도의에 따라 이렇게 큰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하는 거지?
소희는 볼을 임구택의 가슴 쪽에 기댄 채 깊이 잠들었다. 은은하게 드리운 그림자는 그의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곳을 비춰주고 있었다.임구택은 소녀의 희고 부드러운 얼굴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소희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날이 이미 밝았고, 햇빛이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너머로 그녀의 정교한 얼굴에 비쳐있었다.천천히 눈을 뜨니 바로 코 앞까지 붙어 있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먼저 보였다.임구택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방금 깨어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나른한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자기야, 좋은 아침."소희의 두 눈동자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일어나 옷 입으러 갔다.그러다 옷을 다 갈아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오니 임구택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와서 아침 먹어.""됐어."소희가 덤덤한 말투로 거절했다."말 들어. 아침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임구택! 어젯밤에 한 말 잊지 마!"소희의 화난 태도에 임구택이 오히려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소희야, 네가 어젯밤에 남기로 한 게 정말 내가 모든 빚을 청산하자고 했던 말 때문이었어?""당연하지."임구택이 소희에게 다가가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쉽게 남기로 했던 게, 사실 너도 나를 원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어?"소희가 듣더니 놀랐는지 눈을 약간 크게 뜨더니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그래, 그렇다 쳐."임구택은 소희와 더는 논쟁하지 않고 시계를 한 번 쳐다보았다."하지만 너 지금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마침 장시원과 마주칠 수 있어. 네가 아침 일찍 여기서 나가는 걸 장시원이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소희가 다시 한번 놀라움에 빠졌다."장시원이 여기에 살아?""어. 1년 전에 갑자기 집에서 나왔거든. 그리고 거의 매일 밤 여기에서 지내."‘예전에
이틀 후, 토요일소희가 임유민에게 수업해 주러 가려고 집에서 나오니 차가 이미 집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도 운전석에 앉은 게 임구택이 아니라 임씨 가문의 운전기사였다.줄곧 조마조마해 있었던 소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가에 도착하니 임유민은 이미 아래층에서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소희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친절하게 물었다."일은 다 해결되었어?""너도 알고 있었어?"소희가 웃으며 물었다.그러자 임유민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내가 어떻게 몰라? 나와 누나가 그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쌤을 도와 그 팬들을 욕했다고."소희가 듣더니 크게 감동하여 말했다."고마워.""올라가서 얘기해."임유민이 소희를 끌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곧장 물었다."이현이 정말 자살했어?""아마도?"이현의 자살 소식이 인터넷에 전해지면서 전에 떠들썩했던 일들이 그제야 잠잠해지게 되었다.그 후 이현이 회사로부터 매장을 당하는 바람에 그녀의 소식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다."자살해도 싸!"임유민이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반 친구들이 전부 이현을 싫어하거든.""너희 친구들도 연예인에 관심이 있어?""그런 셈이지? 예전에는 이현을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탈덕했어."임유민이 소파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심지어 우리 엄마까지도 나한테 연락이 와서 쌤과 둘째 삼촌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던데. 그래서 직접 둘째 삼촌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소희가 듣더니 안색이 순간 변했다."그래서 너의 둘째 삼촌이 뭐라고 설명했는데?""내가 어떻게 알아?"임유민이 눈알을 한 번 굴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쌤과 둘째 삼촌이 그렇게 오랫동안 숨겼는데 이제 우리 식구들한테 알릴 때도 됐잖아.""문제는 나와 너의 둘째 삼촌이 이미 헤어졌다는 거야. 그들이 알게 되면 많이 번거로워질 거야."소희는 다소 괴로워났다. 분명
이에 소정인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틀 전에 네가 인터넷 폭력을 당하는 걸 보고 나와 네 엄마가 모두 걱정했었어. 괜찮은 거야?]소희가 듣더니 바로 냉소했다. 그녀가 인터넷 폭력을 당했을 때 소씨 가문에서 소시연과 소찬호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일이 다 가라앉은 후에야 전화를 걸어 어떠냐고 묻다니.‘여태껏 관심을 가진 적도 없으면서 왜 굳이 전화를 걸어 위선적인 인사치레를 하는 거지?’‘무슨 의미가 있다고?’"그래서 무슨 일인데요?"소희의 말투는 더욱 냉담해졌다.소정인도 소희가 그를 소외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괜찮다니 됐다.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도 너를 엄청 관심하고 있어. 너더러 시간이 되면 집에 한 번 들르래.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다들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네."[혼자서도 몸을 잘 챙기고.]"네, 끊을게요."소희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고 한쪽에 내려놓았다. 