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유리에 붙으면서 전해온 차가운 촉감은 순간 소희의 모든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3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마치 심연과 같았다.하지만 모든 것이 또 그렇게 익숙할 수가 없었다.소희는 갑자기 아주 긴 꿈을 꾸다 깨어난 것 같은 황홀감이 들었다.한낮의 햇살은 남자의 옆모습을 더욱 눈부시게 비추었다..상체에만 헐렁헐렁하게 흰색 셔츠를 걸쳐 입은 그의 넓은 어깨에는 손톱에 긁힌 붉은색 자국이 나 있었고, 그 자국은 팽팽한 근육을 따라 아래로 쭉 이어졌다. 왠지 모르게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소희는 고개를 들어 유리에 기대었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눈에 비치면서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소희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소희는 다시 잠들었다. 다만 잠들기 전 임구택이 그녀를 달래며 약 두 알을 먹였다.어렴풋이 그중 한 가지 약의 냄새가 익숙한 것 같아 눈을 반쯤 뜨고 물었다."무슨 약이야?"임구택이 알약을 소희의 입술 옆으로 가져다 대고 그녀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피임약."이에 소희가 입술을 벌리고 알약을 삼켰다."착하네."임구택이 소희의 입꼬리에 입술을 한 번 맞추고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잘 자."*소희는 지금 극도로 잠이 필요할 때라 오후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했다.그러다 누군가가 계속 건드려서 겨우 잠에서 깨게 되었다. 소희는 귀찮다는 듯 몸을 비틀고 애교가 섞인 어투로 소리쳤다."임구택, 하지 마!"그리고 그녀의 말투는 두 사람 다 멍하게 만들었다. 순간 두 사람이 함께 어정에서 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소희는 어쩔 수 없이 깨어나 눈살을 찌푸린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흐리멍덩했던 눈동자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한참 후, 임구택이 일어나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러자 소희가 곧 또 눈을 감았다.임구택이 불을 켜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시 소희를 품에 안고 물었다."자기야, 뭐 좀 먹을래?""아니, 나 잘래."소희가 피곤함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자의 품에서 나온 소희는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익숙한 곳, 심지어 바디워시까지 기억 속의 그 냄새였다. 소희는 물을 틀어 몸 곳곳을 깨끗이 씻었다. 마음속은 어수선하고 초조했다.‘이미 헤어진 두 사람이 왜 또 같이 얽히게 된 거지?’소희의 눈빛은 얼음장마냥 차가웠다.샤워를 마친 후 드레스룸으로 가서 옷장을 열었다. 안에는 역시 그녀의 옷들이 걸려 있었다.예전에 입었던 것도 있고 새로 구입한 것도 있었다.새로 장만한 옷들을 보면서 소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심플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골라 입은 소희는 안방을 지나 침대 위의 남자를 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뒤에서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인사도 없이 가?"그 소리에 소희는 발길 멈추고 몸을 돌리지도 않은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쉬는 데 방해할까 봐."부드러운 가죽 침대 머리에 기대어 이불로 몸을 반쯤 가린 임구택의 얼굴은 눈부셨고 표정은 느긋하게 풀어져 있었다. 이 순간만큼 섹시하고 매혹적일 수가 없었다.소희의 말에 임구택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체에만 헐렁한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의 가슴과 어깨 쪽에는 온통 옅은 흔적투성이었다.그는 뒤에서 소희를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1박 2일 동안 네 시중들었는데 보수도 안 줘? 적어도 2만 원은 줘야지."그는 처음으로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2만 원만 남기고 줄행랑을 쳤었다.그의 말에 소희도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음 차가웠다."임구택, 이현이 네 연극에 이토록 잘 맞춰준 걸로 봐서는 네가 엄청 많은 이익을 줬겠네?"임구택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무슨 뜻이야?""이현과 무슨 사이인 거야? 만약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면 왜 나를 속였어? 어젯밤의 일도 너희 둘이 함께 꾸민 거야?"임구택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니야.""뭐가 아니야?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아니면 어제 일이 너희 둘이 같이 꾸민 게 아니야?"