소씨 가문의 일거일투족은 이제 더는 그녀의 마음속에 파란이 일으키지 못했다.한편 소정인이 어두워진 핸드폰 화면을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이때 진연이 과일 샐러드 한 접시를 들고 다가와서는 물었다."오늘 아버지께서 나더러 소희에게 전화해서 임 대표와 대체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라고 하더군. 그러면서 소희더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들르라고. 그래서 방금 전화를 했더니 소희의 말투가 별로 좋지 않았어."진연이 듣더니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차갑게 조소했다."당신 부모님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네? 인터넷에서 소희와 임구택의 사진을 폭로하니까 바로 임씨 가문한테 잘 보이겠다고 달려드는 꼴 좀 봐.""인터넷에서 떠들썩했던 일은 확실히 소희에게 누명을 씌웠던 거였어. 전부 이현이라는 여인이 저지른 일이었어."진연이 멜론을 짚어 소동의 랙돌 고양이에게 먹이고는 하찮다는 말투로 말했다."배우들 중에는 원래 제대로 된 인간이 없어. 소희도 그걸 알면서 기어코 들러붙었다가 피해를
모든 기대가 물거품으로 되어 화가 난 진연이 소동을 향해 말했다."당장 그 작업실을 때려치워, 우린 더 이상 너에게 투자할 돈이 없으니까. 너도 지금 아직 젊었을 때 돈 많은 가문으로 시집가, 그게 제일 좋은 출로야."소동이 즉시 반박했다."싫어요!"이에 진연이 냉소하며 물었다."싫어? 그럼 이렇게 몇 년을 더 헛되이 보내다 돈도 다 잃고, 너도 늙은 다음에 아무것도 없이 후회만 할 거야?""저 앞으로 더는 두 분의 돈을 쓰지 않을 테니까 두 분도 제 작업실에 대해 간섭하지 마요!"소동이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며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았다.진연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색마저 파랗게 질렸다."너 그게 무슨 태도야? 내가 네 눈치나 보려고 여태껏 키워준 줄 알아?"문에 기대어 밖에서 노발대발하고 있는 진연의 소리를 듣고 있는 소동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만약 내가 친딸이었으면 저들은 절대 나한테 이렇게 모질지 않았을 거야.’‘수천만은 물론이고, 수억 원이라도 서슴없이 내주었겠지.’‘결국 진연과 소정인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거야!’‘나를 시집보내서 돈을 떼어내는 게 그들의 목적일 거야!’‘어쩐지 계속 나더러 한창 젊고 예쁠 때 부잣집 도련님을 찾아 시잡가라고 설득하더라니!’‘난 절대 그들의 소원대로 하지 않을 거야.’‘나에게 돈을 주지 않을수록 난 더욱 깨끗이 긁어낼 거야!’......소희는 당분간 제작진으로 출근할 필요 없어 며칠 동안 계속 요요랑 놀아주고 있었다.이날 오후 요요가 낮잠에서 깬 후, 소희는 요요와 함께 집 아래의 놀이터로 나갔고 이씨 아주머니는 평시 알고 지내던 이웃과 함께 장 보러 갔다.놀이터에는 4~5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유독 미끄럼틀 타기를 좋아하는 요요는 아장아장 계단을 따라 비틀거리며 올라간 후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기만을 반복했다.그러다 요요가 다시 올라가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려고 앉는데 뒤따라 올라온 6살 좌우의 남자아이가 요요의 느릿느릿한 동작에 짜증
남자아이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알을 한 번 굴리더니 즉시 엄마를 꼭 껴안았다."때렸어요! 나를 꼬집기까지 했어요!"여인이 듣더니 즉시 화가 난 얼굴로 달려들어 소희를 때리려 했다."네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려? 너 오늘 죽었어!"소희는 여인이 이토록 시비 도리도 따지지 않고 바로 달려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요요를 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는 손을 뻗어 여인의 손목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쪽 아들을 욕하지도 않았고, 때리지도 않았어."소희에게 손목을 잡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여인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사람 죽어요! 살려줘요!"그러자 옆에서 아이를 보고 있던 다른 부모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바삐 싸움을 말렸다.소희는 그제야 여인의 손을 놓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에 CCTV가 설치되어 있을 거야.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CCTV를 돌려 봐.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고 화내라고."소희에게 풀려나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여인은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여우처럼 생긴 게,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걸로 봐서는 어느 영감탱이가 밖에서 키우고 있는 제삼자가 아니야?""너처럼 염치없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나쁜 여인은 천벌을 받을 거야!""아들을 낳지 못하니까 아들을 낳은 우리 가정이 부러워 내 아들을 해치려고 했던 거지?""너 같은 여인은 버려져도 싸. 너와 네 딸은 딱 봐도 버려진 쓰레기라고!"여인은 이를 악문 채 속사포 같이 소희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에 제대로 화가 난 소희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 다리를 들어 여인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러자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서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땅에 엎드린 채 큰 소리로 통곡했다. 그녀의 아들도 달려가 함께 통곡하기 시작했다.크게 놀란 요요는 바로 소희의 목덜미를 꼭 껴안았다.소희는 아이 앞에서 손을 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요요를 욕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여인이 바닥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