그는 손을 뻗어 소희의 가는 허리를 안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맞추려는데 소희가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눈빛에는 이미 소외감과 냉정함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속엔 어느 정도의 경각심도 섞여 있었다."아니, 난 필요 없어!"말을 마친 후 소희는 개보다 더 무서운 것에 쫓기고 있는 사람마냥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임구택은 다소 좌절한 표정으로 문을 내팽개치고 떠나는 소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뒤로 문틀에 기대어 이마를 짚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소희에 대해 어쩔 수가 없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어젯밤 소희가 흐리멍덩한 상황에서 한 그 말들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아마도 남은 생은 속죄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때 그가 탁자 위에 놓은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두 날 동안 그의 핸드폰은 줄곧 무음 상태였다. 그렇게 아무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전심전력으로 소희를 시중들었는데.‘양심도 없는 녀석!’임구택이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이야?"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명우였다.[대표님, 어제 점심 류개와 이현 등 세 사람이 선후로 블루드를 떠났습니다. 이현이 마지막으로 떠났는데 정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임구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계속 주시하고 있어."[예!]명우가 대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참, 소희 아가씨의 물건이 제 손에 있는데, 대표님에게 드릴까요, 아니면 소희 아가씨에게 드릴까요?]"무슨 물건인데?"[총입니다.]총이 맞긴 했지만 진짜 총은 아니었다.임구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나한테로 가지고 와."[네!]……소희는 단숨에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방금 큰비가 내린 것 때문에 공기가 맑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습하고 무더웠다.그리고 그 습하고 더운 공기는 아침부터 사람을 짜증 나게 했다.금요일 밤의 일은 그녀도 임구택이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도와주러 간 것이었다.
류 조감독은 신인 배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고, 술도 한 잔 따라줬다.하지만 그는 차를 몰고 간 거라 술을 마시지 않고 옆에 놓인 물을 마셨다. 그러고 나서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소파에 쓰러진 채 이현이 그의 손을 잡고 그의 휴대폰 잠금을 해제해서 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을 보기만 했다, 초조해 미칠 것 같았지만 몸은 나른해진 채 힘을 쓸 수가 없어서.그가 너무 어리석어서 소희를 해친 것이었다.소희가 듣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런 말 하지 마요. 제대로 따지고 보면 정남 씨가 나 때문에 연루되었는걸요. 일단 푹 쉬어요, 그리고 내일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요."[응.]이정남이 대답하고는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다시 물었다.[소희야,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아?]"그럼요."전화를 끊은 후의 소희의 얼굴색은 엄청 어두웠다.‘임구택! 분명 날 병원에 보내 위 세척하게 할 수 있었으면서 하필!’‘그러고도 나보고 감사를 표하라고? 꿈도 야무져!’소희가 어정에서 나오자 벤틀리 한 대가 이미 주택단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소희 아가씨, 임 대표님께서 아가씨를 집까지 모셔다드리라는 명입니다.""괜찮습니다."소희가 냉정하게 거절하고는 택시 한 대를 잡아 올라 떠났다.이에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임구택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아가씨께서 제 차를 타지 않으시고 따로 택시를 잡았습니다."임구택이 짧게 탄식 한 번 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내버려 둬.]‘이번엔 정말 화가 났나 보네.’*택시에 올라탄 후 소희가 또 청아에게 연락을 했다. 청아도 깜짝 놀랐다.[소희야, 너 어디야? 집에도 없고, 전화도 꺼져 있고. 나 방금 경찰에 신고했어!]소희가 웃으며 말했다."나 괜찮으니 빨리 경찰에게 해석해. 경찰 아저씨한테 폐를 끼치지 말고."[그래서 너 지금 어디야?]"경원으로 돌아가는 길, 곧 집에 도착할 거야."[나 진짜
명우의 물음에 임구택이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세 글자를 뱉었다."매부리!""네, 이건 매부리 특유의 무기입니다."임구택의 눈빛에 순간 경악이 스쳐 지났다."그럼 소희가......""틀림없을 겁니다."임구택은 놀라움에 빠졌다. 전에 밀수의 일에 대해 조사했을 때소희가 매곡리라는 암흑 조직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아내긴 했지만 그녀가 바로 매부리일 줄은 몰랐다.줄곧 자신이 소희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일이 더 있을 줄이야.그는 다시 그 ‘총’을 들고 관찰했다. 차갑기만 했던 무기가 갑자기 온도가 생긴 것 같았다.*소희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심지어 꿈도 꾸지 않은 채.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바깥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몸을 뒤척여 침대에 엎드린 소희의 눈동자는 맑고 고요했다.창밖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거리에는 차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저녁 무렵의 강성은 항상 낮보다 더 떠들썩한 것 같았다. 누군가는 바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밤 생활이 금방 시작되었다.유리창에 비춘 노을의 빛은 황금색에서 점점 주황색으로 변했고, 마지막엔 조금씩 사라졌다.방안은 더욱 어두워지고 조용해졌다.그러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소희가 기지개를 켜고 청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돌아왔어? 저녁에 밥하지 말고 요요랑 같이 외식하자."너무 배고팠던 모양이다.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소희는 재빨리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요요를 찾았다.......다음날드디어 출근하는 날이 오자 이정남이 기세등등하게 제작팀에 도착했다. 이현과 류 조감독을 찾아 결판을 내려고 했지만 화를 낼 곳이 없었다.이현, 류 조감독 그리고 여민까지 세 사람 전부 출근하지 않았으니까.그러다 화요일 오후가 되니 제작진의 재촉 전화에 여민이 드디어 나타났고, 이정남이 여민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이현이 지금 어디에 살아? 그리고 류개 그 나쁜 놈은 어디에 있고?"여민이 어두워진 얼굴색으로 대답했다.
‘류 조감독은 이득을 보았지만 이현에게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서 안 온 거고, 이현은 아마도 아직 멘붕상태에 처해 있겠지?’이정남은 갑자기 예전에 촬영세트장에 있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땐 그와 소희가 방금 이현을 알게 되었고, 당시의 이현은 순진하고 귀여우면서도 식탐이 많고 자주 토라지곤 했다. 세 사람은 늘 작은 정원에 앉아 장난치며 담소를 나눴었는데.사실 소희는 그들의 시시한 화제에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그와 이현이 장난을 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서 주 감독은 그가 이현을 좋아하는 줄 알고 신중해야 한다며 충고까지 해주었고.사실 그는 이현에 대해 확실히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두 사람의 차이가 점점 커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호감을 자제했던 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들 사이의 차이를 벌여놓은 게 두 사람의 신분 변화가 아니라 이현의 탐욕과 위선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거에 화가 났고, 그토록 소희를 다치게 한 이현이 죽도록 미웠다. 그래서 이현의 처지를 알게 된 후 다시 이전을 생각해 보니, 통쾌하면서도 또 약간의 섭섭함과 아픔이 섞여 있었다.‘임구택이 좋아하는 사람이 소희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왜 주제넘게 달려들었을까?’‘왜 소희를 배신했을까?’‘이 모든 건 이현의 자업자득이야.’"날 때릴 거야?"그 일을 겪고난 후 여민은 세상에 미련을 버렸다. 심지어 이번 작품만 끝나면 연예계를 탈퇴할 작정이었다."널 때리면 내 손이 더러워질 거야."이정남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소희를 데리고 떠났다.*이현이 받은 타격은 여민보다 더 컸다.여민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이 길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현은 다르다.그는 데뷔하자마자 유명 감독의 인정을 받았고 그 후 승엔과 계약하여 순풍에 돛 단 듯이 순조로운 연예 생활을 시작했다. 게다가 배후에 임구택이 있어 종래로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그날 밤, 무너진 건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멘
"뭘 그렇게 넋을 놓고 봐?"소희는 덤덤하게 웃으며 통계표를 미나에게 건네주었다."이것대로 배우들에게 의상을 준비해 줘.""네!"미나가 대답했다. 하지만 소희를 보는 눈빛이 약간 복잡했다.소희는 방으로 돌아가 계속 작업에 전념했다.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 핸드폰이 진동했다.성연희였다."이 시간에 웬 전화야? 안 바빠?""소희야, 인터넷 뉴스 봤어?"소희에게 되묻는 성연희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무슨 뉴스?""너와 임구택에 관한 거야. 빨리 봐!"소희가 잠깐 멍해지더니 곧 컴퓨터를 켜고 계정에 접속했다."대체 네가 미행당한 거야, 아니면 임구택이 미행당한 거야?"성연희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내가 지금 바로 명성 씨 회사의 홍보팀을 찾아 언론을 통제해 달라고 할게. 그리고 지금 제작진 밖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어. 그러니 먼저 제작진을 떠나지 말고 기다려, 내가 사람 데리고 널 데리러 갈게."신속히 실검에 오른 뉴스를 확인한 소희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이 일은 아마 이현과 관련이 있을 거야. 임구택이 나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알았어."전화를 끊고 소희는 다시 실검 뉴스를 한 번 훑어보았다. 이현이 그녀에게 보복하려고 한 짓인 게 분명했다.뉴스 속엔 소희와 임구택이 경원주택단지의 아래층에서 찍힌 사진도 걸려 있었다. 사진이 찍힌 각도로 봐서는 프로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주 소희와 임구택이 알콩달콩하게 찍혔으니까.곧 누군가가 소희의 신분을 파헤쳐 냈다. 제작팀의 패션 디자이너라는 것과 이현과 한 제작팀에 있다는 것도.그래서 지금 댓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다들 그녀가 이현의 남자친구를 꼬신 뻔뻔스러운 여인이라고 욕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제작진의 스태프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서서 임구택이 이현 보러 왔을 때 소희가 고의로 접근하여 업무적으로 상의할 게 있다며 임구택의 번호를 따갔다고 폭로했다.심지어 그녀가 제작진의 조감독과 제작팀의 직원을 꼬셨다
소희가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아주머니보고 요요를 잘 보고 있으라고 해. 최근 이틀 동안은 밖을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알았어. 그럼 너는? 너 어디야?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걱정이 앞 선 청아가 급히 물었다.하지만 그러는 청아와 달리 소희의 태도는 오히려 덤덤했다."나 괜찮아, 요 며칠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아주머니와 함께 요요를 잘 지키고 있어."청아는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아 다시 물었다.[소희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뉴스 한 번 찾아봐.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난 괜찮으니까."소희의 대답에 청아가 바로 뉴스를 확인했다. 그러다 한참 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이현이라는 배우가 바로 예전에 너와 같은 제작진에서 일했다는 그 친구지? 사이가 괜찮다고, 우리 함께 영화도 같이 본 적이 있던 그 친구?]“응.”[그런데 왜 나와서 해명하지 않는 거야? 인터넷에서 떠들고 있는 것들이 다 잘못된 거잖아.]분명 사이좋은 친구이면서 전혀 나서 해명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현의 태도에 청아는 답답하면서도 의아해 소희에게 물었다. 그러다 소희의 의외적인 대답에 청아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된다."이현이 벌인 일이니까."[뭐?! 어떻게...... 안 되겠다. 내가 댓글을 남겨 진실을 밝힐 거야!]"하지 마, 청아야! 네티즌들이 이미 제대로 말렸어. 그러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게다가 어느 이성을 잃은 네티즌이 네 주소와 신분을 찾아내 인터넷에 폭로하기라도 한다면 요요는 위험해질 거야."급하고 화 나는 마음에 청아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그럼 너 그렇게 누명을 쓴 채 진실을 모르는 네티즌들의 욕만 먹고 있을 거야?]"어차피 사실이 아니니 날 다치게 할 수 없어."소희가 의외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청아는 그러는 소희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소희야, 나 너무 쓸모없는 거 같아. 내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땐 네가 옆에서 나를 도와